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세력을 모아야겠네요.”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계수지였다.
“세력?”
“네. 용사들을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면서요?”
구동환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인 계수지가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맞습니다.”
“그 말은 용사들만으로는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단 뜻 아닌가요?”
그렇다.
저들에게 용사들을 폐기할 수 있는 확실한 수가 있다면…….
“우리가 무슨 수를 써도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그저 그 방법이라는 것을 사용하면 되니까.
용사들이 반항하고, 적대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용사가 아닌, 이 세계에 속한 사람들로 세력을 만들어야 할 거예요. 저들에게 대항을 하려면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보태야 할 내용이 많긴 했지만, 틀린 말인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적은 제국을 비롯한 이 세계의 왕국들이다.
그 거대한 적을 막아내기 위해선, 단순히 기사단 한두 개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터.
“최소한 왕국 규모의 세력 정도는 키워야 할 텐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요.”
강림 전쟁이 정말로 코앞이다.
아무리 늦어도 반년 안에는 벌어질 테니까.
그 안에 그만한 세력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해야 해요. 그것 말고는 저희가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요.”
다들 입을 다물었다.
무겁다 못해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가 흘렀다.
새삼 이 상황이 얼마나 지랄 맞은 건지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 방법이라는 게 뭔지 찾아내는 게 우선 아니에요?”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이지아가 슬그머니 손을 들며 말했다.
“모르겠다면,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꺼내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녀석의 음성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것일까?
강병규가 크게 웃으며 이지아의 말에 동의했다.
“모르면 밝혀내면 그만이지. 도와줄 사람들도 있고. 그치, 우진아?”
강병규는 슬쩍 서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그게 우선이긴 하지.”
만약 용사 폐기 방법을 알아낸다면, 그에 대항할 방법 역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강병규의 말대로 정보를 얻는데 유능한 이들이 곁에서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요한의 능력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역시 시간.
제 시간 안에 방법을 알아내고, 대책을 세우기까지 과연 얼마나 걸릴까?
‘모르겠다.’
용사 폐기 계획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강병규와 요한을 잃을 뻔했다.
만약 두 사람을 발견한 게 브리아니가 아닌, 스트레인이나 다리엘이었다면?
지금까지 두 사람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병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한은 목숨을 잃었겠지.’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걸 알아내려면, 이번엔 하늘탑에 잠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힘들겠군.’
서우진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국의 신궁보다 더욱 침입하기 힘든 곳을 찾으라면, 하늘탑이 가장 먼저 꼽힐 것이다.
그 거대한 탑은, 존재 자체가 마르테스와 연결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발끝이 닿는 것과 동시에 그녀가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도 요한이라면 어떻게든 알아내기야 하겠지만, 너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어쩌면 강림 전쟁이 끝나고, 용사 폐기 계획이 시작될 때까지도 손에 넣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용사들에게도 알려야 하잖아요.”
그때, 박혜경이 대화에 슬쩍 끼어들었다.
“우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 큰일 아닌가요? 아까 말했다시피, 다른 용사들에게 알리는 게 가장 급한 것 같은데.”
그녀의 말도 맞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용사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용사 폐기 방법을 알아내며, 세력을 모은다.
모두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미뤄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결국 묘책은 없네.’
이 상황을 단번에 타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저 하나씩, 천천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좋습니다. 그럼 가장 먼저 용사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생각을 나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을 고작해야 20명도 되지 않는 수지만, 90명이 넘게 모인다면?
머릿수가 많아진 만큼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터.
서우진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용사들에게 이 정보를 은밀히 전달하는 걸 꼽았다.
“그런데 지금 용사들은 제국 전역에 퍼져 있지 않나요? 그 사람들 다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계수지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들의 위치를 찾는 일은 이미 진행 중이니까요.”
아무리 늦어도 내일쯤에는 모든 용사의 위치가 담긴 정보가 도착할 것이다.
요한이 그렇게 호언장담했으니까.
“다들 함께 움직여야 하나요?”
이지아가 물었다.
“아니, 용사들에게 정보를 전하는 건 나 혼자 할 생각이야.”
“또 혼자 다니려고요?”
서우진의 대답에 이지아가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과 떨어져서 혼자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변종 마수는? 그냥 두려고?”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긴 했지만, 변종 마수들을 무시하고 움직일 순 없었다.
그랬다간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당할 테니까.
