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4)
404화.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서우진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혼돈 세계’에서조차 비틀기만 가능했을 뿐, 결국엔 본래의 흐름으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결국 시간은 오롯이 계속 흐를 뿐이었다.
“젠장, 너무 촉박해.”
서우진이 투덜거렸다.
용사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러 다닌 시간이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모두에게 전했어야 했지만…….
“이렇게까지 믿지 않을 줄은 몰랐는데.”
용사 폐기 계획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나같이 의심하고, 불신하며, 적대하는 놈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들을 설득하는 일은 꽤나 힘이 들었다.
백종우의 경우처럼 어쩔 수 없이 힘으로 굴복시킬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좀 남아 있긴 합니다.”
요한이었다.
조금 전 서우진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 그는, 들고 온 가방 안에서 종이더미를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입니다.”
꽤나 두꺼웠다.
“이걸 전하려고 직접 오신 겁니까?”
요한은 한 길드의 수장이었다.
이렇게 직접 움직이는 것보단, 길드원들에게 시키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터.
“우리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요.”
아샨타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요한에게 말했다.
설마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기별도 없이 여기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제가 직접 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니,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요한이 직접 와야 할 정도의 일이라…….
“뭔가를 밝혀낸 겁니까?”
요한이 알아내야 할 일은 많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건, 용사의 폐기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고.
“아쉽게도 기대하시는 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서우진의 표정을 읽은 요한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확실히 하늘탑은 쉽게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마르테스가 거주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라면 하늘탑 내부에서 개미 한 마리가 기어다니는 것까지 모두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의 능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혼자서는 하늘탑에 잠입하는 게 결코 쉽진 않았을 터였다.
“제가 보낸 녀석은 어떻습니까?”
“아, 리나르 말입니까?”
서우진의 말에 요한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첫 만남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 한마디로 리나르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눈에 그려졌다.
“특이한 능력이 있는 녀석이죠.”
“확실히 그렇더군요. 잘만 가르치면, 이 바닥에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들도 쉽사리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다.
그 능력을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정보들을 캐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에겐 다른 꿈이 있어서요. 아마 정보 쪽 일을 시키는 건 어려울 겁니다.”
리나르의 꿈은 영웅이다.
용사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구해 후대에까지 이름이 이어지는 영웅.
그런 리나르에게 정보원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질색하고 말 것이다.
“아쉽군요.”
요한이 입맛을 다셨다.
그 정도로 리나르의 재능이 탐이 났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굳이 설득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지,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 녀석도 하늘탑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겠습니까?”
서우진은 리나르에게 하늘탑의 잠입을 부탁했었다.
당연히 그 어린 녀석이 혼자 일을 하는 건 불가능했으니, 요한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두었고.
“음…….”
요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현재로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서둘러 주세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 마왕의 강림까지 남은 시간은 이르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사이에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만약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더욱 알아내는 게 힘들어질 테니까.
“안 그래도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씀을 드리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요한의 모습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잘하겠지.’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었으니.
“그럼 이렇게 직접 온 이유는 뭡니까?”
요한이 직접 서우진을 찾아와야 할 정도의 일이 무엇일까?
“변종 마수들이 만들어지는 위치를 찾았습니다.”
확실히 서우진이 기대했던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인 것도 맞다.
“…확실히 직접 오실 만하군요.”
부하를 시켜 전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다.
서우진이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거기가 어딥니까?”
* * *
“X발! 지원은 언제 와!”
이진호는 연신 뒤로 물러나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몰라! 분명 곧 도착한다고 했는데…….”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이 새끼야! 당장 가서 지원을 부르든, 만들든 해서라도 가져와!”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변종 마수가 열다섯 마리나 출몰했는데, 이곳에 있는 용사라고는 고작 세 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B급인 이진호를 제외하면, 다른 둘은 C급이었고.
그들만으로 열다섯 마리의 변종 마수를 모두 처리할 순 없었다.
‘간신히 버티는 게 다야.’
이진호가 입술을 깨물며,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C급 용사들을 노려보았다.
‘도움이라고는 1도 되지 않는 놈들.’
저들이 아니라 B급 용사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약간의 도움.
