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4)
394화.
정도현과 방용석, 그리고 백종우가 떠났다.
본래라면 굳이 이동시킬 생각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용사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 의심만 살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백종우가 좀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놈은 이곳보단, 동료들과 함께 두는 편이 안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보낸 것이다.
백종우가 돌발 행동을 하진 않을지 살짝 우려가 되긴 했지만…….
‘경고도 했으니까.’
서우진이 심어둔 두려움은, 고작 며칠 안에 털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봐도, 최소한 한 달간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선 동료들이 알아서 잘 감시해 주겠지.’
만약 백종우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능력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으니까.
‘뭐, 첫 단추가 좀 느슨하게 채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다.
백종우 같은 놈만 더 나타나지 않는다면, 빠르게 용사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보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아샨타가 옆에서 물었다.
그녀 역시 서우진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백여 명의 엘프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음, 우리 일만 생각하다 보니 잊어버렸네.’
이곳은 ‘필로타인 라세’와 맞닿아 있는 경계다.
엘프들의 터전이었고, 변종 마수들의 출몰지였으며,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들을 지원해 주던 용사들을 한순간에 다른 곳으로 보내 버렸으니, 서우진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어떻게든 해결은 해주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음…….”
아샨타의 말에 서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쩔 수 없네요. 우린 하루만 더 머물다 떠나는 걸로 하죠.”
“…하루요?”
아샨타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 안에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최대한 주변의 변종 마수들을 토벌해 두겠습니다. 당분간은 놈들의 그림자도 볼 수 없을 정도로요.”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그게 가능할 때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요?”
엘프들도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인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들은 서우진을 잘 모른다.
물론 첫 등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가공할 정도였다.
덕분에 강할 것이란 사실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일대의 모든 변종 마수를 하루 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제국의 수호자들이 와도 불가능한 일일 텐데요?”
엘프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들의 힘이 변종 마수에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토벌해야 할 장소가 너무도 드넓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라 할지라도, 수백 명의 엘프가 순찰을 하며 막고 있는 영역을 하루 만에 홀로 처리할 순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그림자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암공 정도였지만…….
“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패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본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일단은 믿어보죠. 다만…….”
말끝을 흐린 엘프가 천천히 다가오며 단호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만약 실패하신다면, 당분간은 이곳에서 저희와 함께해 주셔야 할 거예요.”
엘프들만으로는 변종 마수들을 처리할 수가 없다.
최소한 B급 이상의 용사들이 있어야 그나마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저들에게 이건 생존이 걸린 문제였으니, 확실한 조건을 걸어둘 수밖에 없었으리라.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실패하면, 이 근방이 안정될 때까지 얼마든지 같이 싸우겠습니다.”
“좋아요. 믿고 기다리죠.”
엘프들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방금 했던 말처럼, 여기서 서우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었다.
“괜찮겠어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아샨타가 슬쩍 물었다.
“힘들 것 같으면 도와주지.”
디아로크 역시 말을 보탰다.
하지만 서우진은 피식 웃었다.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어.”
“하긴.”
디아로크도 그냥 해본 말이었는지, 재차 권하지는 않았다.
그는 서우진의 진짜 힘을 조금이나마 엿본 적이 있었으니까.
마왕과 사도들을 홀로 상대한 서우진이, 고작 이딴 일에 시간을 빼앗길 리가 없었다.
“끄응.”
두 사람의 모습에 아샨타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럼 저희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너무 늦으시면 안 돼요. 갈 길이 멀거든요.”
“하루도 안 걸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서 가장 조급한 건 바로 서우진이다.
아샨타나 디아로크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낼 생각이었다.
‘내 모든 힘을 다 써서라도.’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파아아아아앗-!
서우진의 신형이 사라졌다.
단순히 빠르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속도였다.
“쯧.”
디아로크가 혀를 찼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그마저도, 서우진의 움직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계속 강해지는군.”
왠지 모를 초조함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용사니까요. 우리랑은 좀 다르죠.”
아샨타가 그런 디아로크의 등을 토닥였다.
* * *
“이쪽인가?”
스트레인이 물었다.
“대체 몇 번을 묻는 거냐?”
다리엘의 짜증스러운 음성이 뒤따랐다.
“…방향을 확실히 해야 조금이라도 빨리 따라 잡을 수 있다.”
스트레인은 얼굴을 굳힌 채로, 투덜거리는 다리엘을 노려보았다.
“아, 맞다니까.”
스트레인은 황제에게, 다리엘은 아그나에게 각자 명령과 부탁을 받았지만, 둘의 목적은 같았다.