거기다 놈들을 사냥하고 얻을 경험치도 잃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변종 마수의 사냥을 멈추면, 제국에서 의아하게 생각하겠지.’
저들은 용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강림 전쟁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욱 그 강도는 심해질 테고.
그런 상황에 단체로 주둔지를 벗어나 다른 용사들을 만나러 다닌다면?
‘당연히 의심을 할 수밖에 없지.’
가뜩이나 수도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 상태다.
이런 때에 의심을 사는 행동을 할 순 없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이지아는 투덜거렸지만, 변종 마수라는 말에 결국 자신의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전할 말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다.
‘지금까지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내 말을 신뢰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동료들은 몰라도 박혜경이나 박태수,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
‘그들은 아직 확신하기 힘들겠지.’
서로간의 인연이 깊은 것도 아니고, 신뢰를 주고받을 만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하루 쯤 지켜보는 게 좋겠어.’
만약의 일에 대비해서, 저들에 대한 감시를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좀 쉬면서 더 나은 생각이 있는지 한번 고민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지금은 머리를 좀 식히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흩어지는 이들을 잠깐 바라본 서우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후우-”
지구와는 달리 상쾌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마음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늦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너무 늦는다면, 서우진을 포함한 용사들의 운명은 두 가지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대항하다 죽거나, 저들의 개가 되어 목숨을 연명하거나.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전에 가장 최선의 대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쉽지가 않네요.”
그때, 뒤에서 계수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의 뒤를 곧장 따라 나온 모양이었다.
“그러게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림 전쟁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그 이후의 일까지 고민해야만 했다.
그것도 목숨이 걸린 중대한 일이다.
지구에서는 평범하기 짝이 없던 서우진이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사안이었다.
“만약…….”
계수지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이 잘못될까 걱정되십니까?”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네요.”
계수지 역시 서우진과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지구에서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한국인이었을 테니까.
“뭐, 다 함께 고민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서우진은 자신의 속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건 혼자 해도 된다.
동료들은 그저 열심히 성장해서 더욱 강한 전력이 되는 것에만 집중해 주는 게 더 낫다.
“그러면 좋겠지만요.”
계수지가 힘없이 웃었다.
진중한 성격의 그녀는, 아무래도 서우진의 속마음을 그대로 읽은 듯한 눈치였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서우진을 향해 지나가듯 말했다.
“당신 옆에는 우리가 있으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함께 고민하고, 힘을 보태줄 동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점차 늘어날 테고.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
계수지 역시 작게 웃어 보인 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표정이 많이 안 좋았나?’
저렇게 따라 나와서 격려를 해줄 정도였으니, 꽤나 심각해 보인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손을 들어 뺨을 주물거리며 근육을 풀었다.
확실히 조금 굳어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문득- 고개를 들어 지붕 위를 쳐다봤다.
“이제 그만 내려와라, 이 녀석아. 언제까지 숨어서 보고만 있을 생각이야?”
스으윽-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다?”
“…네, 오랜만이네요.”
리나르였다.
설마 자신의 위치를 들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에 은은한 놀람이 서려 있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피식- 했다.
“고개 아프니까 내려와.”
리나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먼지 한 톨 흩날리지 않는,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꽤 성장했네.’
역시 반 슬레인에게 맡기길 잘했다.
그 철없는 꼬맹이가 단시간에 저만큼 강해질 줄이야…….
“열심히 했나 봐?”
서우진이 묻자, 리나르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으니까요.”
반 슬레인은 조금의 게으름도 용납하지 않았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면, 아니, 취침시간에도 훈련은 이어졌다.
서우진의 동료들이 쉴 새 없이 굴렀다고는 하지만, 리나르는 그 이상의 강도로 훈련을 받았다.
“다행이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가 되겠다던 어린아이가 이젠 제법 사내다운 분위기를 풍겨댔다.
‘이능도 제법 강해졌고.’
이전의 서우진이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매시브 가디언에서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으니까.
사도들과 백시우를 죽이며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들킬 일은 없겠군.’
서우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뭘 할 생각이지?”
“원래대로라면 고향에 잠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좀 힘들 것 같네요.”
숨어서 서우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리나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은 그 누구보다 용사들을 동경하고 존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뒤통수를 칠 계획이었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거지?”
“네, 당장은요. 아일린 경이랑 아저씨 일을 도울까 하는데…….”
괜찮냐는 듯 쳐다본다.
서우진은 그런 리나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랑 일 하나 같이하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