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다음은 어딥니까?”
“A-1 주둔지예요.”
아샨타의 대답에 서우진은 품에서 전에 받았던 종이를 꺼내 들었다.
“A-1이라… 음?”
서우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종이에 적혀 있는 이름이 너무도 낯이 익었던 것이다.
“김태진, 박진한, 임태은.”
공교롭게도 지금 향하는 주둔지엔 엘리트 친구들 중 살아 있는 세 명이 있었다.
“별로 좋은 인연은 아니죠?”
아샨타가 물었다.
“뭐, 그렇긴 하죠.”
백시우가 마왕 비스무리한 것으로 변했다가 죽었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성유라의 일도 있었고, 김태진은 강병규를 건드렸다가 서우진에게 죽을 뻔했다.
박진한 역시 시비를 걸다 된통 당한 경험이 있었으니…….
“임태은을 빼면 모두 저랑은 악연이네요.”
서우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그들과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었다.
서로 예의만 좀 지키고 자기 일에만 신경을 썼다면, 지금쯤 좋은 인연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이상은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가 없다.
그러니 지나간 일에 안타까워하기보단, 미래를 준비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었다.
“그럼 A-1은 건너뛸까요?”
굳이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까지 만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샨타가 슬쩍 제안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어요.”
사이 안 좋다고 해서 그들을 제외할 순 없었다.
‘S급이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설득이 가능하냐는 둘째치고, 그 세 사람의 재능은 뛰어나다.
만약 이전처럼 소수의 용사만 소환이 되어 지원을 한 몸에 받았더라면, 혼자서도 마왕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막대한 피해를 입는 건 피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정도로 뛰어난 이들이 무려 셋이다.
단순히 좋지 않은 인연이라고 해서 포기하기엔 너무도 아까웠다.
“그런가요?”
아샨타가 어깨를 으쓱했다.
결정은 서우진이 하라는 뜻이었다.
“그리 멀지 않으니 서두르죠, 이런 속도로는 용사들을 전부 찾는데 한 달도 넘게 걸릴 것 같으니.”
변종 마수들을 처리하느라 이미 시간을 낭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아샨타와 디아로크를 뒤로한 채, 속도를 높였다.
“저 먼저 갈 테니 천천히 따라오세요.”
“아니, 잠깐만! 또 그렇게……!”
아샨타의 음성이 순식간에 작아지며 이내 들려오지 않았다.
서우진은 그야말로 가공할 속도로 대지를 질주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중간 중간 지도를 확인하며 달리던 서우진의 기감에 마기가 느껴졌다.
“변종 마수군.”
수는 서른 마리 정도.
‘그냥 지나칠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놈들을 처리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그 잠깐의 시간조차 아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이내 그 생각을 포기하고,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다.’
변종 마수들 근처에서 커다란 마력들이 느껴졌던 것이다.
‘강해.’
일행을 제외하면, 지금껏 서우진이 봐왔던 용사들 중 가장 뛰어났다.
그리고 꽤 낯이 익은 마력이기도 했다.
“저기 있었군.”
김태진, 박진한, 임예은.
이번에 서우진이 만날 생각이던 엘리트 친구들이었다.
아무래도 변종 마수의 토벌을 위해 출동한 듯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지고화.’
상대는 서른 마리의 변종 마수.
‘마왕화’를 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스킬을 사용해야만 단번에 베어버릴 수가 있었다.
‘지고화’와 ‘광폭’, 그리고 끝없는 혼돈기로 이루어진 오러까지.
서우진은 순식간에 변종 마수들이 출몰한 장소의 근처에 도달해,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거대한 폭발과 함께, ‘광폭’으로 증폭된 ‘지고화’의 화염이 전면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변종 마수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렇게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좋아.’
단 일 격.
꽤 많은 혼돈기를 소모하긴 했지만, 한 번에 서른 마리 남짓한 변종 마수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릴 수 있었다.
서우진은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는 검은 불꽃 사이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다들 오랜만이군.”
인사를 건넸다.
물론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말이다.
* * *
‘저놈이 대체 여기에 왜?’
김태진은 손이 떨려왔다.
변종 마수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몰살된 것은 놀라웠다.
하지만 서우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이다.
“다들 오랜만이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서우진의 모습에, 김태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서우진이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찍은 ‘낙인’.
그것이 본능적인 두려움과 경외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김태진은 서우진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그런데 직접 마주했으니, 그 공포감이 얼마나 클까?
“서우진…….”
옆에 있던 박진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대놓고 적의를 표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음성 속에는 결코 반갑지 않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오늘 토벌은 끝인가?”
