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
#3화.
“하아- 하아-”
새하얀 입김이 허공에 흩어졌다.
“더럽게 춥네.”
앞쪽에서 누군가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서우진은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매시브 가디언 너머의 추위는, 지금까지 느껴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말 그대로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였다.
“얼마나 더 가면 됩니까?”
서우진이 옷깃을 여미며 물었다.
“얼마 안 남았어요.”
“그 말, 한 시간 전에도 한 거 알죠?”
두 시간 전에도, 세 시간 전에도 했었다.
서우진이 아일린을 노려보며 물었지만, 이번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욕설이 절로 나왔다.
북부의 토박이 병사들도 치를 떨 정도의 추위다.
그러니 서우진은 오죽할까?
다른 용사나 기사들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고작 숙영지로 향하는 길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앞으로 토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역시 도망을 쳐야 했어.’
이것저것 재면서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토벌이 끝날 때까지 부디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아일린 옆에 딱 붙어 있는 수밖에.
“올해는 유난히 더 추운 것 같군.”
뒤에 있던 기사들 중 한 명이 심상찮은 음성으로 말했다.
“확실히 작년보다 기온이 훨씬 낮아졌습니다.”
“이것도 마왕 강림의 징조인가?”
“기록에 따르면 이상 기후도 그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기사들의 대화에서 서우진은 짙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놈들도 긴장을 하긴 하는구나.’
서우진이 보는 기사는 그야말로 초인, 그 자체였다.
옆에 있는 아일린만 해도 지구였다면 걸그룹을 해도 될 정도의 가녀린 체구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힘은?
서우진 100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옷깃 하나 스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대체 용사 놈들은 얼마나 강해진다는 거지?’
아일린보다도 강한 이들이 즐비한 세계다.
매시브 가디언만 해도 수십 명이나 존재했고, 반 슬레인은 비교조차 불허하는 괴물이다.
그런데도 마왕을 상대하지 못해 결국 다른 세계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다.
그리고 용사들은 그런 마왕을 물리칠 수 있는 영역까지 강해질 수 있는 존재들이었고.
어쩌면 소환된 용사들의 잠재력은 서우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몰랐다.
‘나도 마찬가지일 거고.’
지금이야 레벨 1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반인 수준이었지만, 레벨 5만 되어도 하급 기사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된다고 했다.
만약 레벨이 10을 넘어 20, 30이 된다면?
‘반 슬레인 정도는 되지 않을까?’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테스테론보다는 강해질 게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지금까지 받았던 수모를 몽땅…….’
그렇게 서우진이 추위를 잊기 위해 온갖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정지!”
선두에서 경고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일린이 서우진의 어깨를 붙잡아 멈춰 세우고는, 곧장 검을 뽑아 들었다.
“전투 준비!”
다시 한번 외침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던 서우진도, 이번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검을 뽑고 대비하세요.”
몬스터다.
선두 쪽에 몬스터가 출몰한 것이 분명했다.
서우진은 자신의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 세계에 소환된 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몬스터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이번 토벌에 참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막연한 두려움만 일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투를 코앞에 둔 상황이 되니…….
‘무섭다.’
하지만 가만있을 수도 없었기에, 달달 떨리는 손으로 검을 뽑았다.
스르릉-
병사들의 무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보급 검이었지만, 그 예리한 마찰음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드레이카스다!”
“방어 대형으로!”
아일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직 토벌 지역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
서우진에게는 거의 다 왔다고 말해왔지만, 아직 절반도 채 도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위치상으로 따지자면 토벌 지역의 초입인 셈.
그런데 이런 곳에서부터 드레이카스를 만나다니!
절대 평범한 상황은 아니었다.
크오오오오-!
북방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드레이카스가 포효했다.
단 한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일린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 강한 놈입니까?”
놈의 포효를 들은 서우진이 무거운 음성으로 물었다.
“아룡종이에요. 북방에서도 가장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나죠. 한 영역의 지배자를 자처할 정도라 보통은 이런 곳에서 마주칠 리가 없는데…….”
말하던 아일린은 슬쩍 서우진의 상태를 살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
갈 곳을 잃은 눈동자.
두려움에 떨리는 손.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대로 뒀다간 언제 패닉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드레이카스가 강력한 몬스터인 것 맞지만, 토벌대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으니까.”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은 최정예다.
매년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은 이들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기사들은 그런 병사들보다 훨씬 강력한 힘의 소유자다.
그들이 한데 모인 기사단의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고.
심지어 이곳에는 반 슬레인이 있지 않은가?
이전에도 강하던 그가 깨달음을 얻어 육체의 재구성까지 이뤘으니…….
