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어디 한번 얘기해 봐. 너희가 누구인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아이가 무슨 부탁을 한 것인지. 만약 살기 위해서 한 거짓이라면…….”
살기가 번뜩인다.
90레벨 대의 강병규조차도 절로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였다.
‘대공이 수호자들 중 가장 뒤떨어진다더니?’
강병규는 속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세간에서는 그녀가 수호자의 위치에 앉을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핏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본래는 자격이 되질 않았지만, 그저 황실의 면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것이라고.
하지만 직접 보자, 그딴 소문은 모두 헛소리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다섯 명의 수호자 중 가장 약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자신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었다.
긴장한 것은 요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어디까지 밝혀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모든 것을 밝힐 순 없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발설한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정보 길드의 수장인 그에게, 신뢰는 목숨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물론 반대로 모든 것을 감출 수도 없었다.
‘허용 가능한 범위 안의 사실만 밝혀야 해.’
요한은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요한이라고 합니다. 작은 정보 길드 하나를 운영 중인 정보 상인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분은…….”
“강병규입니다. 우진이에게 대공에 대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거짓말이다.
서우진은 그녀에 대한 말을 딱히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대공과 함께 몇 가지 일을 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서우진은 그녀의 영지에서 레이나라는 사도에게 납치된 일을 겪지 않았던가?
그래서 서로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아이를 잘 아는 듯이 얘기하는군.”
“친구니까요.”
강병규의 당당한 말에 브리아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가 그 아홉 명의 동료 중 하나인 모양이구나. ‘모험가’라는 직업을 지닌.”
“그렇습니다.”
다행히 브리아니는 강병규의 이름을 알고 있는 듯했다.
“네가 그 아이와 친구사이라는 것은 알겠다. 허나, 그 사실이 신궁의 침입을 정당화 해주지는 못한다.”
“서우진 님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신궁에서 한 가지 정보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죠.”
요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보?”
브리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우진은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황제의 골칫거리를 몇 번이나 해결했으며, 심지어 바로 얼마 전에는 아들의 복수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용사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희망이기도 했다.
웬만한 정보는 그냥 직접 물어보는 것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보 길드의 주인과 자신의 친구를 신궁에 몰래 잠입시켰다?
“…황제 폐하에 대한 정보인가?”
브리아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신용을 먹고사는 비천한 자인지라.”
“감히 내 앞에서 사실을 숨기겠다는 것이냐?”
설마 이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한 것이다.
“서우진 님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요한의 말에 브리아니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녀는 서우진에게 약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약간의 정보는 풀어야 해.’
아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서우진의 이름을 팔아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어쨌든 브리아니는 황실의 사람이자, 제국의 수호자였으니까.
“서우진 님은 용사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이 세계의 존망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니, 잘 부탁한다고도 하셨죠.”
용사들의 미래와 이 세계의 존망.
대체 그런 것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정보란 무엇일까?
브리아니가 혼란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이냐?”
“제가 보증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우진이에게 확인하셔도 됩니다.”
강병규가 나서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더는 시간 낭비가 불가하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다만 저희에게 남아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대공께선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당당해도 너무 당당하다.
그들을 붙잡아온 브리아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무슨 결정을 말이냐?”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과 함께 물었다.
오히려 저렇게 나오니, 추궁할 마음도 들지 않는 듯했다.
“저희를 도와주실지, 잡아가실지 말입니다.”
강병규의 말에, 브리아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 * *
좁은 주둔지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이지아가 계수지의 100레벨 달성 축하 파티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파티 음식 같은 것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조촐한 간식거리 몇 개만 차려놨을 뿐이었다.
서우진은 신나게 떠드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이내 땅을 박차고는 빠르게 어딘가로 향해 달려갔다.
화아아아악-!
순식간에 주둔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달려간 서우진이 멈춰 섰다.
“오셨습니까?”
그러자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키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전에 만났던 정보 길드의 요원이었다.
“새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까?”
일의 성사에 관계없이, 벌써 소식이 들어왔어야 했다.
정보도 정보였지만, 서우진은 강병규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괜한 부탁을 해서 그가 잘못된 건 아닐지…….
후회마저 들 정도였다.
