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리나르가 떠났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둘, 서우진과 아일린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애초에 리나르라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괜찮을까요?”
아일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에게 리나르는 검을 조금 쓸 줄 알고, 이상한 능력이 있긴 했지만, 소년에 불과했다.
아직은 이 대륙을 혼자 돌아다닐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로밖에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괜찮을 거야. 녀석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니까.”
서우진은 안심하라는 듯 말하며, 리나르를 떠올렸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조차도 웬만해선 찾아내지 못할 정도의 은밀한 능력.
그 정도라면 어디 가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게 더 힘들 것이다.
‘뭐, 지나가던 초극의 강자에게 시비만 걸지 않으면 말이지.’
물론 리나르가 바보는 아니었으니, 그런 어리석은 잘못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요?”
서우진의 말에도 아일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더는 말을 하진 않았다.
서우진이 경솔하게 부탁하진 않았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일을 시키신 건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아일린이 물었다.
“음…….”
서우진이 잠시 고민했다.
다른 사람에게 쉬이 밝힐 만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아일린은 서우진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 세계에 속한 자.
심지어 기사라는 신분에 강하게 얽매여 있다.
만약 시온에서 명령이 내려온다면, 그녀는 기사의 본분에 따를 게 분명했다.
“다음에 말해줄게.”
서우진은 대답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서우진의 속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일린이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조금 미안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누구에게도 말해줄 수 없어.’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리나르의 움직임이 발각된다면 큰일이었다.
그만큼 녀석에게 맡긴 일은 중요했으니까.
“그럼 기다릴게요, 말해줄 때까지.”
아일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이렇게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조금 걱정이 가시는 듯했다.
동시에 앞으로 만들어갈 용사들만의 세력에, 아일린과 같은 이들이 많아지길 바랐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
서우진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아일린의 어깨를 두드렸다.
“들어가자. 날씨가 좀 싸늘하네.”
서우진의 말에 그녀가 픽- 하고 웃었다.
“제가 어디 출신인지 잊은 건가요?”
날씨가 싸늘하다고?
북방에서 이 정도의 날씨라면 반팔을 입고 돌아다녀도 될 정도다.
“그러게.”
서우진도 자신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웃고 말았다.
매시브 가디언의 기사에게 추위를 걱정하다니.
“그래도 들어가자. 다들 궁금해하겠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온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배려하느라 아직까진 찾아오지 않았지만, 지금쯤이면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지아가 말이다.
서우진은 아일린과 함께 주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인적이 모두 사라진 밖에서는, 불길할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 * *
“고하거라.”
황제가 무거운 음성으로 명령하자, 아그나가 허리를 깊숙이 굽히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침입자의 수는 적어도 셋 이상인 듯하옵니다.”
“셋?”
“감히 신궁에 침입한 이들만 그렇사옵니다. 밖에서 이목을 끈 자들이나, 추적을 방해한 이들을 합치면…….”
적어도 50은 넘는다.
그 말은 곧, 어떠한 세력이 작정하고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뜻이다.
“짐작이 가는 놈들이 있느냐?”
황제가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그나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흔적이 지워진 까닭이었다.
침입자의 뒤를 쫓던 다리엘이 몇 명을 붙잡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에서 모두 자결하고 말았다.
크루시엘이 건진 것이라곤 숨이 끊어진 시체 몇 구가 전부.
“송구하옵니다.”
아그나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떨어졌다.
“…실망이 크다.”
이전의 아그나와 크루시엘은 모든 일을 완벽히 처리해 냈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도 없는 최강의 정보 조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계속해서 실망감만 안기고 있었다.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밝혀낸 것이 전혀 없단 말이더냐?”
“…송구하옵니다.”
“하아-”
아그나를 본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짐작하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로 알아낸 게 없을 줄이야…….
“되었다.”
아그나를 내려다보는 황제의 시선이 차가웠다.
“놈들이 가져간 정보가 무엇인지는 알아냈겠지?”
만약 이것도 모른다하면, 더는 아그나를 쓸 이유가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아그나가 뒤로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종이 한 장을 조심스레 들고 나왔다.
근위기사 한 명이 다가가 그것을 받아 한차례 살펴본 뒤 황제에게 건넸다.
“흐음…….”
황제가 종이에 적힌 글을 읽었다.
내용은 짧았다.
하지만 황제는 계속해서 읽고, 또 읽었다.
1분, 3분, 5분…….
그렇게 결국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종이를 뚫어져라 노려보던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이 사실이더냐?”
황제의 눈동자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당황과 경악, 그리고 분노였다.
