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손을 내려다봤다.
“하, 미친…….”
붉게 물든 손바닥.
놀랍게도 서우진의 손에 상처가 생겼다.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에게 공격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검을 휘둘렀을 뿐임에도.
“매시브 가디언에서 훈련할 때도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반 슬레인 아래에서 죽기 직전까지 굴러가며 검을 휘둘렀을 때조차, 손에서 피가 흐르진 않았다.
고작 그 정도에 상처를 입기엔 용사의 피부가 너무도 질겼으니까.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심지어 ‘마왕화’까지 사용한 상태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손바닥이 터져 나갔다.
서우진은 손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에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나무를 치다 손이 다칠 줄이야.”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지고화.”
화르르르륵-!
붉은 피가 순식간에 증발해서 사라졌다.
“하아-”
‘카 라니엘’을 대체 몇 번이나 휘두른 것일까?
천 번? 만 번?
아니,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신목을 향해 1초에 수백 번씩 검격을 날렸으니, 최소한 그 몇백 배는 될 것이다.
‘모르겠군.’
정확히 몇 번이나 ‘카 라니엘’을 휘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고 있었다.
‘일주일.’
서우진이 이곳에 들어온 지 정확히 일주일째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무려 7일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신목을 베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이거 실화냐?”
3센티미터.
정확히는 3.7센티미터쯤?
일주일을 노력한 결과, 서우진이 낸 성과는 그게 전부였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군.”
정말로 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안 돼.’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더 늦는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난 일주일간 수도 없이 한 고민을 다시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없어.’
검으로 이 빌어먹게 단단한 신목을 두 동강 내버리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후우-”
출혈이 멈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뜨끈한 열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지.’
결국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손에 쥔 ‘카 라니엘’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처럼은 안 돼.”
무작정 혼돈기를 끌어모아 힘으로 베려고 했다간, 진짜 끝이 없다.
“한 번을 휘둘러도 전력을 다해서.”
서우진은 이전에 반 슬레인이 가르쳐 주었던 검을 떠올렸다.
거대한 마기의 장막을 단 일 검에 베어버렸던 압도적인 경험.
당시의 검은, 분명하게 서우진의 경지를 뛰어넘은 힘을 발현했다.
‘집중…….’
두 눈을 감았다.
가장 먼저 시각을 차단하고, 뒤이어 청각과 후각까지 모두 닫아버렸다.
‘마테아의 광명’의 봉인을 풀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땐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었으니, 온전히 자신과 검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을 수가 있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혼돈기를 순환시켰다.
더 강하고, 더 빠른 위력을 내기 위해 지금껏 강렬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달랐다.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혼돈기가 서우진의 마력 회로를 타고 고고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짜증으로 인해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러자 ‘카 라니엘’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강력한 염원과 눈앞의 적을 베어내려는 검의(劍意).
당장에라도 공간을 잘라내며, 눈앞의 신목을 베어내고 싶어 하는 바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기다려라.’
하지만 서우진은 그마저도 철저하게 억누르며, 마음을 갈고닦았다.
솔직히 지금까진 ‘카 라니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다.
그저 혼돈기를 만들어낼 때 도움을 준, 아이템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카 라니엘’은 단순히 잘 들고, 튼튼한 검 따위가 결코 아니다.
검주(劍主)가 바란다면, 앞을 막는 그 어떤 것도 베어낼 수 있는 성물이었다.
비록 신의 힘이 깃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지.’
신 따위보다는, ‘마왕’ 서우진의 힘이 더욱 강력할 테니까.
우우우우우우웅-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일까?
‘카 라니엘’이 울었다.
피부를 직접 맞대고 있는 서우진만 겨우 느낄 수 있는 작은 떨림이었다.
‘그래, 이제 됐다.’
서우진은 전신의 마력 회로를 순환하며 점차 그 크기를 키워가던 혼돈기를, ‘카 라니엘’에 흘려 넣기 시작했다.
화륵-!
작은 불꽃이 일렁인다.
오러나 ‘지고화’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힘이었다.
하늘 아래 가장 파괴적인 기운도 아니었고,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울 불꽃도 아니다.
그저 서우진과 검의 의지가 하나로 합쳐지며[合一],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지니고 발현된 이적이었다.
‘벤다.’
신목은 너무도 단단했다.
‘마왕’의 육체가 손상을 입을 정도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도, 고작해야 3.7센티미터 정도밖에 흠집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힘들겠지?’
그러한 신목을 일격에 베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벤다.’
서우진의 뜻은 확고했다.
