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2)
382화.
목구멍에서 피가 울컥 치솟았다.
“퉤-!”
비릿한 혈향을 맡으니 잠시 아득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장기가 상한 모양인데.’
바닥까지 끌어모은 혼돈기로 스킬을 사용한 까닭에, 폭발의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됐지?’
‘염라십이천공검’의 위력은 서우진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스킬의 시전자인 서우진조차 폭발의 영향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내상을 입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위력이라면 스트레인과 카론의 발을 묶기엔 충분했다.
‘그래도 방심할 순 없지.’
서우진은 몸을 일으키며 주변으로 기감을 퍼트렸다.
도저히 ‘신룡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직 본신의 감각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다행히 주변에서 두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진 않았다.
‘막아낸 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름답기 그지없었던 신궁의 일부분이 완전히 붕괴되어 폐허로 변해 있었다.
폭발에 휘말린 이들은 없는 듯했다.
‘하늘이 도왔네.’
예상을 넘어선 폭발 범위 탓에 애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조짐은 없었다.
하지만 안심을 할 순 없었다.
주변에서 수많은 이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서 튀어야 하는데.’
서우진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몸을 똑바로 일으켰다.
가장 문제가 되는 두 사람이 다시 추격을 시작하기 전에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잠깐 정신을 잃었던 탓인지, 방향감각이 돌아오질 않았다.
서우진은 눈을 끔뻑이며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가늠했다.
‘이쪽이군.’
폐허 사이로 높이 솟아 있는 신궁의 벽이 보였다.
“…뚫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평소였다면 숨 쉬는 것보다 쉽게 넘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한 줌의 혼돈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상태로 저 높은 성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하나?’
이 몸으로 성벽을 뚫는 것은 힘들어 보였으니, 다른 경로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머리가 굴러가질 않았다.
아직 정신이 온전히 뚜렷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눈을 굴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이건?”
서우진의 눈이 커진다.
그러곤 미소가 지어졌다.
“이걸 잊고 있었네.”
지금까진 딱히 쓸 일이 없었기에,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던 물건.
“마테아의 광명.”
마치 레벨 업을 할 때처럼, 숨만 붙어 있다면 완벽한 치유를 해줄 수 있는 성물이었다.
이것으로 죽기 일보직전이었던 디아로크까지 살려내지 않았던가?
지금의 서우진의 상태 정도는 훨씬 쉽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마테아의 광명’을 사용했다.
화아아아아악-!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서우진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신성력.’
몇 번이나 느껴본 신성한 기운이었다.
동시에 텅텅 비어버렸던 혼돈기가 빠르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좋네.”
피까지 토할 정도로 심각했던 내상 역시 순식간에 치유되었다.
이 정도면 신궁에 들어오기 전보다 훨씬 좋은 상태로 돌아간 것 같았다.
“후우-”
심호흡한 서우진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신룡안’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하지 않은 범위로 기감이 퍼져 나갔다.
그러자 스트레인과 카론의 마력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살아 있군.’
마력 자체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의도했던 것처럼 부상을 입은 것인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서우진은 곧장 땅을 박찼다.
콰아앙-!
폐허가 된 신궁이 다시 한번 뒤집어지며, 서우진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아올랐다.
“저기다!”
“놓치지 마라!”
아래에서 백은기사단 소속의 상급 기사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물론 그들의 힘으로 서우진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생들 좀 하세요.’
속으로 미안함을 담아 말한 뒤, 성벽을 뛰어넘었다.
화악-!
신궁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이 잠깐 움직임을 방해했지만, 서우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낼 순 없었다.
눈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서우진은 수도의 경계에 도달했다.
‘숨자.’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로 가득차 있었다.
수도의 성벽에 설치된 마법이 돌파된 것도 부족해, 신궁마저 공격을 받았으니까.
당연히 모든 기사와 병사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샅샅이 뒤질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그들의 시선을 피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잘된 것 같지?’
중간 중간 위험했던 순간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벗어나긴 했다.
그 과정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뭐, 상관없지.’
중요한 건 들키지 않고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사실이니까.
서우진은 소란스러운 주변의 소음을 무시하고는 다시 한번 ‘신룡안’을 펼쳤다.
먼저 빠져나간 이들의 위치를 찾기 위함이었다.
“음?”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브리아니와 강병규, 요한의 위치는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특징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을 향해 곧장 이동할 수가 없었다.
‘뭐지, 이놈들은?’
이 주변으로 일단의 무리가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수는 무려 백오십.
은밀하고, 조용한 움직임이다.
마치 비밀조직 같은…….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크루시엘인가?’
아무래도 놈들의 실력을 얕본 모양이었다.
그토록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이렇게 꼬리가 잡힌 것을 보면 말이다.
‘자기 집 안방이라 이거지?’
