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일단의 무리가 이동을 시작했다.
은밀과 신속을 무기로 삼은 조직, 크루시엘의 암살 요원들이었다.
그 수는 무려 250명.
인근에 있는 요원들이 모두 집결한 덕분이었다.
그 많은 수의 사람이 질주하는데도 작은 소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모습만 보일 뿐.
“우리도 이제 출발하지.”
다리엘이 느긋하게 말했다.
“위치는?”
“S급 용사들과 접촉 중이라는군.”
“A-1 주둔지?”
다리엘의 대답에 스트레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상하긴 한데…….”
옆에 있던 권공, 카론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서우진이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용사들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꽤나 큰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용사 폐기 계획이 유출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으니, 더욱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멀진 않으니, 확인해 보면 되겠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게다.”
세 수호자는 이미 사라진 크루시엘의 암살 요원과는 달리, 느긋한 태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분위기와는 달리, 가공할 정도로 빨랐다.
“만약 서우진이 정말로 정보를 유출시킨 범인이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카론이 물었다.
그러자 다리엘이 흘흘- 웃었다.
“내가 왜 너를 불렀을까?”
“설마……?”
카론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래.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았으니, 마땅한 대가는 치러야겠지.”
암공, 검공, 권공.
세 존재가 힘을 합친다면, 마공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서우진이 강하다 한들,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죽일 텐가?”
이번엔 스트레인이 스쳐 지나가듯 물었다.
“글쎄…….”
다리엘은 확답 대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스트레인은 알아들은 것 같았다.
“생포할 작정이로군.”
카론으로 부족해 크루시엘의 암살 요원들까지 모조리 동원한 것을 보면, 서우진을 사로잡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아까우니까.”
다리엘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놈의 힘이라면 강림 전쟁과 그 이후의 일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서우진은 제국의 수호자들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놈이 세운 업적을 생각해 보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서우진을 강림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폐기해 버린다면, 큰 손해가 아닌가?
“일단 살려둔 상태로 붙잡아놓지. 그럼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서우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 좀 심하다는 건데…….
‘그건 상관없지. 병기로써의 역할만 다 해주면 되니까.’
다리엘은 이미 서우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가능할 것 같나?”
스트레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카론까지 합류를 해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셋이나 되었지만, 아직 그는 불안감을 걷어내지 못한 것이다.
“너도 늙은 게냐? 잔걱정이 많이 늘었어.”
다리엘이 그런 스트레인을 비웃었다.
카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에게 한차례 당한 적이 있는 그는, 이번 기회에 되갚아주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제국의 수호자다. 그깟 놈 하나를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느니라.”
자신만만한 표정.
다리엘은 그렇게 웃음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서우진이 있는 A-1 주둔지를 향해.
* * *
‘찜찜한데.’
서우진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엘리트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성공했다.
중간에 잡음이 일어날 뻔했지만, ‘낙인’이 찍힌 김태진 덕분에 수월하게 넘어간 것이다.
물론 아직 박진한은 불만스러운 기색이었지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이 잘 마무리되었으니 속이 시원해야만 했는데…….
‘계속 안 좋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가슴을 간지럽히는 불쾌한 느낌에 서우진이 박진한을 살폈다.
혹시나 놈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진한에게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김태진, 임태은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신룡안’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기감이 넓어지며, 주변의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딱히 걸리는 건 없고.’
조금 전 서우진이 쓸어버린 탓인지, 변종 마수조차도 감지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겠군.’
이런 불길한 예감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혼돈기가 꽤 소모되긴 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훨씬 나았으니까.
“결국 우리가 할 일은 뭐지?”
얘기가 끝났는지, 김태진이 서우진을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이 세계가 우리 뒤통수를 칠 계획이란 건 잘 알겠다. 뭔가 제약이 걸려 있어 놈들에게 우리를 상대할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겠고.”
그럼 이제 무얼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용사들이 들고 일어나 이 세계와 싸울 수도 없었다.
“일단은 대기.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모르는 척하고 성장하는 것에만 집중해.”
“뭐? 그냥 가만있으라고?”
박진한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따져 물었다.
“제약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는 내가 찾는다. 그 전까지는 자중해.”
어쩔 수 없다.
지금 용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서우진이 마땅한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레벨을 올리는 것에 전념해야만 한다.
“끄응.”
하지만 박진한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던 놈들을 패죽이고 싶다는 표정이었으니까.
“알아서 잘 말려. 괜히 사고 못 치게.”
