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박혜경은 A급 용사다.
직업은 ‘인크레더블 아처’.
궁사인 만큼 당연히 활을 주무기로 썼고, 스킬들 역시 대부분 활쏘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눈이 꽤 좋아요.”
박혜경이 자신의 눈 옆을 톡톡- 치며 말했다.
“이게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패시브 스킬인 ‘이글아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쪽을 흘깃- 쳐다본다.
“이렇게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10킬로미터 밖의 개미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정도죠. 물론 시야가 뻥- 트여 있어야 하겠지만요.”
경악스러운 시력이었다.
아일린은 순수하게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그녀가 만나봤던 용사들 중 가장 좋은 눈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서우진이나 강병규도 탐색에는 일가견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기감이나 스킬에 의한 것이니, 순수한 시력은 박혜경이 훨씬 뛰어난 듯했다.
“다른 분들은…….”
“아, 저 녀석들은 신경 안 써도 돼요.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놈들이니까.”
“언니!”
박혜경의 장난기 섞인 말투에 키가 작은 여자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왜? 뭐? 꼬우면 너도 A급 하던가.”
오히려 가슴을 쭉- 내밀며 놀리듯 말하자, 다들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딱히 반발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의 말대로 다른 용사들은 모두 C급에 불과했다.
박혜경과는 그야말로 천지차이.
지금에 이르러선 거의 그녀에게 버스를 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얄밉긴 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대충 설명해 주자면, 왼쪽부터 ‘하이 위저드’, ‘포레스트 레인저’, ‘불굴의 기사’, ‘드루이드’예요. 등급은 알다시피 몽땅 C고.”
“다시 인사드려요.”
“반갑습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것만 봐도 저들의 성정이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함께했음에도, 처음으로 저들에 대한 소개를 들은 아일린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시온의 기사, 아일린입니다.”
그림에 그린 듯한 기사의 예법.
너무도 잘 어울리면서도, 고귀한 모습에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넋 놓기는.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다시 이동하죠.”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박혜경이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하고는 말했다.
“아, 네!”
“정찰 좀 다녀올게요.”
자신들의 추태를 깨달은 이들이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도망을 갔다.
“하여간 철이 없어, 철이.”
박혜경이 혀를 찼다.
“그런데 성함은 가르쳐 주지 않으셨습니다만.”
“이름은 됐어요. 어차피 친하게 지낼 일도 별로 없을 거고.”
아일린이 슬쩍- 물어봤지만, 박혜경은 고개를 저었다.
“친하게 지낼 일이 없다면?”
“우린 서우진 씨한테 한 가지만 확인하고 돌아갈 거예요.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 주둔지를 오래 비워둘 순 없으니까.”
그 말에 아일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저 때문에 길을 나선 것이라면…….”
“아, 겸사겸사요. 딱히 당신을 위해서만은 아니고. 방금 말했다시피 서우진 씨한테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 거니까, 부담은 갖지 마요.”
박혜경이 신경쓰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제 거의 도착했을 거예요. 정확한 건 레인저 녀석이 돌아와 봐야 알겠지만, 한두 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을 걸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찰을 떠났던 ‘포레스트 레인저’가 돌아오자마자 한 말이다.
박혜경이 아일린에게 ‘내 말이 맞죠?’라는 뜻이 담긴 눈빛을 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서두르자. 일을 얼른 끝내고 돌아가 봐야 해.”
“그래도 오랜만에 외출인데, 조금 구경도 하고 그러면 안 될까요?”
‘포레스트 레인저’가 슬며시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박혜경의 미간이 일그러지는 걸 본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죠? 그쵸, 안 되죠. 빨리 돌아가야 되는데, 구경은 무슨.”
“알면 입 다물고 길잡이나 해.”
“넵! 알겠습니다!”
경례까지 하며 몸을 돌렸다.
“하여간 풀어주면 한없이 풀어지려고 한다니까.”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아일린은 그녀가 이해되었다.
어쨌든 그녀도 군율과 기강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사 아니었던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 아일린은 ‘포레스트 레인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리나르의 고향에 들를 생각이었다.
중간에 변종 마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럼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서우진과 재회하지 못했을 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변종 마수에게 죽을 뻔한 일은 분명 불운한 일이었다.
하지만 목숨을 건졌고, 서우진까지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었으니…….
‘좋게 생각하자.’
아일린은 자신의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섯 명, 아니, 몸을 숨기고 있는 리나르까지 일곱 명은 빠르게 평야를 달렸다.
* * *
“왼쪽 견제!”
투타타타타타타타타-!
계수지의 외침과 동시에 미니건이 마력탄을 쏟아부었다.
변종 마수 한 마리가 총탄 세례를 온몸으로 받았다.
그아아아아아아아-!
피와 살점이 튀기고, 놈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꽤 심각한 부상.
하지만 아쉽게도 숨통을 끊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
“익스플로시브 펀치!”
콰아아아앙-!
결국 놈의 상반신을 터트리며 전투를 끝낸 것은 이지아의 주먹이었다.
“휴우-”
이지아가 심호흡하며 몸에 묻은 변종 마수의 잔해를 털어냈다.
“으, 찝찝해요.”
