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8)
418화.
‘이것도 오랜만이네.’
서우진은 기차에 오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고작해야 몇 달 전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변종 마수가 나타나 중간에 내렸기에, 왠지 오랜만에 타는 기분이 들었다.
“이쪽입니다.”
서우진이 올라타자, 안쪽에서 대기 중이던 승무원이 일등석 칸으로 안내해 주었다.
‘원래 승무원이 직접 안내를 해주었던가?’
이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았다.
이상함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앞장서서 걷던 승무원이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용사님을 기다리는 분이 계십니다.”
“…저를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까?’
웬만한 사람들은 서우진이 수도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숨어서 온 것도 아니고, 신분을 밝히며 당당히 성문을 통과했으니까.
서우진과 용사에 관심이 있는 귀족이라면, 충분히 정보를 입수하고도 남았다.
문제는 그들 중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할 만한 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보통 권력자는 아닐 텐데…….’
기차는 평범한 귀족들도 타기 부담스러운 가격을 자랑한다.
웬만큼 재력에 자신이 있지 않다면, 일등석을 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고작 서우진을 만나기 위해 일등석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드르르륵-
일등석의 문이 열리고,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드류나크 후작.’
제국의 재상이자, 실세인 드류나크였다.
“오랜만이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우진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게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나자, 서우진은 당황해하면서도 그 손을 마주잡았다.
“저를 기다리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서우진이 묻자, 드류나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은 앉아서 얘기할까요?”
그가 일등석답게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소파를 가리켰고,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에 앉았다.
“그간 꽤나 바쁘게 돌아다니시던데, 원하던 바는 이루셨습니까?”
뭔가를 알고 묻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평범한 안부인사일까.
표정만 봐서는 전혀 읽히지가 않았다.
“어느 정도는요.”
서우진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대답했다.
“그거 다행이군요.”
드류나크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혹시 아그나 경을 만나셨습니까?”
서우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를 만난 건 바로 직전의 일이다.
아카데미를 나오자마자 기차를 탔으니 말이다.
그런데, 드류나크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를 감시한 게 크루시엘만은 아닌 모양이군.’
설마 드류나크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그나와의 만남은 굳이 감출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저와 제 동료들을 묶어 특임대 같은 걸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흐음, 특임대라…….”
드류나크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우진을 의심하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아그나의 의도를 미심쩍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
거대한 국가의 재상을 맡고 있는 만큼, 속마음을 감추는 능력이 뛰어난 듯했다.
“나쁘지 않군요. 굳이 서우진 님까지 포함시켜야 되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말입니다.”
드류나크는 서우진의 힘을 그런 곳에 낭비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것보다, 이제 저를 기다린 이유가 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서우진이 분위기를 전환하며,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그나와는 달리, 드류나크는 서우진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지 않았다.
황제가 ‘루덴 가르도’를 하사할 때, 홀로 말리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담소를 주고받을 사이도 아니다.
그는 제국의 후작이자 실세 중 실세였으니까.
‘당연히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테고.’
솔직히 이렇게 마주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훈훈하게 대화를 나눌 자신이 없었다.
그냥 빠르게 본론을 이야기한 뒤, 헤어지는 게 마음 편했다.
“흐음, 아쉽군요. 오랜만에 만난 만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드류나크는 정말로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국의 재상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진중한 태도로 말을 했다.
“요른 총장의 부탁을 받고 ‘팔로타인 라세’로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아그나와의 만남도 알고 있는데, 요른이 한 부탁을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한 가지 물건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물건 말입니까?”
드류나크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말을 이었다.
“검의 형태를 하고 있긴 하지만, 검은 아닙니다. 병기라기보단 성물에 가까운 것이죠.”
성물이라는 말에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바라봤다.
‘마테아의 광명’.
하루에 한 번, 죽음에 이르지 않은 상태라면 완벽하게 회복시켜 주는 성물이었다.
‘이런 물건이 ‘팔로타인 라세’에 또 있단 말인가?’
똑같은 효과를 지닌 것은 아니겠지만, 성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대단한 물건일 것이다.
“정확히 무슨 성물입니까?”
“이름은 ‘마테아의 징벌’. 엘프들이 머물고 있는 숲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 꽂혀 있습니다.”
정보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세하다.
저만큼 알고 있다면…….
“직접 가져오시는 게 더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팔로타인 라세’는 제국에 귀속되어 있는 숲이었다.
