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
#41화.
서우진은 눈을 끔뻑였다.
‘검을 뽑으라니?’
말 자체는 이해를 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갑자기 왜?’
다짜고짜 찾아와 연무장으로 끌고 가고, 검을 뽑으라는데 순순히 그 말을 들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뭐하지? 어서 검을 뽑지 않고.”
다리엘은 가만히 서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서우진을 재촉했다.
“이유라도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가 강한 건 알겠다.
그 위상이 전 대륙에 퍼져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우진은 다리엘처럼 제멋대로인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 슬레인이랑은 영 딴판이네.’
두 사람 중 누가 더 강한지는 모른다.
그 수준을 가늠하기에, 서우진은 아직 너무도 부족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느 쪽 인성이 더 뛰어난지는 알 것 같았다.
그토록 강한 힘이 있으면서도, 항상 서우진에게 예를 갖춘 반 슬레인의 압승이었다.
“확인해 볼 것이 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서우진은 울컥- 해서 소리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마음에 안 드는 건 둘째치고, 그의 검은 좀 무서웠으니까.
잠시 심호흡을 한 서우진은 입을 열었다.
“그게 뭔지 말씀해 주시면…….”
“말이 많군.”
다리엘은 서우진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더는 쓸데없는 대화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듯, 검을 뽑아들었다.
“이러면 싫어도 검을 들겠지.”
쿵-!
다리엘이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서우진의 앞에 도달했다.
“받아봐라.”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검.
‘아니, 빠른가?’
도저히 속도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분명 검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은 것 같은데, 서우진은 도무지 그것을 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익!”
결국 검을 들고 말았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검이 충돌했다.
‘약해.’
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적었다.
손에 사정을 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
‘왼쪽!’
서우진은 생각을 멈추고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맞대고 있던 검이, 어느새 왼쪽에서 목을 노리고 있었다.
스윽-
핏방울이 튀었다.
완벽하게 피하지 못해 턱에 작은 검흔이 남았다.
따끔한 통증에 서우진은 더 이상 잡생각에 빠져 있을 틈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이 움직였다.
마치 땅에서부터 벼락이 뻗어나가듯, 서우진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치솟아 올랐다.
기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직선적인 검.
반 슬레인의 검이 생각나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검이었다.
“흠.”
빛처럼 빠른 검이었지만, 다리엘은 너무도 쉽게 피해냈다.
하지만 서우진의 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눈과 목, 심장을 비롯해 심지어 고환까지.
서우진은 집요하게 다리엘의 급소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실전검이군.”
오직 살상만을 위한 검.
매년 몬스터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매시브 가디언에선,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검술을 사용한다.
상대보다 빠르고, 강하게.
적은 힘으로 목숨을 끊어놓을 수 있는 검 말이다.
서우진 역시 반 슬레인에게 그런 검을 배워왔다.
검공 다리엘의 진중하고 현묘한 검술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다리엘은 검을 슬쩍슬쩍 피하며 서우진을 관찰했다.
“그 아이에게 배운 검인 것은 확실하군.”
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뭐라는 거야?’
서우진은 자신의 검이 전혀 통하질 않자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물론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놀라게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마치 늪에 빠진 기분이야.’
쉴 새 없이 공세를 취하는데도, 검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허깨비와 싸우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때, 다리엘의 검이 다시 한 번 짓쳐들었다.
“이런, 미친!”
살기가 서려 있었다.
단순히 검 실력이나 보자고 휘두른 검이 아니란 뜻이었다.
‘죽는다!’
서우진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있다간 머리통에 그대로 구멍이 뚫릴 것이다.
“흐으읍!”
서우진이 억지로 몸을 틀었다.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해내야만 했다.
실패하면 죽으니까!
마력까지 뽑아올리며 몸을 움직인 덕분일까?
다리엘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서우진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한 번 핏방울이 튀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
다리엘의 검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각도로 꺾이며, 목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죽일 생각인가?’
무표정한 다리엘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정말로 죽일 요량이 아니라면 저런 살기를 풍길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또 한 번 몸을 비틀었다.
온몸의 세포가 모두 활성화 되는 느낌이었다.
마치 매시브 가디언에서 몬스터 토벌을 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벌이게 되자,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일시에 깨어났다.
쿵-
서우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엄청난 반응 속도였다.
그저 고개만 피했더라면 절대 피하지 못했을 검을, 무릎을 꿇자 피할 수 있는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다리엘의 검이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다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확인하고 싶은 것을 모두 살펴봤는지,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이 정도면 됐다.”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시작은 그쪽이 혼자 멋대로 했으니, 끝내는 건 이쪽이 할 거다.
‘방금 전까지 죽일 생각으로 검을 휘둘러 놓고, 되긴 뭐가 돼!’
