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역시 단단하네.’
서우진은 손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반탄력에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한 마수였다면 지금의 공격에 모두 반으로 쪼개졌을 것이다.
하지만 변종 마수의 방어력은, 일반 마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절반쯤은 베어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 마리 정도인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두꺼운 가죽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금의 일격으로 전투가 잠시 멈추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밀리던 용사와 엘프들을 구하기엔 충분한 시간.
서우진은 일부러 천천히 변종 마수의 잔해 사이를 걸어가며 이목을 끌었다.
“휴우- 안 늦었네요.”
일부러 여유 있는 모습까지 내보이자, 변종 마수들의 살기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계획대로다.
놈들은 용사와 엘프에게 더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쪽이 편하지.’
괜히 보호하겠다고 정신력을 분산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전투를 끝낼 수 있을 테니까.
서우진은 손에 쥔 ‘카 라니엘’에 혼돈기를 불어 넣었다.
우우우우웅-
기분 좋은 떨림과 함께 회색의 오러가 치솟아 올랐다.
“덤벼, 이 잡종들아!”
그 말이 신호가 되었을까?
변종 마수들이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기괴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 몰려들자 속이 좀 안 좋아졌지만, 서우진은 내색하지 않고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가죽이 잘려 나간다.
서거억- 서걱-!
촉수가 끊어지고, 피가 터져 나왔다.
서우진은 그것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앞으로 다가가며 검격을 날렸다.
한 번… 열 번… 백 번…….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카 라니엘’이 수백 번 휘둘러졌다.
파아아아아아악-!
변종 마수의 검붉은 피가 문자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비명과 포효, 그리고 절삭음까지.
마치 지옥에서 울려 퍼질 법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길 5분여.
철컥-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침묵이 흐른다.
엘프들은 물론이고, 용사들마저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자신이 본 경악스러운 광경 탓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까닭이었다.
“서, 서우진?”
그때, 용사 중 한 명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서우진입니다.”
서우은 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물론 변종 마수의 피로 온몸을 적신 모습이라 그리 친근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진짜 서우진 씨예요?”
처음 입을 열었던 용사가 다시 한번 물었다.
“네, 맞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보다, 서우진이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에 더 놀란 표정이었다.
“저, 저는 정도현이라고 해요! 직업은 ‘샤먼’! C급에 86레벨이에요!”
갑작스러운 자기소개.
서우진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서우진입니다.”
그제야 다른 이들도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자신을 정도현이라 소개한 용사의 동료로 보이는 두 명은 감탄과 질투가 섞인 눈빛을 보냈고, 엘프들은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아, 여러분을 좀 만나려고 가던 길에 전투가 벌어진 것을 봤습니다.”
“저희를요?”
정도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우진은 아카데미를 나가 소식이 끊긴지 오래였다.
그런데 아무런 인연도 없는 자신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단 주둔지로 갈 수 있을까요? 보시다시피 꼴이 이렇다 보니, 여기서 대화를 나누긴 좀 힘들 것 같아서…….”
서우진의 말에 정도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제가 안내할게요!”
호들갑을 떠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곁눈질을 했다.
‘여기서 얘기할 순 없지.’
따가운 엘프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들의 앞에서 용사 폐기 계획 같은 중대한 기밀을 발설할 순 없었다.
어서 주둔지로 가서, 용사들끼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야…….
“잠깐. 네가 뭔데 그걸 결정해?”
누군가 정도현의 어깨를 잡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대한 두 자루의 도끼를 든 용사였다.
‘B급 정도인가?’
이곳에 오기 전에 봤던 정보를 떠올려 봤다.
B급 88레벨, ‘바바리안’.
‘이름이 백종우였던가?’
이 용사 일행의 리더일 것이다.
등급과 레벨이 가장 높았으니까.
“네? 아니…….”
예상치 못한 제지에 정도현이 어깨를 움츠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좋은 성격은 아닌가 보군.’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이들의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서우진 씨라고 했죠? 그런 건 저랑 얘기해야죠, 이런 애 말고.”
백종우는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서우진을 향해 다가왔다.
“누구랑 말하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괜히 분위기를 나쁘게 끌어봐야 좋을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백종우는 별로 협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중요하죠, 제가 리더인데.”
서우진을 바라보는 놈의 시선에 왠지 모를 적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렇습니까?”
서우진이 식은 눈동자로 백종우를 쳐다봤다.
“일단 갑자기 여기에 왜 오신 건지 이유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죠.”
놈은 삐딱하게 서서 서우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우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놈인가?’