근접 딜러다 보니, 전투의 흔적이 전신에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면 바로 씻어야겠네.”
그것은 계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지아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변종 마수의 잔해로 뒤덮인 상태였다.
직접 꺾고, 부수며, 터트리는 전투 방식을 해야 하는 ‘싸울아비’였기에 더욱 심했다.
“우진 씨는 훨씬 깔끔하게 전투를 하던데…….”
괜한 곳에서 실력의 격차를 실감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치사하게 검을 쓰잖아요. 우리랑은 상황이 다르죠.”
이지아가 히이- 웃으며 말했다.
피가 묻은 앞니가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 그렇지. 우리는 맨몸으로 싸우니까.”
계수지는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려다, 자신의 상태도 엉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만두며 말했다.
“아무튼 고생했어. 다혜도 고생 많았어.”
“수고요.”
후방에서 견제를 톡톡히 해낸 김다혜가 고개를 까딱- 숙였다.
만약 그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싸움은 훨씬 길어졌을 것이다.
“이만 돌아가요. 얼른 씻고 싶은데.”
“그전에…….”
계수지가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일단 다른 사람들도 좀 도와주고 가자. 아직 전투가 안 끝난 것 같으니까.”
“아, 좋아요. 다 같이 돌아가요!”
“좋음요.”
이지아와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은 총 세 개의 팀으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계수지, 이지아, 김다혜의 1팀.
구동환, 진태성, 박민성의 2팀.
박태수, 유홍설, 김우람, 그리고 C급 용사들이 합쳐진 3팀.
3팀이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수가 많아 나름대로 균형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역시 좀 힘겨운 듯했다.
구동환이 이끄는 2팀은 거의 전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지만, 3팀은 아직 치열하고 싸우는 중이었던 것이다.
위태로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뒀다간 꽤 오랫동안 싸워야 할 것 같았다.
“3팀으로 가자.”
계수지는 두 사람을 이끌고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 * *
콰아아아앙-!
“물러서요!”
폭발과 함께 유홍설이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파바바바바바밧-!
양손에 든 ‘극야’와 ‘백야’가 미친 듯이 휘둘러졌다.
그아악- 그아아악-!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그녀의 참격에, 변종 마수가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놈의 가죽은 질겨도 너무 질겼다.
서우진의 공격도 견뎌낼 정도였으니, B급에 불과한 그녀의 힘만으로는 완벽히 베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 사실은 유홍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나선 것은 노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요!”
소리치며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우우우우우웅-!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뒤쪽에서 힘을 모으고 있던 ‘마도기사’ 박태수가 준비한 일격이었다.
“바이브로 블레이드!”
그의 검이 초고속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려 초당 6만 2천 번의 엄청난 진동수에, 변종 마수의 가죽이 녹은 버터처럼 썰려 나갔다.
“좋아!”
박태수의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시전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지금까진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홍설과 김우람이 받쳐 주니, 스킬을 발동할 충분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다 죽었어!”
박태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뛰어들려 했다.
“정지! 물러서요!”
하지만 유홍설의 뾰족한 외침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흥분하면 될 것도 안 돼요. 진정하고 차근차근. 서두르지 마세요.”
전투가 한창인 와중에도, 유홍설과 김우람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하다 못해 차갑게 보일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동료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게 경험의 차이인가?’
박태수와 다른 용사들이 아카데미에서 훈련할 때, 저들은 밖으로 나갔다.
그땐 모두가 비웃었다.
굳이 쉬운 길을 놔두고 고생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옳은 선택을 한 건 저들인 것 같았다.
“물러서요. 그리고 자세 잡아요. 흥분하면 당하는 건 당신이에요.”
유홍설은 심호흡을 하며, 두 자루의 검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아, 알겠습니다.”
박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방금 한 마리를 죽였으니, 이제 남아 있는 변종 마수의 수는 여섯.
유홍설은 충분히 할 만 하다 생각했다.
C급 용사들도 나름대로 제 역할을 잘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박태수의 스킬이 꽤 쓸 만했다.
변종 마수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었으니, 이대로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때, 유홍설의 눈동자가 한쪽으로 슬쩍 움직였다.
‘수지 언니?’
대체 언제 온 것일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수지와 이지아, 김다혜가 서 있었다.
‘도와주러 온 건가?’
벌써 전투를 끝내고 온 듯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세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왜… 아!’
의아함은 금세 사라졌다.
‘배려해 주는 거구나.’
저들이 도와주면 싸움은 쉽게 끝날 것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땐, 그리 좋은 영향은 미치지 못한다.
경험치를 많이 빼앗길 테니까.
계수지는 지켜만 보다 위험한 순간에만 끼어들 생각인 모양이었다.
유홍설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것을 본 이지아가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전위는 제가 맡을게요. 우람 씨는 다른 분들과 견제를 맡고, 막타는 박태수 씨가. 이해했죠?”
“네.”
“알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간결하지만, 직관적인 오더였다.
유홍설은 다른 다섯 명의 용사를 이끌고 다시 전투에 돌입했다.
그 결과는 계수지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한 승리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일단의 무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일린과 박혜경, 그리고 다른 일행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