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0)
380화.
“그러니까…….”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브리아니 님께 들켰다?”
“그래.”
“그렇습니다.”
강병규와 요한이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히려 도와주시기로 했고?”
질문은 두 사람에게 한 것이지만, 시선은 브리아니에게 향했다.
“맞아.”
이번엔 브리아니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서우진이 살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말이지. 첫 번째는 네가 부탁을 한 것이기 때문이고.”
잠시 말을 끊은 그녀가 손을 뻗어 서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번째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순진함이 가득 묻어 있는 미소였다.
‘쩝…….’
그 표정을 본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브리아니의 말이 거짓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는 서우진에게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었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어쨌든 브리아니는 황실의 핏줄이 이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제국을 수호하는 날개 중 하나.
‘곤란하게 됐군.’
서우진이 알아내려고 하는 정보는, 제국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권력자들이 감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일에 브리아니도 연루되어 있다면?
그래서 강병규와 요한을 도와주는 것도 사실은 그 정보를 감추기 위한 함정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야.’
브리아니를 믿고 싶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일단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강병규와 요한을 붙잡아 제국에 넘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까지 살려둔 것에 대해서.
“감사는 무슨. 네 친구면 내 친구이기도 해.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되잖니?”
브리아니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니까요.”
마주 웃어준 서우진이, 이번엔 요한을 쳐다봤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그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던 이 장소는, 평범하게 생긴 방이었다.
황실의 시종 중 한 명이 사용하던 곳인지, 소박한 가구 몇 개와 단출한 짐이 전부인 방.
아무리 봐도 정보를 감춰둘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병규와 요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이 너머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
대답은 강병규에게 들려왔다.
“…이 너머?”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가리킨 벽면에는 창문이 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당연히 벽 너머엔 바깥일 텐데?
“마법입니다. 그것도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초고위급 마법.”
요한이 설명을 덧붙였다.
“일종의 공간 확장 마법인 듯한데, 이만큼 정교하고 거대한 건 아마 하늘탑에만 존재할 겁니다.”
그 말에 서우진이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지금껏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장소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느껴졌다.
“으음…….”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는 왜 몰랐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경이로운 마력이었다.
그리고 그 아득한 힘은 강병규가 가리킨 벽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뭐가 있긴 하네.”
“느껴지니?”
브리아니가 슬쩍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네. 대단하네요.”
“그치? 나도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설마 신궁 내에 이런 장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 뭐니?”
그녀는 정말 놀랐다는 듯,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벽면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정말 모르는 걸까?’
서우진은 그런 브리아니를 잠시 쳐다보다, 시선을 돌리곤 요한에게 물었다.
“이 안에 있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난 며칠간 신궁 내부를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원하는 것은 찾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비고와 같은 곳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원하는 정보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거긴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지, 비밀을 감추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서우진 님이 바라는 것은 이 안에 있을 겁니다. 만약 없다면…….”
강병규와 요한이 직접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찾지 못했다?
그럼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곧,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봐도 무방할 겁니다.”
요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
서우진은 이 너머에 숨겨진 공간에도 자신이 찾는 정보가 없길 바랐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거든?”
그때, 브리아니가 서우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그 알고 싶은 게 뭔지 가르쳐 줄 수 있니? 저 녀석들은 죽어도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조금은 무거운 음성.
“오해는 하지 마. 절대로 비밀을 발설할 생각이 없어. 난 누가 뭐래도 네 편이니까.”
믿어달라는 듯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말을 할 순 없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들어가서 확인해 보고요. 그다음에 말씀드릴게요.”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브리아니는 살짝 섭섭한 기색을 내비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조금 슬프긴 하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겠지.”
다행히 그녀는 더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대신 꼭 말해줘야 해? 나중 가서 딴말하기 없기다?”
“그렇게 할게요.”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하자,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그때, 요한이 끼어들며 말했다.
“문제요?”
“그렇습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벽면을 어루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만한 마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마법이다.
쉽게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게 이런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물건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요한이 직접 사용할 정도의 물건이라면, 꽤나 성능이 좋은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통하질 않았다.
“너는? 네 스킬로도 힘들까?”
