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19)
419화.
‘정말로 열 살은 아닐 테고.’
엘프의 수명은 길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천년만년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길어, 최대 수명이 300년에 이를 정도였다.
그만큼 성장 속도도 인간에 비해 더디다.
눈앞의 엘프도 사람의 아이였다면 열 살 정도였겠지만, 실제 나이는 아마…….
‘나보다 많으려나?’
서우진은 조심스럽게 그 엘프 아이에게 다가갔다.
‘호흡은 정상이고.’
특별히 눈에 띄는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육체에 흐르는 마력 역시 안정적이었으니,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혼자 여기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거지?’
어둠을 피해 이동하다 무리에서 낙오된 것일까?
‘그럴 확률이 가장 높긴 하겠지.’
서우진은 생각을 멈추었다.
일단 이 엘프 아이를 깨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툭- 툭-
뺨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번엔 어깨를 잡고 조금 강하게 흔들어보았다.
마찬가지였다.
엘프 아이는 마치 전신마취라도 당한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흐음…….”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코트의 속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물을 챙겼던 것 같은데.”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주머니 속을 뒤적이다, 이내 작은 병에 들어 있는 물을 꺼내 들었다.
뚜껑을 연 서우진이 천천히 그 내용물을 입가에 흘려보냈다.
“으으음.”
그러자 반응이 있었다.
정신을 잃은 사이 꽤나 목이 말랐는지, 무의식중에도 물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천천히 마셔, 천천히.”
서우진은 혹시 사레라도 걸릴까 싶어, 조금씩 물을 흘려 넣어주었다.
그렇게 한 통이 다 비워져 갈 때쯤.
엘프 아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하고 떨려오는 것이 보였다.
‘됐나?’
“정신 차려볼래? 눈 뜰 수 있겠어?”
다시 한번 뺨을 톡톡- 치며 말을 걸자, 이내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녹색의 맑은 눈동자였다.
녀석은 잠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다,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누, 누구냐!”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서우진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것이, 제법 사나워 보였다.
“적은 아니니까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나는 서우진. 요른에게 부탁받고 이 숲을 조사하러 온 용사다.”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양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했다.
“…요른?”
엘프 아이의 눈이 살짝 커졌다.
확실히 그의 이름을 꺼낸 것이 유효한 모양이었다.
“그분이 부탁했다고요?”
엘프의 한 일족을 이끄는 양반이다 보니, 이름빨이 좋긴 했다.
녀석의 얼굴에서 경계심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 ‘팔로타인 라세’가 어둠에 물들고 있으니, 나보고 가서 해결을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얘기를 하자, 엘프 아이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그 말을 믿는 듯했다.
“그런데 넌 누군데 혼자 이런 곳에서 기절해 있었던 거지?”
조금 안정된 것 같아 보이자, 서우진은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저, 저는…….”
녀석은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나에르라고 해요. 과일을 따러 나왔다가 갑자기 주변이 검게 물들어서 도망을 치다…….”
서우진의 예상은 얼추 들어맞았다.
어른들과 함께 도망가다 낙오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홀로 떨어진 것이다.
“다른 엘프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아?”
서우진의 물음에 자신을 나에르라 소개한 엘프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숲의 중앙으로 갔을 거예요. 거기엔 신성한 신목이 있으니, 이 검은 것도 침범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
서우진의 눈이 반짝였다.
숲의 중앙이라니.
안 그래도 그곳을 찾고 있었는데, 공교롭지 않은가.
“길은 알고? 난 이곳에 처음 방문이라 모르거든.”
“그럼요! 당연하죠! ‘팔로타인 라세’가 넓긴 하지만, 저희에게는 앞마당이나 다름없어요!”
기운을 완전히 차린 나에르가 씩씩하게 소리쳤다.
“그럼 거기로 데려다줄 테니, 길 좀 가르쳐 줄래?”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마움을 표한다.
“그래, 그래.”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녀석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느린데?”
엘프는 본래 숲에서 빠른 이동이 가능한 종족이 아니었나?
슬쩍 옆을 내려다보자, 나에르는 세상 태평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어 재처럼 바스러지는 와중에도, 딱히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엘프 특유의 천성인가? 아니면 내가 옆에 있어서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아무래도 후자 같았다.
서우진은 잠시 나에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신룡안’을 사용해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다.
이 정도 속도로 걷다가는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음, 사흘 정도요? 숲이 온전했다면 금세 도착했겠지만… 지금은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느껴지지가 않아서 조금 느려요.”
“아, 그래?”
역시 엘프가 숲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다만, 지금은 어둠에 숲이 모조리 죽어버린 탓에 그렇게 빠른 이동을 할 수 없었을 뿐.
“사흘은 너무 길지 않아? 내가 좀 도와줄까?”
