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3)
423화.
끝이 없는 광활한 우주 공간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서우진은, 문득 자신이 현실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음…….’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시야가 돌아오며 나무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서우진이 베었던 그 거대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나무.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신목이 틀림없었다.
‘돌아왔군.’
손을 움직여 보았다.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정신과 육체의 동기화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피해요!”
“어서 움직여야 해요!”
주변이 시끄러웠다.
그것을 들은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국 신목의 가호가 무너졌나?’
그리 오래 버틸 것 같지 않더라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거지.’
서우진이 성물의 시험을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주일이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렇게 오래 버텨준 것이 용했다.
‘어쨌든 좋은 타이밍에 돌아왔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돌아왔다면, 꼼짝없이 어둠에 먹힐 뻔했다.
‘어서 움직이자.’
서우진은 빠르게 혼돈기를 순환시켰다.
한 바퀴, 두 바퀴.
혼돈기가 마력회로를 지나가자, 아득했던 감각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손가락이 움직인다.
이내 손목부터 어깨까지, 순식간에 평소의 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덥석-
육체의 통제권이 온전해지자, 손에 뭔가가 잡혔다.
‘마테아의 징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을 담고 있던 그릇이다.
성물의 진정한 힘은 서우진의 영혼에 각인되었으니까.
스르릉-
망설이지 않고 신목의 뿌리에 꽂혀 있던 껍데기를 뽑아 들었다.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엘프들은 그런 서우진의 이적을 알지 못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어둠을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신목의 반대쪽으로! 어린아이를 먼저 챙겨서 달려요!”
유론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은 ‘마테아의 징벌’의 그릇을 손에 쥔 채,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가장 나중에 움직일 테니, 신경쓰지 말고 어서…….”
고개를 돌린 유론의 눈이 커진다.
당연히 일족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서 있었던 것이다.
“서, 서우진 님?”
꽤나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크게 떨려왔다.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제가 잠깐 막고 있을 테니까, 그사이에 피하시면 될 겁니다.”
담담한 음성과 대수롭지 않은 표정.
그것을 본 유론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서우진의 손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마테아의 징벌’.
“설마 뽑으신 건가요?”
몸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였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서우진과 ‘마테아의 광명’을 번갈아 쳐다봤다.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엘프들이 힘들어질 텐데요?”
설명은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건 피신이었다.
유론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알았어요. 저희는 먼저 이동할게요.”
유론은 묻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애써 억누르고는 몸을 돌렸다.
다행히 서우진이 성물을 뽑는 것에 성공했으니, 더는 신목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달려요!”
그는 아직 몸을 피하지 못한 엘프들을 빠르게 규합해, 어둠의 반대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흐음…….”
순식간에 혼자가 된 서우진은 손에 쥔 검을 들어올렸다.
“나쁘지 않네.”
평범해 보이기는 했지만, 성물을 담고 있던 그릇이라 그런지 꽤 괜찮은 검이었다.
이전에 서우진이 쓰던 ‘룬 데아’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을 향해 혼돈기를 흘려 넣었다.
우우우우우웅-
갑작스레 거대한 기운이 밀려들어오자, 검이 떨며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환희로 가득찬 것 같은 검명(劍鳴)이었다.
오러가 찬란하게 불타오르며, 청아한 검의 울음과 함께 어둠을 베었다.
—!
소음은 없었다.
별다른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은 분명 서우진의 검에 의해 잘려 나갔다.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던 어둠이 주춤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쯧.’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아직은 무리인가 보군.’
거대한 신목을 베어낸 검을 고스란히 재연해 냈다면, 어둠은 주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소멸되었을 것이다.
마왕의 강림지가 세상에서 완전하게 지워 버릴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의 검을 완벽하게 재연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쉽군.’
서우진은 혀를 차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엘프들은 제때 몸을 피했으니까.’
서우진은 몸을 돌렸다.
고고하게 서 있는, 아직 어린 신목이 보였다.
“…고생해라.”
그 한마디를 남긴 채,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유론과 엘프들이 사라진 방향이었다.
그런 서우진의 뒤로 어둠이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다시 주변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 * *
엘프들이 멈춰선 것은 ‘팔로타인 라세’의 서쪽.
아직은 어둠에 물들지 않은 푸른 숲이었다.
여기까지 어둠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지만, 유론을 비롯한 엘프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기가 마지막이야.’
어둠은 빨랐다.
눈에 띌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곁에 다다라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먹힌 숲의 영역이 너무도 컸다.
