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뭐라고?’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마왕화’를 사용하려던 것을 잠시 뒤로 미루고, 마르테스에게 물었다.
“너희를 고향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느니라.”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돌려보낼 수 있다고?’
분명 그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우진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지로 눌렀다.
마르테스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와 용사들에게는 송구한 마음뿐이니라. 허나 이해해 달란 말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나로써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으니…….”
“그 이유가 뭡니까?”
지금까지 마르테스가 서우진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그녀는 분명 용사들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용사들을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는 제약을 걸었단 말인가?
“이 세계에는 너는 이해하지 못할, 이 세계만의 법칙이 존재하느니라.”
말하는 마르테스의 표정은 씁쓸했다.
“정치가 될 수도 있고, 힘의 균형을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인정에 기댄 부탁일 수도 있느니.”
그녀는 회한에 가득찬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거절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고, 실수이니라.”
그녀에게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서우진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자신이 원해서 한 건 아니라는 거군.’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니까.
그 방법을 듣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모든 감정을 눌러야만 했다.
“그럼 귀환 마법은? 정말로 존재합니까?”
서우진의 억눌린 음성에 마르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내가 이 탑에 틀어박혀 무엇을 하고 있었겠느냐? 속죄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느니라.”
본래는 없었지만, 이후에 그녀가 직접 만들어냈다는 뜻이었다.
“그럼 강림 전쟁이 끝난 후, 우리를 돌려보내줄 수 있습니까?”
“그러기 위한 마법이니, 마땅히 그래야만 하겠지.”
마르테스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서우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하아-’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힘겹게 이 세계와 싸울 필요가 없어.’
애초에 용사 폐기 계획이라는 것이 왜 생겼던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사들이 분노를 터트리기 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그런데 방법이 생겼으니, 놈들도 굳이 용사들을 적대하지 않을 것이다.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갈 리가 없었다.
“허나 그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라.”
많은 시간?
“얼마나…….”
“최소한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1년 이상이라니?
길어도 너무 길지 않은가?
‘우리는 기다릴 수 있겠지만, 저들은 아니야.’
귀환 마법의 성공을 빌며 1년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용사 폐기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안전했으니까.
분명 전자보다는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너무 깁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아-”
마르테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나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니라. 더 이상의 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우진은 알아들었다.
으드드득-
이를 악다물었다.
결국엔 마르테스가 마법을 발동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만 했다.
싸우고, 도망치며,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서우진이 간절함을 담아 마지막으로 물었다.
제발 무슨 수라도 있길 바라면서.
만약 정말로 아무런 방법이 없다면, 이젠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서우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마르테스가 입을 열었다.
“제약을 파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니라.”
서우진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그 단호한 말에 분노보다는 허탈감이 앞섰다.
하지만 마르테스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 정도는 만들어볼 법도 하겠구나.”
번쩍-!
서우진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마르테스를 쳐다봤다.
그녀는 슬프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그리하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으리라.”
마르테스의 목소리는 서우진을 어루만지는 듯, 포근했다.
‘믿어도 될까?’
혹시 이렇게 안심시키고, 뒤통수를 치기 위한 계략은 아닐까?
안정과 함께, 불안감도 치솟아 올랐다.
‘만약 거짓이라면?’
그럼 자신과 용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서우진은 마르테스의 눈을 쳐다봤다.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겠다.’
믿어도 될지, 안 될지.
하지만 이미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알겠습니다.”
마르테스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생긴다.
서우진은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호의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그럼 이제 제가 무얼 하면 됩니까?”
지금껏 다른 용사들에게 수도 없이 했던 질문을, 이번엔 서우진이 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 역시 똑같았다.
“정진하고, 또 정진하거라. 훗날, 그날의 때를 대비하여.”
문을 열고 나왔다.
밖에는 서른 명의 마법사들이 돌아가지도 않고, 서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해라.”
데 라스키토라는 이름의 대마도사가 서우진을 압박하며 물어왔다.
다른 마법사들 역시 말을 하지만 않을 뿐, 마력을 끌어올리며 서우진을 향해 쏘아내고 있었다.
명백한 적의.
저들이 마르테스를 얼마나 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느껴졌다.
