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
#37화.
마기는 마력이나 정령력, 신성력과는 다른 힘이다.
오직 마왕의 허락하에 뿌리를 내리며, 부정적 사념과 피를 먹고 성장한다.
덕분에 마기를 마주한 생명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정신력과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특히 게랄드 정도 되는 괴물이 뿜어대는 마기는, 견뎌낼 수 있는 자가 대륙을 탈탈 털어도 몇 되지 않는다.
그러니 게랄드는 쓰러져 있는 기사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녀의 가호를 받은 눈앞의 용사들만 대충 처리하면, 오랫동안 공들여온 계획이 완성된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도끼를 드는 게랄드의 뒤로, 서우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
검게 타오르는 ‘오러’.
스킬 ‘흑염’과 ‘오러’의 융합으로 탄생한 기술이었다.
반 슬레인은 이것을 보고, 마치 마왕의 일격 같다고 평했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은 서우진은 뜨끔 했지만,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뜻이었다.
화르르륵-!
검은 불꽃이 공기를 태우며 게랄드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감히!”
서우진이 자신의 마기를 극복하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게랄드가 깜짝 놀라며 도끼를 돌렸다.
콰앙-!
충돌과 동시에 소멸해 버린 백시우의 ‘오러’와는 달랐다.
검은 불꽃은 마치 마기처럼, 찐득거리며 도끼를 타고 올라갔다.
그 모습에 게랄드가 경악하며, 도끼를 집어던졌다.
“네놈은 대체 뭐냐!”
“크윽!”
엄청난 충격이 서우진을 덮쳐 왔다.
간신히 도끼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혈관이 터져 코피가 흘렀다.
마치 폭포처럼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가속’과 ‘폭주’, ‘강격’까지 사용한 서우진의 검은, 게랄드로써도 결코 얕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간 단절.”
서우진과 게랄드 사이에 공간이 끊어졌다.
찌이이이잉-!
검은 단절된 공간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버렸다.
“커흑!”
손에서 시작된 충격이 서우진의 전신을 진탕시켰다.
출혈이 더욱 심해지고, 손에서는 힘이 빠져 결국 검을 놓치고 말았다.
‘젠장…….’
정신이 아득해진다.
‘절대 검을 놓지 말라고 했었는데.’
얼마나 세뇌를 당한 건지, 이 와중에도 반 슬레인이 강조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놈은 도대체 뭐냐?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당장에라도 서우진의 목을 벨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게랄드는 질문을 했다.
강자의 여유인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만큼 중요한 질문인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게랄드는 지금 이쪽을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뒤나 봐라.’
“병신아.”
서우진의 욕설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저딴 놈들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면, 어리석구나.”
다시 한 번 공간이 끊어졌다.
그리고 너무도 허무하게 백시우의 ‘오러’가 사라졌다.
김태진의 ‘인페르노’, 박진한의 ‘거력패기’, 임태은의 ‘숨결’, 성유라의 ‘네메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단절된 공간을 뚫지 못하고 사라졌다.
“제대로 된 각성도 하지 못한 놈들의 공격이 내게 통할 성싶더냐?”
게랄드는 그들을 비웃었다.
그러곤 엘리트 친구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공간 수축.”
다시 한 번 공간을 조종하는 마법이 펼쳐졌다.
‘마법? 마법이 맞나?’
아니다.
저건 마법이라기보단, 권능에 가까웠다.
‘대체 저놈은 뭐기에…….’
게랄드가 가진 의문을 서우진 역시 똑같이 떠올렸다.
공간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성유라와 박진한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턱도 없었다.
“크으윽!”
“어, 어떻게 좀 해봐!”
백시우가 검을 휘둘렀다.
‘검신’답게 강력한 위력의 스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용없었다.
공간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잠시 후면 저 녀석들은 한데 뭉친 핏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X됐네.’
엘리트 친구들이 저 괴물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주의는 분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죽는 건가?’
더는 놈에게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아니, 하나가 남았지.’
아직 단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스킬.
‘나락’.
어떻게 포장해도 ‘검병’의 스킬이라고는 설득할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숨기고만 있을 순 없었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발악이라도 해봐야지.’
서우진이 게랄드를 쳐다봤다.
그러곤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놈의 얼굴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락.”
지옥이 강림했다.
* * *
피오르는 숲속을 빠르게 가로지르면서 이를 악물었다.
‘게랄드라니!’
