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7)
387화.
내기는 결국 서우진의 승리로 돌아갔다.
강병규의 ‘질주’는 꽤 효과가 좋은 스킬이었지만, 아쉽게도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서우진조차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였으니까.
강병규가 아무리 죽어라 달린다 해도, 이틀 이내로 도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젠장!”
하루를 넘긴 시점부터,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투덜거렸다.
“내가 100레벨만 됐어도…….”
“그러게 좀 더 열심히 하지 그랬냐?”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약을 올렸다.
하지만 강병규는 대꾸하는 대신,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흠흠.”
서우진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헛기침하곤 앞을 가리켰다.
“거의 다 왔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건물이 주둔지다.”
“…결국 이틀이 걸렸네.”
“소원은 나중에 말할 테니까 잘 기억하고 있어라.”
“으으!”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강병규를 쳐다본 서우진이, 이내 주둔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사람이 좀 늘었군.’
본래 저 주둔지에 머물고 있던 이들과 동료들을 제외하고, 몇 명의 인원이 늘어났다.
‘다섯 명… 아니, 여섯 명이다.’
놀랍게도 서우진의 이목을 거의 피한 존재가 한 명 있었다.
아무리 아직 거리가 좀 있다고는 하나,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이런 능력이 있는 녀석 한 명을 알고 있었다.
‘리나르?’
그러고 보니 늘어난 이들 중에 아주 낯익은 마력의 소유자도 있었다.
서우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한동안 못 볼 줄 알았더니.”
설마 여기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서우진의 혼잣말을 들은 강병규가 물었다.
“아, 도착하면 알 거다.”
“그러니까 뭔…….”
“잡담할 시간에 더 노력했으면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으아아아아!”
강병규가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무리하느라 마력도 간당간당할 텐데, 꽤 빠른 속도였다.
서우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누구지?’
아일린과 리나르는 알겠지만, 다른 네 명은 낯선 마력이었다.
‘용사인 건 확실한데.’
다들 고만고만했지만, 유독 한 명은 특출했다.
적어도 90레벨 이상의 A급 용사인 것 같았다.
A급 용사 자체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기에, 서우진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동료들이나 엘리트 친구들을 제외하면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직접 보면 알겠지.’
그들의 정체보단, 왜 이곳에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서우진은 강병규와 보폭을 맞추며 빠르게 주둔지로 향했다.
그렇게 잠시 후.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낀 건지, 안쪽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저씨!”
역시나 가장 먼저 맞이해 준 것은 이지아였다.
녀석은 신이 난 얼굴로 방방 뛰며 마주 달려왔다.
“일은 잘 끝났어요? 잘된 거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속사포 같은 질문의 세례였다.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까, 잠깐 기다려.”
서우진이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토닥여 주곤, 다른 동료들을 쳐다봤다.
“다녀왔습니다.”
표정과는 달리, 사실 그리 기분 좋은 귀환은 아니었다.
박혜경은 눈을 끔뻑였다.
‘뭐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서우진은,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외형은 여전히 평범했고, 상대를 위압하는 초월적 기운도 없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옆 집 대학생 청년을 보는 듯한 기분.
‘너무 평범하잖아.’
자신이 기대한 서우진은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강자라는 느낌이 빡-! 하고 느껴질 줄 알았는데…….
차라리 어제 한번 붙어봤던 계수지가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데 누구신지……?”
그때, 동료들과 인사를 끝낸 서우진이 자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는 박혜경이라고 해요.”
의문을 속으로 갈무리한 채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야 기억을 한 것일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뵙네요. 서우진입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오자, 박혜경은 망설이지 않고 마주잡았다.
‘확인해 볼까?’
계수지는 자신보다 서우진이 훨씬 강하다고 했다.
거짓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하지만 솔직히 서우진을 직접 보자, 좀 믿기가 힘들었다.
‘좋아, 확인해 보자.’
박혜경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95레벨에 달하는 힘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서우진을 향해 밀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순전히 호승심을 참고 벌인 충동적인 일.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지는 것이 보였다.
‘어디 실력 한번 봅시다.’
