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5)
405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아샨타가 말했다.
아쉽게도 요한은 정보만 전해준 채 되돌아갔다.
함께 움직이기엔 그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특히 하늘탑에 잠입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요한이 어쩔 수 없이 돌아가긴 했지만, 다행히도 서우진 곁에는 아샨타가 있었다.
정보 길드의 한 지부를 맡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 있는 그녀였으니, 요한이 가르쳐 준 장소까지 길을 안내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서우진이 묻자, 아샨타는 잠시 계산을 하곤 입을 열었다.
“이 속도라면 대충 한 시간쯤 걸릴 것 같네요.”
나쁘지 않다.
솔직히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차피 아샨타가 안내해 주지 않으면 혼자 찾을 수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사자라면, 마왕의 추종자들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인 존재 아닌가요?”
요한과의 대화를 들은 아샨타는, 변종 마수의 뒤에 사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거든요. 우리 길드는 물론이고, 제국의 크루시엘도 알아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죠, 디아로크?”
아샨타의 물음에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한 국가의 공작인 그가 모를 정도면, 정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이름, 나이, 성별 등등. 소문만 무성하지,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는…….”
“남자이긴 합니다.”
아샨타의 말을 끊고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어? 본 적이 있으세요?”
보기만 했을까.
서로 목숨을 걸고 몇 번이나 싸웠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샨타가 새삼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놈은 같은 편인 크라토스에게 죽었다.
백시우가 직접 한 말이었으니, 확실할 것이다.
부활해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긴 했는데, 설마하니 정말로 변종 마수가 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줄이야.
“강하던가요?”
아샨타가 호기심 서린 표정으로 물었다.
“강하더군요.”
이전의 서우진은 ‘마왕화’를 하지 않으면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사도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릴 정도였으니까.
죽음에서 부활한 지금은 더욱 강해졌을 테니, 방심할 상대는 아니었다.
“조금 기대되네요. 소문으로만 듣던 놈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서우진과 디아로크가 옆에 있기 때문일까?
막강한 힘을 지닌 적이 숨어 있는 곳을 향하는데도, 그녀는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 그래도 조금 운이 좋긴 하네요. 요한이 가르쳐 준 장소 근처에, 용사들이 머물고 있는 주둔지가 하나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그건 희소식이었다.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용사들의 수가 적지 않다.
만약 변종 마수의 뒤에 사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이 일을 처리하는 걸 조금 더 뒤로 미뤘을 것이다.
그만큼 용사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중요했으니 말이다.
‘어서 놈을 처리하고 주둔지 쪽으로 가면 되겠군.’
요한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조급했다.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도 할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최대한 빨리 끝내두어야만 했으니, 도무지 마음을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최대한 많은 수의 용사를 살리고 싶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이들이었다.
서우진과는 달리, 순전히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소환에 응할 정도였으니까.
물론 개중에는 성격이 꼬이고, 이상한 신념을 지닌 놈도 있긴 했지만…….
그들이 선한 의도로 이곳으로 온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정작 이 개 같은 세계는 처음부터 그들을 이용만 하고 버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서우진은 그걸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강림 전쟁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싸움은 남아 있다.
그 힘겨운 사투 속에서 최대한 많은 용사를 구해야만 했다.
적어도 서우진에게는 그럴 힘이 있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지금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고.
“그럼 이번 일을 해결하면, 그쪽 주둔지에 들르는 쪽으로 일정을 잡으면 될…….”
“잠깐.”
서우진이 아샨타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디아로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샨타를 보호해라. 아무래도 난 먼저 가야 할 것 같으니.”
서우진의 말에 디아로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혼자 가도 괜찮겠나?”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서우진의 반문에 디아로크가 피식- 웃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디아로크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먼저 가봐야겠군요.”
아샨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서우진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마치 빛살과 같은 움직임으로, 서우진이 대지를 가르기 시작했다.
‘많군.’
기감에 감지된 것은 엄청난 수의 변종 마수들이었다.
백? 이백?
그 정도가 아니다.
적어도 천 단위는 될 법한 숫자였다.
지금까지 처리한 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리.
하지만 서우진은 그딴 놈들에게는 신경쓰지 않았다.
끈적끈적하고 음습한 기운.
꽤 익숙한 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역시 사자가 맞았군.’
요한의 예상대로, 부활한 사자가 저지른 일이었다.