“별다른 소란이 없는 걸로 봐선, 정체가 발각된 건 아닌 듯합니다.”
강병규와 요한이 신궁에 잡입한 이후로, 정보 길드의 모든 눈과 귀는 그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포착하기 위해 단 1초도 관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감시의 강도를 높였다.
혹여나 잠입이 걸렸을 때를 대비한 작전을 수립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다행히도 별다른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소식이 아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요원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들 역시 요한이 실종되어, 꽤나 난감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해서 부탁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부탁?”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요원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도움 요청.
“신궁으로 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부탁이었다.
변종 마수의 일은 제쳐 놓더라도, 서우진이 직접 신궁으로 가는 건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신의 부탁으로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큰 도움을 주었던 요한과 친구인 강병규의 목숨까지 달려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일지라도, 자신이 직접 가야만 한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됩니까?”
“…그럼 감사하겠지만, 일단 동료 분들께 알리고 오실 시간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죠.”
서우진은 곧장 몸을 돌려, 다시 주둔지를 향해 달려갔다.
떠나올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
주둔지는 여전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서우진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어디 갔다 왔어요? 지금 재밌는 얘기가 있었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는지 다들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에 얘기해 줘.”
서우진은 그런 이지아를 향해 웃으며 말하곤, 계수지와 구동환에게 다가갔다.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금요?”
왠지 심각해 보이는 서우진의 표정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죠.”
구동환이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무슨 일인가요?”
그의 뒤를 따라 나온 계수지가 물었다.
“병규에게 문제가 좀 생긴 모양입니다.”
“…강병규 씨요?”
안 그래도 갑자기 따로 볼일이 있다며 헤어진 지 시간이 좀 흘렀다.
지금까진 서우진이 별말을 하지 않아 굳이 물어보지 않았는데, 문제가 생겼다니?
“위험한 상황입니까?”
구동환이 얼굴을 굳혔다.
“그건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은 확실한 게 없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죠?”
“수도입니다.”
“출발하죠. 지금 파티 같은 걸 할 때가 아니었네요.”
계수지가 당장에라도 주둔지를 떠날 기세로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떠나는 건 저 혼자입니다.”
“네?”
“같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병규는 서우진의 친구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동료이기도 했다.
그가 위험할지도 모른 상황에 처해 있는데, 가만있을 순 없었다.
“다 함께 가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겁니다. 조금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서요.”
서우진 혼자라면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기 용이하다.
하지만 열 명이나 되는 이들이 함께 움직인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크루시엘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지나치게 높았다.
그들의 눈과 귀는 그만큼 밝았으니까.
거기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금 제국에는 아까 마수들이 출몰하고 있어요. 그중에는 아까 싸웠던 변종들도 있죠.”
일반 마수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변종 마수는 다르다.
박태수의 경우만 봐도 충분히 위험성이 증명되었다.
“놈들에게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일반 용사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간, 희생자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다르다.
계수지나 구동환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동료들 역시 변종 마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되었다.
“그러니 이곳에 남아서 다른 사람들을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계수지처럼 100레벨을 찍으면 더욱 좋고.
“하지만…….”
계수지가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강병규의 일을 서우진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를 도와줄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까.”
정보 길드의 요원들이 서우진의 손과 발이 되어줄 것이다.
“마수 토벌도 중요한 일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고요.”
“알겠습니다.”
구동환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100레벨을 달성하려면, 우진 씨를 따라가는 것보단 여기에 남는 게 더 낫겠죠.”
계수지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먼저 100레벨을 달성한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계수지가 노려보자, 구동환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 우진 씨도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그럼 얼른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지. 그래야 전쟁에서도 더 활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계수지가 입술을 삐죽였다.
확실히 머지않은 전쟁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최대한 성장을 해두어야만 했으니까.
“하아- 어쩔 수 없네요. 우진 씨 말대로 하는 수밖에요.”
결국 계수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제가 떠나고 난 뒤에 전해주세요. 괜히 또 붙잡힐 것 같으니.”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지아라면 분명 계속 따라가겠다고 우길 게 뻔했다.
그런 실랑이를 하며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서우진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계수지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잘 얘기해 둘게요. 그러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소식 보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다시 제국의 수도로 향할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