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이야기는 길었다.
서우진은 상황을 요약하거나 생략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설명했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음성에, 세 명의 용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예상했던 대로 침묵이 흘렀다.
너무도 충격적인 이야기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단번에 믿기는 힘들겠지.’
갑자기 찾아와서 말한다고 해서, 이런 큰일을 곧장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데.’
강림 전쟁이 문제가 아니다.
싸워 승리하여 생존한다고 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터져 버릴 지경일 것이다.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들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10분, 20분, 30분…….
무려 한 시간이 가까워지도록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슬슬…….’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못 돌아간다고요?”
정도현이 먼저 물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날, 이 세계를 도와주겠다고 선택한 일이 지금같은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서우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예 방법이 없나요? 여기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잖아요.”
간절한 얼굴.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입술을 살짝 짓씹고는 입을 열었다.
“물론 아직 모든 가능성을 확인해 본 건 아닙니다.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럴지도 모른다.
서우진이 알지 못하는 방법이 존재할 수도 있고, 마공이나 하늘탑에서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너무 희망적으로만 볼 순 없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불변의 진리다.
서우진은 애써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없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정도현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옆에 있던 방용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심적으로 큰 고통을 느끼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직 한 명, 백종우만이 다른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지?”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모든 사람이 정도현이나 방용석처럼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오히려 백종우의 반응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부정하고, 의심하며, 부인하는 것.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처음부터 그는 서우진을 탐탁지 않아하고 있었으니까.
“직접 알아낸 사실입니다.”
서우진이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신궁에서 훔쳐온 정보가 적힌 서류였다.
백종우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빠르게 읽어나갔다.
실시간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종우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이것도 당신이 꾸며낸 것인지 어떻게 압니까?”
서우진이 속으로 웃었다.
놈은 이미 저 서류가 진짜 신궁에서 빼내온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황제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으니까.
그것은 용사들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마법이다.
인장이 찍혀 있다는 건, 정말로 이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백종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떻게 확인시켜 드려야 믿겠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백종우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서우진의 말을 믿고 싶지 않을 뿐이었으니까.
그 어떤 증거를 내밀어도 부정할 게 분명했다.
자신이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과 서우진에 대한 적대감이 그 이유였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설명했더라면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는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이지아나 계수지를 데려올 걸 그랬다.
‘나를 싫어하는 용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게 실수지.’
서우진은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말과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미 20명에 가까운 용사들이 그 사실을 알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 시작했죠.”
서우진의 말에 정도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북쪽에 있는 주둔지에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을 겁니다.”
“흥!”
백종우가 코웃음을 치는 것이 들렸다.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데.”
한숨이 나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믿을 수 있겠는지 말씀해 달라고 했을 텐데요.”
서우진의 말투가 조금 서늘해졌다.
하지만 백종우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당신이 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제국에 가서 물어보…….”
쿠웅-!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주둔지 내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윽!”
동시에 백종우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뭐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놈이 서우진을 쳐다봤다.
자신을 짓누르는 기운이 서우진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적당히 해라, 이 새끼야.”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예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백종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너, 너……!”
“사람이 좋게 말하면 들어 처먹어야지. 너만 성깔 있는 줄 아냐?”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압박감이 더욱 강해졌다.
백종우는 반항해 보려 했지만, 90레벨도 되지 못한 B급의 수준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크으으으윽!”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음하는 놈을 향해 서우진이 천천히 다가갔다.
“증명해 보라고 해서 보여줬잖아. 그런데 못 믿겠다면, 내가 뭘 더 어떻게 할까?”
봐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최대한 좋게 설명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넌 선을 넘었어.”
제국에 가서 물어보겠다니.
이 미친놈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망하게 생겼다.
“생각해 봐. 내가 왜 너 따위 놈을 속이겠냐? 무슨 이득이 있다고? 너한테 그럴 가치나 있어?”
말을 듣는 백종우는 화가 나겠지만, 사실이었다.
