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4)
384화.
‘여긴가?’
서우진이 멈춰선 곳은 작은 건물 앞이었다.
수도에 도착한 뒤 아샨타와 디아로크를 만났던 곳과 비슷하게 생긴,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다.
똑똑-
서우진은 주변을 한번 살펴본 뒤 노크를 했다.
“들어오렴.”
그러자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브리아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사한 모양이군.’
그녀의 음성은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세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냐?”
“보다시피.”
강병규의 물음에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걱정했는데…….”
옆에 있던 요한이 말하자 강병규가 피식- 웃었다.
“내가 말했죠? 저놈 걱정만큼 쓸데없는 일이 또 없다고.”
그는 서우진이 당연히 무사하게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요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녀석 역시 걱정하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짐짓 모른 척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좀 위험하긴 했습니다. 만약 제때 요원들을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정체를 들켰을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안 걸릴 수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서우진이 요한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다리엘도 나타났다면서?”
“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네요.”
브리아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쯤이면 다른 곳에 있어야 할 텐데…….”
그녀는 다리엘이 수도에 있는 상황이 의아한 듯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폐하가 임무를 내렸거든. 제국 전역에 출몰하는 마수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라고. 그래서 아그나랑 수도를 떠난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 늙은이는 대체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야?’라는 뒷말이 들려왔지만, 서우진은 못 들은 척했다.
“아무튼 다행이네. 그런데 괜찮겠니? 다리엘이라면 우리 기운을 느끼고 추적할 수 있을 텐데?”
다리엘은 초극의 경지에 오른 강자다.
서우진이 ‘신룡안’을 사용해 여길 찾아낸 것처럼, 그도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요한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이 안에서는 그 어떤 기운도 새어나가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니?”
그게 가능했다면 서우진도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해야 하지 않은가?
“서우진 님이 도착한 뒤에 마법을 발동했으니까요. 마공쯤 되는 분이 아니라면 결코 알아차릴 수 없을 겁니다.”
“…그래?”
브리아니가 호기심 서린 표정을 지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의 이목을 속일 정도의 마법이라니?
대체 그게 뭔지 궁금한 듯했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궁금하고, 알아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 얘기를 좀 해보자.”
브리아니가 의자를 꺼내 서우진에게 밀었다.
“음…….”
그러고 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대체 신궁에 잠입까지 해서 알아내야 할 정보가 뭐지? 이 아이들은 끝까지 말을 안 해주더라고.”
브리아니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가르쳐 줘도 되지 않을까?’
몇 번이고 했던 고민이었다.
과연 브리아니를 믿어도 될지, 안 될지.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입을 닫을 순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강병규와 요한을 구해주고, 도움까지 주었으니까.
최소한 진실은 들을 자격이 되었다.
‘그 후의 벌어질 일은 그때 생각하자.’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만약 브리아니 역시 연관이 되어 있다면…….
서우진은 이어지는 생각을 애써 잠재우며 요한을 돌아봤다.
“정보는요?”
“여기 있습니다. 아직 확인을 해보진 못했습니다만, 원하시는 것이 맞을 겁니다.”
요한이 품에서 서류더미를 꺼내 건네주었다.
그리 두껍진 않았다.
고작해야 십여 장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 종이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며 요한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을, 기꺼이 나서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야, 나는?”
“어, 그래. 너도 고맙다.”
강병규의 장난기 섞인 말에 서우진이 웃으며 대충 대꾸해 주었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서우진이 서류를 펼쳤다
[용사 폐기에 관한 계획서.]서우진은 붉은색의 긁은 글씨로 적혀 있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X발.’
욕이 나온다.
서류를 넘겼다.
그곳에는 강림 전쟁이 승리로 돌아간 이후, 살아 있는 용사들을 회유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계획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 새끼들…….’
강림 전쟁에서 승리하면 막대한 보화와 함께 고향으로 돌려보내 준다고?
애초부터 놈들은 용사들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럴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처음부터 자신들의 희생을 줄이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용사를 소모품으로 이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서우진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들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건물이 흔들린다.
분노와 함께 치솟아 오른 혼돈기의 힘이, 주변의 모든 것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X같네.”