최대한 이번 일을 끝내고 동료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사흘이나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는 뜻이었다.
나에르는 서우진의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힘들었나 보군.’
생각해 보면 멀쩡한 게 더 이상했다.
어둠은 지금도 서우진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어린 나에르가 견뎌내기엔 힘들 것이다.
애초에 그것을 버티지 못해 기절까지 하지 않았던가?
서우진은 리나르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려 목말을 태웠다.
“오, 오?”
갑자기 시선이 높아지자, 녀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그럼 출발할 테니까, 꽉 잡고 있어. 꽤 빠를 테니까 놀라지 말고.”
“네!”
왠지 신나 보이는 나에르의 음성을 뒤로하고,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파사사사삭-!
주변의 검게 물든 나무와 풀들이 모조리 박살나며, 마치 흑설(黑雪)처럼 주변에 흩날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에 나에르가 비명을 질렀다.
‘으음.’
서우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귀도 따가웠지만, 머리카락이 뽑혀 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말로 뽑히지는 않겠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놓으라 할 수도 없고.’
그냥 포기하고 달리는 수밖에.
“오른쪼오오옥!”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나에르의 안내에 따라 검게 물든 숲을 내달렸다.
끊이지 않는 비명 소리와 함께.
* * *
“수색은 어떻게 되어가죠?”
“대체 이 어둠의 정체가 무엇일까요?”
엘프들은 거대한 신목 주위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몸을 피하느라 차마 챙기지 못한 엘프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지금 수색 중이에요. 하지만 죽음의 기운이 너무도 강해 쉽지가 않은 모양이에요.”
임시로 엘프들을 이끌고 있는 유론은 그런 일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웬만한 일에는 평정심을 흩트리는 법이 없던 엘프들이었지만, 수백 년간 살아온 터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너무나도 컸다.
“제국에도 도움을 요청했어요. 요른 님께서 보고만 있을 리가 없으니, 조만간 방법이 생길 거예요.”
“아, 요른 님이라면…….”
요른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조금씩 진정이 되는 분위기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전에 어둠이 이곳까지 침범하면요? 그땐 어떻게 해야 하죠?”
누군가 말했다.
유론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가정이긴 했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신목의 가호 덕에 어둠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도 조금씩 밀리고 있어.’
유론은 눈치채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신목의 가호가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대로 있다간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신목 역시 어둠에 집어삼켜질지도 모른다.
‘그전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수색대가 어둠의 원인을 밝혀내던가, 아니면 요른이 내민 도움의 손길이 닿던가.
일주일 안에 해결이 되지 않으면, ‘팔로타인 라세’와 함께 엘프는 끝장이었다.
“하아-”
결국 유론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했던 것이다.
“신목이 죽으면, 엘프의 운명도 끝이에요.”
누군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 이루엘 님.”
유론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루엘은 모든 엘프 일족의 존경을 받는 장로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어둠을 막아내거나, 신목을 옮기거나.
둘 중 하나는 성공해야 했다.
하지만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성물을 뽑도록 하지요.”
“…예?”
이루엘의 말에 유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성물, ‘마테아의 징벌’.
그것은 신목의 거대한 뿌리에 박혀 있는 한 자루의 검이었다.
처음 그곳에 박힌 뒤, 단 한 번도 뽑힌 적이 없는.
“하지만 이루엘 님. 성물은 뽑을 수가 없어요.”
마치 공간에 고정이라도 된 것처럼 그 어떤 존재도 뽑지 못했다.
제국의 검공조차도 며칠간 시도를 하다 결국 고개를 내젓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으면 신목을 옮길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성물을 뽑아야만 해요.”
이루엘은 신목의 가호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눈치챈 듯했다.
“신목에 약간의 손상이 가는 정도는 감수하죠. 그럼 뽑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성물을 뽑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혹여나 신목이 상할까 싶어서였다.
너무 강력한 힘을 쓰면, 그만큼 안 좋은 영향력이 미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조금의 손상을 입더라도, 성물을 뽑고 신목을 옮겨야만 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요른 님께서 도와주실…….”
“늦으면요?”
그 한마디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신목은 엘프와 운명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신목이 죽으면 엘프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막연한 희망에 기대기엔 너무도 중요한 사안이었으니, 지금은 단호한 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요.”
유론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호대를 포함한 일족의 가장 뛰어난 전사들을 모아주세요. 지금부터 성물을 뽑을 예정이에요.”
유론이 몸을 돌려 엘프들에게 말했다.
“성물을요?”
“그게 가능한가요?”
당연히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유론의 음성은 단호했다.
“서둘러 주세요. 너무 늦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요.”
진심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은 엘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이라도 성물을 뽑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엘프들이 신목의 앞에 모여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