서우진은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했다.
백시우를 상대로 승리했고, 미쳐 버린 성유라를 죽였으니까.
용사의 등급은 절대적이었지만, 서우진에게만큼은 통용되지 않았다.
D급의 ‘검병’?
그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강함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사실은 백종우 역시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비를 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질투인가?’
이곳에서 엘프들을 이끌고, 대장 노릇을 하다 보니 현실 감각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참았다.
괜한 분란을 일으켰다가,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조금 곤란해진다.
앞으로 같은 편에 서서 싸워야 할 텐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반목해서야 될 일도 안 된다.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 좀 찝찝해서, 씻고 난 뒤에 하면 안 될까요?”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 모습에 백종우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기색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어깨에 뽕이라도 들어간 듯, 의기양양해진 놈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주둔지로 돌아간다!”
그 말에 정도현과 다른 용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엘프들이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쯧.’
용사들은 둘째치고, 엘프들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저 중에는 백종우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지닌 존재도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반항도 하지 않고, 그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물론 진심으로 명령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용사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러니까 기고만장해지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100명의 엘프.
선두에 서서 전투를 지휘하며, 몇 번의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자신감.
그것이 백종우에게 과도한 자부심을 심어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백종우의 뒤를 따랐다.
‘버릇을 고치는 건 나중에 해도 돼.’
지금은 아군을 모을 때다.
서우진은 짜증을 속으로 감추며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주둔지였다.
* * *
“아, 개운하다.”
주둔지에 도착하자마자 샤워실에 들어간 서우진이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다섯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종우, 정도현, 아직 이름을 듣지 못한 용사 한 명.
그리고 샤워하는 사이 도착한 아샨타와 디아로크였다.
“빨리 도착하셨네요.”
“쯧.”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자, 디아로크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런 표정인데?”
“당신이 너무 빨라서 그래요. 설마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전투가 끝날 줄은 몰랐는지, 꽤나 의기소침해졌거든요.”
아샨타가 픽- 하고 웃으며 말하자, 디아로크가 발끈했다.
“그런 거 아니다.”
“아니기는,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던 서우진이, 이번엔 용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다시 인사하죠. 반갑습니다. 서우진입니다.”
서우진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자, 정도현이 움찔했다.
당장에라도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백종우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백종우. 제 이름입니다. 뭐, 등급은 B급이지만 꽤 강합니다.”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의 소개를 한다.
서우진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정도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는 정도현 씨였고…….”
“네! 맞아요! C급 86레벨 ‘샤먼’입니다!”
아까 소개한 것을 잊은 것인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서우진은 그녀에게 한 번 웃어 보이고는 남은 한 명을 쳐다봤다.
많아봐야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어, 그러니까. 방용석입니다.”
눈알을 굴리던 남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도현과는 달리 별다른 소개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서우진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86레벨 C급. ‘방패 기사’였지?’
별다른 특징은 없는 용사였다.
성격 역시 마찬가지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이쪽이 편하지.’
서우진이 백종우를 흘깃- 쳐다봤다.
어디 한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이거야 원. 골목대장이 따로 없네.’
속으로 혀를 찬 서우진이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았다.
“다들 정말 반갑습니다.”
서우진이 말하자, 백종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그 말은 몇 번째 하는 겁니까?”
서로 친분을 나눌 생각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는 태도였다.
그 모습에 뒤에서 디아로크가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이 급히 손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녀석은 분명 폭발했을 것이다.
자격도 안 되는 놈이 감히 자신의 앞에서 저딴 태도를 보이는 것을 용서할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다행히 생각이 전해졌는지, 디아로크가 마력을 가라앉혔다.
“그딴 거 말고. 여기는 왜 오셨는지부터 말해보시죠.”
백종우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던 정도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감이 좋은 건가? 눈치가 빠른 건가?’
어느 쪽이든 좋다.
적어도 백종우 따위보다는 훨씬.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주세요. 방금 전투가 끝났는데, 저희도 좀 쉬어야죠.”
“그렇게 하죠.”
더는 헛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서우진이 뒤에 있는 아샨타와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잠깐 자리 좀 비워주세요.”
“네? 자리를요?”
당연히 같이 대화를 할 줄 알았는지, 아샨타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기밀입니다. 듣고 싶다면 요한의 허가를 받고 들으세요.”
서우진의 단호한 말에, 아샨타는 잠시 우물쭈물하다 결국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밖에 나가 있을게요.”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디아로크의 손을 억지로 잡아 끌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안에 남아 있는 것은 넷이 전부였다.
서우진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