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엘프들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역력했다.
서우진이 모두 처리했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을 때보다도 더욱 짙어졌다.
“…살아 있는 변종 마수들이 보이지 않아요.”
“적어도 우리 일족의 영역 근처에는 단 한 마리도 없어요.”
“오직 그들의 사체로 보이는 잔해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일족에서 가장 몸이 날랜 이들 수십 명을 뽑아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이들의 보고는 모두 똑같았다.
더는 근방에 변종 마수가 없다는 것.
설마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변종 마수들이 정말로 몰살당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믿기 힘든 것은 서우진의 힘이었다.
‘필로타인 라세’, 아니. 제국의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변종 마수의 힘은 압도적으로 강했다.
단 한 마리에 엘프 수십 명이 달려들어야 간신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그런 놈이 이 근방에만 수백 마리다.
그 어마어마한 수를 혼자서 고작 여섯 시간 만에 몰살을 시킨다?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음에도 믿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그는 얼마나 강한 거지?’
일족의 리더는 문득 서우진의 힘이 두려워졌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서우진이 머물고 있는 주둔지로 향했다.
다급한 기색으로 나갈 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 오셨네.”
때마침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서우진이 그를 맞이했다.
“확인은 해보셨습니까?”
수건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물었다.
“…그래요.”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던가요?”
아샨타와 디아로크까지 그의 입에 주목했다.
왠지 모를 부담감이 느껴졌지만, 일족의 리더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말이 사실인 게 증명됐어요.”
그 대답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정말로 변종 마수들을 다 처리했다고?”
“쯧.”
아샨타가 놀라 소리쳤고, 디아로크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일족의 수색대가 확인을 마쳤어요. 단 한 마리의 살아 있는 변종 마수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말하는 그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떠나도 되겠죠? 당분간의 안전은 보장됐으니까.”
확실히 그의 말대로 당분간은 변종 마수들이 침공해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게 약속이었죠. 말했던 것처럼 이제 떠나셔도 돼요.”
“좋네요.”
서우진은 웃으면서 코트를 걸쳤다.
자동정화의 마법이 걸려 있던 녀석이라 그런지, 샤워를 끝내는 사이 새것처럼 말끔해져 있었다.
허리춤에 ‘카 라니엘’까지 찬 서우진이 엘프 리더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기쁠 만한데도 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운 듯했다.
거기다…….
“아직도 걱정이 가시진 않은 모양이네요.”
그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본 서우진이 물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요. 지금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 또다시 변종 마수들이 출몰할지 알 수가 없으니…….”
당분간의 안전.
그것은 언젠간 다시 위험이 찾아올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엘프들의 힘만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곧 다른 용사들이 이곳으로 올 테니까.”
서우진은 한 곳에 용사들을 붙잡아둘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제국을 비롯한 모든 왕국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용사들을 감시하는 중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서우진이 용사들을 집결시킨다?
신궁에서 정보를 훔쳐 달아난 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지금 모여 있는 일행도 흩어져야만 했다.
‘아니, 이미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크루시엘의 능력은 실로 놀라울 지경이다.
요한의 정보 길드보다 훨씬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들을 생각해 보면, 제국은 이미 서우진과 용사들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쩌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찾아올지도 모르겠어.’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차피 증거는 없었으니까.
“그런가요?”
잠시 생각하던 엘프 리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서우진은 단 한 번의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내뱉은 말은 꼭 지켰다.
심지어 그것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진실일 것이라 믿었다.
“물론입니다.”
서우진이 다시 한번 확답을 주자, 엘프 리더는 애써 걱정을 억눌렀다.
“알았어요. 믿을게요.”
더는 붙잡을 명분이 없다.
붙잡을 힘은 더더욱 없었고.
괜히 억지를 부리다가 서우진과 척을 지느니, 기분 좋게 보내주는 편이 훨씬 나았다.
엘프 리더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이 아샨타와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어느새 떠날 준비를 모두 끝마친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떠나죠.”
* * *
콰과과과과과과-!
화염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아치며 전면의 모든 것들을 불태웠다.
초고온의 열기에 변종 마수들은 한줌의 재가 되어 형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화장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박진한이 살짝 감탄했다.
“이런 놈들 학살하는 것엔 역시 너만 한 놈이 없다.”
‘폭염술사’ 김태진.
S급의 직업을 지닌 용사답게 그의 스킬들은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특히 박진한의 말처럼 다수의 약한 적들을 몰살시키는 것에는, 용사들 중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김태진은 친구의 칭찬에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방금 스무 마리에 달하는 변종 마수들을 일격에 처리했음에도, 딱히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인마, 너보다 빨리 레벨을 올리는 놈이 어디 있다고 그딴 표정이냐?”
박진한은 껄껄- 웃으며 김태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딴에는 살살 친 것이었지만, 전신이 괴물 같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녀석의 힘은 너무도 강했다.