서우진이 강병규에게 물었다.
그의 직업은 ‘모험가’.
당연히 함정이나 마법을 해제하는 종류의 스킬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지금까진 딱히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서우진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강병규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못 풀어. 얼마나 단단히 잠겨 있는지, 엄두도 못 내겠더라. 한, 130레벨쯤은 돼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130레벨이라니…….
현재 서우진과 동급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직 90레벨 중반대인 강병규로선 너무도 먼 이야기다.
“불가능하다는 뜻이네.”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 가장 의심되는 장소를 찾았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니.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몇 가지가 있긴 합니다.”
요한은 벽면을 어루만지던 손을 떼고는 서우진을 쳐다봤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 마법을 사용한 시전자를 찾아서 부탁이든, 협박이든 하는 것입니다.”
기각이다.
이만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서우진이 알기론 한 명밖에 없었다.
‘나보고 마공을 협박하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왕화’를 한다면 모를까, 그 상황까지 되면 이미 제국과 하늘탑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우진의 떨떠름한 표정을 본 요한이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번째는 이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해제하라 시키는 것이죠.”
“그게 누굽니까?”
“황제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요?”
두 번째도 터무니없긴 마찬가지였다.
“사실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세 번째밖에 없긴 합니다.”
“끄응, 그래서 뭡니까?”
“간단합니다. 더 강력한 힘을 사용해 강제로 개방하는 것이죠.”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방법이었다.
혹시나 다른 방도가 있는지 기대했건만, 역시나 없었다.
“본래는 대공께 부탁드리려고 했습니다만.”
그 말에 서우진이 브리아니를 쳐다봤다.
“근데 내 힘으로는 안 되겠더라고.”
히이- 웃으며 말한다.
설마 그녀의 힘으로도 불가능할 정도란 말인가?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다행히 네가 온 거고.”
강병규가 서우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친구가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엄청난 마법이긴 했지만, 파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아 보였다.
조금 무리를 하면 쉽게 마법을 해제하고 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부수면 됩니까?”
서우진이 요한을 향해 물었다.
“그냥 열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되겠지만, 중요한 건 또 있지 않습니까?”
은밀함.
마법을 깨트렸다는 사실을 신궁 전체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하게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으음…….”
가능할까?
애초에 이 마법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공격을 가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혼돈기가 필요했다.
신궁 한복판에서 그만한 기운이 터져 나오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그건 어떻게든 숨길 수 있다 해도, 마법이 파괴될 때의 충격은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럼 역시 황제를 납치해 와야…….”
강병규가 옆에서 말 같지도 소리를 하려는데, 브리아니가 끼어들었다.
“소음은 내가 처리해 줄 수 있어.”
“…예?”
“마법이 파괴될 때 나는 소음 정도는 차단해 줄 수 있단다.”
브리아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 아!”
그러고 보니, 그녀에게는 공간을 조종할 수 있는 이능이 있었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흐르니까, 그것만 차단하면 간단히 막을 수 있어.”
확실히 그랬다.
어쩌면 기운과 충격까지 모두 감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완전히 차단하는 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주 잠깐의 시간이면 됩니다.”
요한이 말을 거들었다.
“원하는 정보가 안에 있다면, 10초 안에 찾을 수 있습니다.”
“확실합니까?”
“이래 봬도 정보로 먹고사는 놈이지 않습니까?”
확신하는 표정을 보니, 허세는 아닌 듯했다.
‘10초라…….’
서우진은 계산을 해봤다.
정보를 찾고, 수습하고, 자리를 벗어나는 것까지.
‘아무리 빨라도 30초는 걸릴 테고.’
현재 신궁 안에는 권공과 암공이 있다.
본래라면 서우진이 힘을 끌어올리자마자 그들이 눈치채고 달려올 것이다.
하지만 브리아니의 이능으로 최대한 감출 수 있다면?
“아슬아슬한데.”
계산을 마친 서우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계산대로 진행된다면, 정말 0.1초의 차이로 일의 성패가 좌우될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더 지체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요한이 말하자, 서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봅시다. 어떻게든 되겠지.”
서우진은 마법을 강제로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