그 정도만 필요할 뿐이었다.
그런데 저놈들은 그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방해만 될 뿐이었다.
“빨리 버프 내놔!”
증폭됐던 마력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자, 이진호가 뒤를 향해 소리쳤다.
살기마저 느껴지는 음성에, 지원을 맡고 있던 C급 용사는 움찔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마력의 축복!”
푸른색의 환한 빛과 함께 이진호의 마력이 소폭 증가했다.
안 그래도 걸려 있던 버프의 효력이 끝난 탓에, 마력이 부족해지던 참이다.
그 와중에 다시 부여된 버프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쯧.’
하지만 이진호는 영 마음에 들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딴 쥐꼬리만 한 버프로 대체 뭘 하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팀을 잘못 짠 것 같았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기에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힘이 들 줄 알았다면 다른 놈들과 팀을 짰을 것이다.
‘젠장, 이번 전투만 끝나면 바꾸든지 해야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저놈들이랑은 계속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진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드득-!
베이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그의 검으로는 변종 마수의 가죽을 온전히 베어내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90레벨에 도달한 탓에, 어떻게든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다.
“반월참!”
백색의 ‘오러’가 날아가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변종 마수 한 마리의 몸통을 쪼개 버렸다.
쩌억-!
검붉은 피가 튀었다.
이진호는 그게 몸에 튈까 싶어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본 C급 용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껏 한 마리를 잡아놓고 뒤로 물러나다니?
이럴 때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놈들의 포위망을 뒤흔들어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
“끝이 없군.”
이진호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인상만 찌푸릴 뿐이었다.
“야. 버프 좀 더 줘봐.”
마치 맡겨놓은 것을 달라는 듯한 말투였다.
“마, 마력이…….”
하지만 C급 용사는 더 이상의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이진호를 향해 버프를 걸었더니, 이제 마력이 완전 동나 버린 것이다.
“이런 X발.”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다.
“쓸모없는 새끼들.”
갑작스러운 욕설에 C급 용사들이 몸을 움츠렸다.
그래도 다행히 더는 탓하진 않았다.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도 급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몸으로라도 막아!”
이진호는 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촉수를 막아내며 소리쳤다.
버프도 없이 혼자서는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결국엔 비전투 직업인 C급 용사들까지 앞으로 나서서 촉수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이진호가 눈을 굴렸다.
엄살이 아니라, 이젠 정말로 한계다.
지원이 오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건 안 돼!’
이딴 곳에서 죽기 위해 이 세계에 온 것이 아니다.
B급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왕은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생각이었다.
그 누구보다 칭송받고, 관심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마왕도 아니고, 사도도 아니고, 고작 이딴 변종 마수들에게 고전하다니.
‘피해야 돼.’
모두가 도망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혼자서라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세 사람을 찢어발길 기세로 달려들던 변종 마수들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이진호는 당황한 눈동자로 주변을 살폈다.
‘뭐지?’
뭔가 심상찮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조용히 물러나.”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회다.
변종 마수들이 굳어 있는 사이 도망을 쳐야만 했다.
“으, 응.”
C급 용사들이 이진호의 말에 따라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마침내 세 걸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진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쉽군. 부활해서 처음 만나는 용사가 이따위 놈들뿐이라니.”
머리 위에서 음습한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꿀꺽-’
이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언제?’
방금 전까지는 그 어떤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전신의 기감을 활짝 연 상태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기에 확실했다.
그런데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머리 위에 누군가 나타났다.
놀라는 것을 넘어서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
“B급과 C급인가? 최소한 A급 정도는 만나길 바랐건만.”
이진호가 툭툭- 끊어지는 움직임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낯선 얼굴이 보였다.
냉막한 표정과 분위기의 남자였다.
그는 이진호로선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마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미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다.
그것도 마왕의 추종자!
이진호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문득 입을 열었다.
“너, 넌 누구냐?”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참 볼품없는 질문이었다.
사내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는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우진과는 많이 다르군.”
‘서우진?’
그 이름이 여기서 대체 왜 나온단 말인가?
이진호는 궁금해졌지만, 이어지는 사내의 대답에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름 없는 자. 그저 사자라 불리는 존재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