서우진이 놈을 속여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건…….”
“없어.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가치도 없어. 넌 나에게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야.”
서우진의 음성이 비수가 되어 백종우의 가슴을 찔렀다.
“착각하지 마라. 나는 너보고 도와달라고 이 정보를 말해준 게 아니야.”
서우진이 놈의 귀에 얼굴을 가져다대며 말을 이었다.
“너를 살려주려고 한 말이지.”
솔직히 100레벨도 달성하지 못한 B급 용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딴 놈보단 차라리 C급인 김다혜가 수백 배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최소한 서우진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었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다른 용사들을 구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여기서 대장 노릇 좀 하니까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았냐?”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까불지 말고 들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너를 도와주는 거니까.”
살기까지 담겨 있는 음성에, 백종우는 몸을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아, 알겠…….”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은 표정에 서우진이 혀를 차고는 혼돈기를 회수했다.
“허어억!”
폐부 깊숙이 갇혀 있던 공기를 토해내며 뒤로 넘어졌다.
그것을 차갑게 내려다본 서우진이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백종우는 물론이고, 정도현과 방용석 역시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하아-’
이래서 최대한 좋게 이야기를 풀 생각이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맺은 인연은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지금 당장은 서우진의 말을 듣겠지만, 그 두려움이 희석된다면 다른 생각이 머리 한구석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이렇게 해서라도 용사들을 집결시켜야만 했다.
아무리 부작용이 심하더라도, 시간 싸움이었으니까.
서우진은 심호흡하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의심을 하시는 건 좋지만, 다른 곳에 발설은 하지 마세요. 그랬다간 목숨을 잃을 테니까요.”
용사들이 용사 폐기 계획을 알게 됐다는 게 알려진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모두 폐기가 되고 말 테니까.
적어도 세력을 만들고, 폐기를 막을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 비밀을 지켜야만 했다.
“아, 알겠어요.”
정도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진심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별말씀을요!”
정도현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내젓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엘프들에게도 밝히면 안 되는 일인가요? 지금까지 함께 싸우며 많이 친해졌는데…….”
“절대 안 됩니다.”
엘프라고 해서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세요. 그것이 설령 용사라고 할지라도.”
강력한 경고를 담아 얘기하자, 정도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절대 비밀로 할게요.”
방용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경계심을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문제는 저놈인데…….’
바닥에 자빠져 있는 백종우를 쳐다봤다.
결국 참지 못하고 오줌을 조금 지렸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설득은 힘들겠지.’
처음부터 서우진에 대한 반발감이 가득했던 놈이다.
지금이야 힘으로 억눌러 놓긴 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좋게 말하는 것보단, 그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일 터.
“경고하지. 만약 말이 새어나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난 가장 먼저 너를 찾을 거야.”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덤덤한 음성이었다.
“다른 놈이 발설했다고 해도 상관없어. 난 너부터 찾아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니까.”
그 대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놈은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붉었던 얼굴이 점점 새하얘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조심해라. 행동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해,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거기까지 말한 서우진은, 대답도 듣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문을 쳐다봤다.
“얘기 끝났으니까 들어와.”
벌컥-!
동시에 문이 열리며 아샨타와 디아로크가 안으로 들어왔다.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아무 소리도 안 들…….”
씩씩거리던 아샨타가 분위기를 확인하고는 말끝을 흐렸다.
“뭐예요? 분명 아깐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핏기 하나 없이 질려 있는 백종우를 슬쩍 본 아샨타가 물었다.
“별것 아닙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도 한 장 그려주실 수 있죠?”
“지도요?”
갑작스러운 말에 아샨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동료들이 모여 있는 주둔지의 위치를 가르쳐 주세요. 이분들에게 줄 겁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아샨타는 이내 받아들였다.
요한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라고 명령을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그려 드릴게요.”
그녀가 품에서 종이를 꺼내 끄적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