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제국의 수도는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북적거리고, 활기차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전에 벌어진 사건 때문일까?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감과 예민한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사님.”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공손히 인사를 건네오자, 서우진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숨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전에 썼던 방법을 다시 사용했다간 또 난리가 날 테니까.
차라리 지금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방문하는 것이 나았다.
‘물론 감시의 시선이 심해지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서우진은 병사들의 예를 받으며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갖 시선이 느껴졌다.
평범한 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부터, 은밀히 숨어 있는 감시의 눈빛까지.
‘크루시엘인가?’
서우진은 모르는 척, 그것들을 모두 무시한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예상하긴 했지만, 크루시엘은 서우진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물론 수호자들에게 ‘낙인’을 찍은 덕에 조금 느슨해지긴 했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저들의 눈을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슬쩍 주변을 한번 돌아본 서우진은 하늘탑이 있는 쪽을 향했다.
‘저긴 대체 몇 층까지 있을까?’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탑의 위용을 느끼며, 서우진은 항상 가져왔던 의문을 떠올렸다.
구름을 뚫고 솟아 있을 정도였으니 수백 층은 될 것이다.
아무리 마법을 이용한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는 높이였다.
‘언제 한번 확인을 해볼까?’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었다.
하지만 강림 전쟁이 시작되고, 세계가 혼란에 잠식된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서 꼭대기를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무너뜨리기 위해서든.’
서우진은 점차 가까워지는 하늘탑을 뚫어지듯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이쪽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소음을 뚫고 정확히 서우진의 귀에 꽂혔다.
스윽-
고개를 돌리자, 골목길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리나르.’
녀석은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 죽인 채, 서우진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많이도 컸다.’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리 한복판이라 해도, 녀석의 기척을 감지해 내지 못하다니.
고작 몇 달 전과 비교해 봐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무슨 기연 같은 거라도 얻은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능력이 저렇게 급격히 좋아질 리가 없었으니까.
서우진은 자연스럽게 방향을 돌려 리나르가 숨어 있는 골목길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리나르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천둥벌거숭이와 같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내해.”
서우진의 말에 리나르가 곧장 몸을 돌려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돌아가는군.’
골목길은 복잡했다.
이곳의 토박이가 아니라면, 쉽사리 길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리나르는 그 복잡한 골목길을 빙빙 돌며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서우진을 감시하고 있던 크루시엘의 시선을 떼어놓으려는 듯했다.
“됐다. 이제 모두 떨어져 나갔어.”
수도에 들어온 뒤부터 계속 따라붙었던 놈들의 기척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습니까?”
리나르는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건물의 문을 열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설마 바로 옆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는?”
“조금 더 돌아보다 뒤따르겠습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크루시엘의 요원들을 분산시킬 모양이었다.
“그래. 고생 좀 해라.”
서우진은 사양하지 않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지금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마력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마법인가?’
이전에도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내부의 마력을 완전히 감추는 마법.
서우진의 감각마저 속일 정도였으니, 엄청난 수준의 고위급 마법일 텐데…….
‘정보 길드에 그만한 마법사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이템?’
둘 중 어떤 것이라도 대단하긴 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물로 들어선 서우진을 맞이한 건 바로 요한이었다.
그는 초췌해진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이 많이 힘든 모양입니다?”
“확실히 하늘탑은 쉽지가 않습니다. 신궁보다도 더 잠입하는 게 어렵더군요.”
황제가 기거하는 신궁도 쉽게 들어갔던 요한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방법은 찾으신 겁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요한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찾지 못했습니다.”
“으음…….”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요한의 능력으로도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한 것이다.
“당신과 리나르의 능력으로도 힘이 듭니까?”
“억지로 뚫으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원하시는 정보를 찾을 순 없을 겁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겠군요.”
“하늘탑의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은 어떻게든 무마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마공은…….”
신궁에서도 요한이 아이템을 사용했음에도, 결국 대공 브리아니에게 걸리지 않았던가?
