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7)
377화.
제국의 수도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서우진은 기차를 타지 않고 그냥 달렸다.
덕분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차가 아무리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신속’까지 사용한 서우진의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덕분에 정보 길드의 요원은 감히 따라붙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지도 한 장과 함께 작은 동전을 건네주고 낙오해 버렸다.
‘다 왔군.’
저 멀리 웅장하고 거대한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제국의 위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것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은 수호자의 상징이었다.
‘어떻게 할까?’
정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건 쉽다.
제국의 그 누구도 서우진의 방문을 막을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지금부터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것이다.
처음부터 정체를 까고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몰래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성벽을 가늠해 보았다.
대략 50미터 정도의 높이.
매시브 가디언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성벽치고는 엄청난 크기였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그 높이가 아니다.
마르테스와 하늘탑이 직접 설치해 준 수백 종류의 방어마법과 물 샐 틈도 없는 경계병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라 할지라도 숨어들어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방어체계였다.
차라리 강제로 뚫고 들어가는 쪽이 더 쉬울 것 같았다.
서우진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하는 것이고.
‘뭐, 어쩔 수 없나?’
강제로 들어가는 방법은 선택할 수 없었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만 했다.
‘마침 날도 어두워졌으니…….’
‘마왕화’.
서우진의 신형이 순식간에 ‘마왕’의 형태로 변했다.
펄럭-!
세 쌍의 잿빛 날개가 돋아나며, 서우진의 몸을 감싸 안았다.
끝없이 상승하는 혼돈기의 크기를 속으로 만끽하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번뜩-!
섬뜩한 안광이 빛을 발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세 쌍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며 육체를 받쳤고, 그대로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도달한 서우진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굳이 ‘신룡안’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도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마력의 장막이 느껴졌다.
반구 형태의 마력 장막은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사방을 막고 서서 고고히 흘렀다.
“…역시 대단하네.”
마르테스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지금의 서우진으로써도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을 정도였다.
‘인간은 아니겠지.’
설사 본래는 인간이었다 해도, 지금은 그 범주를 넘어선 무언가인 것 같았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자.”
지금은 일단 저 마력 장벽을 뚫고 몰래 잠입을 해야만 했다.
“공중으로 넘어가면 될 줄 알았는데.”
좀 아쉽게 되었다.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았다.
스릉-
보라색의 기운이 은은하게 흐르는 검날을 바라보다, 그대로 던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카 라니엘’은 서우진의 의지를 담은 채, 순식간에 수도의 반대편까지 날아갔다.
“꽂혀라.”
서우진이 서 있는 곳의 정 반대편 성벽에 도달한 ‘카 라니엘’이 멈칫하더니, 그대로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마력 장벽이 출렁였다.
놀랍게도 수도를 보호하던 장벽은 ‘카 라니엘’을 막아냈다.
삐이이이익-!
동시에 성벽이 환해지며, ‘카 라니엘’이 충돌한 지역에 경비 병력들이 몰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처음부터 단번에 뚫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출렁일 정도의 충격만 주면 충분했다.
‘와라.’
장벽과 충돌한 뒤 튕겨져 나간 ‘카 라니엘’이 마치 공간을 이동한 것처럼 서우진의 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충격파가 마력 장벽을 타고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서우진은 충격파가 이쪽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지금이다!’
날개를 펄럭이며 장벽을 향해 날아들었다.
출렁이며 넓게 퍼져가던 마력 장벽의 틈 사이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아주 작은 균열이 만들어졌다.
고작해야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틈새.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스윽-
쉽게 마력 장벽 사이를 통해 수도 내부로 진입했다.
‘얼른 튀자.’
지금 당장은 알아차리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충격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주위로 뻗어나가고 있었으니까.
고작해야 1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흠집 정도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해 낼 테니, 그전에 얼른 몸을 피해야만 했다.
혼돈기로 몸을 뒤덮은 채, 모습을 감추곤 허공을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주변이 소란스러웠기에, 서우진은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가 있었다.
‘좋아, 성공이다.’
서우진은 한적한 골목 사이로 들어가 ‘마왕화’를 해제했다.
수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성공했으니, 이제는 정보 길드의 요원들과 접촉할 순서였다.
