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세상이 혼돈에 집어삼켜졌다.
상식은 뒤집히고, 개념이 뒤섞였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이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평범한 이들에 비하자면 훨씬 양호했지만, 그들 역시 혼돈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세 명의 괴물은 갑자기 펼쳐진 생소한 세상에 표정을 굳힌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서로의 마력이 공명하며 거대한 진동을 낳았다.
거대하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의 힘이었지만, ‘혼돈 세계’는 그것마저도 집어삼켰다.
하늘로, 땅으로, 대기 중으로.
세상 모든 것을 뒤흔들 정도의 힘은 그렇게 너무도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이건 무어냐?”
다리엘이 물었다.
그의 얼굴은 ‘혼돈 세계’의 영향을 받아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 스킬. 이곳에서는 시간, 개념, 공간. 그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세계지. 어때?”
서우진이 마음에 드냐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이런 스킬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말하는 스트레인의 그림자는 사라져 있었다.
이 공간 내에서 그의 이능 따위는 그 어떤 힘도 발휘할 수가 없던 것이다.
스트레인은 자신의 추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사실보단, 서우진의 능력에 더욱 경악한 듯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능력이 좀 뛰어나.”
그것도 훨씬.
“흥, 고작 이딴 스킬로 우리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냐?”
다리엘은 당황한 와중에도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상식이 완전히 파괴되는 공간 안에서도, 저만큼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꽤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그뿐이다.
뛰어난 정신력과는 별개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럼 증명해 보던가.”
서우진이 말하는 것과 동시에, 다리엘의 검이 휘둘러졌다.
스가아아악-!
예리한 참격이 공간을 모조리 베어내며 서우진을 향해 날아왔다.
피식-
산도 쪼갤 정도의 위력이었음에도, 서우진은 그저 웃으며 손가락을 튕길 뿐이었다.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세계가 뒤집혔다.
중력이 곤두박질치고, 하늘과 땅이 서로의 자리를 뒤바꿨다.
스윽-!
정확히 목을 노리고 날아오던 참격은 허공만을 가를 뿐, 결국 서우진에게는 닿지 못했다.
다리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자신의 공격이 이토록 쉽게 빗나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증명하긴 힘들겠군.”
서우진이 그를 비꼬았다.
으드득-
“기고만장하지 말거라. ‘셀레스티얼 윙’의 효력이 다한다면, 그 즉시 너도 끝날 터이니.”
벌써 1분이 훌쩍 지났다.
예상대로라면 서우진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수십 초 남짓.
이 공간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호자 셋을 무력화시킬 순 없을 것이다.
다리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이거?”
하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 공간에선 시간조차도 뒤엉킨다고.”
이전에 바론과 마르데타인을 동시에 상대했을 때도 썼던 방법이다.
“여기선 ‘셀레스티얼 윙’이 끝나지 않아, 내 힘이 다할 때까지는.”
그리고 힘이 증폭된 지금의 서우진은 세 명의 수호자를 한 번에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대화는 그 후에 하자고.”
죽이진 않는다.
적어도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서우진은 차갑게 굳어진 표정으로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 * *
김태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끔뻑였다.
서우진과 수호자들이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결계 비스무리한 것이 만들어지며 공간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지?”
손을 뻗어 잿빛의 불투명한 막을 만져 보았다.
마치 쇠를 만지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졌다.
‘뚫을 수 있을까?’
순간 든 호기심에 마력을 끌어올려보았다.
하지만 무리였다.
구멍을 내기는커녕, 흠집조차 생기질 않았던 것이다.
“들어가는 건 무리겠군.”
모든 마력을 동원해 가장 강력한 스킬, ‘헬 블레이즈’를 사용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그냥 기다려야 하나?”
호기롭게 나왔건만, 멀뚱히 서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괜찮냐?”
그때, 뒤에서 박진한의 음성이 들려왔다.
뒤늦게 김태진을 따라 주둔지에서 뛰쳐나온 듯했다.
“그래. 나는 괜찮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차라리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지금처럼 황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 이건 뭐야?”
박진한과 함께 나온 임태은이 잿빛의 장막을 보며 물었다.
“글쎄다. 나도 처음 보는 거라 잘 모르겠다.”
서우진의 스킬인 것만은 확실했다.
‘‘혼돈 세계’였던가?’
무슨 스킬인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 장막은 수호자들마저도 쉽게 뚫고 나올 수 없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넌 얼마나 강한 거냐?’
수호자가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셋이다.
그 정도면 왕국 하나쯤은 찜쪄 먹을 수도 있는 막강한 전력이 아닌가?
그런데 서우진은 홀로 그들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
새삼 서우진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기다려야지.”
박진한의 물음에 김태진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언제 끝날 줄 알고? 그냥 이 틈에 달아나서 모르는 척하는 게 낫지 않겠냐? 그놈도 우리보고 자중하고 있으라고 말했잖아.”
