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0)
400화.
살인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서로가 죽고, 죽이는 전장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적들을 베어넘기는 와중에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차라리 ‘마왕화’를 했더라면.’
그럼 이성적이고 냉정한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 죄책감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기에, 서우진은 지극히 온전한 정신으로 사람을 죽여야만 했다.
한 명, 한 명 목숨이 끊어질 때마다 점차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냥 도망을 칠까?’
그럼 더는 이런 살육을 자행하지 않아도 될 텐데.
서우진의 시선이 암살 요원들의 뒤를 향했다.
그곳에는 세 명의 수호자가 살기와 적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힘들겠군.’
저들의 힘이라면, 단순히 도망을 치는 것에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차라리 맞서 싸우는 편이 훨씬 쉬울 터.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살과 뼈가 갈라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직 식지 않은 피가 얼굴에 튄 까닭이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닦아내기도 전에, 두 명의 요원을 더 베어냈다.
‘지독한 놈들.’
서우진의 손에 죽어나자빠진 암살 요원의 수가 벌써 1백에 가깝다.
1/3의 수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저들은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설마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저들이 강하기는 하다.
하지만 서우진은 250명이 아닌, 그 백 배가 덤벼도 모두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죽으라는 명령을 이렇게까지 따르다니…….’
지구에서 교육을 받고, 평생을 살아온 서우진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하아아-”
서우진은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때,
1초를 수십 번 쪼개고도 남을 정도의 찰나의 시간.
평범한 이라면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할 순간이었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에겐 빈틈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번쩌어억-!
검광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다리엘의 은색 검날이 서우진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검공이라는 이름답게, 너무도 유려하고 완벽한 참격이었다.
서거거거거걱-!
그와 서우진 사이에는 몇 명의 요원들이 서 있었지만, 다리엘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모시는 이의 검에 몸이 잘린 암살 요원들의 피를 뚫고, 검이 도달했다.
“크윽!”
호흡을 빼앗긴 서우진이 뒤늦게 ‘카 라니엘’을 들어올렸다.
카아아앙-!
거친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창졸지간의 방어였는지라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 서우진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지금이다!”
다리엘의 외침이 들리고, 서우진의 그림자에서 스트레인이 튀어나왔다.
“순순히 우리의 말을 듣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음울한 음성과 함께 스트레인의 그림자가 나선형을 그리며 서우진의 등을 향해 꽂혀 들어왔다.
도저히 피할 구석이 보이지 않는 연계.
“신속!”
서우진이 다급히 스킬을 사용했다.
화아아아악-!
순간적으로 몇 배나 빨라진 움직임으로, 스트레인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기다렸다!”
서우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카론의 거대한 주먹이었다.
이지아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묵직한 일격.
‘아, 젠장.’
고작 한숨 한번 내쉰 것치고는, 너무 커다란 대가를 치를 것 같았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려 몸을 뒤덮었다.
‘신속’을 사용한 상태로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공격이었으니, 최대한 충격이라도 줄이기 위함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머릿속이 뒤흔들렸다.
마치 뇌가 곤죽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으으으윽!”
충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머리가 통째로 뜯겨져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고, 몸에서 힘이 풀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직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오오오오오-!
예리한 날붙이가 등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없이 날카로운 마력이었다.
‘다리엘.’
끈적끈적한 마력이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붙잡았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스트레인.’
그리고 다시 한번 카론.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터트려 버리겠다는 듯, 폭풍과도 같은 거대한 마력이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X발.’
저건 맞으면 안 된다.
다리엘과 카론의 공격을 동시에 당한다면,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무사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나?’
서우진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마왕화’.
그것을 사용하면, 이 빌어먹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쳐 날뛰는 저 망할 새끼들을 단번에 처리할 수도 있을 테고.
물론 그 이후의 일은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저들에게 당해, 개처럼 끌려가는 것보단 낫다.
생각을 정리한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결국 최후의 수단인 ‘마왕화’를 사용…….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작스레 폭발이 일어났다.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는지, 세 명의 수호자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디아로크?’
초고온의 열기에 서우진은 디아로크가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서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디아로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김태진.”
녀석은 세 명의 수호자를 향해, 쉴 새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폭염술사’답게 디아로크 못지않은 화려한 화염 스킬이 전면을 휩쓸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움을 준 건 고맙지만, 여긴 김태진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다.
화아아아악-!
세상을 불태울 것 같았던 녀석의 화염 스킬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검에 베이고, 주먹이 흩날리고, 그림자에 집어 삼켜졌다.