결국 지금, 엘프들은 ‘팔로타인 라세’의 서쪽 경계까지 몰리고 말았다.
‘아아,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요?’
유론의 안색이 어두웠다.
여기까지 밀려난 이상, 엘프들에게 더는 어둠을 피해 달아날 곳도 없었다.
새로운 신목을 심지 못한다면, 엘프의 오랜 역사도 여기서 끝이었다.
‘정말로 성물을 뽑은 걸까?’
몸을 피하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검.
그것은 분명 신목의 뿌리에 박혀 있던 성물이었다.
유론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음에도, 아직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서우진이 용사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성물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곤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만약 정말로 서우진이 성물을 뽑는 것에 성공했다면?
‘아직 희망은 있어.’
성물을 새로운 숲에 꽂아 넣으면, 다시 새싹을 틔울 수가 있다.
그럼 힘들어도, 엘프의 미래는 여전히 이어질 수가 있었다.
그러니 유론은 제발 서우진의 손에 있던 것이, 정말로 성물이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곤란하게 되었군요.”
이루엘이 다가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목도 문제지만, 서우진 님이 어둠에 집어삼켜졌다면 정말 큰일 아닌가요?”
그녀는 가장 먼저 엘프들을 이끌고 길을 뚫었기에, 서우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아직도 몸이 굳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듣기로 서우진 님은 용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존재라던데. 그런 이가 숲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강림 전쟁은…….”
당연한 걱정이었다.
어둠은 엘프들만의 문제였지만, 강림 전쟁은 이 세계 전체의 존망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유론은 그런 이루엘을 안심시켰다.
“어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나요?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들만 생각하면…….”
“서우진 님은 성물의 자격을 충족했으니까요.”
유론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네?”
이루엘은 큰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서우진 님은 조금 전에 정신을 차리셨어요. 그리고 저희를 위해 어둠을 잠시간 막아주는 중이고요.”
“그 말은 설마?”
“네. 제 눈으로 확인했어요. 성물이 뽑혔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유론도 자신이 본 것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
하지만 이루엘이 흔들리면, 일족 전체가 동요한다.
그녀는 엘프들 중에서도 가장 고귀하고, 오래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안심을 시켜야만 했다.
“그게 사실인가요? 정말로 서우진 님이 성물을 뽑았다는 말인가요?”
“네. 확실해요.”
유론은 확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이루엘의 얼굴에 감격이 서렸다.
끊어질 줄로만 알았던 엘프의 미래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니, 감정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전사단을 꾸려 서우진 님을 구출해야 해요.”
이 어둠은 신목조차 막아내지 못한 강력한 죽음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제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잠식되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으리라.
이루엘은 반드시 서우진을 구하고, 성물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유론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왜, 왜죠?”
예상치 못한 반대에 이루엘의 눈이 더욱 커졌다.
“…저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니까요.”
그라고 이루엘의 의견에 반대하고 싶었을까?
서우진을 무사히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유론이 이루엘 못지않게 컸다.
그는 임시로나마 엘프들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둠은 계속해서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이 주변은 아직 안전하다지만, 서우진 님이 계신 곳은 아니에요.”
일족의 가장 뛰어난 이들로 구성된 전사단을 꾸려도, 어둠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분명 서우진을 찾기도 전에, 그들의 생명이 다할 것이 분명했다.
유론은 그런 사지로 자신의 일족들을 내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 님을 믿어보도록 하죠.”
유론이 이루엘을 설득했다.
“그분이라면 어둠 속에서도 무사히 몸을 빼낼 수 있을 거예요. 어둠에 먹혔던 나예르도 구조해서 데려올 정도니, 혼자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괜한 피해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훨씬 옳은 선택이었다.
“알았어요. 유론의 말을 따를게요.”
결국 이루엘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성물이라는 말에 흥분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평소의 이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루엘 님이 조금 전 말씀했다시피, 서우진 님은 용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존재니까요.”
유론 역시 이루엘을 안심시키며, 스스로를 계속 세뇌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서우진이라면, 어둠을 뚫고 성물을 안전하게 가져다줄 것이라고.
그렇게 되뇌었다.
그러지 않으면 이루엘처럼, 당장에라도 전사단을 꾸려 숲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친 일족들을 쉬게 하고, 당분간 지낼 거처를 만들어요. 그러다 보면 서우진 님이 우릴 찾아올 거예요.”
유론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무사히 모두 몸을 피했군요. 다행입니다.”
뒤에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유론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성물을 들고 작은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당연하게도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