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7)
427화.
‘여긴가?’
서우진이 도착한 곳은 지하로 이어지는 커다란 갱도의 앞이었다.
드워프들이 직접 뚫은 곳답게, 투박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구의 광산보다도 훨씬 깔끔하고 세련됐다.
“여기가 알리타늄 광산일세.”
다에로가 말했다.
“그 알리타늄이라는 게 뭡니까?”
서우진은 막간을 이용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마력을 포함한 모든 기운을 효과적으로 전도시킬 수 있는 물질이네. 자네가 들고 있는 ‘카 라니엘’에도 소량 함유되어 있지.”
그 말에 서우진이 자연스럽게 허리춤을 내려다보았다.
“질 좋은 무기와 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재료일세.”
강림 전쟁에 대비해 드워프들은 쉴 새 없이 장비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금의 승산이라도 높이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런데 얼마 전부터 변종 마수들 때문에 전혀 채광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아예 일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중요한 곳이네요.”
“그렇지. 다른 금속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가장 급한 건 알리타늄이야.”
간략한 설명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한번 확인해 볼까?’
일단은 놈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했다.
서우진은 곧장 ‘신룡안’을 사용해 광산 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휘유-’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백여 마리라더니…….’
그 정도가 아니다.
광산 입구 주변에만 200마리 이상이 모여 있었다.
그 안쪽에는 서우진조차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의 수가 존재했고.
‘여기에만 이 정도인데, 다른 곳까지 합치면 대체 몇 마리라는 거냐.’
사자가 이끌고 있던 변종 마수와 엇비슷할 정도일 것 같았다.
그러니 이 기술력 좋은 드워프들도 감히 놈들을 토벌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솔직히 변종 마수가 광산 안에 틀어박혀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만약 밖으로 뛰어나왔다면 야단났겠군.’
이 도시에 있는 드워프들만으로는 결코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가? 해결해 줄 수 있겠나?”
그때, 다에로가 은근히 물어왔다.
다른 드워프들 역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아, 네. 뭐…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서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수가 많다고?
천 마리? 2천 마리?
그딴 건 서우진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광산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
그걸 제외하면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었다.
“정말인가!”
“오, 용사들이 강력하다더니…….”
“대단하군!”
드워프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설마 정말로 혼자서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서우진은 마치 동네 마실을 갔다 오는 듯한 모습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자, 잠깐!”
그런데 뒤에서 다에로가 붙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더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 급한가? 토벌에 시간이 꽤 걸릴 터인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준비요?”
서우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시락이라도 주려는 건가?’
눈을 끔뻑이며 쳐다보자, 다에로가 뒤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뭔가를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갑옷?”
그들이 가지고 온 것은 찬란한 은색으로 반짝이는 전신 갑주였다.
화려한 세공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할 것만 같은 외형까지.
“‘가론 테슬로’라고 하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중 최고의 물건이지.”
단순히 고급스러운 갑옷이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고,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세공은 마법 방어진이 분명했다.
“검이야 ‘카 라니엘’이 있으니 필요 없을 테고. 어떤가? 이걸 입고 싸우면 훨씬 수월할 걸세.”
다에로를 포함한 드워프들이 자부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긴 하네요.”
이 정도면 정말로 웬만한 공격은 신경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잘 활용만 하면, 변종 마수의 공격도 상당히 막아낼 수 있을 듯했다.
“그렇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네만, 아마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루덴 가르도’도 ‘가론 테슬로’에 비하자면 부족할 거야.”
“음…….”
과연 그럴까?
서우진은 속으로 실소했다.
드워프들이 자랑하는 갑주는 대단하긴 했지만, ‘루덴 가르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딱히 필요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흰 수염이 빽빽한 드워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용사라고는 하지만,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저 안에 있는 마수는 지금껏 네가 상대해 온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니!”
알고 있다.
솔직히 드워프들 보다, 백만 배쯤은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딱히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를 해줄 뿐이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 위에도 이런 마수들이 출몰해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서우진의 말에 드워프들의 눈이 커졌다.