품 안에서 낙오된 요원이 주었던 지도를 꺼내 들었다.
“흠…….”
지도 안에는 수도의 형태가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이런 게 만들어졌다는 게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구만.”
보통 이 정도 시대에는 지도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품목이었다.
특히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진 지도라면,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중죄가 될 정도였다.
서우진은 새삼 정보 길드의 능력에 감탄하며,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운이 좋은 건지, 목적지는 지금 서우진이 서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골목길 밖에서는 기사와 병사들이 다급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서우진은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10분쯤 지나고,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평범한 주택가에 지어진 평범한 집이었다.
수도 안에 이와 비슷한 건물이 수백 채는 가뿐히 넘어갈 정도로 흔한 외관.
서우진은 문앞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똑똑-
그러자 안쪽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빠르게 뛰어나왔다.
벌컥-!
“누구… 어?”
놀랍게도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서우진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서우진 씨?”
“오랜만이네요. 여기로 발령받은 겁니까?”
아샨타였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저었다.
“발령을 받은 건 아니고…….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죠.”
주변을 살펴본 아샨타가 서우진을 집안으로 급히 들였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는데. 아, 그럼 지금 이 소란도 당신이 벌인 건가요?”
“몰래 수도로 들어오려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희는 신궁 안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줄 알았거든요.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신궁 내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던 그녀로선 기겁할 만한 일이었다.
혹시나 요한과 강병규가 들켜서 난리가 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을 테니까.
“어쨌든 반가워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저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복도의 끝.
그곳에도 아주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던 것이다.
“지금껏 둘이 함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설마 디아로크가 여기에 있을 줄이야.
집 밖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거대한 마력이, 안으로 들어오자 확연히 감지되었다.
아무래도 서우진이 알지 못하는 마법이 걸려 있는 듯했다.
“어쩌다 보니…….”
아샨타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그 녀석을 따라다니다 보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뿐이다.”
디아로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왔다.
“그래, 그렇다 치자.”
솔직히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다.
“몸은 좀 어때?”
“…좋다.”
디아로크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게, 서우진 덕분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아샨타를 쳐다봤다.
“그래서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회포는 나중에 풀어도 된다.
지금은 신궁 안에 있는 강병규와 요한을 구해내는 것이 시급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샨타 역시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서우진을 건물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십여 명의 요원이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안쪽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어요. 신궁의 경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저희만의 힘으로는 더 이상의 잠입이 불가능하거든요.”
강병규와 요한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 두 사람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겁니까?”
“어제까지는요.”
아샨타의 말에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지금은……?”
“살아 있어요.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존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요.”
그 확신에 찬 음성에, 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신궁 안의 상황을 밖에서 알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확신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데려와요.”
아샨타가 요원 중 한 명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요원은 곧장 방을 나가더니, 잠시 후 누군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는 약에 취하기라도 한 듯, 눈빛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크루시엘의 요원이에요. 7호였나?”
헛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설마 크루시엘을 건드린 겁니까?”
세계 최고의 정보 조직.
오직 황제의 명령만 받는, 무소불위한 권력의 소유자들.
그들의 눈과 귀는 제국을 넘어 대륙 전체에 닿아 있었다.
설마 그런 놈들을 건드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희도 사활이 걸려 있거든요.”
서우진의 황당해하는 표정에 아샨타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튼 크루시엘에서도 요한과 강병규 씨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어요. 그 말은 곧…….”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겁니까?”
“맞아요. 신궁에서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 녀석들이 모를 리가 없으니까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허점도 분명 존재했다.
“정보가 모든 요원에게 전달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밀을 요하는 정보가, 말단의 요원들까지 전달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7호라니까요?”
“그게 무슨…….”
아샨타의 말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크루시엘 요원들의 번호는 직위를 나타내요. 그러니 7호는 크루시엘에서도 7번째로 높은 사람이란 뜻이죠. 최상위급의 간부란 말이에요.”
그런 이가 신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정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저희가 이 정보를 알아내려고 얼마나 애를 쓴 줄 아세요?”
아샨타는 그간의 고생을 떠올렸는지, 치를 떨었다.
“살아 있어요. 요한도, 강병규 씨도.”
그러곤 눈을 빛내며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그 두 사람을 구출하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구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