서우진은 그에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박진한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내가 먼저 물었다. 네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토벌이 끝났으면 주둔지로 돌아가지. 거기서 얘기해 주마.”
서우진은 박진한의 말을 끊었다.
“…뭐?”
화가 난 박진한이 근육을 꿈틀하며 마력을 끌어올리려는데, 김태진이 손을 들어 막았다.
“그만.”
김태진은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고는 서우진을 바라봤다.
쿠웅-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주둔지로 가지. 어차피 이곳의 정리는 병사……. 아니, 필요 없겠군.”
검은 화염이 사라진 대지는, 폭발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변종 마수의 사체는 물론, 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고 모조리 증발했으니까.
김태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헬 블레이즈’로도 이토록 깔끔하게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순 없었다.
그런데 서우진은 ‘폭염술사’인 자신보다도 더 뜨거운 불꽃을 사용했다.
새삼 서우진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다시 깨달으며 몸을 돌렸다.
“돌아가자.”
딱딱하게 굳은 음성으로 말하자, 박진한은 입술을 짓씹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괜히 서우진과 다툴 필요까진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임태은은 그저 안절부절못하며 둘의 뜻을 따를 뿐이었고.
덕분에 서우진은 그들과 함께 주둔지로 향할 수 있었다.
‘대체 왜 온 거지? 무슨 일이 있나?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실수한 건가?’
김태진은 걷는 와중에도 계속되는 상념에 머리가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당장에라도 서우진이 자신의 뒤를 노리고 검을 꽂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쫄 필요는 없다. 딱히 해코지를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그때, 뒤에서 서우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안심시키려는 말 같았지만, 오히려 불안감만 더욱 커졌다.
‘조금 더 빨리…….’
불안이 커질수록, 김태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1초라도 빨리 도착해서 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주둔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전장의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지, 병사들은 없었다.
김태진은 서우진을 데리고 다른 주둔지와는 달리 꽤나 고급스럽게 지어진 건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제는 얘기해도 되겠지?”
급한 성격의 박진한이 서둘러 의자를 꺼내 던지며 물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의자에 앉았다.
“다들 앉아, 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서우진의 음성은 무거웠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다.
“…사실이냐?”
박진한이 물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라도 있나?”
서우진이 그들을 속여서 얻을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사이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으니까.
“없지.”
박진한이 고개를 저었다.
서우진이 자신들을 엿 먹일 생각이라면, 그냥 팼을 것이다.
그게 더 쉬웠고, 그럴 힘도 있었으니까.
괜히 머리를 굴려 힘겹게 속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믿을 수도 없는 일.
“우리 뒤통수를 치겠다고? 이 세계 전체가?”
“정확히는 위정자들이겠지. 이 계획 을 알고 있는 건 극소수에 불과할 거다.”
서우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말을 이었다.
“믿어달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희에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으니까.”
서우진의 눈동자는 차가웠다.
그것을 본 세 사람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런데도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얘기해 주는 건, 너희가 지닌 힘이 뛰어나서야. 만약 그것도 별 볼일 없었다면 그냥 무시했을 거다.”
사실이었다.
전에 들른 주둔지에서 백종우란 놈의 경우를 보지 않았던가?
괜히 적대감을 품은 놈에게 알렸다가, 일만 더 복잡해질 수가 있었다.
그럴 바에는 아예 배제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까 잘 선택해.”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드드드드드드드-
그 거대한 힘을 이겨내지 못한 주둔지가 진동하며 사방을 흔들어댔다.
“…선택?”
서우진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세 사람은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인재였으니까.
“X발.”
박진한이 욕설을 내뱉었다.
만약 서우진의 말을 믿지 않고, 다른 생각을 품는다?
그럼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아니, 적어도 딴생각을 품지 못하게 만들 작정인 것 같았다.
그들로선 서우진이 계획하고 있는 일에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박진한은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서우진의 말을 완전히 불신해서라기보단,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래서야 저 새끼한테 쫄아서 말을 듣는 것 같잖아!’
서우진을 따르더라도, 최소한의 반항은 한 뒤에 하고 싶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그런데 그때였다.
서우진에게 가장 큰 악감정을 품고 있을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김태진!”
깜짝 놀란 박진한이 소리쳤다.
“큰 소리 내지 마라. 너도 알잖아?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쯤은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럼 괜히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 오히려 미리 알고 지금부터 대비하는 게 더 나아.”
말하는 김태진의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태, 태진이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받아들일래.”
임태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진한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둘밖에 남지 않은 친구들이 같은 의견이었으니,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서우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효과 좋네.’
김태진에게 찍었던 ‘낙인’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듯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김태진이, 저렇게 공포로 가득찬 눈동자로 서우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