“비밀입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곧이곧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마법사들이 아무리 마르테스를 신처럼 떠받든다 해도, 결국엔 이 세계에 속한 자들.
용사 폐기 계획이나 귀환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순 없었다.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데 라스키토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쿠우우우웅-!
동시에 땅이 흔들리며, 서우진을 밀어냈다.
“후우-”
어깨를 짓누르는 마력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마르테스와의 대화가 끝나고, 문을 나서며 예상했다.
‘그래도 이토록 격렬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마법사들의 반응이 격했다.
그만큼 마르테스를 신봉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서우진은 굳이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마공과 직접 나눈 대화입니다. 그분이 함구하라 하셨는데, 뒷감당이 가능하십니까?”
거짓말이다.
마르테스는 비밀로 하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녀가 따질 리가 없었다.
오히려 서우진의 말이 옳다고 맞장구를 쳐주겠지.
“으음.”
서우진의 의도가 통했는지, 마법사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력을 거두었다.
정말로 그녀가 함구하라고 했다면, 이렇게 알아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데 라스키토 역시 다른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갈무리했다.
“사실이더냐?”
“한 번 직접 물어보시죠.”
서우진이 옆으로 물러나며 문을 가리키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서우진.”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바르시크의 음성이 들렸다.
“마공께서 너를 총애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는 마르테스가 몇 번이나 서우진을 위해 직접 움직이는 걸 봤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께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오늘 네가 보인 행동은, 분명한 무례였다.”
서우진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서우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조언을 해주는 것을 보면, 바르시크의 인품도 인정해 줄 만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녀가 진실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저들의 입장에서 서우진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으로 보였을 터.
해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순순히 사과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마르테스가 용사들을 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흐흠.”
그 모습에 마법사들이 헛기침을 했다.
설마 이렇게 사과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알았으면 되었다. 앞으로 조심하면 될 일이지.”
데 라스키토가 말하자, 다른 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를 푼 마법사들은, 소년의 말처럼 옆집에 사는 노인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우진을 멀뚱히 세워둔 채, 각자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방어 마법진이 우선…….”
“웃기는 소리! 아티팩트가 없으면 전쟁에서…….”
“시약, 시약…….”
회의장에서 봤던 시장통의 모습이 재연됐다.
서우진은 눈을 끔뻑이며 그들을 행동을 지켜보다, 옆에 있던 바르시크를 향해 다가갔다.
“원래 하늘탑의 분위기는 항상 이렇습니까?”
뭔가 예상했던 것과는 꽤 달랐다.
“…항상은 아니다.”
대답하는 바르시크가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는 뜻이군.’
서우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서 저들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가야 합니까?”
평소와 달리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라면 나를 따라…….”
“음? 어딜 가려는 게냐?”
바르시크가 서우진을 안내하려는데, 데 라스키토의 음성이 둘을 붙잡았다.
“아, 할 일이 좀 있어서 이제 그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우진은 괜히 붙잡힐까 싶어 얼른 대답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법사들이 서우진의 팔을 잡고는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자네도 일단 용사니까. 앞으로의 전쟁에서 써먹기 유용한 것들을 좀 주겠네.”
“마법 아이템들도 있고, 무려 성물도 몇 개 있으니까. 그것들을 가지고 나가면 많은 도움이 될 걸세.”
“시약도 있…….”
“아, 거! 그놈의 시약 얘기 좀 그만해!”
마치 납치를 당하는 모양새였다.
‘이, 이게 무슨…….’
서우진은 당황했지만, 반항하지는 않았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물건들’이란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서 힘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네가 이해해라.”
바르시크가 그런 서우진에게 속삭였다.
“저분들도 용사를 보는 건 처음이라 그러니까. 적당히 어울려 주면, 곧 밖으로 빼내주겠다.”
그러니까 처음 보는 용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이렇게 끌고 간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끌려가도 될까?’
서우진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굳이 거절을 하진 않았다.
저들이 주는 물건이라면 범상치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서우진은 마지막으로 만났던 일곱 명의 C급 용사를 떠올렸다.
그 외에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도.
‘도움이 되겠지.’
서우진은 그런 작은 기대를 하며, 마법사들의 뒤를 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