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그럴까요?”
자신만만하던 박혜경의 표정이 돌변하며 긴장감이 서렸다.
계수지의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자리 좀.”
계수지의 말에 그녀의 동료들이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매시브 가디언에서는 이러한 대련이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구동환이 소리친 후에야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간식거리가 없는 게 아쉽다.”
“내가 가서 가져올까요, 아저씨?”
“아서라. 그러다 좋은 구경 놓칠라.”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괜찮을까요?”
“글쎄요.”
박태수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박혜경의 동료들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용사들끼리 이런 식으로 대련하는 건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도 대련 훈련은 고작해야 대여섯 번에 불과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구동환과 이지아는 오랜만에 보는 싸움 구경에 신이 나서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말이다.
소란스러운 주변의 소음을 들은 계수지가 피식- 웃고는, 박혜경을 쳐다봤다.
“먼저 오실래요?”
단순히 의견을 물어보는 것일 뿐, 도발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혜경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했다.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계수지를 노려보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요.”
박혜경은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활을 꺼내 들었다.
보통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
평범한 사람은 들고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무거웠지만, 그녀는 깃털처럼 가볍게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럼 사양 않고…….”
쐐애애애애애애액-!
대체 언제 화살을 쏜 것일까?
1초를 몇 번이나 쪼갠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박혜경은 무려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아냈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고, 성인 남성의 팔보다 크고 굵은 화살이 계수지를 노리며 짓쳐들었다.
웬만한 변종 마수들도 반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꿰뚫려 버릴 위력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계수지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녀는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콰과과과곽-!
다섯 발의 화살이 모조리 튕겨 나간다.
“제법!”
자신의 공격이 무산되었지만, 박혜경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막지 못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스파이럴 애로우!”
터어엉-!
활시위가 튕겨지는 소리와 함께, 이번엔 단 한 발의 화살만이 활을 떠났다.
후와아아아아아악-!
회전하는 화살은 주변의 공기를 흡수하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음…….’
그것을 본 계수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제법이란 말은 내가 해야겠는데?’
강하다.
얼마 전까지의 자신이었다면 감히 정면으로 막아낼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박혜경은 충분히 본인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정도의 실력이었다.
“대단하네요.”
계수지는 순수하게 감탄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폭풍처럼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서였다.
“돌개잡이.”
콰드드드드드득-!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던 화살이 계수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엄청난 마찰에 연기까지 피어오르며, 맹렬하게 회전하던 화살이 멈추었다.
하지만 계수지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설마하니 저런 식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박혜경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부상은 입히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세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계수지가 손에 힘을 주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박살나며 땅으로 떨어졌다.
“이젠 제 차례죠?”
미소가 시리게 다가왔다.
박혜경은 아무래도 계수지의 실력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둥 쓸기.”
쿠르르릉-!
계수지의 다리가 바닥을 쓸었다.
천둥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력이 밀려들었다.
“으읏!”
깜짝 놀란 박혜경이 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계수지가 기다렸다는 듯, 다음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용오름.”
콰과과과과과과과-!
계수지의 주먹이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박혜경의 눈이 부릅떠진다.
‘아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나는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됐구나.’
마력의 움직임이나 몸놀림이 자신과는 격이 달랐다.
그리고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밖에 없다.
‘100레벨을 넘긴 것이 분명해.’
헛웃음이 지어진다.
설마 자신이 10분도 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하게 될 줄이야.
‘그럼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계수지는 분명 서우진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단언했다.
그 말은 곧, 서우진 역시 100레벨을 훌쩍 넘겼다는 얘기다.
박혜경은 계수지라는 벽 너머, 서우진이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난 멀었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주둔지에서 마수나 잡을걸.
헛웃음과 함께 박혜경은 ‘용오름’에 휘말렸다.
빠아아아아악-!
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충격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브리아니가 떠났다.
서우진의 부탁에 그녀는 아무런 반문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저 사과만 거듭할 뿐이었다.
오죽하면 서우진이 난감해할 정도였다.
떠나며 남긴 마지막 말도 미안하다는 것이었으니…….
‘저 정도면 믿을 수 있겠다.’
