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하늘탑은 여전했다.
서우진조차 짓누를 정도의 강력한 마력이 가득차 있고, 마치 바깥과는 별개의 세상인 것처럼 독자적인 규칙들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래, ‘혼돈 세계’처럼.’
‘혼돈 세계’와 하늘탑은 닮은 듯 달랐다.
전자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면, 후자는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주인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것.
하늘탑 역시 ‘혼돈 세계’처럼, 마르테스의 뜻에 따라 무한히 변화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어렵겠어.’
서우진도 이곳에 잠입하라고 하면, 고개부터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요한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것일 테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쪽으로 오세요!”
언제나 맞이해 주던 소년이 서우진을 불렀다.
‘저 녀석도 여전하네.’
하늘탑은 처음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바뀐 것은 오직 서우진뿐이다.
그것이 힘이든, 마음가짐이든.
서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오셨네요? 요즘 바깥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하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소년은 호기심 서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항상 하늘탑 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은 듯했다.
“그런 것 같더구나. 강림 전쟁이 코앞이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기는 듯하다.”
그 일의 대부분은 서우진이 한 짓이었지만, 사실대로 말해줄 순 없었기에 대충 둘러댔다.
“아참, 그렇죠. 마왕이 강림할 때가 되긴 했죠. 안 그래도 요즘 그것 때문에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다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하늘탑에 머물고 계신 어르신들이요.”
마법사들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분들은 다 어디 계시는 거지?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지금까지 서우진이 본 마법사라고는 마르테스와 디아로크, 그리고 하늘탑의 마도사인 바르시크 정도가 전부였다.
‘아, 이 녀석도 마법사라고 했었지?’
가장 낮은 단계인 마력사라고 했던 것 같았다.
“모두 각자의 층에서 잘 나오지 않으세요. 한 10년에 한 번이면 자주 나오는 거죠.”
외출이 10년에 한 번도 많다니.
대체 뭐하는 양반들인지 모르겠다.
“그런 마법사가 많으냐?”
“음…….”
서우진의 질문에 소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알기로는 500분쯤 계세요. 어쩌면 그보다 많을 수도 있어요. 제가 다 만나 뵌 건 아니거든요.”
500명 이상이라니.
물론 그들이 모두 마르테스나 디아로크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은 바르시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부족하겠지.
하지만 서우진의 예상보다 많았다.
‘이거 싸워서 이길 수 있나?’
어쩌면 제국 전체와 싸우는 것보다, 하늘탑을 무너뜨리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본래라면 자기 연구나 수련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분들이신데, 요즘은 꽤 분주하시더라고요.”
‘분주하다고? 어디 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소년을 제외하면, 마법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위층에 계세요. 탑주님과 회의 비슷한 걸 하고 있거든요.”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지금부터 마르테스의 시선을 끌어 하늘탑에 빈틈을 만들어야 할 텐데, 다른 마법사들이 함께 있다니.
‘쉽지 않겠는데.’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것을 본 것일까?
소년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들 착한 분이거든요. 조금 괴팍할 때도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그냥 옆집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같아요.”
더 불안해진다.
서우진은 옆집 사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이동할게요! 안 그래도 탑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눈치셨거든요.”
서우진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소년은 이동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웅-!
마력이 요동치며 순식간에 두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빛이 퍼져 나가며, 전혀 다른 공간에 도착했다.
‘회의장?’
그곳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하고 웅장한 외관의 고풍스러운 회의장이었다.
커다란 테이블의 가장 상석에는 당연하게도 마르테스가 있었고, 다른 좌석에는 무려 서른 명이 넘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마법사군.’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 봐, 꼬장꼬장한 마법사처럼 생긴 이들이 한 가득이었다.
오히려 마르테스와 디아로크, 그리고 바르시크가 조금 이질적인 족속들인 것 같았다.
“어서 오너라.”
잠깐 멈칫하고 있자, 마르테스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서우진을 반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예를 표했다.
다른 수호자들과는 달리, 마르테스는 지금껏 서우진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런 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대단한 존재이기도 했으니, 서우진이 예를 표하기엔 충분했다.
“와서 앉거라.”
마르테스는 당연하다는 듯, 서우진에게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하필이면…….’
가장 가운데 자리였다.
양옆으로 백발이 성성한 노마법사들이 가득한.
하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그녀가 가리킨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바르시크가 아는 체를 했다.
“그러네요.”
서우진 역시 슬쩍 눈짓을 보내고는 앞을 쳐다봤다.