솔직히 드레이카스 한 마리 정도는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에요.”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위로가 된 것일까?
다행히 서우진은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일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드레이카스 한 마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맞다.
피해가 발생하긴 하겠지만, 사냥을 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초입부터 저런 놈이 튀어나왔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래도 이번 토벌은 상당히 위험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일린은 서우진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토벌은 본래 위험한 거니까.’
매년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고, 심지어는 기사들도 전사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거짓에 가까웠다.
물론 아일린은 서우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D급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용사는 용사.
제대로 된 성장을 하기만 한다면, 초인의 영역에 들어갈 것이다.
용사라는 존재들은 보통 그랬으니 말이다.
‘아니, 그것보단 자존심의 문제가 더 큰가?’
100명의 용사는 대륙 곳곳으로 흩어져 성장을 한다.
각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강해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서우진이 몬스터 토벌을 진행하다 사망한다면?
시온의 입장에선 망신도 이런 망신이 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반 슬레인은 아일린에게 토벌 기간 동안 서우진의 옆에서 떨어지지 말 것을 명령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서우진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였기 때문이었다.
“……쯧.”
그때였다.
앞쪽을 살피고 있던 아일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제 뒤쪽에 서세요.”
왠지 심각해 보이는 그녀의 경고에,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크오오오오-!
상처 입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아까보다 좀 가깝지 않아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마치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서우진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설마는 사람을 잡게 마련이었다.
“옵니다.”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앞쪽의 병사들이 하늘을 날았다.
후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비처럼 쏟아져 새하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미친…….’
서우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처음으로 봤다.
그것도 몸이 박살 나 피의 비를 뿌리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왔던 서우진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포효하며 병사들을 박살낸 드레이카스는 서우진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정확히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저게 몬스터?’
겉으로 보기엔 도마뱀과 흡사했다.
물론 그 크기가 거의 10미터에 달하고, 등과 머리에는 흉측하게 생긴 수백 개의 가시가 돋아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살기가 줄줄- 흐르는 듯한 붉은 눈을 본 서우진은 몸을 돌리려 했다.
‘죽는다!’
거짓말이 아니라, 저런 것과 싸운다면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게 뻔했다.
방금 전 죽은 병사들처럼 온몸이 박살 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도망을 쳐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서우진의 생각보다 아일린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쏜살같이 드레이카스를 향해 달려나간 것이다.
“자, 잠깐!”
도망을 치려던 서우진이 그 모습을 보곤 경악했다.
눈앞의 저 괴물은 정말 문자 그대로 괴물이다.
아일린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그녀 자신일 터.
그럼에도 아일린은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우진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씨발!”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아일린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미친놈! 미친놈!’
그냥 도망을 쳐도 된다.
그 누구도 레벨 1의 용사가 드레이카스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우진 역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도저히 아일린을 두고 혼자 도망칠 수가 없었다.
‘친하지도 않은 여자잖아.’
‘나보다 훨씬 강한 기사야.’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잖아.’
찰나의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쩌어엉-!
아일린의 검이 드레이카스와 충돌했다.
크기에서부터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났기에, 그녀의 검은 마치 이쑤시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당연히 좀 전에 본 병사들처럼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일린은 두 다리로 굳건하게 땅을 디딘 채 견뎌냈다.
드레이카스의 질주가 멈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일린의 한계였다.
“쿨럭-!”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아일린이 입과 코에서 피를 뿜어냈다.
“아일린!”
깜짝 놀란 서우진이 어설프게 검을 휘두르며 드레이카스의 신경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아일린이 죽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놈은 아일린에게서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덤벼, 이 도마뱀 새끼야!”
떨리는 음성이 놈을 제대로 도발했다.
콧바람을 한번 뿜은 드레이카스가 그대로 서우진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작은 건물 한 채가 다가오는 듯한 모습.
서우진은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레이카스를 똑바로 노려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될까?’
아일린도 한 번의 충돌로 무력화시킨 놈이다.
자신 따위는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서우진이 믿을 것이라곤 이 보급 검 하나뿐이었다.
드레이카스의 이빨 하나보다도 약해 보이는 검.
레벨 1의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자신이 이 보급 검을 들고 드레이카스를 막아낼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래도 해야 돼!’
드레이카스는 순식간에 서우진의 눈앞에 도달했다.
가까이에서 본 놈은 도마뱀이라기엔 훨씬 흉악한 외모였다.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과 핏빛 살기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4개의 눈.
가까이서 놈의 모습을 확인한 서우진은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 뻔했다.
‘죽는다.’
‘측정 불가’고 ‘마왕’이고 나발이고.
이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의 눈을 본 드레이카스가 제자리에 멈춰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