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
#40화.
“아저씨, 아저씨!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세상에, 얼굴 반쪽 된 것 좀 봐.”
따발총처럼 쏟아지는 말의 폭격에 서우진은 감았던 눈을 떴다.
“어, 난 괜찮아.”
레벨 업을 여섯 번이나 했는데 안 괜찮을 리가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수련하며 얻은 수많은 흉터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였으니까.
“진짜 걱정 많이 했다고요! 고블린 잡으러 갔는데 갑자기 다크 엘프가 나타나질 않나, 끔찍하게 무서운 기운이 풍겨 나오질 않나. 하늘에 구멍이 나더니 까만 해파리가 쏟아지고…….”
확실히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긴 했다.
그런 와중에도 이지아나 김다혜가 상처 하나 없이 복귀할 수 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정말 아저씨랑 같이 훈련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다크 엘프는 강했다.
하나하나는 그녀들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그 수가 열 명을 넘고 20명에 가까워지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끝까지 버텨냈다.
방금 한 말처럼, 서우진과의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용사들이었으면, 우왕좌왕하다가 당했을 확률이 컸다.
“다행이네.”
오랜만의 휴식을 방해하는 불청객이었지만, 서우진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옆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정겹기까지 했다.
‘이런 것도 살아 있으니까 느낄 수 있는 거지.’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게랄드는 정말 끔찍하게 강했다.
용사들 중 제일이라는 엘리트 친구들 역시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온몸이 뭉개져 죽을 뻔했으니 말이다.
서우진이 비장의 한 수로 발동한 ‘나락’조차도, 잠깐의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흘렀더라면.
그리고 다리엘이 타이밍 좋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서우진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봤어요? 컴공 뭐시기라고 했던 거 같은데.”
‘검공이겠지.’
서우진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센 할아버지라고 하더라고요. 뺀질이도 못 이긴 괴물을 혼자 물리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죠?”
“뺀질이?”
처음 듣는 칭호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백시우요. 뺀질뺀질하게 생겼잖아요.”
그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저런 평가라니.
이지아의 시력이 살짝 걱정됐다.
“이 세계에서 가장 센 사람 중 한 명이라니까.”
검공 다리엘은 아무리 낮게 봐줘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다.
반 슬레인조차도 그에 비하면 손색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그렇게 강한 할아버지도 마왕은 못 이기나 봐요?”
이지아의 물음에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저런 강자들이 있는 세상에서도 결국 마왕을 이겨내지 못해 다른 차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체 마왕은 얼마나 강한 걸까?
그리고 직업이 ‘마왕’인 자신은?
벌써 수십, 수백 번이나 한 고민이었다.
결국 단 한 번도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글세, 엄청 강하겠지.”
게랄드 같은 괴물조차도 마왕의 권속이 아닌, 일개 추종자에 불과하다.
단순히 강하다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이번 질문에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가 크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잘 막아왔고, 이번엔 특히 100명이나 되는 용사가 있었으니까.
이대로 1년, 2년.
쭉쭉 성장만 잘한다면 강림 전쟁에서 승리할 것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말을 아꼈다.
‘모르겠다.’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서우진의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자신의 직업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 외에도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자신도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말이다.
“이길 거예요.”
그런 서우진을 대신해 대답해 준 것은 아일린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던 그녀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강림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추호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일린의 모습에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누가 매시브 가디언 출신 아니랄까 봐.’
그들에게 패배란 존재하지 않는다.
매시브 가디언에서의 패배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매년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 특유의 자부심이었다.
“그래, 이길 거야.”
서우진은 아일린의 말에 동조했다.
괜히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 같은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았다.
“그쵸?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지안는 히죽- 웃으며, 다시 신나게 입을 놀렸다.
만약 그때 누군가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수도로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떠들 기세였다.
“다 나은 것 같군.”
검공 다리엘이 다시 방문했다.
* * *
“부상당한 용사들은 어떻게 됐지?”
아그나가 물었다.
“조금 전 수도로의 이송을 시작했습니다.”
“몸 상태는?”
“다행히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부하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 서류정리만 하면 끝이군.”
아그나는 손을 저어 부하를 내보내고는, 피곤에 전 눈으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게랄드…….”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기는 했다.
게랄드라는 상식 밖의 괴물이 출현한 것치고는, 꽤나 깔끔한 마무리였다.
“부상자는 많지만 사망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게랄드의 힘과 성향을 생각하면, 용사나 기사나 모조리 도륙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지만, 피에르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 사건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
“크루시엘에 구멍이 생겼어.”
이건 절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크루시엘은 우산이다.
제국으로 쏟아지는 온갖 더러운 빗줄기를 막아주는 우산.
물론 한 방울의 물도 튀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튄 물방울은 조금 컸다.
자칫 잘못했으면 세계의 존폐에 위협이 될 정도로 말이다.