아무래도 이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듯했다.
어쩌면 아직도 서우진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던가.
둘 중 어느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김태진은 돌아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나는 기다릴 거야.”
“야, 인마!”
박진한이 답답함에 소리를 질렀다.
“그래, 서우진의 말이 사실이라 치자. 어느 정도 신빙성도 있으니까. 진짜 이 세계 놈들이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전쟁이 끝나면 폐기할 계획을 세웠다고 치자고.”
덥석 김태진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그래서 네가 이 싸움에서 도움이 되냐?”
묵직한 말이 가슴을 찔러온다.
“네가 서우진을 돕겠다고 이렇게 나서는 게, 정말로 그놈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냐고.”
아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확률이 높았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김태진 본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도움이 됐어.”
조금 전 서우진이 ‘혼돈 세계’를 사용하기 전.
김태진은 위험에서 서우진을 구해냈다.
“그러니까 이제 충분하다는 거 아니야. 더 나섰다가 너도 찍히면 큰일…….”
“자, 잠깐, 진한아.”
임태은의 음성이 답답함에 가슴을 치며 김태진에게 소리를 지르려던 박진한의 말을 끊었다.
“아, 왜?”
신경질적으로 돌아본다.
어서 이 멍청한 친구를 설득해 자리를 피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임태은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저, 저기 봐.”
그녀는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김태진과 박진한의 시선이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잿빛의 거대한 장막이 펼쳐져 있는 곳.
“갈라지고 있어.”
아직은 미세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
하지만 확실하게 균열이 생기고, 그 크기를 점차 키워 나가고 있었다.
“…물러나.”
얼굴을 굳힌 김태진이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곤 마력을 끌어올려, 언제든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서우진의 승리를 믿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수호자 세 명을 상대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김태진은 만약 장막을 깨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수호자들이라면, 곧장 스킬을 퍼붓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돌아가. 괜히 너희까지 휘말릴 필요는 없으니까.”
“개소리하고 있네.”
걱정이 담긴 김태진의 말에 박진한이 거칠게 대답했다.
“네가 가라고 하면, 우리가 순순히 알겠다 하고 가겠냐?”
박진한이 김태진 옆에 섰다.
안 그래도 거대했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이젠 괴물처럼 커졌다.
“나, 나도 안 가.”
임태은 역시 소심하게 속삭이며 손을 들었다.
그으으으으으-!
공간의 틈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그녀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의 손바닥만 했던 모습과는 달리, 무려 5미터에 달하는 크기로 성장해 위압적인 마력을 자랑했다.
김태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향해 한마디하려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잿빛 장막의 균열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
벌어진 틈 사이로 경이로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크, 크윽!”
박진한이 신음을 터트리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도저히 맨몸으로는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물러나, 진한아.”
임태은이 앞으로 나섰다.
정확히는 그녀의 드래곤이 세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덕분에 전신을 짓누르던 힘의 압박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잿빛 장막이 완전히 깨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오오오오오-!
세 사람을 보호하던 드래곤이 고통에 찬 포효를 터트렸고, 김태진은 곧장 스킬을 발동했다.
“인페르노 블러프!”
순백색의 초고온을 품은 화염이 치솟아 오르며 커다란 절벽을 만들어냈다.
“막아!”
임태은도 자신의 드래곤에게 명령을 했으며, 박진한 역시 몰아치는 기운을 막아내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다.
“금강천벽!”
세 사람의 마력이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평소에도 항상 같이 훈련을 해왔기에 가능한 연계였다.
물론 그 말이 완벽한 방어를 장담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쩌어어엉-!
마치 유리처럼, 세 사람의 마력은 너무도 쉽게 깨져 나갔으니까.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모두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덤프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이었다.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김태진은 아파할 겨를도 없었다.
‘누가 이긴 거냐?’
확인해야만 했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간신히 몸을 추스르곤 앞을 확인했다.
폭발의 여파 사이로, 실루엣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빛나는 날개를 지니고, 흐트러짐 하나 없이 꼿꼿하게 서서 검을 들고 있는 존재.
“…역시.”
서우진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 명의 수호자는 모두 피를 흘리며, 서우진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김태진.”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별다른 힘이 실려 있지 않았지만, 김태진은 마치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이 녀석들을 구속할 수 있는 물건을 구할 수 있나?”
서우진은 김태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물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들을 구속할 수 있는 물건이라…….’
여기에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없다.”
김태진이 고개를 젓자,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수호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서우진 특유의 기운이 서서히 크기를 키워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도 거대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힘.
긴장한 김태진이 마른침을 삼킬 때,
서우진의 입이 열렸다.
“낙인.”
그의 영혼에 새겨진 대적 불가의 힘이, 수호자들에게도 찍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