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서우진은 아샨타, 디아로크와 함께 길을 떠났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아일린이 자신도 동행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이지아가 생떼를 부리지 않아 안심했는데, 설마 아일린이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다닐 순 없었다.
믿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신뢰를 따지자면 옆의 두 사람보다 그녀가 훨씬 두터웠으니까.
그저 효율의 문제였다.
앞으로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시간이 가장 중요했다.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한 뒤, 용사들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샨타 한 명 정도는 디아로크가 마법을 이용해 이동시킬 수 있다지만, 아일린까지는 힘들었으니 함께 갈 수가 없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일린은 이지아와는 달랐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으니 말이다.
서우진의 거듭된 설명에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완전히 납득을 하진 못한 듯 섭섭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결국엔 서우진의 말대로 주둔지에서 다른 용사들과 함께 남기로 결정했다.
‘후우-’
속으로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지평선에 걸쳐 있는 거대한 숲이 보였다.
“필로타인 라세.”
문득 내뱉은 말에 옆에서 날아가던 아샨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봤다.
“어? 아시네요?”
“예전에 한번 스쳐 지나간 적이 있거든요.”
죽음의 숲이라 불리는 곳으로 향할 때였던 것 같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반 슬레인이 설명을 해줬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녹빛 바다라는 뜻을 지닌 고대어, ‘필로타인 라세’.
이름답게 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하며, 대부분의 엘프 종족들이 머물고 있는 숲이었다.
“원래 ‘필로타인 라세’ 근처에는 주둔지가 없었어요.”
아샨타가 말했다.
“왜죠?”
숲의 크기는 거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넓은 만큼 당연히 마수의 출연도 잦을 텐데, 주둔지가 없다니?
이해하지 못한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아샨타가 설명을 덧붙였다.
“엘프들이 있으니까요. 숲 근방의 방위는 그들이 맡고 있었거든요.”
“아…….”
이해가 되었다.
엘프라는 막강한 전력이 있었으니, 굳이 주둔지를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쪽으로 가는 겁니까?”
세 사람이 향하는 방향은 명백하게 ‘필로타인 라세’ 쪽이었다.
“얼마 전부터는 생겼거든요.”
아샨타가 당연한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변종 마수는 이미 알고 계시죠?”
“몇 놈 잡아보기도 했습니다만.”
“놈들의 힘이 너무 강해요. 엘프들의 힘만으로는 막아내기가 어려울 정도로요.”
서우진은 지금까지 다크 엘프들은 꽤나 많이 죽여봤지만, 다른 엘프 종족은 한 명밖에 만나보지 못했다.
아카데미의 총장인 요른 사일러스.
‘무슨 환상수였나? 하는 곳의 일맥을 잇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좀 흐른 뒤라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요른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아직 초극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사도 레이나의 육체에 깊은 상처를 입힐 정도로 강한 힘이 있었다.
‘모든 엘프가 그런 힘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평범한 인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종족.
그들도 막아내기 힘들 정도라니, 제국에선 용사들을 파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해했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변종 마수는 쉽게 막아낼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그럼 지금 향하는 곳이 최근 생긴 주둔지들 중 하나겠군요.”
“맞아요.”
아샨타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B-12라는 이름의 주둔지가 있어요.”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품속에서 서류를 꺼내 들어 확인해 보았다.
‘B-12면… 이거군.’
총 인원 세 명.
B급 한 명에 C급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아는 사람은 없고.’
얼굴이야 오다가다 본 적이 있겠지만, 이름은 모두 처음 듣는다.
아니, 들었는데 잊었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으로 변종 마수들을 처리하는 게 가능한가요?”
서우진이 물었다.
80에서 90레벨 대의 용사들의 힘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비록 등급이 조금 낮다고는 해도, 여전히 강한 존재임에는 확실했다.
아마 웬만한 마수들쯤은 C급 용사 혼자 나서도 학살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종 마수는 다르다.
서우진과 반 슬레인에게 훈련받아 평범한 용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능력을 지닌 동료들조차 변종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힘이 들었다.
박태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90래벨의 A급 용사였지만, 거의 죽다 살아나지 않았던가?
그런 놈들을 고작 저들만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엘프들이 있으니까요.”
서우진의 의문은 그 한마디로 해결이 되었다.
“용사와 기사, 병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필로타인 라세’에는 엘프들이 있잖아요. 그들과 함께 싸우는 중이에요.”
“…그렇군요.”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 전까지 엘프에 대한 대화를 했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 좀 민망했다.
“저 숲은 엘프들의 터전이에요. 덕분에 사활을 걸고 마수들을 토벌하는 모양이고. 용사들은 그들의 지원을 하는 정도예요.”
주는 엘프, 부가 용사라는 뜻이었다.
“엘프들이 그만큼 강합니까?”
“물론이죠.”
서우진의 질문에, 아샨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없지만, 몇 세대 전만 해도 저 숲 안에는 초극의 경지에 든 엘프가 여덟 명이나 있었어요.”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제국의 수호자들보다도 많은 수 아닌가?
“엘프들이 가장 강력한 세를 구가할 때였죠.”
그럴 수밖에 없다.
