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브리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의 이능을 사용했다.
‘마력과는 달라.’
이전에 봤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브리아니의 이능은, 마력을 활용한 능력 중 하나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후에 리나르를 봤을 때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긴 했지만…….
초극의 경지.
100레벨을 돌파한 뒤에 다시 본 브리아니의 이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마법도 아니고, 스킬도 아니야. 그렇다고 오러를 이용한 기술도 아니지.’
차라리 초능력이라고 불리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브리아니의 이능은 순식간에 방 내부를 뒤덮었다.
‘…단절됐어.’
서우진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공간이, 바깥과 완전히 단절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됐다. 이젠 웬만한 소리나 충격은 밖에서 알아차리지 못할 거야.”
브리아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공간의 단절은 꽤나 단단해 보였다.
‘이 정도면 되겠다.’
물론 완벽히 막아낼 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뚫어야 할 마법이 너무도 강력했으니까.
그 후폭풍을 견뎌낼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잠깐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겠지.’
이미 계산을 끝낸 부분이다.
서우진은 심호흡하며 ‘카 라니엘’을 뽑아 들었다.
스르르릉-
보랏빛 기운이 맴도는 흑색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우진은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우웅-
“우리는 좀 물러서는 게 좋겠다.”
서우진에게서 느껴지는 가공할 기운에, 브리아니가 다른 두 사람을 붙잡고 떨어졌다.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강병규와 요한이 버텨내기엔 너무도 거대했던 탓이다.
드드드드드드드-!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서우진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 방안의 집기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엄청난 혼돈기를 끌어모았지만,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진짜 엄청나네.’
벽에 걸려 있는 마법은 서우진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역시 마공이 직접 설치한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괴물 같은 마법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혼돈기를 끌어모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미간에 땀 한 방울이 맺혀 또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할 때쯤.
‘됐다.’
마법을 구성하고 있는 마력과 자신의 혼돈기를 비교해 본 서우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 정도면 완벽한 파괴는 힘들겠지만, 사람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틈 정도는 충분히 만들고 남을 것이다.
‘‘광폭’, ‘지고화’, ‘염라천검’.’
세 가지 스킬을 동시에 시전했다.
응축될 대로 된 혼돈기가 폭발하듯 마력 회로를 타고 흐르며, 스킬이 발동됐다.
‘카 라니엘’이 완벽한 일직선을 그리며, 허공을 유영했다.
이전에 반 슬레인에게 배웠던, 마기의 장벽을 베어냈던 때와 동일한 검술이었다.
스가아아아아아악-!
‘카 라니엘’의 날카로운 검날은 거대하고, 압도적인 마력의 그물을 천천히 끊어냈다.
투둑- 투두둑-!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성긴 마력이 너무도 쉽게 베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했다.
마법을 이루고 있던 축의 일부분이 붕괴되며, 마력이 터져 나온 것이다.
“지금!”
서우진이 소리쳤다.
그러자 브리아니가 요한의 목덜미를 잡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벽의 모습을 하고 있던 곳 너머에, 거대한 창고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 확장 마법?’
안쪽을 본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이건 그딴 게 아니야.’
단순히 좁쌀만 한 공간을 넓게 펼쳐 낸 수준이 아니다.
아예 새로운 차원을 창조해 낸 것 같았다.
‘미친…….’
서우진은 새삼 마르테스의 힘에 경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넋 놓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간 브리아니의 뒤를 쫓았다.
‘시간이 없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20초 남짓.
그사이에 원하는 정보를 찾아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이쪽입니다!”
요한이 오른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를 잡고 있던 브리아니가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전환하더니,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이겁니다!”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요한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수많은 물건 사이에서 서류더미를 찾아 뽑아 들었다.
“돌아가죠!”
창고 안에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강력한 마력이 깃든 것도 있었고, 막대한 신성력이 느껴지는 것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눈을 팔 틈이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 정도밖에 없었으니까.
쩌어어억-!
브리아니가 펼친 공간 단절이 찢어지고 있었다.
그 틈 사이로, 강대한 마력이 밀려들었다.
‘걸렸군.’
익숙한 마력이었다.
한없이 어둡고, 무거우며, 날카로운 기운.
‘암공 스트레인.’
그가 그림자를 타고 이 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권공도 오고 있고.’
얼마 전 서우진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한 권공 카론도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착하기까지는 정말 찰나의 시간밖에 남질 않았다.