신목이든, 신이든, 그 무엇이든.
반드시 베고 말겠다는 의지만이 오롯이 섰다.
그리고 ‘카 라니엘’이 그와 공명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빠른가?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느린 검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빨랐다.
너무도 빨라 직접 움직이는 서우진조차도 제대로 된 인지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100년과도 같은 1초의 시간이 흐르고.
‘카 라니엘’이 서우진의 눈앞을 횡으로 휘둘러졌다.
사악-
별다른 소음은 없었다.
일주일동안 셀 수 없이 느꼈던, 손끝의 감각도 없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어낸 듯한 느낌.
서우진이 눈을 떴다.
어느새 ‘마왕화’는 풀렸고, ‘카 라니엘’에서는 새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실패한 건가?”
신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흠집의 크기는 그대로였고, 그 어떤 생채기나 실금도 생기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성공했을 줄 알았는데.’
방금 일검은, 서우진이 휘둘렀던 그 어떤 때보다도 완벽했다.
이 정도면 꽤 깊숙이 베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주기엔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니, 실망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아-”
무거운 한숨이 내뱉어졌다.
“이것도 안 되면 진짜 다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서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에, 뭔가 이상한 것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서우진은 손에 쥐고 있던 ‘카 라니엘’을 검집에 넣고는, 신목을 향해 다가갔다.
스윽-
손을 뻗어 단단하기 그지없는 나무껍질을 만져 보았다.
역시나 베어진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분명 뭔가가 달라진 것은 확실했다.
“신룡안.”
신목에 대한 정보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검이 신목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죽었어.”
그 어떤 흔적도 없었지만, 신목은 ‘카 라니엘’의 날에 베어졌다.
‘겉을 자른 게 아니야.’
서우진이 벤 것은 단순히 나무 그 자체가 아니다.
근원, 생명, 의지, 영혼, 마음.
무엇이라 부르든 상관없다.
서우진은 신목의 존재, 그 자체를 베어버린 것이다.
겉은 멀쩡하지만, 신목은 살아서 숨을 쉬는 생명이 더는 아니었다.
그저 거대한 나무 모양의 죽어버린 모형에 불과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자격을 증명하였노라.]신목과 연결되어 있는 이 세계가 서우진에게 자격이 있음을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붕괴가 시작되었다.
세계를 지탱하던 신목이 죽었으니,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이 벤 것은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지금부터 ‘징벌’은 그대의 것이니라.]작은 빛과 함께, 검의 형태를 띤 기운이 서우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테아의 징벌’.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검이 몸에 깃들었다.
더없이 크고, 신성하며, 광활한 기운이었다.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서우진은 ‘마테아의 징벌’이 지닌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을 죽이는 검[神殺劍].’
단 한 번이다.
‘마테아의 광명’과는 달리,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일회성의 능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것이 신살의 능력이다.
‘괜찮군.’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이라면, 진짜 마왕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일회성이기는 해도, 단번에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비장의 한수를 얻게 된 것이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마테아의 징벌’도 좋은 보상이기는 했지만, 사실 더 큰 것을 얻었다.
‘이 감각…….’
겉이 아닌, 내면을 베는 검.
물론 같은 힘을 또다시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실전에서도 딱히 실용성이 크지는 않아 보였고.
하지만 계속 갈고닦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경지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겠지.’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서우진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붕괴하고 있는 세계를 향해 말했다.
“이제 그만 돌려보내 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부서지며, 신목조차도 그 형태를 잃어갈 때.
서우진의 신형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기권을 뚫고 나가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랐다.
점차 분해되어 작아지는 행성의 모습이 보였다.
우주에서도 보였던 신목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행성조차도 이제 온전한 형태를 잃고 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서우진의 의식이 아득해졌다.
‘이제 돌아가는구나.’
고작 일주일.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더없이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현실의 ‘팔로타인 라세’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 * *
“서우진 님?”
요룬이 눈을 크게 뜨고 서우진을 불렀다.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던 성물에, 처음으로 서우진이 손잡이를 잡았을 땐 경악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물을 뽑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차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서우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단순히 몸이 굳어진 게 아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우진과 성물 주변의 모든 것이 고정되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요룬과 이루엘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성물을 향한 접근을 막았던 힘이, 그들의 걸음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발만 동동 구르며 서우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쩌저저저적-!
결국 어둠이 신목의 가호를 뚫고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더는 서우진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피해요!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해요!”
요룬이 다급하게 외쳤고, 천여 명의 엘프가 사색이 되어 다시 피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쯤이었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던 서우진의 손끝이 미약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