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음…….”
서우진은 미묘한 표정으로 하늘탑을 나섰다.
“다음에 또 봬요!”
뒤에서 들려오는 소년의 배웅에 대충 손을 흔들어 화답해 주곤, 걸음을 옮겼다.
‘이거 참.’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든 가방을 내려다봤다.
마법사들이 반 강제적으로 안겨준 물건의 수는 꽤 많았다.
서우진도 정확히 몇 개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쓸모가 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는데.’
어떤 물건은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동 조준’과 ‘마력 화살’ 마법이 내재되어 있는 거궁(巨弓)이나, 자가 수복 능력이 있는 중갑 같은 것들은 말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크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짬처리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분명 쓸모 있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물건들은 거의 잡동사니나 다름없었다.
그중에는 도무지 뭐에 쓰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도 상당수였다.
선물을 한 마법사도 기억이 안 나는 듯, 대충 얼버무리는 걸 보면 확실했다.
“후우-”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한 심정으론 다 거절하고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괜찮은 게 하나씩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쯧, 그러려니 해야지.”
청소업체 직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도움이 되긴 할 테니까.’
서우진이나 동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낮은 등급의 용사들, 특히 C급이라면 없는 것보단 나을 터.
서우진은 일단 모두 챙겨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걸음을 옮기다 보니, 앞쪽 골목길에서 리나르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때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서우진이 마르테스를 하늘탑 밖으로 끌어냈어야 했다.
그 틈을 노려 리나르와 요한이 잠입했을 테고.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를 하고 말았다.
‘아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
서우진이 원하던 것은 용사 폐기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르테스의 말에 의하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내는 중이라니.’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법이 생겼다.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실패했습니까?”
리나르에게 다가가자, 녀석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하늘탑으로 잠입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기는커녕 배웅까지 받으며 나왔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자.”
밖으로 나오자 하늘탑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알겠습니다.”
리나르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몸을 숨겼다.
혼자가 된 서우진이 골목길 안쪽으로 이동했다.
끈적끈적한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지만, 딱히 신경쓰진 않았다.
리나르와 정보 길드의 요원들이 알아서 처리를 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크루시엘의 시선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서우진을 감시하는 눈길은 모두 사라졌다.
‘됐군.’
그것을 느낀 서우진은 골목길을 더는 배회하지 않고 정보 길드의 안가가 있는 곳으로 곧장 향했다.
똑똑-
노크하자 문이 열리며 요한이 그를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꽤 초조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해 보였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서우진은 그런 요한의 어깨를 두드리곤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요한이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차를 타서 내오며 물었다.
“일이 조금 꼬였습니다.”
서우진은 찻잔을 받아들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하늘탑 안에서 마르테스와 나누었던 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을 모두 들은 요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려하는 게 당연하다.
요한은 마르테스의 실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고작해야 말 한 마디만 믿고 있기엔, 걸려 있는 목숨이 너무나도 많았다.
“믿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우진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곤 말을 이었다.
“그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만약 그곳에서 마르테스를 힘으로 압박해 비밀을 캐내려 했다면, 하늘탑 전체와 싸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서우진이 지진 않겠지만…….
그랬다간 강림 전쟁에서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죽었을 테니까.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서우진은 마르테스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신뢰할 만했다.
“그렇습니까?”
요한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불안해 보이긴 했지만, 마르테스보단 서우진의 결정을 믿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럼 하늘탑의 잠입 계획은 취소해야겠군요.”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질 못해서.”
요한이 이번 일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준비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서우진은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닙니다.”
요한이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입장에선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된 것이 더 나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부턴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용사의 폐기 방법을 알아냈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음…….”
서우진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생각의 정리가 조금 필요했던 것이다.
“일단은 이걸 좀 받아주시겠습니까?”
서우진이 하늘탑에서 가지고 나온 가방을 건넸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가방이군요.”
요한은 겉모습만 보고도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가방 자체도 귀한 것이긴 했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었다.
“그 안에는 꽤 많은 아이템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주더군요.”
서우진이 찝찝한 미소와 함께 말하자, 요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할 법도 했다.
“아무튼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중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파악해서, 어울리는 용사들에게 전달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모두 쓸모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군요.”
“상당수가 잡동사니에 불과할 겁니다.”
서우진의 말에 요한이 웃었다.
마법사들의 괴팍한 장난은 꽤나 유명한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물건들을 분류한 뒤, 도움이 될 만한 용사들에게 나누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아, 웬만하면 낮은 등급의 용사들을 먼저 좀 챙겨주세요.”
높은 등급의 용사들은, 굳이 서우진이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
레벨도 레벨이었지만, 지원을 해주는 왕국들에서 남부럽지 않은 아이템들을 선물받았을 테니까.
차라리 등급과 레벨이 낮은 용사들에게 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요한도 서우진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가방을 챙겨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정보 길드의 역량을 생각해 보면, 물건의 분류와 배포는 며칠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제국과 각 왕국의 동태를 좀 지켜봐 주시겠습니까?”
또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 당장은 요한에게 부탁할 일이 없었으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감시망을 촘촘히 가동시키는 것이 좋을 듯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곧장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무리한 부탁만 드려서 죄송합니다.”
말이 감시지, 대륙의 모든 국가에 대한 감시가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요한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받아들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샨타가 돌아오면 인력도 충원될 테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믿음직한 요한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려는 겁니까?”
제국의 수도에 도착한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돌아간다니?
“오늘만이라도 쉬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굳이 일 얘기가 아니더라도, 요한은 함께 나누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하도록 하죠.”
마르테스가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서우진이 한가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정말로 강림 전쟁이 코앞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지금 당장 마왕이 강림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시점인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서우진은 조금이라도 더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그렇습니까?”
요한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권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지금 서우진의 마음이 얼마나 조급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면…….”
요한이 서우진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때 한잔하시죠.”
“술이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마신 게 끝인가?’
처음 아카데미에 들어간 날, 파티에서 조금 마신 게 아무래도 마지막인 듯했다.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술. 전쟁이 끝나면 그때 같이 한잔합시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전쟁이 끝난 뒤, 서로 웃으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고.
그런데도 서우진은 약속했다.
그날이 되면 함께 한잔하자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한이 웃으며 배웅을 해주었고, 서우진은 건물을 나섰다.
‘녀석은 아직도 교란 중인가?’
리나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감각에 잡히질 않았다.
‘인사나 하고 가려고 했더니. 어쩔 수 없지.’
이 드넓은 도시에서 존재를 감춘 녀석을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계속 돌아다니다보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시간 낭비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리나르를 만나야 할 이유까진 없었다.
‘나중에 만나는 수밖에.’
서우진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리나르가 열심히 움직인 덕분인지, 크루시엘의 시선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능력 한번 좋다.’
서우진은 속으로 웃으며, 성문으로 향했다.
들어올 때도 성문으로 들어왔으니, 나갈 때도 그곳을 통해야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다.
서우진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성문에 도착했다.
“아, 용사님.”
처음 서우진을 검문했던 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겨주었다.
“벌써 볼일을 다 보신 겁니까?”
최소한 며칠은 지낼 것이라 예상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
“덕분에 잘 처리했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기사가 웃으며 말하자, 서우진이 그의 뒤쪽을 가리켰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아, 잠시만. 저쪽에 용사님을 기다리는 분이 계십니다.”
그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니?’
서우진은 궁금함을 담아 기사가 가리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오랜만이군, 서우진.”
검은색 정장과 장갑을 입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여자.
크루시엘의 수장인 아그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