“…그렇게 하지.”
서우진의 진지한 음성에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낙인’ 때문이 아니라도, 박진한이 날뛰었다간 정말 일이 꼬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 난 이만 떠날 테니까, 알아서들 입단속 잘하고 있어. 나중에 다시 상황을 알리러 오지.”
서우진은 그 말을 끝으로 주둔지 밖으로 걸어나왔다.
딱히 배웅이나 인사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오는군.’
서우진은 엘리트 친구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다, 익숙한 마력의 소유자 둘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잠시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아샨타와 디아로크였다.
‘역시 좀 느리긴 하네.’
디아로크 혼자였으면 훨씬 빨리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샨타와 함께 이동을 하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 씨!”
그들을 기다리며 서 있던 서우진을 발견한 아샨타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 두 사람이 도착했다.
화아아아아악-!
어찌나 다급하게 온 것인지, 두 사람의 뒤로 바람이 휘몰아 칠 정도였다.
“아니, 사람이 대체 왜!”
아샨타는 곧장 서우진에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두고 혼자만 움직인 것에 대한 복수였다.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들으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샨타와 디아로크,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퍽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뭐예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그 웃음을 본 아샨타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아, 미안합니다. 그래도 조금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어서.”
“같이 가도 됐잖아요.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그렇게 혼자 홱- 가버려요?”
분이 풀리지 않은지, 그녀의 투덜거림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턴 함께 움직이는 걸로…….”
거기까지 말하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왜 말을 하다 멈춰요?”
아샨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대신 욕설을 내뱉었다.
‘이거 X된 거 같은데?’
‘신룡안’의 감각에 거대한 마력이 감지됐다.
하나하나가 초극의 경지에 이른 절대자들.
뿐만 아니라 200명이 넘는 수의 은밀한 마력을 지닌 이들도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명백하게 적의를 품었다.
‘나를 향해서.’
불길한 예감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디아로크.”
서우진이 무거운 표정으로 녀석을 불렀다.
“뭐냐?”
뚱한 물음에 서우진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샨타를 데리고 자리를 피해라.”
“…뭐?”
갑자기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적이 온다.”
“적이라니요?”
서우진의 말에 아샨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적이라니?
“변종 마수라도 출몰한 건가요? 그런 거라면 굳이 우리가 피할 이유가…….”
“도망가. 두 사람을 보호하면서 싸울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니까.”
서우진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일일이 받아주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했던 것이다.
“수호자들이 온다. 목표는 나일 테고.”
“쯧.”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쯤은 서우진의 표정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디아로크는 혀를 차고는, 마법을 사용해 아샨타를 들어올렸다.
“아니, 잠깐만요! 도망을 치더라도, 설명을 해줘야 납득을 하고 가죠!”
아샨타가 발버둥을 쳤지만, 디아로크는 마법을 거둬드리지 않았다.
“안 도와줘도 되겠냐?”
그러곤 서우진에게 물었다.
피식-
“누가 누굴 도와. 헛소리 하지 말고 어서 자리를 떠나. 괜히 늦다가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서우진이 슬쩍- 아샨타를 쳐다보며 말하자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계속 달리기만 하는군.”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이었지만, 머뭇거리진 않았다.
“그럼 간다.”
발버둥치는 아샨타를 마법으로 들어올린 채 빠르게 사라졌다.
“후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서우진이 심호흡을 했다.
“검공, 권공, 암공인가?”
셋 다 익숙한 마력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서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걸린 모양인데…….”
무려 수호자들 중 셋이나 움직였다.
웬만한 확신이 없고서야 저런 괴물들이 한 번에 자신을 향해 올 리가 없었다.
“어떻게 한다?”
싸울 순 있다.
지금 상태로 저 셋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마왕화’를 한다면 모두 씹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바로 쓸 순 없었다.
저들이 훗날 적이 될 것은 정해진 사실이지만, 강림 전쟁에선 함께 싸워야 할 강력한 존재들이었으니까.
이곳에서 죽였다간, 이 세계의 전력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그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
대화로 풀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건 힘들 테고.’
한숨이 나온다.
“뭐,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도망이라도 쳐야겠군.”
만약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죽여야겠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수호자 셋과 암살 요원 250명.
웬만한 왕국은 손쉽게 멸망시킬 수 있는 전력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 한번 와봐라.’
서우진은 살짝 긴장이 되는 것을 느끼며 그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경이로운 마력을 뿜어대는 3인의 절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