서우진은 한 발 물러선 다리엘을 따라,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깔끔하고 정돈된 검격이었다.
다리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허어.”
단순하고, 직선적인 검.
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치명적이기도 했다.
꽤 봐줄 만은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건 가볍게 여길 수가 없었다.
쩌어엉-!
첫 충돌 이후, 처음으로 서우진의 검이 다리엘의 검과 맞닿았다.
“아…….”
서우진이 가로막힌 자신의 검을 보며 신음했다.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완벽한 타이밍에 휘둘러진 완벽한 공격이었다.
서우진은 예전에 이 검으로 반 슬레인의 머리카락을 잘라낸 경력이 있었다.
그런 만큼 좀 자신이 있었는데…….
‘막혔네.’
그것도 너무 쉽게.
검공이고 나발이고, 당한 만큼 갚아주려던 서우진의 야심찬 시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다리엘의 눈에는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이건 또 예상외군.”
다리엘은 서우진의 검에 진심으로 놀란 것 같았다.
“기껏해야 용사 나부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제법이야.”
‘용사 나부랭이?’
강자의 오만일까? 아니면…….
서우진이 그 말의 뜻을 생각하는 사이, 다리엘이 검을 집어넣었다.
“됐다. 마왕의 종자와는 상관이 없는 듯하니 여기까지만 하지.”
다리엘은 서우진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와중이라면, 숨기고 있는 힘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마기 같은…….
하지만 서우진을 관찰한 결과, 마기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순하기 짝이 없는 마력만이 가득했다.
홀로 게랄드의 마기를 견뎌냈다기에 조금 의심을 했는데, 이 정도면 마왕의 추종자들과는 연관이 없는듯했다.
“……만약 제 실력이 더 부족해서 죽었으면 어쩔 생각이었습니까?”
서우진이 다리엘을 노려보며 물었다.
실제로 반 슬레인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서우진은 다리엘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용사들 중에선 그 살기 어린 검을 막아낼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니, 백시우는 막을 수 있으려나?’
어찌 됐든 50레벨의 ‘검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는 무조건 죽었을 것이다.
서우진은 그런 공격을 한 다리엘에게 사과라도 한 마디 듣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분이 풀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다리엘은 그런 서우진의 바람을 그냥 뭉개 버렸다.
“죽으면 어쩔 수 없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니까. 검술 실력이 조금 뛰어나긴 하지만, 어차피 D급. 네가 죽는다고 해서 전력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서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죽으면 어쩔 수 없다고?
그게 사람이 할 말인가?
‘반 슬레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검공이라는 칭호를 얻은 존재가 한 말치고는, 너무나도 역겨웠다.
“확인할 건 다 했으니, 나는 이만 가지.”
다리엘은 그 말을 끝으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X같네.”
멀어지는 다리엘의 뒤통수에 검을 꽂아 넣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우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제국령 내의 연무장에서 ‘나락’ 같은 스킬을 사용할 순 없었으니까.
“후우-”
서우진은 가빠져 오는 호흡을 정리하곤,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레벨 업 덕분에 흉터가 모두 회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이런 상처를 얻고 말았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얻은 상처들은 일종의 증표였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표.
하지만 지금 다리엘에게 얻은 상처는 달랐다.
치욕, 분노, 고통.
“언젠간 되갚아준다, 내가.”
서우진이 이를 갈며 다짐했다.
* * *
“이야, 집이다!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되게 오랜만인 느낌이 들어요. 신기하죠?”
수도의 아카데미로 돌아온 뒤, 이지아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방방- 뛰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첫 공식적인 일정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서우진도 조금 긴장이 풀렸으니까.
“상처는 괜찮으신가요?”
아일린이 서우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연무장에서 돌아왔을 때, 깜짝 놀라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크게 다친 건 아니야. 흉터야 좀 남겠지만, 레벨을 올리면 되니까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렇게 쉽게 넘길 만한 상처는 아니었다.
이마는 거의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패였고, 뺨도 찢어져서 피부가 너덜거릴 정도였다.
아일린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확실히 용사들의 회복 능력이 좋긴 하네요.”
평범한 이들이 이런 큰 상처를 입었다면 치료하는데 몇 달은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마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아물었다.
물론 흉터는 좀 남았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어? 아저씨. 저기 뺀질이에요.”
갑자기 이지아가 돌아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뺀질이라면…….”
백시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봤다.
한쪽 다리를 절단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백시우의 모습이 보였다.
‘살아 있는 게 다행이지.’
그때 게랄드가 보여준 힘은, 사망자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공했다.
비록 양팔과 한쪽 다리를 잃긴 했지만, 백시우는 살아 있었다.
그는 휠체어를 탄 채, 천천히 서우진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말했다.
“그건 대체 뭐였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