초극의 강자 여덟 명이라면, 웬만한 왕국쯤은 하루아침에 멸망시킬 수도 있는 전력이었으니까.
“지금은 왜 없는 겁니까? 그들이 있었다면 강림 전쟁에서 큰 힘이 되었을 텐데.”
엘프의 수명은 길다.
무슨 소설처럼 천 년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인간의 몇 배는 오래 살았다.
심지어 초극의 경지에 오르면 수명 역시 길어지지 않던가?
아샨타가 방금 몇 세대 전이라고 했으니, 아직 살아 있을 법도 한데.
“모두 사도들에게 죽었다.”
대답은 아샨타가 아닌, 디아로크에게서 나왔다.
“사도?”
서우진의 시선이 녀석을 향했다.
“그래, 마왕의 추종자. 놈들이 작정하고 판 함정에 모두 걸려들어 몰살당했지, 멍청하게도.”
디아로크가 코웃음을 쳤다.
‘함정이라니…….’
대체 무슨 함정을 파야 그만한 강자 여덟 명이 몰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열세 명의 사도가 모두 나선 일이었어요. 엘프들이 아무리 강해도, 당해낼 수 없는 숫자였죠.”
열세 명과 여덟 명.
단순한 비교만 해봐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너무도 명확했다.
“뒤늦게 제국에서 그걸 알아차리고 도움을 나섰지만, 그땐 이미 늦은 상태였고요.”
“그럼 지금은 아예 없는 겁니까?”
“그나마 아카데미의 총장을 맡고 있는 요른이 초극의 경지에 가장 가깝긴 하지만…….”
아샨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쉬웠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순 없었으니,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그렇군요.”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신룡안’을 사용했다.
주둔지가 가까워졌으니, 혹시 주변에 변종 마수들이 출몰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음?”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타이밍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변종 마수는…….’
놀랍게도 무려 40마리에 육박했다.
지금껏 서우진이 봐왔던 무리 중 가장 많았던 것의 두 배나 되는 숫자였다.
그리고 그놈들을 상대하고 있는 이들은 총 일백에 달했다.
‘엘프들인가?’
요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저들의 터전인 숲과도 닮은 마력.
중간중간 꽤 커다란 힘을 지닌 존재들이 있었지만, 전황은 그리 좋게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저쪽으로 가야겠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아샨타가 돌아봤지만, 무슨 일이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같이 가지.”
“그러든지.”
디아로크가 말하자, 서우진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속력을 높였다.
쿠우우웅-!
강하게 밟은 땅이 터져 나가며 서우진의 신형이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쯧.”
그것을 본 디아로크가 혀를 차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리도 갑시다.”
“놓치겠어요. 빨리 가요.”
그 뒤를 디아로크와 아샨타가 따랐다.
* * *
“산군의 포효!”
스킬이 발동된다.
동시에 주변에 있는 아군의 신체능력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버프 스킬.
효과가 극적으로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 범위가 꽤 넓어 대규모 전투에 사용하기에 알맞았다.
“고맙소!”
주변의 엘프들이 감사의 말을 한마디씩 내뱉고는 앞으로 쇄도했다.
너무도 가벼운 움직임.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듯한 경쾌한 발걸음에, 정도현은 감탄했다.
‘나도 전투 직업을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후방에서 이렇게 지켜만 보는 것보다, 가장 앞에 나서서 신나게 치고받는 싸움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직업은 ‘샤먼’.
후방에서 버프를 걸어주는 지원형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전투 스킬도 없었기에, 정도현은 지금처럼 뒤에서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야, 버프 줘!”
그때, 옆에 있던 동료가 소리쳤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마치 자신을 버프 셔틀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짜증마저 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불만을 내색할 순 없었다.
방금 소리친 놈은 B급.
그리고 자신은 C급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야수의 심장!”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간다.
“오, 역시 효과 좋네.”
버프를 달라며 소리쳤던 동료가 만족한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조금 전 사용했던 ‘산군의 포효’보다 몇 단계는 높은 수준의 버프였으니 당연했다.
그는 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부럽다.’
두 자루의 커다란 도끼를 들고, 거칠게 돌진하는 동료의 직업은 ‘바바리안’.
엘프들과 뒤섞여 변종 마수들에게 달려드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은 그딴 감정을 느끼고 있을 새가 없었다.
변종 마수의 수는 많았고, 자신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으니까.
간신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조금의 틈이라도 생긴다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정도현은 ‘필로타인 라세’에서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전선을 지켜야만 했다.
“‘신령한 대지’! ‘수호령의 가호’!”
쉴 새 없이 버프를 쏟아부었다.
직업 등급이 낮아 상황을 역전시킬 정도로 대단한 효능은 발휘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 정도는 충분히 보탤 수 있었다.
‘지원은 대체 언제 오는 거지?’
슬슬 마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완전히 텅텅 비어버리기 전에 지원이 오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빨리 와야 하는…….’
조급해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변종 마수의 뒤쪽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끔찍할 정도로 강력했던 괴물들이 산산이 조각나며 허공에 비산하는 것이 보였다.
‘뭐지?’
너무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눈을 끔뻑였다.
“휴우- 안 늦었네요.”
변종 마수의 피와 살점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사이로, 남자 한 명이 걸어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