두 존재가 도착하면, 정체를 들키지 않고 도망가는 건 불가능하다.
브리아니와 요한이 벽 밖으로 나오자, 스트레인이 그야말로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쯧.’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았다.
스트레인은 그림자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지금 도망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힐 게 분명했다.
‘쯧.’
서우진은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렸다.
“먼저 가세요.”
브리아니에게 말했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가까워지는 두 수호자의 마력을 느낀 듯 서우진을 스쳐 지나갔다.
“조심하렴.”
걱정 섞인 음성이 바람처럼 흩어지며, 브리아니와 강병규, 요한이 사라졌다.
“후우-”
서우진은 작게 숨을 내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쩌억-!
잿빛 오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목표는 둘.
스트레인과 카론이었다.
‘여기서 걸릴 순 없어.’
그랬다간 단순히 추궁당하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요한이 들고 간 서류더미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더더욱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지척에 다다른 저 두 존재는 강림 전쟁에서 막대한 전력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저 둘을 죽이는 건, 하책 중에서도 최하책이었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지.’
이 근처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상을 입히는 것.
그것도 당분간은 운신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상을 말이다.
‘가능할까?’
‘마왕화’를 하지 않고,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 두 명에게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히는 것이?
‘해봐야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해내야만 했다.
서우진은 정신을 집중하고, 혼돈기를 ‘카 라니엘’에 몽땅 때려 부었다.
마법을 파괴하느라 소모된 양이 너무 많았기에,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콰과과과과광-!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그제야 도달한 참격을 튕겨낸 두 사람의 노호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은 빠르게 뒤로 몸을 날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아직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스킬.
그리고 저 둘에게 충분히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위력을 지닌 스킬.
‘이거면 안 걸리겠지.’
‘염라십이천공검’.
서우진이 자주 사용하는 스킬들의 장점을 모두 뽑아낸 것이었으니, 그 위력만큼은 확실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피보다 진한 붉은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 * *
브리아니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야말로 눈 한 번 깜빡이는 사이, 그녀는 이미 신궁을 벗어난 상태였다.
“…미쳤네.”
자신을 발견하고 따라붙는 경계병들에겐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그녀가 쳐다보고 있는 건, 방금 전에 일어난 폭발이었다.
마왕이 아니라면 절대 파괴할 수 없을 것이라던, 신궁의 일부가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모래로 지은 성처럼, 아예 가루가 되어 소멸되는 신궁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말이 안 나오네요.”
강병규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요한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파괴력도 그렇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둘의 충격도 브리아니가 느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체 언제 저렇게 성장한 것일까?’
서우진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볼 때마다 경악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본 서우진은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아니, 나보다 강해.’
확신할 수 있었다.
서우진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
사실 그건 벽에 걸린 마법을 파괴할 때도 느꼈다.
브리아니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서우진은 해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일어난 폭발은, 그때 느꼈던 충격보다 더욱 컸다.
“설마 다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강병규가 헛웃음을 지으며 농담했지만, 브리아니는 웃을 수가 없었다.
정말 그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라면 견뎌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붉은색의 폭발을 보며 생각해 봤다.
결론은 불가.
‘나는 못 견뎌.’
1초도 채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모든 마력과 이능을 다 사용해도 변하는 건 없을 듯했다.
‘그럼 암공과 권공은?’
그 두 존재는 확실히 브리아니보다 강했다.
‘모르겠네.’
그녀의 능력으로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하아-”
브리아니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하긴 했지만, 신궁을 수호하던 이들이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 멈춰서 구경을 하다간, 정체가 발각되고 말 것이다.
‘무사히 돌아오렴.’
서우진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려면 몸 성히 다치지 않고 빠져나와야만 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저 폭발을 일으킨 능력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로 가면 될까?”
브리아니가 땅을 박차고 질주하며 물었다.
“저희 길드의 안가로 가시죠.”
요한은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로 가서 숨는다면, 저들은 결코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어디로 가면 되니?”
“왼쪽 골목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브리아니의 물음에 요한이 대답했다.
“얼마나 걸릴까?”
“대공의 걸음이라면 1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입니다.”
“그래?”
브리아니의 눈이 반짝였다.
설마 신궁 주변에 그러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크루시엘도 많이 죽었네.”
자기 집의 앞마당 상황도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왠지 아그나를 만나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일단 가자. 거기서 기다리다 보면 그 아이가 찾아오겠지.”
세 사람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신궁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