그런 서우진의 반응에, 강병규 역시 욕설을 내뱉었다.
왜 저러는지 깨달은 듯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브리아니에게 질문하는 서우진의 눈동자는, 타오르는 분노와는 반대로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따라, 둘의 관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
“한번 보고 얘기하자.”
그 심상찮은 모습에 브리아니 역시 표정을 굳히고는 손을 뻗었다.
서우진이 잘게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건넸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
서류를 받아 첫 장을 넘긴 브리아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건?”
연기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브리아니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서류를 빠르게 넘기며 순식간에 모두 읽었다.
그리고…….
“거짓이다. 이게 사실일 리가 없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서우진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배신감과 충격, 그리고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무래도 몰랐나 보군.’
저게 연기일 리가 없었다.
“모르셨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아직은 완벽히 안심할 순 없다.
서우진은 혼돈기로 그녀를 압박하며 물었다.
만약 연기라면, 어깨를 부술 듯이 짓누르는 이 압박감을 견딜 수 없으리라.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하구나.”
브리아니가 고개를 숙였다.
속여서 미안하단 뜻은 아니었다.
그저 이런 개 같은 일에 휘말리게 한 서우진과 용사들을 향한 사과였다.
제국의 귀족으로써, 이 세계의 일원으로써.
“정말 미안하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려왔다.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런 브리아니를 한참 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누가 알고 있을 것 같습니까?”
이런 계획을 한, 두 사람이 만들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폐하와 크루시엘은 포함되어 있겠지.”
브리아니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각국의 왕들과 고위 귀족들도 알고 있을 테고.”
당연한 말이었다.
오히려 브리아니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하늘탑.”
브리아니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마르테스와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모를 리가 없지.”
애초에 ‘이계 용사 소환 마법’은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돌려보낼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마공…….”
황제나 다른 이들보다, 그녀가 이 계획에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아-”
이젠 욕도 나오질 않았다.
“어떻게 할 거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자, 강병규가 무거운 음성으로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우리가 전쟁에 참가할 이유는 없지 않아?”
자신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놈들을 위해, 왜 목숨을 건단 말인가?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니 차라리…….
거기까지 생각한 서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건 나중에 결정하자.”
“뭐? 더 생각할 게 뭐가…….”
“일단은 알려야지.”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가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 있는 용사는 고작해야 두 명.
다른 용사들은 이러한 사실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알리는 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했다.
“강림 전쟁이든 뭐든. 그 이후에 결정하는 게 맞아.”
용사들의 미래를 그들만의 생각으로 결정할 순 없었다.
최소한 동료들에게는 먼저 알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했다.
“브리아니 님.”
서우진이 브리아니를 불렀다.
그녀는 반쯤 혼이 나간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결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쪽에 설 것인지.
만약 이 계획을 수립한 이들의 편에 선다면, 안타깝지만 이대로 놓아줄 순 없었다.
브리아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왔다.
서우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네 편이란다, 이런 빌어먹을 계획을 짠 놈들이 아니라.”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
진심인 것 같았다.
“저희 편에 서시겠다는 뜻입니까? 설령 저들과 대립한다 해도?”
“그래.”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렇게 양심이 없는 여자가 아니니까.”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혼돈기를 거두어들였다.
동시에 방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압박감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돕는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마운 건, 그녀가 이 계획과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브리아니마저 용사 폐기 계획에 손을 거들었다면, 인간불신에 걸렸을 것이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니?”
브리아니가 물었다.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그녀는 서우진의 말이라면 모두 따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단은 영지로 돌아가서 준비를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영지?”
브리아니가 다스리는 땅, 메르노타인은 축복을 받은 대지다.
부유하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이들로 넘쳐나는 곳.
브리아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자신의 영지에서 무엇을 준비하라는 것일까?
“용사 전원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방어 시설. 그리고 전쟁 물자.”
혼돈기는 갈무리되었지만, 말을 하는 서우진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 말은……?”
“맞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전쟁 준비를 해주세요. 그 누가 쳐들어와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서우진의 음성은 한없이 무거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