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크으으으윽!’
전신이 모조리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에,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신줄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빠르게 혼돈기를 끌어올려, 전신에 휘감았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
그러자 들끓던 통증이 점차 사그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끔뻑였다.
“여긴 또 어디냐?”
방금 전까지 천여 명의 엘프들과 함께 신목 앞에 서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전혀 달랐다.
“…우주?”
마치 우주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았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끝없이 펼쳐진 암흑에 반짝이며 수를 놓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당황하지 말자.’
서우진은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이런 일에 놀라기엔, 그동안 비슷한 일을 너무도 많이 겪었다.
‘그러고 보니 ‘마테아의 광명’의 봉인을 풀 때도 비슷했지.’
물론 그때는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저 우주와도 같은 공간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있을 뿐.
“흐음.”
턱을 긁으며 잠시 고민해 본 서우진은, 일단 움직여 보기로 결정했다.
화아아아아악-
앞으로 발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신형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어, 어?”
비유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문자 그대로 빛, 그 자체가 되어 공간을 가로질렀다.
너무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감에 서우진은 전신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크윽!”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멈춰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육체는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속도를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
그 속에서 서우진은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도에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을까?
“자, 잠깐…….”
저 멀리 보이던 행성 하나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손톱보다 작았던 것이, 이내 주먹만 해지고, 눈 한 번 깜빡이자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대로 있다간 그대로 충돌할 게 뻔했다.
‘빛의 속도로 행성과 충돌한다고?’
아무리 서우진의 육체가 단단하다고는 하지만, 절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마왕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
쿠웅-!
서우진의 신형이 마침내 멈추었다.
어느새 대기권을 뚫고 들어간 육체가 땅바닥과 충돌하기 직전이었다.
식은땀이 주르륵- 하고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흙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툭- 투둑-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젖어드는 땅을 바라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숲?’
살았다는 안도를 하기도 전, 다시 달라진 눈앞의 광경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는 숲이었다.
수많은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울창한 푸른 숲.
서우진은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러곤 이번엔 섣불리 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또다시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 라니엘’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대곤 고개만 돌려 주변을 빠르게 훑어 봤다.
“팔로타인 라세.”
성물에 손을 대기 전, 서우진이 있던 장소와 비슷한 곳이었다.
단순히 숲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신목.”
저 멀리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팔로타인 라세’에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나무였다.
신비한 기운 역시, 조금 전에 느꼈던 것보다 몇 배는 거대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
서우진은 경계를 풀지 않고 신목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변화는 없었다.
갑자기 어딘가로 내동댕이쳐지지도 않았고, 누가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음성이 들려오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한 숲의 모습 그대로, 서우진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움직여도 되나?’
숲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서우진은 어느새 안정감을 되찾았다.
호흡은 편했고, 흘러내리던 땀은 모두 식어 상쾌했다.
‘괜찮을 것 같은데…….’
후우우- 하고 깊게 심호흡을 한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발을 들었다.
터벅-
평범한 걸음이었다.
“여기가 목적지였나 보군.”
다행이었다.
서우진은 긴장했던 몸을 풀며 계속 걸어보았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에, 점차 빠른 속도로 신목을 향해 다가갔다.
“크다, 커.”
신목과 비슷한 나무는 너무도 커서, 어디가 끝인지 짐작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탑이랑 맞먹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 위용은 신목과 가까워질수록 더욱 실감이 났다.
서우진은 연신 감탄하며 달렸다.
그렇게 꽤 긴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마침내 신목에 다다랐다.
“흐음.”
서우진은 고개를 움직이며 신목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이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다.
‘마테아의 광명’ 때처럼 봉인을 풀기 위함일 수도 있었고, ‘이계 마왕록’처럼 뭔가를 가르쳐 주기 위함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고.’
어쨌든 가만히 보기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서우진은 신목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지진과 같은 파괴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태동.”
마치 태동한 생명의 심장이 뛰듯, 평온하고 안정적인 진동이었다.
그것을 느낀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머니의 음성이 이러할까?
신목의 자애로운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역시 자격을 시험하기 위한 장소였구만.’
이런 얘기는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
드류나크는 물론이고, 요른과 엘프들도 마찬가지다.
그 말은 곧, 지금까지 이 공간에 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자도 없었다는 뜻이었다.