박혜경의 미소가 짙어졌다.
과연 서우진이 이 힘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설령 정말로 계수지라는 여자보다 강하다 해도, 쉽게는 받아내지 못할 걸?’
박혜경은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었다.
‘인크레더블 아쳐’라는 직업을 얻으며, 팔의 근력과 마력만큼은 동급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서우진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이제 슬슬 반응이…….’
와야 한다.
적당히 방어를 하든, 아니면 밀어내든.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 힘겨루기가 시작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지?’
마력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 간다.
문자 그대로 밀려들어 가기만 했다.
‘어, 어떻게?’
마치 바다 한복판에서 바가지로 물을 붓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도 거대하고 깊은 심연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아득함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손을 놔야…….’
더 잡고 있다간 정말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박혜경은 재빨리 맞잡은 손을 뒤로 뺐다.
그러자 감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정신이 퍼뜩-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서우진이 그런 박혜경을 향해 물었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방금 전의 일 따위는 그에게 일말의 동요도 불러일으킬 수 없었다는 듯.
“괘, 괜찮아요.”
박혜경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 상대가 아니야.’
계수지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서우진은 자신보다 강했다.
그것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자신감으로 넘치던 박혜경이, 제대로 한 판 붙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차게 식어버린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도 채지 못할, 아주 짧은 시간.
그 찰나 동안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서우진은 정말 강하다.’
실제로 어떻게,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모르겠다.
서우진이 한 일이라곤,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서우진은 괴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다행이네요.”
서우진이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계수지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걸렸네.’
다른 용사들은 몰라도, 계수지만큼은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가만있을걸.’
그랬다면 이렇게 쪽팔리지는 않았을 텐데.
박혜경은 속으로 후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여러분한테 드릴 말씀이 좀 있어요.”
서우진이 말했다.
“아, 저희는 자리를 좀 피해 드릴까요?”
박태수라는 용사가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동료들끼리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것은 박혜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낯부끄러운데, 잘됐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런데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다 같이 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는 서우진의 음성은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꽤 심각한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서우진과 강병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두 사람의 표정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서우진의 설명이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 수다스러운 이지아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게 정말 사실인가요?”
계수지가 침묵을 깨고 물어왔다.
“저와 병규가 직접 제국의 수도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한번 말문이 트이자, 질문이 이어졌다.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은?”
이번엔 구동환이다.
그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진중하기 짝이 없었다.
“아예 제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우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용사 폐기 계획은 진실이라고 말이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를 지원한 건.”
“이용하기 위해서죠. 희생자를 줄이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지만 돌려보내 주진 않는다.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가만히 이 세계에서 정착을 시켜줄 수도 없다.
용사란 전략 병기와 동급의 존재들이다.
강림 전쟁이 끝난 후, 자신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용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순순히 순응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분노할 게 뻔했다.
수십 명의 용사가 동시에 분노를 쏟아낸다?
이 세계에선 마왕이 강림했을 때와 같은 재앙을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순순히 당할 리가 없잖아요.”
이지아가 두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녀의 말도 일리는 있다.
100레벨이 넘은 용사라면, 혼자서 왕국 하나를 감당할 수도 있을 만큼 강하니까 말이다.
물론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가 없다는 가정하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야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 용사가 수십 명에 달한다.
아무리 강림 전쟁에서 많은 수의 용사가 희생된다 해도, 이 세계의 전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밝혀내진 못했지만, 저들에게도 방법이 있을 거야.”
‘이계 용사 소환 마법’ 자체에 그러한 방법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고서야 용사들을 폐기한다는 계획 따위를 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그걸 의논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겁니다.”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저들의 회유에 넘어가는 용사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저들과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에서라도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게 낫다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절대 그냥은 못 넘어가요. 저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 역시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개고생을 해가면서 훈련을 하고, 성장한 이유는 저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기되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이 세계를 구하고, 당당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번 의견을 좀 나눠보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서우진이 말했다.
저들이 자신들을 소모품이라 여긴다면, 자신들 역시 저들을 우군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서우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용사들을 돌아봤다.
“저는 절대 그냥 당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