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제국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용사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기사와 병사들은 물론이고, 크루시엘도 물밑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백시우와 성유라에 이어 또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이라도 용사들을 다시 아카데미로 불러와야 합니다.”
“제국의 사정이 어렵다 하여 용사들을 사사로이 사용한 것은 협정 위반입니다.”
“강림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상황에, 용사들이 희생되는 걸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습니다!”
제국에 상주하고 있던 각국의 대사들은 강력히 항의했다.
“흐음…….”
드류나크가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용사들이 변종 마수들에게 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놈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용사는 용사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면, 자신의 몸 하나쯤은 언제든지 빼낼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그런데 세 명이나 당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희생된 용사들 중 가장 높은 등급이 고작해야 B급에 불과했다.
A급 이상의 용사가 희생되었더라면, 엄청난 손실이었겠지만…….
‘C급과 B급 정도라면 전력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드류나크는 잠시 멈칫했다.
방금 전에 한 생각이, 스스로도 너무 역겨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용사는 병기다, 너무도 위험해서 사용 후 폐기를 해야만 하는.’
자기세뇌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가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과드리오.”
드류나크는 제국에 항의하는 대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크흠.”
무려 제국의 재상이 직접 사과하자, 다들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말이 먹혀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
“하지만.”
드류나크가 말을 끊었다.
그러곤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용사들의 철수는 불가합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당연히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런데 불가하다니?
“변종 마수는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용사들이 철수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백성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드류나크의 말이 옳다.
용사들을 제외하면, 놈들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밖에 없었다.
그만한 힘이 있는 존재는 제국에서도 고작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만으로 제국의 영토 전체를 수호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드류나크의 가라앉은 시선이 대사들을 훑었다.
“변종 마수가 언제까지고 제국에만 출몰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흠칫-
대사들이 표정을 굳혔다.
지금이야 제국에서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지만, 만약 놈들이 주변국으로 퍼져 나간다면, 과연 저들이 막아낼 수 있을까?
“용사들의 철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의 상황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그러니 이해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제국의 결정이니 너희는 그저 받아들이면 족하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으니까.
대사들은 불편한 표정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한 마디만 더하면, 드류나크의 진노를 한 몸에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드류나크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게 결론을 내도록 하죠. 용사들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겠군요.”
대사들은 드류나크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제국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한 번 찔러보았건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시다.”
드류나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눈앞의 서류를 들어올렸다.
“강림 전쟁의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습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2개월에서 최대 5개월.
마왕이 강림한 뒤에 전쟁 준비를 했다간 늦을 테니, 미리 만반의 태세를 갖춰놔야만 했다.
“레닌스탕은 이미 마쳤습니다.”
“브로바이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트리안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최근에 아이에르와 전쟁을 치른 왕국들이라 그런지, 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다른 왕국들도 빠른 속도로 전쟁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나쁘지 않군.’
이 정도라면 마왕이 강림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이에르는 시간이 좀 필요하오.”
“시온도…….”
신성 왕국과 북방의 약소국에서 온 대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 큰 홍역을 치른 아이에르에선 혼란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시온은 돈과 자원이 부족했던 것이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전쟁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시온에는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모든 물자가 부족합니다. 기사와 병사들을 먹이고, 입힐 자원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시온은 매년 토벌에 수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항상 예산 문제로 허덕일 정도로 말이다.
특히 마왕의 강림이 가까워진 탓에, 근래에는 몬스터와 마수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전쟁 준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제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드류나크의 말에 시온의 대사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저는 제국의 재상입니다. 시온에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요.”
제국의 전폭적인 지원.
저렇게 말할 정도면 단순이 돈 몇 푼 쥐여주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건 지원의 규모를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만약 물자 부족이 모두 해소될 정도라면…….”
시온의 대사는 잠깐 계산해 보고는 입을 열었다.
“한 달. 늦어도 한 달 이내에 끝마칠 수 있습니다.”
시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들과의 사투가 일상인 왕국이었으니까.
물자만 충분하다면, 전쟁 준비쯤은 순식간에 끝마칠 수 있는 저력이 있었다.
“좋습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지원을 약속드리죠.”
정확한 이야기는 실무자를 통해 해야겠지만, 시온의 대사는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모든 이의 시선이 아이에르의 대사에게 향했다.
“신성 왕국에선 어떻습니까?”
아이에르는 제국을 제외하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대한 왕국이다.
시온처럼 물자나 예산이 없어서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을 리는 없단 뜻이었다.
“새로운 성왕 전하의 영도 아래, 차근차근 준비 중이오.”
당당하게 말했지만, 결국에는 모른다는 뜻이었다.
드류나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강림 전쟁에서 아이에르의 힘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잘 아실 텐데요?”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력.
그 힘이 간절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준비도 시작하지 못했다니…….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드류나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하지만 아이에르의 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뿐이오.”
혼란을 수습할 시간 말이다.
“…그럼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드류나크가 새어 나오는 한숨을 애써 삼키며 물었다.
하지만 아이에르의 대사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확실히 아이에르의 상황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일단 대사님은 나중에 저와 따로 이야기해야겠군요.”
다른 국가의 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에르는 자존심이 강한 왕국이다.
자신들의 취약한 점을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낼 리가 없었다.
드류나크의 말에 아이에르의 대사는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배려해 주어 고맙다는 뜻이었다.
“그럼 남은 안건은…….”
서류를 넘기던 드류나크의 얼굴이 굳어졌다.
‘서우진.’
아주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루시엘에선 정보를 탈취한 자가 서우진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 모양이다만.’
드류나크는 일말의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세 명의 수호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서우진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안건을 직접 선정했다.
“용사들 중 서우진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있습니다.”
움찔하는 이들이 몇 명 보인다.
그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국가의 대사들이었다.
특히 시온과 아이에르는 노골적으로 드류나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만약 그가 그대들의 왕국에 입국한다면, 움직임을 저에게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대사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방금 드류나크가 한 말은, 서우진의 뒤를 캐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서우진이라는 용사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누군가 물었다.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겠군요.”
이 세계가 감추고 있던 가장 크고, 추악한 비밀을 서우진에게 빼앗겼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용사 폐기 계획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러니 함부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 우린 거부하겠소.”
아이에르의 대사가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시온의 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그건 좀…….”
서우진은 시온이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는 용사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시온도 그 영향에서 무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국의 지원을 받기로 한 터라, 강하게 의견을 내지는 못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드류나크가 아이에르의 대사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우리의 은인이니까.”
아이에르는 서우진에게 말로 형용하지 못할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
전 성왕이자 사도였던 마르데타인을 몰아낸 것도 그였고, 로렌테에서 종말의 짐승을 처리한 것도 그다.
만약 서우진이 아니었다면, 아이에르는 돌이킬 수 없는 오명 속에서 멸망의 길을 걸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친구의 정보를 파는 일을 하지 않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으음…….’
드류나크가 속으로 신음했다.
사실 큰 상관이 없기는 했다.
아이에르가 제안을 거절해도, 크루시엘을 이용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드류나크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아이에르가 서우진의 편을 든다?’
심지어 새로운 성왕은 서우진과의 인연이 꽤나 깊다.
그 말은 곧, 용사 폐기 계획에서 아이에르가 용사들의 편을 들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선 안 된다.’
만약 한두 국가가 용사 쪽에 서기 시작한다면, 일이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저 마법을 사용해 용사들을 폐기하면 끝날 것을, 이 세계의 국가들이 서로 피를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드류나크는 표정을 굳히며 아이에르와 시온의 대사들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지겠군요.”
그의 음성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