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1차 목표는 모든 용사에게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우진은 그것을 달성했다.
눈앞의 용사들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잘 끝나서 다행이군.’
혹시나 마지막까지 설득이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서우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용사들을 쳐다봤다.
무려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전원 C급이니까.’
등급이 낮으니, 이렇게 숫자라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 저희는 이제 뭘 하면 되겠습니까?”
설득이 끝나면 항상 받은 질문이었다.
그만큼 용사들이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은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은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해 주세요.”
“그건 지금도 하고 있는데…….”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 오늘 나눈 대화의 내용은 그 누구에게도 함구하셔야 하고요.”
일곱 명의 용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병아리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저들은 등급이 등급인지라, 성장이 더뎠다.
심지어 일곱 명이 몰려다니며 변종 마수들을 사냥한 탓에, 경험치가 분산되어 더욱 그랬다.
‘가장 높은 사람이 87레벨이라고 했던가?’
다른 팀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다.
‘이건 좀 문제가 되겠는데…….’
물론 저들이 강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비록 다른 용사들에 비해 레벨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초인의 영역에 들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병사는 물론이고, 최상급 기사들도 저들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부족하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것은 사람과의 전쟁이 아니었으니까.
어느 정도의 활약은 가능하겠지만, 생존을 장담할 순 없다.
그 거대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100레벨.’
초극의 경지에는 올라야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 터.
‘어떻게 한다……?’
다른 팀들은 남은 기간 동안 사냥만 해도 충분히 1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용사들은 그게 좀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도와줄 순 없고…….’
서우진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무리 안타깝다 해도 저들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내줄 순 없었다.
‘그래도 방법을 한번 찾아보긴 해야겠군.’
서우진은 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도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서우진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눈치였다.
‘좋아.’
서우진은 안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추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이곳에서 할 일은 다 끝마쳤으니, 이젠 다른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아, 네.”
다들 우르르 일어나 서우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우진 역시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전 이만.”
그 인사를 끝으로 주둔지를 빠져나왔다.
“얘기는 다 끝나셨나요?”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아샨타가 물어왔다.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됐네요.”
“그런 것 같았어요.”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면,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
“그럼 이제 뭘 하면 되나요?”
더는 만날 용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가 마지막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아직도 남아 있는 일이 많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제국의 수도로 갈 겁니다.”
“…수도요?”
예상치 못한 장소에 아샨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는 갑자기 왜요?”
“요한을 만나서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좀 있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아샨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에도 비밀인가요?”
지금껏 서우진은 아샨타에게 왜 용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인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디아로크의 청력으로도 용사들과의 대화를 엿듣지 못하도록 기밀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런 행동은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며 도와주고 있는 아샨타의 입장에선 꽤나 섭섭한 일이었다.
“으음.”
이미 그 사실을 느끼고 있던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얘기를 해주긴 해야 할 텐데.’
아샨타는 믿을 수 있다.
지금껏 수많은 도움을 주었고, 요한의 전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그녀가 아닌, 다른 쪽이었다.
‘디아로크.’
왕국 레닌스탕의 공작이자,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사실은 권력자들만 알고 있다.
그리고 디아로크는 그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존재였고.
솔직히 모르는 것보다, 알고 있을 확률이 수백 배는 더 높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진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젠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지.’
아군이라면 함께하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서우진은 표정을 굳히고는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얘기 좀 하자.”
뜬금없는 말에 디아로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랑? 갑자기 왜?”
지금껏 서우진은 디아로크를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아샨타 전용 셔틀쯤으로 여겼으니까.
별다른 용건이 없다면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 좀 하자니…….
디아로크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긴히 할 얘기가 있다.”
그 말에 디아로크의 눈빛이 조금 더 가라앉았다.
“그냥 여기서 하는 건 안 되냐?”
녀석이 아샨타의 눈치를 슬쩍 보며 물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둘이 해야 돼.”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녀석과 전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단순한 대련이 아닌, 서로의 목숨을 건 사투를 말이다.
그 과정에서 아샨타가 휘말릴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인질로 잡힐 수도 있고.’
요즘 디아로크의 분위기를 보면 그럴 확률은 낮겠지만, 서우진은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만 했다.
“…그래, 알았다.”
서우진의 심상찮은 표정을 본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으로 가자.”
서우진이 턱으로 한쪽을 가리키자, 디아로크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깐, 저도 들으면…….”
“기다리세요.”