그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른 마르테스라면, 잠입해도 순식간에 걸릴 게 뻔했다.
“곤란하게 됐군요.”
서우진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용사의 폐기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만약 그것을 실패하면, 결국 자신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그 방법을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미리 대책을 세우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해보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늘탑에서 그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
하지만 요한조차 지금껏 알아내지 못한 걸, 서우진이 떠올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잠깐의 시간을 벌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때 요한이 물어왔다.
“…시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요한이 입을 열었다.
“마공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르테스만 해결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인가?
“얼마나 필요합니까?”
“최소한 한 시간 이상. 어쩌면 그 몇 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르테스는 웬만해선 하늘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존재였다.
서우진도 그녀를 밖에서 본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었으니까.
‘아카데미에 사자와 레이나가 쳐들어왔을 때였지.’
그날을 제외하면, 마르테스는 항상 하늘탑 내부에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 이상이라니…….’
가능할까?
‘아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요한은 감사 대신 사과했다.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는 제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일은 서우진과 용사들이 살자고 하는 일이다.
도움받는 건 요한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사과와 감사를 해야 할 건 이쪽이었다.
서우진은 힘없이 웃어 보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았으니, 서우진은 곧장 움직이기로 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움직여도 늦지는 않을 텐데요.”
요한이 말했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쯤 크루시엘에서는 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괜히 이 동네를 들쑤시게 만들었다가 곤란하게 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리나르가 놈들을 유인한 덕에 시간을 조금 벌긴 했지만, 크루시엘은 정말 뛰어난 정보 조직이었다.
언제든 흔적을 되짚어 여기를 발견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전에 서우진이 모습을 다시 드러내야, 이곳과 요한이 안전해진다.
“그렇게까지 배려해 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크루시엘이 무슨 수를 써도 여기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우진의 마음을 알았으니, 더는 붙잡지 않았다.
“그럼 저와 리나르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틈이 생기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서우진이 몸을 돌리려다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아샨타는 레닌스탕으로 갔습니다.”
“레닌스탕 말입니까? 혹시 디아로크 님과…….”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디아로크 녀석의 힘을 이용해 길드에 도움이 될 만한 인력을 데리고 오겠다더군요.”
요한이 피식- 웃었다.
“다행이군요. 유능한 인재를 디아로크 님께 빼앗기는 줄 알았는데.”
왠지 그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뭐, 언젠간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서우진 역시 낄낄- 웃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몸조심하십시오. 서우진 님이 무사하셔야 다음 일도 진행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등뒤에서 요한의 걱정이 들려왔다.
하지만 서우진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대충 손을 휘저으며 건물 밖을 나설 뿐.
어두운 분위기의 골목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닫히자, 요한의 기척이 다시 사라졌다.
‘신기하네.’
아무래도 리나르의 능력이 더욱 강해진 게 저 마법 덕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생각은 여기까지만 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탑이 보였다.
“후우-”
심호흡을 한 서우진이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조금씩 압박감이 강해졌다.
‘마공을 어떻게 끌어내지?’
요한에게는 맡겨두라고 했지만, 솔직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밖에서 하늘탑을 냅다 공격하는 것밖에…….
‘그렇게 하면 나오기는 하겠네.’
그 대가로 마르테스와 제국의 공격을 동시에 받겠지만 말이다.
‘그건 안 되겠지.’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방법이 생각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쩝.”
서우진은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마르테스를 직접 만나고 난 뒤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동시에 사라졌던 시선들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역시 찾고 있었구만.’
크루시엘의 요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졌다.
놈들은 서우진이 사라진 시간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밝혀낼 순 없을 것이다.
요한이 그토록 자신했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요한과 정보 길드의 능력이라면, 자신한 것처럼 크루시엘의 눈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놈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한 걸음, 한 걸음.
그 이름대로 하늘에 닿아 있는 거대하고 드높은 탑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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