백오십 명의 크루시엘 요원은 느리지만 촘촘하게 서우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거 곤란하게 됐네.’
솔직히 저들을 따돌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저들이 이런 추격의 전문가들이긴 했지만, 서우진의 힘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쉽사리 움직이질 못했다.
크루시엘의 요원 뒤로, 하나의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느껴보았던 마력이었다.
거대하고 예리한 검을 보는 듯한 느낌.
‘…검공.’
신궁에 없다 했더니, 바깥에 나와 있던 모양이다.
그러다 도주하는 서우진을 발견하고는 크루시엘과 함께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고.
‘어떻게 할까?’
다리엘은 강하다.
암습이 아닌 정면으로 싸운다면, 암공 스트레인보다도 강할 것이다.
‘물론 내가 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쉽사리 상대할 상대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충돌해 봐야 서우진의 정체만 탄로날 뿐, 얻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역시 도망을 가야겠는데.’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크루시엘의 포위망은 빈틈이 없었고, 그 뒤를 다리엘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저 포위망을 뚫으려면, 어떻게든 얼굴이 노출될 수밖에 없을 듯했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서우진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마테아의 광명’처럼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없었다.
굳이 정체를 가린다면 ‘루덴 가르도’가 있긴 했지만…….
‘모를 리가 없지.’
다리엘은 제국의 수호자다.
그런 이가 저주받을 마갑, ‘루덴 가르도’가 서우진에게 하사되었단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결국은 그냥 도망을 쳐야 한다는 건데.’
대체 어떻게 해야 이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어?”
그때, 서우진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이건 또 뭐지?”
포위망이 뚫린다.
물 샐 틈 없이 촘촘하던 포위망이 빠르게 무너지며,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우진은 다급히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러곤 헛웃음을 터트렸다.
누군가 크루시엘의 요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서른 명 정도.
실력도 크루시엘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습의 묘를 살려, 단숨에 치고 빠지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포위망이 출렁이며, 빈틈이 생겼다.
‘정보 길드구나!’
저들은 요한이 이끄는 길드의 요원들이 틀림없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서우진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것 같았다.
좁은 골목길, 지붕 아래, 그림자 사이.
비밀요원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리엘 역시 그것을 느낀 듯했다.
느긋하던 그의 움직임이 갑자기 돌변했으니까.
콰과과과과과-!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며 빠르게 이쪽으로 쇄도했다.
놀라울 정도로 저돌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 잠깐 사이, 포위망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으니까.
‘먼저 갑니다.’
서우진은 다리엘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준 뒤, 몸을 날렸다.
쿠우웅-!
다리엘이 따라오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포위망을 벗어났다.
뒤늦게 크루시엘이 쫓으려 했지만,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보 길드의 요원들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서걱- 푸욱-!
단검이 피부를 뚫고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열 명에 달하는 크루시엘 요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비명은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싸움이었다.
서우진은 요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빠르게 움직였다.
목적지는 브리아니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
“이노옴!”
저 멀리서 분노한 다리엘의 외침이 들려왔다.
물론 서우진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음에 봅시다.’
속으로 인사를 건넸을 뿐.
그렇게 서우진은 브리아니와 강병규, 요한이 기다리고 있는 정보 길드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 * *
“후우우-”
아일린은 호흡을 조절했다.
그녀의 검에는 변종 마수가 흘린 붉은 핏물이 눌어붙어 있었다.
“휘유, 이제 저놈이 마지막이네요.”
옆에 있던 박혜경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방금 전 그들이 사냥한 변종 마수의 수는 무려 마흔 마리.
아일린 혼자서라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수였다.
하지만 박혜경을 비롯한 다른 용사들의 힘은, 놈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양보해 드려요?”
박혜경이 물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아일린은 그것을 사양했다.
자신이 용사들처럼 사냥하면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용사들이 놈들을 잡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좋아요, 그럼…….”
박혜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뒤에서 거대한 화살을 뽑아 들었다.
“내가 잡을게요.”
콰아아아아앙-!
화살을 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폭음과 함께, 마지막 남은 변종 마수가 터져 나갔다.
“음… 아직 경험치가 모자란가?”
박혜경이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냥을 끝내면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 듯했다.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금세 털어내고는 활을 등뒤에 걸었다.
“다들 주변 정리하고! 얼른 이동하자!”
“네, 언니!”
“알겠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들의 리더를 맡고 있는 박혜경은 정리를 돕는 대신, 아일린에게 다가왔다.
“이제 거의 도착했네요.”
“…확실한 겁니까?”
그녀의 말에 아일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마도요? 저도 들은 거라 확신할 순 없지만요.”
대답과는 달리, 박혜경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 얼마나 강해졌는지 어서 확인해 보고 싶네요.”
씨익- 웃어 보인 박혜경이 말을 이었다.
“서우진 씨, 많이 강해졌겠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