바로 서우진의 뒤를 밟는 것.
그리고 정보의 유출이 놈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하는 것.
“하필이면 네놈이랑 같이 움직이게 될 줄은 몰랐군.”
다리엘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자, 스트레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다.”
둘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다.
마공을 제외하면 수호자들 중 최강을 다투는 이들이었으니, 딱히 우애를 나눌 관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을 공유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다리엘은 크루시엘을 통한 정보를.
스트레인은 그림자를 통한 빠른 이동 수단을.
그렇게 두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서우진의 뒤를 쫓고 있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지?”
끊임없이 투덜대던 다리엘이 문득 물었다.
“무슨 말이지?”
“서우진 말이다. 과연 그놈이 정말로 이 사단을 벌였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의심을 하기엔 충분하다.
서우진은 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모르겠군.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트레인은 대답을 회피했다.
“쯧, 답답한 종자로고.”
다리엘은 그런 스트레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넌 어떻게 생각하지?”
이번엔 반대로 스트레인이 물었다.
“8할. 그 정도의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8할? 그렇게나…….”
스트레인의 눈이 커졌다.
그 정도면 확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닌가.
아직 아무런 물증도 확보하지 못했는데, 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2할의 가능성을 무시하진 않을 게다. 그 정도면 판이 뒤집히기엔 충분히 높은 가능성이니.”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다리엘의 눈동자는 서우진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가?”
스트레인이 무거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놈이 아니길 바라는 눈치군.”
“솔직히 그렇다.”
이상함을 느낀 다리엘의 말에 스트레인은 순순히 긍정했다.
“이유는?”
“놈은 너무 강하니까.”
“…강하다?”
서우진이 강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무려 아르데타인을 죽이지 않았던가.
듣기로는 마왕 비슷한 것으로 변한 용사, 백시우도 처단했다고 했다.
그 정도라면 수호자들보다 한 차원 위의 힘을 지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너는 아직 그 녀석과 싸워본 경험이 없어 모르겠지만.”
다리엘도 서우진과 검을 나눠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제대로 성장하기 전의 일.
지금의 서우진은 그때와는 아예 다른 존재였다.
“흐음, 그렇게 강하더냐?”
반면 스트레인은 이미 한차례 패배했다.
압도적인 차이도 아니었고, 서로의 목숨을 건 싸움도 아니긴 했지만.
‘패배는 패배지.’
심지어 지금은 그때보다도 강해졌을 터.
“지금 다시 싸운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질 수도 있다.”
그 말에 다리엘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자신감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스트레인이 저렇게 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된통 당했나 보군.”
흘흘- 웃는 다리엘의 모습이 짜증났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까지 있느냐?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우리 둘이라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터인데.”
제국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서우진 한 명을 감당해 내는 것은 가능할 것…….
“아니.”
스트레인의 단호한 음성이 다리엘의 생각을 끊었다.
“놈은 이상하다. 아니, 정확히는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
차라리 SSS급의 ‘검신’이었던 백시우에게 패배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작해야 D급 ‘검병’에 불과하다.
소환된 100명의 용사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등급.
스트레인은 그런 이에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져버린 것이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나는 확신한다. 놈은 결코 D급이 아니다.”
스트레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쩌면 직업도 다른 것일지 모른다. 비록 검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놈이 쓰는 스킬들은 검술과 관계없는 것들도 많았으니까.”
10레벨이 되고, 직업이 정해지면 그와 관련된 것 위주의 스킬들을 얻게 된다.
모든 용사가 그랬다.
하지만 서우진은 조금 달랐다.
아무리 봐도 ‘검병’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스킬들이 많았다.
“그 말은 놈이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뜻이더냐?”
다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 놈에게 패배한 뒤로 계속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이유가 짐작되지 않았다.”
말하는 스트레인의 표정은 꽤나 심각해 보였다.
그것을 본 다리엘이 머리카락을 거칠게 넘기며 입을 열었다.
“숨기는 것이 많은 놈일수록 뒤가 구리게 마련이지.”
서우진을 향한 의심이 조금 더 깊어졌다.
아예 처음부터 자신들을 기만한 것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일단은 직업과 등급을 감춘 이유부터 알아내는 게 급선무겠군.”
“그렇기는 하다만…….”
스트레인이 머뭇거리자, 다리엘이 피식- 웃었다.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서도 이기지 못할 것이란 네 말은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정 불안하다면, 확실하게 놈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게 나을 터.”
거기까지 말한 다리엘이 스트레인의 팔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일단은 크루시엘의 지부에 들러야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