이런 일을 사전에 감지하고 방비하지 못했다는 건 큰 문제였다.
그냥 좋게 끝났으니 다행이다, 라며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걸까?’
아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크루시엘에 속한 이들의 능력이 부족할 리는 없었다.
그만큼 신경을 쓰고 애지중지 키워 온 조직이었으니까.
다른 왕국도 아니고, 제국령 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다.
‘정보 누락.’
누군가 일부러 정보를 누락시킨 것이다.
누가? 왜? 라는 질문은 애초에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더러운 쥐새끼들이 숨어든 모양이야.”
아그나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서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들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담배에 불이 붙었다.
“후우.”
묵직한 담배 연기가 집무실 안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속아낸다고 속아냈는데, 아직도 숨어 있을 줄이야.”
대체 마왕의 추종자들은 어디서 이렇게 끝도 없이 생겨나는 것일까?
아그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이 강림해 승리한다면, 남은 것은 오직 파멸일 뿐인데.
“그렇게 죽고 싶으면 혼자 목이라도 매다는 게 편할 텐데 말이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후우우-”
어느새 담배 한 개비를 모두 핀 아그나는 꽁초를 비벼 끄고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던졌다.
쥐새끼 사냥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건 눈앞의 서류였다.
현장의 정보들을 취합해 문서로 기록한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었다.
마기에 침식된 상태였는지라, 기사들의 진술은 모두 횡설수설이었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있었다.
“구멍?”
표현하는 것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고, 그곳에서 검은 무엇인가가 내려왔다고.
이 부분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용사들의 증언과 일치했다.
그것 덕분에 살았다는 이야기도 동일했다.
“그러고 보면 그 늙은이도 이런 걸 봤다고 했었지.”
아그나는 다리엘을 떠올리며 이맛살을 구겼다.
대체 그 구멍이라는 건 뭘까?
그리고 그것을 만든 존재는 대체 누구고?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린다.
“정보가 부족해.”
이것만으로는 도무지 추론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용사들 중 한 명의 스킬이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그 누구도 그런 걸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다리엘의 말에 따르면, 구멍은 마기와 비슷한 기운을 내뿜었다고도 했고.
그런 기운을 풍기는 스킬을 용사가 사용할 리가 없었으니, 다른 존재가 개입한 게 분명했다.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문제지만.’
정보 부족, 정보 부족…….
아그나가 비밀 첩보국 크루시엘의 수장이 된지 30년.
그 긴 세월 동안 이토록 불투명한 벽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마치 안개로 가득한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숨을 내쉰 아그나는 서류를 확인하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곤 눈썹을 꿈틀거렸다.
“서우진?”
분명 자신이 신경을 쓸 가치가 없는 존재라 판단해 ‘9급 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자였다.
그런데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은 조금 달랐다.
“마기를 견뎌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다리엘이 직접 한 말이라니 확실한 정보일 것이다.
아그나는 생각에 잠겼다.
마기를 견뎌낼 수 있는 존재는 둘 중 하나다.
“강하거나, 동류이거나.”
‘9급 관리 대상’인 서우진이 마기를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일 리가 없으니…….
“동류?”
그렇게 말한 아그나는 고개를 저었다.
서우진은 용사다.
자신들이 직접 소환한 용사가 마왕과 관련이 있을 리가 없다.
“신성력으로 보호받지도 않은 상태였음에도, 마기를 견뎌낸 용사라.”
훗날엔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아그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서우진의 이름을 되뇌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구석에 처박혀 있던 서우진의 서류를 찾아 다시 꺼내 들었다.
곧 다시 한번 도장을 찍었다.
이전과 같은 큼지막한 도장이었지만, 내용은 달랐다.
[5급 관리 대상.]아직 큰 관심은 아니었다.
그저 무슨 특별한 스킬이 있겠거니, 하는 정도의 작은 호기심일 뿐이다.
하지만 아그나와 크루시엘이 서우진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관심이었지만 말이다.
* * *
“밖으로 나와라.”
서우진은 느닷없는 다리엘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갑자기요?”
“확인해 볼 것이 있다.”
그는 서우진의 반응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막무가내였다.
조금 켕기는 것이 있던 서우진은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초에 선택권은 없었다.
서우진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리엘이 그대로 둘러업고 나간 것이다.
“어, 어?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서우진은 반항을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리엘은 그런 서우진을 무시한 채 한참을 걸어가더니, 이내 멈춰 서서 내려주었다.
“아니, 갑자기 이런 경우가…….”
버럭- 하려던 서우진은 눈앞으로 뭔가가 휙- 날아오는 걸 감지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검?’
흑검이었다.
그제야 서우진은 주변을 둘러보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연무장?”
왜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일까?
검은 왜 준 거고?
서우진이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다리엘을 쳐다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검을 뽑아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