“아, 하지 말라고.”
작게 휘청거린 김태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힘을 이겨내기엔 김태진의 육체가 나약했다.
물론 박진한에 비해서 말이다.
“근데 아직 멀었냐? 이제 슬슬 100레벨을 찍을 때가 된 것 같은데.”
현재 김태진의 레벨은 99.
97레벨인 박진한과 임예은보다 조금 높았다.
“몰라. 경험치도 거의 다 찬 것 같은데, 오르질 않네.”
김태진이 99레벨이 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사이 수많은 변종 마수와 몬스터들을 사냥했음에도, 100레벨을 찍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라. 그래도 네가 용사들 중에 가장 높…….”
친구를 응원하려던 박진한이 말끝을 흐렸다.
서우진의 존재가 떠오른 것이다.
자신들이 100레벨을 달성하니, 못하니 하며 아등바등할 때.
그 빌어먹을 놈은 이미 천상계로 올라간 지 오래였으니까.
지금은 S급인 자신들과도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입을 다문 박진한이 김태진을 쳐다봤다.
서우진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아본 그가 혹시 발작하진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김태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초탈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놈 얘기는 하지도 마라. 우리랑은 아예 다른 종족이나 다름없으니까.”
굳이 서우진과 자신을 비교해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맞지. 그놈은 우리랑은 좀 다르지.”
박진한이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그러곤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임예은에게 눈짓했다.
“마, 맞아, 태진아. 우리는 우리대로 성장하면 돼.”
소심한 성격에 비해 눈치가 빠른 그녀는, 박진한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정말로 서우진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X발.’
손이 축축해진다.
서우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날의 공포가 뇌리 속에 박혀, 도무지 뽑혀 나가질 않았다.
성유라의 복수?
그딴 건 포기한 지 오래였다.
지금은 제발, 서우진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만 바랄 뿐.
“박진한 용사님.”
그때, 전장의 뒷정리를 하던 병사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응? 무슨 일이야?”
웬만해선 자신들에게 말을 걸지 않던 병사들이다.
그런데 대화 도중에 끼어들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아무래도 근처에 변종 마수가 다시 출몰한 것 같습니다.”
“…또?”
그 말을 들은 박진한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니, 이게 몇 번째야?”
방금 전 처리한 놈들이 벌써 네 번째 무리였다.
그런데 또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짜증이 불쑥 일었다.
“어딘데?”
김태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병사에게 위치를 물었다.
“남동쪽으로 7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수는 대략 서른 마리…….”
“X벌, 많기도 하다.”
서른 마리라니.
이만한 수의 무리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혹시 지금 바로 토벌이 가능하실까요?”
병사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김태진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처리 안 하면? 그냥 둘까?”
“아, 아닙니다.”
병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것이다.
“쯧.”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김태진이 혀를 차고는 친구들을 돌아봤다.
“가자. 얼른 처리하고 좀 쉬게.”
“그래그래, 서른 마리든, 마흔 마리든. 어차피 경험치 덩어리들이니까. 차라리 잘됐지, 뭐.”
“으, 응.”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한 그들은 곧장 남동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여기 정리되면 바로 따라와.”
“알겠습니다!”
박진한이 슬쩍 말을 하며 지나가자,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대답했다.
“서두르자.”
세 사람이 마력을 끌어올리곤 땅을 박찼다.
쐐애애애애애액-!
쏜살과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대지를 가로질렀다.
확실히 100레벨을 목전에 둔 이들답게, 경이로운 속도였다.
7킬로미터 정도는 그들에게 눈 깜짝할 새에 도달할 수 있는 짧은 거리에 불과했다.
“저긴가 본데?”
마기가 느껴진다.
병사의 말처럼 수는 약 서른 마리.
“네가 할래?”
확실히 지금껏 상대했던 것보다 많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자신들의 힘이라면 저 정도의 수는 순식간에 밀어버릴 수 있었다.
“그래, 내가 빨리 끝내는 게 낫겠다.”
박진한의 말에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지만, 사실 놈들의 경험치가 탐났다.
박진한과 임예은에게 조금이라도 나누는 게 아까울 정도로.
김태진은 놈들의 위치를 가늠하고는 최대한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정도면 ‘헬 블레이즈’ 정도는 사용해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군.’
김태진이 사용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스킬이었다.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 그가 입을 열 때였다.
“헬 블레…….”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김태진의 스킬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파괴.
서른 남짓했던 변종 마수들은 문자 그대로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하고 증발했다.
“…뭐?”
김태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스킬을 발동한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저건……!”
박진한이 눈을 부릅뜨고 한쪽을 가리켰다.
변종 마수는 물론, 대지까지 모조리 녹이고 있던 검은 화염 사이로 누군가 걸어나왔다.
꿈에서도 보기 싫었던 얼굴.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