그러한 브리아니의 태도에 일말의 의심도 모두 사라졌다.
“요한.”
서우진이 요한을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중했다.
이전에도 예의를 갖추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요한 역시 이 세계의 일원으로써,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해줄 일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뭘 부탁할 줄 알고……?”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요한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용사들의 위치를 파악해 달라는 것 아닙니까?”
정확하다.
방금 알아낸 사실을 전하려면, 그들의 위치를 알아내야만 했으니까.
‘역시 대단하네.’
설마하니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차라리 요한에게 부탁해서 이야기를 전하는 건 어때?”
강병규가 의견을 냈다.
“안 돼.”
“안 됩니다.”
서우진과 요한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강병규의 말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빠른 방법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건 내가 직접 해야 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순 없었다.
그게 아무리 요한과 정보길드의 요원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이야기에 신빙성이 더해질 테니 말이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와서 얘기를 해주는 것보단, 훨씬 설득력을 갖출 수 있었다.
‘혹시나 믿지 않는 용사들로 인해 이야기가 새어나갈 수도 있고.’
자신들이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사실을 눈치챘다는 게 밝혀져 봐야 좋을 게 없다.
그러니 최대한 은밀하고 조용하게 알려야만 했다.
서우진은 입을 다문 강병규를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웬만한 용사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을 해두었습니다. 그사이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면, 수정 후에 늦어도 내일까진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빠르다.
용사들은 제국 전역에 퍼져 있다고 들었는데,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니.
‘하긴, 그 정도는 해야 정보로 먹고살 수 있겠지.’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요한은 대답과 동시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시급한 일이었으니, 곧바로 일을 시작할 생각인 듯했다.
“…우린 이제 어떡하지?”
강병규가 물었다.
세상을 구한다는 명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빌어먹을 세계 역시 용사들에게는 적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일단은 돌아가자.”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그 후에는?”
“결정해야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강림 전쟁에서 발을 뺄 순 없을 거야.”
“그렇긴 하겠지.”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딴 세계야 마왕에게 망하든 말든,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클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둘 순 없었다.
만약 정말로 고향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면, 이 세계는 자신과 다른 용사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었으니까.
여기가 멸망하면, 자신들도 죽는다.
그러니 결국엔 전쟁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지.’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이 세계의 모든 국가는 용사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 방법에 대한 건 서류에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왕을 저지할 정도의 초월적 존재들을 폐기한다는 계획 따위는 세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소환된 용사들 역시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수도 있어.’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림 전쟁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그 이후의 일까지 생각해야만 했으니…….
정말로 머리가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냐. 살아남으려면 해야지.”
강병규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살려면 뭐라도 해야겠지.”
서우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마치 ‘마왕화’를 했을 때의 그것처럼 너무도 차갑고 광기가 서린 눈동자였다.
“가자.”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출발하려고?”
강병규 역시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지금부턴 단 1초도 낭비할 시간이 없어.”
“…그렇지.”
준비할 것이 산더미다.
서우진과 강병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건물을 나섰다.
요한이라면 정보는 어떻게든 알아서 잘 준비해 줄 테니, 굳이 떠난단 말은 하지 않았다.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사와 병사들이 뛰어다니며 소리치고 있었다.
‘검공은… 없군.’
종적을 놓친 탓인지, 다리엘은 신궁으로 돌아간 듯했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자신들을 막아설 수 있는 강자도 없다.
수도를 몰래 빠져나가기엔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서우진은 강병규에게 눈짓을 하고는,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두 개의 그림자가 빠르게 수도를 가로지르고,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는 성벽을 뛰어넘었다.
당연히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다시 한번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서우진은 이미 그들의 시야에는 잡히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상태였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신형이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얼마나 가야 되냐?”
강병규가 물어왔다.
그는 동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혼자라면 하루로 충분하겠지만, 지금은 이틀은 걸리겠다.”
“웃기시네. 내기할래?”
“너한테 걸 만한 건 있고?”
“소원 들어주기 어때?”
“콜! 두말하기 없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달렸다.
잠깐이라도 무거운 시름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전혀 잊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