당연히 그 안에서 생활하는 엘프들 역시 제국의 신민이었다.
드류나크가 마음만 먹는다면, 성물이든 뭐든 충분히 가져올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굳이 서우진에게 부탁하는 게 조금 이상했다.
“저희에게도 사정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드류나크가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엘프들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와야 하는 겁니까?”
‘마테아의 징벌’은, 엘프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는 성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절대 빼앗아갈 수 없는 것.
그렇기에 지금까지 손에 넣지 못하다가, 서우진에게 부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
드류나크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엘프들을 위한 일이죠.”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마테아의 징벌’은 자격이 되지 않는 존재의 손길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자리에 둘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둠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둠이 성물이 있는 장소까지 침범하기 전에, 옮겨야 합니다.”
이해가 됐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남는다.
“그 어둠이라는 걸 막아낸다면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아직 시도도 해보지 않고 성물부터 빼내달라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서우진의 생각을 눈치챈 드류나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단호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할 겁니다. 아무리 서우진 님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 어둠을 걷어내는 것은.”
단순히 힘들다는 뜻이 아니었다.
드류나크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불가능하다고요?”
솔직히 서우진도 요른이 부탁한대로 어둠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은 원인도 알 수 없었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드류나크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어둠을 걷어낼 방법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어둠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드류나크가 알고 있다면, 제국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서우진이 묻자 드류나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팔로타인 라세’는 마왕의 강림지가 될 예정입니다. 어둠은 그의 영역을 의미합니다.”
기차가 도착했다.
서우진은 플랫폼에 내려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어마어마한 크기의 숲이 보였다.
‘…심각하군.’
이전에 봤던 그 생명력 넘치던 숲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죽음.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숲은, 온통 죽음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기는 아니고.”
드류나크의 말을 듣고 어둠의 정체가 혹시 마기는 아닐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하긴, 마기였으면 엘프들이 몰랐을 리가 없지.’
죽음과 부패, 그리고 허무의 기운이 전부였다.
“흐음…….”
서우진은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플랫폼을 벗어났다.
서두르진 않았다.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팔로타인 라세’를 향해 다가갔다.
“휘유-”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죽음의 향기가 짙어졌다.
“싹 다 죽었네.”
눈에 보이는 나무들은 겉모습만 유지하고 있을 뿐, 모두 죽어버린 상태였다.
아니,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작은 벌레나 동물조차 모두 죽어,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독한데?”
서우진조차도 저릿저릿한 느낌에 혀를 찼다.
하지만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기에,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서우진은 검게 물들어 있는 ‘팔로타인 라세’의 내부에 도착했다.
바사삭-
발바닥에 깔린 풀이 그대로 바스러지며 가루가 되어버렸다.
수분이라고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재를 밟은 것 같네.’
손만 대도 부서지는 잿가루.
서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안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가 마왕이 강림하는 곳이라 이거지?’
분위기나 느낌이 왠지 어울렸다.
마왕은 이 세계를 파멸시킬 존재였으니까.
‘나랑은 다르지, 나랑은.’
서우진은 자신도 ‘마왕’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계속해서 걸었다.
‘엘프들은 전부 피신한 건가?’
꽤나 먼 거리까지 감각을 넓혔음에도, 감지되는 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우진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운이었으니, 그들은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했겠지.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명 정도는 남아서 도와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 숲은 길잡이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기엔 너무도 넓었다.
엘프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졌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신룡안.”
결국 서우진은 ‘신룡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팔로타인 라세’의 중앙에 있다는 ‘마테아의 징벌’을 찾기 위함이었다.
감각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거리까지 뻗어나갔다.
하지만 숲의 넓이는 ‘신룡안’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거대했다.
‘모르겠군.’
숲의 중앙이 정확히 어디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예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엘프?”
아주 작은 마력이 느껴졌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분명히 엘프의 마력이었다.
“왜 혼자 떨어져 있는 거지?”
주변에 다른 엘프는 보이지 않았다.
“낙오된 건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서우진이 서둘러 엘프가 느껴지는 쪽을 향해 질주했다.
파바바바바바밧-!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이 바스러지며, 검은 가루가 흩날렸다.
하지만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서우진의 눈에 엘프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이?”
어둠이 물든 숲의 한복판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은, 고작해야 열 살이나 될 법한 외형의 어린 엘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