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7)
417화.
불길한 일이라…….
‘뭘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변종 마수였다.
놈들의 힘은 너무도 강력해서, 엘프들만으로는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테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이내 부정했다.
‘변종 마수였다면, 요른이 나에게 부탁할 리가 없지.’
놈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라면 어떻게든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서우진에게 부탁하며 빚을 질 이유가 없었다.
다음으로 생각난 것은 사도.
13명의 사도 중 대부분은 서우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분명 살아 있는 놈들도 몇몇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베노인.
놈은 서우진과 모종의 계약을 했기에 그날, 그 자리에서 살려주었다.
‘바론도 다시 부활했을 가능성이 있고, 유다인도 있지.’
백시우를 잡아 죽이느라 바빠 일일이 세지 않았지만, 최소한 셋 이상은 살아 있을 것이다.
‘거기에 크라토스도 몸을 숨기고 있으니…….’
백시우를 마왕으로 만든 뒤, 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뭔가 일을 저지르는 놈들은 차고 넘친다는 얘기지.’
강림 전쟁 직전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와 제대로 된 결집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길한 일이라는 게 뭡니까?”
서우진은 상념을 멈추고 물었다.
혼자서 백날 생각을 하는 것보단, 요른에게 직접 듣는 것이 훨씬 더 정확했으니까.
“어둠이 찾아왔어요.”
“…예?”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당연히 사도나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서 숲을 파괴하고, 엘프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종류의 내용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 어둠이라는 게 정확히 뭡니까?”
혹시나 어둠이 드리웠다 따위의 비유인가 싶어 물었지만, 그것도 아닌 듯했다.
“단어 그대로예요. 숲의 외곽에서부터 시작된 어둠이, 점차 ‘팔로타인 라세’를 물들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두워지는 게 전부라는 뜻입니까?”
서우진의 말에 요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라면 서우진 님께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상 현상이라면 서우진보단 하늘탑이 훨씬 빠삭했으니, 차라리 그쪽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럼……?”
“어둠에 물든 숲이 사멸하고 있어요.”
대답하는 요른의 표정은 너무도 심각해 보였다.
숲은 엘프들의 고향이자, 근원.
그런 곳이 죽어 없어지고 있었으니, 가슴이 타들어가는 기분일 터였다.
“엘프들에겐 숲을 가꾸는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자주 나오지 않던가?
엘프들이 직접 관리하는 숲은 언제나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이쪽 세계의 엘프들도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숲에서 사는 것을 보면 제법 그럴싸했다.
“어둠에 물든 숲이 저희의 손을 거부하고 있거든요.”
“으음.”
이게 심각한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좀 애매했다.
물론 엘프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숲이 좀 없어진다고 당장 큰일이 나는 건 아니잖아?’
서우진의 입장에선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강림 전쟁이 시작된다면, ‘팔로타인 라세’라는 거대한 숲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불타오르나, 지금 죽으나.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요른의 부탁을 들어주느니, 동료들을 도와 성장시키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요른의 표정이 너무도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저런 얼굴은 처음 보는데.’
그는 항상 여유로웠다.
엘프 특유의 성격과 스스로의 힘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요른이 저런 모습을 보일 정도라니.
“저희 일족을 도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요른의 고개가 숙여졌다.
‘끄응, 어떻게 한다?’
시간만 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요른은 수많은 엘프를 이끄는 수장이었으니까.
저렇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는 걸 거절한다면, 엘프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서우진만의 일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다른 용사들을 향한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조금 곤란하다.
‘도와주자.’
그 어둠이라는 걸 해결해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원인과 해결법을 찾는 시늉이라도 해준다면, 요른은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고마움에 대한 대가는, 강림 전쟁에서 톡톡히 받을 수 있을 테고.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인가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직접 가서 확인해 보기는 하겠지만, 저도 방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야 물론이에요.”
요른의 표정이 환해졌다.
수호자들마저 넘어선 서우진이 직접 가준다면,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듯했다.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는 그걸로 끝입니까?”
“아, 네. 정말 감사해요.”
요른이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감사인사를 했다.
“별말씀을.”
서우진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시선을 돌렸다.
대체 언제,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인지, 술을 병째로 마시고 있는 아그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도 되겠죠?”
요른의 용건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아그나뿐.
그녀에게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이대로 그만 헤어지고 싶었다.
아무래도 아그나는 조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아그나가 술병을 내려놓고는 서우진을 향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너에게 한 가지 일을 맡기려 한다.”
“…그게 뭡니까?”
크루시엘의 수장이 직접 맡기는 일이라니.