따라붙으려는 아샨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혼돈기까지 섞여 있었기에, 그녀는 고집을 더 부리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지.”
서우진이 디아로크와 함께 움직였다.
주둔지가 손톱만큼 작아질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아직도 멀었냐?”
생각보다 더 멀리 가는 것 같자 디아로크가 물었다.
“흠, 이 정도면 되겠지.”
슬쩍 뒤를 쳐다본 서우진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디아로크 역시 멈춰서며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냐?”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녀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폐기 계획에 대해서 아는 걸 말해봐.”
“…그게 뭔데?”
디아로크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연기인가?’
마력도 안정적이고, 표정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저게 만약 연기라면 오스카도 가겠는데.’
그만큼 자연스럽다.
정말로 처음 들어보는 듯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방심하지 않았다.
고작 그것만으로 신뢰하기엔,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용사 폐기 계획 말이야.”
디아로크의 표정이 굳는다.
너무도 딱딱해서, 한순간에 가면을 쓴 것처럼 변해 버렸다.
“그 말은 어디서 들었지?”
방금 전까지의 불량스러웠던 변태 마법사는 사라지고, 한 왕국의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대답해 봐라. 누구한테 들은 거지?”
“이 반응이면 너도 알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서로 대답은 하지 않고, 질문만 했다.
그럴수록 두 사람 사이에선 점차 긴장감이 크기를 더해갔다.
“대답은 네가 해라, 디아로크.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냐고.”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거대해진 혼돈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동시에 디아로크의 입이 다물어졌다.
장난이 아니라, 서우진의 힘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후우-”
디아로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루머다.”
…이건 또 무슨 참신한 헛소리일까?
서우진의 황당해하는 표정을 본 디아로크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모두 헛소리고, 개소리다. 설마 우리가 용사들을 쓰고 버릴 패로 생각하고 있단 걸 믿는 건 아니겠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저 태도가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펼치는 연기인 건지, 아니면 기만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얘기가 잠깐 돌기는 했다. 이전에 소환된 용사들도 그렇게 처리했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우릴 도와주기 위해 온 용사들을 위험하다고 모두 죽이게?”
거기까지 들은 서우진은 알 수 있었다.
‘이놈은 아무것도 모르는군.’
레닌스탕에서는 디아로크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일부러 정보를 감췄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대충 어디서 그런 계획이 있다는 얘기를 주워듣긴 했지만, 지금까지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고.
‘이 새끼는 바보인 건가?’
머리가 나쁘면 마법사가 될 수 없었다.
심지어 초극의 경지에 오를 정도면, 평범한 지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하는 거나 행동을 보면, 너무도 모자랐다.
그 와중에도 서우진은 디아로크가 정말 연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계속해서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걸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아, 이번에 용사들을 만난 것도 그것 때문이냐?”
디아로크가 혀를 찼다.
“멍청한 짓을 했군. 너 때문에 괜히 용사들이 불신을 품게 되었다.”
그러곤 오히려 서우진을 비난했다.
“차라리 나에게 먼저 물어봤다면 이딴 짓은 벌이지 못하도록 막았을 텐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었다.
서우진의 행동으로 인해 용사와 이 세계의 사이가 나빠지진 않을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확실해.’
한참 동안이나 녀석을 살펴본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하나도 모른다.’
확신할 수 있었다
“하아-”
끌어올렸던 혼돈기를 갈무리했다.
언제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건만, 결론적으론 괜한 짓이었다.
“너도 부끄럽겠군.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레닌스탕과 아샨타의 길드가 힘을 합친다면, 네가 한 짓을 수습하는 일 정도는 쉽…….”
“사실이다.”
서우진이 디아로크의 말을 끊었다.
“뭐?”
“용사 폐기 계획은 사실이다.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네 도움을 받아 신궁에 침입한 것이었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손에 넣었다.”
서우진이 품에서 서류를 꺼내 디아로크에게 던졌다.
“읽어보면 알 거다. 강림 전쟁이 끝난 후, 용사들을 폐기한다는 계획은 실제로 존재하니까.”
디아로크가 저들과 한 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낸 건 큰 성과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좋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군.’
녀석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디아로크가 모르고 있었다면,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신궁에서 훔쳐온 서류를 녀석이 모두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뭐냐, 이건?”
모든 것을 읽은 디아로크가 물었고.
“우리의 암울한 미래지.”
서우진이 대답해 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