기세에 비해 너무도 쉽게 꺼져 버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용사 김태진. 지금 뭐하는 짓인가?”
아직 100레벨도 넘기지 못한 그에게, 수호자들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태진은 자신의 스킬들이 강제로 취소됐음에도 전혀 기죽지 않은 표정으로 수호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하라?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다리엘이 조롱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김태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는 얼굴로 답했다.
“당신들이 용사를 핍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용사는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준 존재들이다.
그런데 제국의 수호자들이 그런 용사를 핍박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간다?
당연히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리엘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우리가 무지렁이들의 반응을 신경이라도 쓸 것 같으냐?”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여론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다.
어차피 일반 백성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는 저급한 신분이다.
그런 벌레들의 반응까지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다.
“용사들의 반응도 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멈칫-
다리엘이 입을 다물었다.
아직 미소는 여전했지만,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당신들이 서우진을 공격하고, 강제로 억압했다는 사실을 용사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강림 전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습니다만.”
만약 용사들이 단체로 반발하며 강림 전쟁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 세계는 멸망을 피할 수 없다.
“허, 이것 참.”
다리엘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대로 돌아가십시오. 그럼 여기서 벌어진 일은 불문에 부칠 테니까.”
돌아가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
평소였다면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지 않을 것이다.
“헛수고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
정신을 완전히 되찾은 서우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헛수고?”
김태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만약 자신을 죽여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면, 이날의 일은 언젠간 알려질…….
김태진의 눈이 커진다.
“설마 모두 죽인다고?”
서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저놈들은 수틀리면 우리 둘 다 죽이고도 남을 거다.”
서우진과 김태진.
두 사람의 전력 이탈은 뼈가 아플 정도로 아쉽겠지만, 저들은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두 명의 용사를 잃는 것이, 모든 용사를 잃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서우진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새어나간다면, 용사들은 더 이상 이 세계와 같은 편이 아니게 된다.
저놈들로선 기필코 서우진의 입을 막아야만 했다.
가능하면 죽여서라도.
“내가 괜히 나서지 말고 자중하라고 했을 텐데.”
서우진이 넋을 잃은 표정의 김태진을 향해 말했다.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넌 죽었을 거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그 공격을 맞았더라면 최소한 무력화가 되었을 테니까.
물론 서우진에게 감춰둔 수가 없었다면 말이다.
“어쨌든 고맙군. 그렇다고 잘한 짓이라는 건 아니지만.”
서우진 찝찝한 표정으로 김태진을 향해 감사인사를 건네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득- 우드득-
그러곤 고개를 돌리며 목을 풀었다.
“역시 무리 생활을 하는 개새끼들이라 그런가, 합공에는 일가견이 있네.”
당연한 말이었지만, 칭찬은 아니었다.
“죽다 살아난 주제에 혓바닥이 가볍구나.”
다리엘이 그런 서우진을 향해 이죽였다.
“뭐, 살았잖아?”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리엘을 노려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희를 조금 얕본 건 사실이야.”
방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싸움을 너무 쉽게 여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턴 제대로 상대해 주지.”
혼돈기가 터져 나왔다.
“내가 생각해 보니까, 너희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많더라고.”
‘마왕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수호자 셋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방금 전 머리가 좀 식자 떠오른 것이었다.
“허세는 그만 떨어라, 서우진. 네가 제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우리 셋을 동시에 상대할 순 없을 것…….”
“셀레스티얼 윙.”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서우진의 힘이 순식간에 수배나 증폭했다.
“이런 미친!”
다리엘이 눈을 부릅떴다.
자신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의 거대한 힘이 느껴졌으니, 당연히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리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셀레스티얼 윙’의 제한 시간은 최대가 10분이다. 증폭된 힘을 보아하니, 아마 2분도 되지 않아 끝날 테지.”
놈의 말은 옳았다.
서우진은 ‘셀레스티얼 윙’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했으니까.
“그 잠깐의 시간만 버티면, 넌 끝장이다.”
“그래?”
본래대로였다면, 그 말 역시 맞았겠지만…….
서우진은 다리엘의 웃음보다도 짙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들었다.
“…팔찌?”
처음 보는 형태의 팔찌에 세 수호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서우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성물인데, 혹시 알아?”
사용자의 모든 상태를 회복시켜 주는 성물.
‘셀레스티얼 윙’의 부작용이 제아무리 심해도, ‘마테아의 광명’은 순식간에 회복시킬 수 있었다.
“아나 보네?”
세 수호자의 경악한 표정을 본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혼돈 세계.”
서우진의 영역이 펼쳐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