마왕의 추종자들 중 가장 큰 악명을 지닌 괴물이 하필이면 자신의 왕국 근처에 발견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당연히 왕국에선 기사단을 소집해 급파했다.
솔직히 두려움이 앞섰다.
게랄드의 공간을 조종하는 권능은 기사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힘이었으니까.
놈이 손을 한 번 오므리면 수백에 달하는 병사들이 몰살당하곤 했다.
저주받은 힘인 마기까지 두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초인이 아니라면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피오르는 걱정하지 않았다.
흘깃-
옆에서 그와 함께 나란히 달리고 있는 백발의 노인을 바라봤다.
“얼마나 걸리겠느냐?”
“거의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10분 정도면 용사들이 토벌을 실행하고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오르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최상급 기사이자 한 기사단의 단장인 그가 이토록 어려워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검공,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흰소리 하지 말고 안내나 잘하거라.”
검공이라 불린 노인은 혀를 차며 걸음을 재촉했다.
‘저분이 근처에 계셔서 다행이야.’
제국이 자랑하는 다섯 초인 중 하나.
검공 다리엘.
검의 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존재였다.
타국에도 검으로 유명한 초인들이 몇 있지만, 피오르는 다리엘이 진정한 검의 제왕이라 여겼다.
그런 다리엘과 함께하니, 제아무리 게랄드라 할지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저쪽입니다.”
제국 쪽에서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게랄드가 나타날 만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런데 다리엘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아니, 이쪽이다.”
그는 피오르가 가리킨 방향의 정확히 반대쪽을 바라봤다.
“예? 하지만 정보에는…….”
“저 더러운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냐? 많이도 몰려왔구나.”
게랄드뿐만이 아니었다.
놈이 부리는 다크 엘프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고생깨나 하겠군.”
다리엘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가 아직 검공의 칭호를 얻기 전의 시대.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리엘은 게랄드와 한번 붙은 적이 있었다.
상황은 지금과 비슷했다.
제국령 내에서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하고 토벌하기 위해 간 장소에서, 놈을 마주했다.
그날 제국의 기사단 두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다리엘 역시 큰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놈의 배때기에 큼지막한 칼침을 한방 놓아주긴 했다.
양패구상.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게랄드가 조금 우세했다.
만약 지원이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다리엘은 아마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게랄드는 그 정도로 강했다.
그럼에도 다리엘은 자신이 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30년간 그는 눈부신 성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진화라 불려도 될 정도로.
당시의 다리엘과 지금의 다리엘은 전혀 다른 존재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게랄드 역시 그때보다 더 강해졌을 것이다.
수많은 몬스터와 다크 엘프까지 있으니,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리엘은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망할 다크 엘프 놈의 목을 쳐버릴 수 있을 것이란 자신.
“기사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다리엘이 피오르에게 말을 건넬 때였다.
쿠구구구구-!
땅이 진동했다.
아니, 세계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졌던 게랄드의 마기와는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마기? 아니, 이건…….”
언뜻 마기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뭔가 달랐다.
그보다 깊고, 어두우며, 무겁다.
마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운이다.
“먼저 가겠다.”
앞쪽에서 그의 상식을 벗어난,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다리엘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거, 검공! 잠시만!”
피오르가 그런 다리엘을 말려보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전력을 다해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가는 중이었다.
‘불안하다.’
다리엘은 가까워질수록 점점 강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불쾌감? 아니다.
마기 특유의 그 끈적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편한 기운도 아니었다.
지금 다리엘이 느끼고 있는 것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위압감.’
허허- 하고 웃었다.
100년이 다 되어가는 삶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게랄드에게 죽을 뻔했던 때에도 위압감 따위는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상대의 검도 아니고 고작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 따위가 자신을 이렇게 위축시킬 줄이야.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이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대체 그 누가 이런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 용사 같은 건 잊힌 지 오래였다.
‘설마 게랄드인가?’
자신이 달라졌듯, 놈도 달라진 건 아닐까?
만약 그런 거라면, 오늘의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득보단 실이 많은 하루가 될 수도 있겠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더욱 강해졌다.
결국 다리엘은 육체에 마력을 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선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한 다리엘은 그야말로 눈이 부신 속도로 숲을 관통했다.
나무 따위는 그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콰과곽-!
검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모두 부수며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저게 뭐란 말이냐!”
그의 눈앞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문자 그대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