호기심보단 불안감이 앞섰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었지? 열 명 정도 되었던가?”
정확히는 아홉 명이었다.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탓에, 서우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너와 네 동료들을 묶어, 일종의 특임대를 만들 계획이다.
특수임무부대.
다른 용사들과는 조금 다른 임무를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그게 무슨…….”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전쟁의 선두에 나서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장 강했으니까.
서우진이 앞장서서 싸우면 싸울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특임대라니?
“강림 전쟁에서 너희가 상대해야 할 것이 마왕과 몬스터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다른 존재들도 있단 말인가?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왕의 아래로는 강력한 권속들이 존재한다. 최소한 열에서 많으면 스물까지.”
그러고 보니 마왕의 권속에 대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크라토스 역시 이전에 강림했던 마왕의 권속이라고 했었으니까.
“그들의 힘은 수호자들을 압도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 왔지.”
수호자를 넘어서는 존재가 최소한 열 이상이라니.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제국 전역에서 출몰하는 변종 마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날 거다.”
단순히 몬스터 군단을 밀어내고 마왕을 처단하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까지 이 세계가 멸망의 위기를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왕 휘하에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것들이 즐비했기에, 항상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너희에게 놈들의 처리를 맡길 것이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얘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얘기를 꺼낼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서우진과 동료들이 그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따로 움직이는 것이 과연 옳을까?
차라리 엘리트 친구들이나, A급 용사들을 따로 추리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조금 의심도 되고.’
서우진은 아그나를 믿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신궁에서 빼돌린 용사 폐기 계획은 아그나에 의해 작성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용사를 이용할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데다, 서우진을 싫어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온전히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부는 할 수 없다. 이미 편성이 끝난 상태니까.”
서우진의 속마음을 읽은 것일까?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못부터 박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결국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그나의 말을 순순히 따르진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진짜로 무슨 의도가 있는지도 알아내야 했고, 그것에 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도 찾을 생각이었다.
“좋군. 지원은 걱정하지 마라. 제국에서 필요한 것은 모두 조달해 줄 테니.”
선심을 쓰듯 말했지만, 고맙기는커녕 기분만 더 찝찝해질 뿐이었다.
“그거 참 고맙군요.”
당연히 서우진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비꼬는 말투로 대꾸하자, 아그나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입을 조심해라, 서우진.”
우우우웅-
서우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그나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경고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 따위로 서우진을 압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피식-
서우진이 코웃음을 흘렸다.
“왜? 한번 해보게?”
형식상 하던 존대도 그만두며, 혼돈기를 담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초극의 경지에도 닿지 못한 그녀가 견뎌내기엔, 그의 힘이 너무도 아득했으니까.
“입을 조심해야 할 건 당신이야.”
한 걸음 다가선다.
“우리는 너희의 노예도 아니고, 너희가 휘두르는 병기도 아니고, 너희의 말에 움직이는 꼭두각시도 아니라고.”
다시 한 걸음.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아그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관계 파악을 제대로 해. 우리가 돕는 거야, 위험에 빠진 너희를. 그러니 그따위 태도는 좀 곤란하지 않겠어?”
서우진의 말에 틀린 점은 없다.
지원? 대가?
그런 것은 선심 쓰듯 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줘야 할 것들이다.
“앞으로는 명령하는 말투는 집어치우고, 부탁이라는 걸 해봐라.”
아그나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협적인 경고였다.
“거기까지만 하세요, 서우진 님.”
그때,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요른이 끼어들었다.
화아아아악-!
청량한 마력이 풍기며, 서우진의 혼돈기를 살짝 밀어냈다.
적의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이 상황을 수습하고 싶다는 뜻이 전해져 왔다.
서우진은 더 이상 아그나를 압박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새하얗게 변했던 그녀의 안색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숨도 쉴 수 없었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하지만 그 표독스러운 눈빛은 여전했다.
‘쯧.’
서우진은 혀를 차고는 아그나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다.
물론 이 정도로 그녀가 바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최소한의 경고지.’
허튼짓을 하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미리 경고를 해두었으니, 훗날 서로 간의 충돌이 생겼을 때 다른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괜찮으세요?”
요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그나를 살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서우진을 노려보고만 있었으니까.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굳이 저런 눈깔을 계속 마주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볼일은 다 본 것 같으니, 이제 다시 움직일 때였다.
“‘팔로타인 라세’의 일은 한번 확인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정말 감사해요.”
요른의 인사를 받으며, 서우진은 총장실을 빠져나왔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아그나의 적의가 새삼 짜증스러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