[나를 베어라.]“…이건 또 예상 못한 말인데.”
‘나를 베어라’라는 말은 이 거대한 나무를 잘라내라는 것일 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차라리 ‘마테아의 광명’을 찾을 때가 훨씬 어려웠다.
당시엔 끝없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찾아내는 것이었으니까.
모든 감각이 차단된 채 하염없이 헤매기만 하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나았다.
문제는 왜 자신을 베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신목을 처음 본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굳이 ‘신룡안’을 사용하지 않아도 전신의 감각이 계속해서 가르쳐 준 것이다.
‘신목은 이 세계 전체와 이어져 있다.’
신목과 이 행성은 하나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이 거대한 나무가 잘려 나가면, 이 세계도 멸망해.’
서우진은 입술을 살짝 짓씹었다.
‘마테아의 징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물은 자신의 이름대로, 이 세계에 ‘징벌’을 내릴 모양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이건 그저 시험일뿐이다.
정말 존재하는 세계일 리가 없다.
서우진은 속으로 되뇌며, 최대한 잡생각을 떨쳐 냈다.
자격을 증명하라니, 하면 된다.
스르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예리하고 강력한 검.
신목이 아무리 거대하다고는 하나, 서우진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막아낼 순 없을 것이다.
“마왕화.”
끝없는 힘이 샘솟기 시작했다.
수배, 수십 배.
평소의 서우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육신을 지배하며,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전능감이 느껴졌다.
“신속.”
사용할 스킬은 오직 하나.
‘마왕’의 힘이 담긴 검을, 신(神)의 속도[速]로 휘두른다면?
“모든 것을 벨 수 있지.”
‘마왕’이 된 서우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끔찍하리만치 거대한 힘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신목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틱-!
“응?”
쩌억- 도 아니고, 서걱- 도 아니다.
“이게 무슨…….”
신목에 흠집이 생겼다.
베어내기는커녕, ‘카 라니엘’의 날이 단 한 치도 박히지 않았다.
신목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생채기라고 불리는 것도 우스울 정도의 흠집.
“허허-”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단단하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십이천검’, ‘염라천공검’, ‘나락살’, ‘광폭’.”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의 공격이 쏟아졌다.
하지만…….
티디딕-!
변하는 것은 없었다.
흠집의 크기가 조금 커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런 X발.”
큰일 났다.
진짜로 큰일이 났다.
신목의 굵기는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지름만 거의 100미터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걸 베라고?”
방금 전 서우진이 한 공격은, 신목의 껍질을 조금 벗겨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전체를 베어내려면 대체 몇 번이나 ‘카 라니엘’을 휘둘러야 한단 말인가?
“‘마테아의 광명’ 때보다 쉬워 보인다고 한 말은 취소다.”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었다.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 걸까?’
서우진은 손에 든 ‘카 라니엘’을 바라봤다.
신목에 비하자면 이쑤시개보다 작은 검.
“이걸로 저걸 베라니…….”
어이가 없어서 이젠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 당장 어디서 다이아몬드도 종잇장처럼 잘라 버릴 수 있는 전기톱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들어 이마에 솟은 뿔을 긁었다.
“그래,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1년? 2년?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이곳에서 낭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이 망할 나무를 베다가 마왕이 먼저 강림하기라도 하면, 모두 끝장이었으니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었지?”
서우진이 이를 악다물며 혼돈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백시우를 상대할 때 이후로, 이 정도의 힘을 단번에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글거리는 회색의 오러가, 모든 것을 파괴할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그 크기는 무려 십여 미터.
오러에 담긴 혼돈기라면, 웬만한 사도들조차도 일격에 몸이 쪼개질 정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고화.”
화르르르르륵-!
모든 것을 태우는 검은 불꽃이 오러에 깃들었다.
“나무를 상대할 땐 불만한 게 없지.”
화극목(火克木)이라 했다.
불은 나무를 이긴다는 뜻.
단순한 힘과 날카로움만으로 베기 힘들다면, 상극을 이용하면 될 일이었다.
서우진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진각을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스가아아아아아악-!
타오르는 오러로 뒤덮인 ‘카 라니엘’이 공간을 모조리 불태우며, 신목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틱-
신목은 단단했다.
동시에 서우진은 직감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오래 여기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충격에 떨려오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서우진이 입술을 씹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