“사라진 정보는 그것 하나뿐이옵니다.”
아그나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 종이에 적혀 있는 사실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인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흉수를 밝혀내라. 크루시엘이든, 백은기사단이든. 가용 가능한 모든 힘을 동원해 반드시 찾아내거라. 반드시!”
황제는 치밀어 오르는 진노를 가까스로 참아내며 소리쳤다.
“황명을 받드옵니다!”
아그나가 몸을 엎드리며 외쳤다.
“만약 실패할 시엔,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니…….”
싸늘한 음성이 가슴을 쿡- 찔렀다.
‘죽는다.’
그것도 편안한 죽음은 아닐 것이다.
황제의 마지막 경고를 받은 아그나가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드류나크.”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듯 노려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뒤쪽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던 드류나크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대답했다.
“이것을 보아라.”
황제가 종이를 던졌다.
드류나크는 익숙한 듯 그것을 받아 들고는 읽었다.
“…곤란하게 되었군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하는 듯했지만, 그의 음성에도 당황이 담겨 있었다.
“흉수가 누구일 것 같으냐?”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역시 마왕의 추종자일 것입니다.”
세상 어디에나 숨어 있는 놈들이라면, 이러한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알아낼 수도 있었다.
“그 잡종놈들이?”
“그렇습니다.”
드류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 사실을 용사들에게 알려준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분열이다.
강림 전쟁을 코앞에 두고, 용사들에게 제국과 왕국들에 적대감을 심어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전쟁에서는 패배할 게 분명할 터.
“그것을 노리고 저지른 일일 수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용사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마왕의 추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이득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드류나크가 말을 덧붙였다.
“용사들이 직접 시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황제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인지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용사라니? 그게 무슨…….”
“그 정보가 감춰져 있던 공간은, 마공이 직접 설치한 초고위급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웬만한 존재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고,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라 할지라도 쉽게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만한 마법을 강제로 열려면, 최소한 사도 급의 강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그마저도 제노니아, 바론, 아르데타인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마기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마기를 지닌 존재가 신궁에 걸리지 않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흔적을 지웠을 가능성은 없느냐?”
황제가 물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마기는 하늘 아래 가장 더러운 기운입니다. 그리 쉬이 사라질 수 없습니다.”
침입자들은 고작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모든 일을 처리하고 도망쳤다.
그사이에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고, 스트레인과 카론에게 부상을 입힐 정도의 공격을 한 뒤 사라진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들을 공격한 것은 마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그 정보가 필요한 자. 그만한 힘을 지닌 자. 마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 이 세 가지 조건을 따져 보면 용사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황제가 입을 다물었다.
방금 그의 머릿속에 한 존재가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용사들 중 그만한 힘을 지닌 것은…….”
“단 한 명뿐입니다.”
드류나크가 말했다.
용사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고는 하나, 수호자들 중 두 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달아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그 아이란 말이냐?”
황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서우진.
정말로 그라면, 이번 일은 생각보다 크게 번지고 말 것이다.
“아직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 더러운 마왕의 추종자들이 새로운 방법을 강구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가능성도 있으니 말입니다.”
드류나크는 서우진이라 단언하지 않았다.
용사들이 그 정보를 알고 있을 확률도 적었을 뿐더러, 감춰져 있는 장소를 알아내는 것은 더욱 힘들었으니까.
차라리 마기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새로 개발되었다는 쪽이 더 말이 된다.
“그저 염두에만 두시면 충분할 듯합니다.”
“으음…….”
그 말에 황제의 안색이 조금 진정되었다.
“아그나를 도와 명백히 밝혀내거라.”
“그리할 것입니다.”
드류나크가 허리를 숙였다.
“타국에도 이 사실을 전하도록 하고.”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은 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계에 있는 거의 모든 왕국이 얽혀 있는 비밀이었다.
치부라 하여 감출 수는 없단 뜻이었다.
“이미 소식을 전하는 중입니다.”
확실히 제국의 재상답게, 드류나크의 일처리는 빨랐다.
굳이 황제가 명을 내리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그리고…….”
드류나크의 행동이 마음에 든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말을 이었다.
“서우진.”
이름만 불렀음에도 가슴이 차갑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 아이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구나.”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그건 아마 서우진이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의 행적도 알아보고.”
“그리하겠습니다.”
황제의 걱정을 깨달은 드류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공을 직접 보내야겠군.’
평범한 사람으론 서우진을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초극의 경지, 그것도 암공 정도는 되어야 시도를 해볼 수 있을 터였다.
드류나크는 스트레인에게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알현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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