“그럼 하던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자꾸나.”
마르테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마법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티팩트 제작을 위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보단 각 주요 방어지에 설치할 방어 마법진이 우선이오.”
“시약이 부족하니, 그것부터 해결을 해주시는 것이…….”
‘개판이구만.’
영화나 소설 속 진중한 회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단 시장통에 훨씬 가까운 분위기였던 것이다.
마르테스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아티팩트가 먼저라니까!”
“어허, 방어마법진이 부실하면 어찌 전쟁을 치른단 말인가!”
“시약부터 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대충 강림 전쟁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이게 맞나 싶었다.
“의견은 그것이 전부더냐?”
그때, 마르테스가 조용히 입을 뗐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소란은 전부 거짓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필요한 것들을 모두 내어주도록 하겠느니라.”
그것이 돈이든, 마법 방어진이든, 시약이든.
“그러니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늦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거라.”
“알겠습니다.”
마르테스의 말에 마법사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대단하네.’
적어도 하늘탑 내에서는, 마르테스의 권력이 황제의 것을 아득히 넘어서는 듯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저것이 마법의 정점.’
이전에 보았을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서우진이 성장한 만큼,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많아진 까닭이다.
‘지금은 상대하기 힘들겠어.’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하면 가능할까?
잠시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마르테스의 힘은 가공했다.
‘결국 ‘마왕화’를 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인데.’
저만한 존재조차 상대할 수 없다는 진짜 마왕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잠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걱정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었다.
“다음 안건을 이야기해 보자꾸나.”
마르테스가 손을 휘젓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는 고풍스러운 회의장이었건만, 지금은 살랑바람이 이는 평원으로 바뀐 것이다.
그냥 풍경만 바뀐 것이 아닌, 정말로 장소를 이동한 것 같았다.
“제국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탑주님.”
바르시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마르테스의 말에 바르시크는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현재 제국 전역에서 출몰하고 있는 마수들에 대한 지원입니다.”
아는 이야기가 나오자, 서우진이 귀를 쫑긋- 했다.
‘아직 내가 사자를 죽였다는 사실은 모르는 모양이군.’
그걸 알고 있었다면, 굳이 하늘탑에 저런 요청을 할 리가 없었으니까.
“지원이라… 어느 수준을 원하더냐?”
“마도사 급 마법사의 대대적인 출탑을 원하고 있습니다.”
마법사는 총 네 개의 위(位)로 구성된다.
마력사, 마술사, 마도사, 대마도사.
그중 마도사라면, 일개 마도병단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였다.
그만한 이들을 한둘도 아니고 대대적으로 지원을 해달라니?
서우진이 마르테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예상한 대답이 나왔다.
“불가하니라.”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바르시크는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황제의 말도 저렇게 절대적이진 않겠다.’
새삼 감탄하고 있는데, 바르시크가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요청한 것은, 신궁에 대한 방어 시설을 보수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들은 기억이 있구나.”
“신궁의 일부분이 파손되었고, 그 탓에 방어마법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복구하려 했으나, 실패한 듯합니다.”
그 말에 다른 마법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겠지.”
“우리도 꽤나 공을 들인 것이니 말이야.”
신궁의 마법진은 하늘탑에서도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걸 마법사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복구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네가 가서 도와주도록 하거라.”
마르테스가 바르시크를 향해 말했다.
“송구합니다만, 저 혼자의 힘으로는…….”
대답하는 바르시크의 표정에 부끄러움이 서렸다.
그가 마도사의 위에 올라 있긴 하지만, 그 거대하고 복잡한 마법진을 혼자서 수복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데 라스키토, 네가 돕거라.”
“그리하겠습니다.”
새하얀 머리를 한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바르시크보다 강해.’
그를 본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속으로 갈무리하긴 했지만, 서우진은 데 라스키토라 불린 노인의 마력을 완전히 파악해 냈다.
‘대마도사.’
이 자리에 있는 서른 남짓한 마법사들 중, 마르테스를 제외하면 가장 거대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
‘90레벨 후반 대인가?’
초극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수준인 듯했다.
“이제 되었느냐?”
“충분합니다.”
마르테스가 묻자, 바르시크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건은 이게 끝인가?”
마르테스가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더 입을 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끝인 모양이구나.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
“제가 말해도 됩니까?”
회의를 끝내려던 마르테스의 말을 끊고,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엄청난 마력의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만,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랑 외출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