놈은 어마어마한 수의 변종 마수들 사이에 숨어, 어딘가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땅을 박찼다.
아샨타는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만, 전력을 다한 그에게는 고작해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지금까지완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평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을 접어 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친 돌풍과 함께 서우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새까맣게 모여 있는 변종 마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우진의 등장에 놈들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
스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역시 부활했었군.”
변종 마수들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사자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창백한 얼굴에, 음침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사내였다.
“설마하니 여기서 네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사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죽어 있는 동안, 많은 일을 벌였다고 들었다. 대단하더군.”
사자의 말대로, 서우진은 수많은 일을 해냈다.
그중에는 사자가 직접 마왕으로 만들려던 백시우를 죽인 것도 포함되어 있었고.
“뭐, 시간이 꽤 흐르긴 했지.”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이전에는 ‘마왕화’를 사용한 뒤에야 상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일을 겪은 만큼 성장했으니까.
“아쉽구나.”
놈은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치밀하게 준비했건만, 고작 세 명밖에 죽이지 못하다니.”
“세 명?”
사자의 말에 서우진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치솟아 올랐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서우진이 얼굴을 굳히며 묻자, 사자가 손을 들어 뒤쪽에 신호를 보냈다.
끼긱- 끼기긱-!
변종 마수들 중 하나가, 무언가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쿠웅-
놈은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세 구의 시체였다.
본래의 형체를 잃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는 시체.
다만 머리 부분은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 있었기에, 그들의 표정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죽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렸는지, 세 구의 시체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1년간 매시브 가디언에서 훈련을 마친 뒤, 처음 아카데미에 왔을 때 시비를 건 놈이었다.
서우진의 주먹 한 방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은 아직 남아 있었다.
“…이진호.”
다른 두 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분명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용사들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30명 이상의 용사는 처리를 했어야만 했건만. 수확을 시작하자마자 너를 만날 줄이야…….”
제국 전역에 변종 마수를 풀어, 아카데미에 있던 용사들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렇게 흩어진 용사들을 하나씩 각개격파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물론, 제국에서는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사와 병사들을 붙였지만, 그들만으로는 용사를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용사들이 완전히 성장을 끝내지 못한 지금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최대한 많은 수의 용사를 해치우고, 강림 전쟁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려 했는데…….
“진심으로 아쉽다.”
서우진은 사자의 말을 흘려들었다.
그저 땅바닥에 널브러진 세 구의 시신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가능한 한 많은 녀석들을 살리자고 다짐한 게 조금 전이다.
그런데 눈앞에 벌써 세 명이 죽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비록 성격이 옹졸하고, 그리 좋은 심성인 놈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죽을 놈은 아니야.’
강림 전쟁에서 승리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할지 신나게 떠들던 이진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친하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죽을 놈은 아니라고.’
“기껏해야 세 명으로 끝이라니.”
“기껏?”
서우진이 고개를 들어 사자를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분노와 함께 혼돈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감히 너 같은 쓰레기가 그리 쉽게 부를 녀석들이 아니다.”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의 살기가 사자에게 향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놈은 벌써 수천 번은 죽었을 정도였다.
스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 나왔다.
서우진의 심정을 대변하듯, 쉴 새 없이 진동하며 예기를 뿜어댔다.
“넌 오늘 다시 죽는다.”
사자를 향해 선언했다.
놈은 결코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서우진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사자가 주변의 변종 마수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준비한 것들에 꽤나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선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생각은 달랐다.
“잊은 모양이군, 내가 누구인지.”
서우진이 그런 사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럼 다시 상기시켜 줘야겠지.”
서우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힘을 견디지 못한 땅이 쩌적- 하며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본 사자가 얼굴을 굳히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갈라졌던 변종 마수들이 다시 틈을 메웠다.
천여 마리에 가까운 벌레들.
놈들은 서우진을 향해 광포한 살기를 내뿜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저벅-
한 걸음.
저벅저벅-
또다시 한 걸음.
놈들을 향해 걸어나갔다.
남은 거리가 좁아질수록, 혼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것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계속해서 다가갔다.
쩌적- 쩌저적-!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박살나며 서우진의 흔적을 남겼다.
“막을 수 있다면…….”
서우진의 입에서 사자보다도 스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디 한번 네 죽음을 막아봐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