이 마을에서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상에서도 놈들이 출몰했다니?
“그, 그게 정말인가?”
“네. 지금도 용사들이 흩어져서 놈들을 토벌하고 있죠. 저 역시 몇 번이나 싸워본 경험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서우진의 담담한 음성에, 노인 드워프는 입술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변종 마수의 힘을 잘 알고 있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할까?
하지만 다에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인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그래도 만약의 일에 대비해 ‘가론 테슬로’를 입는 게 낫지 않겠나? 보기와는 달리 무겁지도 않아 움직임에 방해는 되지 않을 걸세.”
확실히 그의 말대로 ‘가론 테슬로’는 대단한 보물이었다.
지금 당장 들고 나가 탱커 직업을 지닌 용사들에게 건네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정말로 무쓸모였다.
“정말 괜찮습니다. 갑주가 필요한 상대도 아니고, 혹시나 필요하다 해도 저에겐 이게 있거든요.”
서우진이 손등을 들어 기하학적인 문양의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건 뭔가?”
드워프들은 처음엔 그걸 알아보지 못하고 눈만 끔뻑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이 든 드워프들이 동시에 입을 쩍 하고 벌렸다.
“그, 그건?”
“설마?”
“루덴 가르도!”
마지막 말에 드워프들이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어찌 한 사람이 ‘카 라니엘’과 ‘루덴 가르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나만 나타나도 세상이 놀랄 일인데, 혼자서 저 두 보물을 들고 있다.
드워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서우진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그럼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서우진이 한번 미소를 지어주고는 몸을 돌리려 했다.
“아, 아직…….”
하지만 여전히 남은 용건이 있었나 보다.
다에로의 말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뭡니까?”
얼른 일을 끝마치고 싶은데, 계속해서 막으니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안내가 필요할 걸세.”
“필요 없습니다.”
서우진에겐 ‘신룡안’이 있었으니까.
길을 찾는 것 따위는 서우진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자네가 능력이 출중하다는 건 알겠네. 하지만 광산 내부는 복잡하기 그지 없…….”
“갑니다.”
서우진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광산으로 향했다.
“안내가 필요할 걸세!”
뒤에서 계속 다에르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냥 무시했다.
광산의 광활함도, 변종 마수의 강력함도.
서우진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시간.
‘최대한 빨리 토벌을 끝낸다.’
그것뿐이었다.
* * *
내부는 여느 광산의 광경과 별다를 바 없었다.
돌을 깎고, 금속을 캐내야 하니 당연한 모습이었다.
만약 밖과 같이 매끈하게 닦여 있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서우진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그아아아아아아아-!
인기척을 느낀 것일까?
광산을 배회하고 있던 변종 마수가 갑자기 튀어나오며 수십 가닥의 촉수를 뻗어왔다.
“신속.”
서우진은 굳이 힘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간 광산뿐만 아니라, 드워프들의 지하 도시 전체가 모조리 박살나고 말 테니까.
필요한 만큼의 힘으로, 극한의 효율을 내는 것에 집중했다.
파바바바바밧-!
수십 개의 촉수가 순식간에 토막났다.
‘카 라니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쩌어어억-!
예리하기 짝이 없는 날이, 변종 마수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 버린 것이다.
주륵- 하며 역겨운 핏물이 흘러 내렸다.
‘쯧.’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단단해.’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머리가 아닌 몸 전체를 둘로 쪼개 버렸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꽤나 힘을 주었는데도, 고작해야 머리만 가르는 게 전부였다.
확실히 변종 마수의 방어력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쿠웅-!
정수리부터 턱까지.
머리가 나뉜 변종 마수가 땅에 쓰러지며, 커다란 소음을 터트렸다.
그것이 신호탄이 되었을까?
광산 안을 배회하고 있던 변종 마수들이 동시에 입구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 됐다.’
숫자를 세는 것은 무의미했다.
너무도 많아서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놈들의 머릿수를 계산할 시간에, ‘카 라니엘’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와라.”
서우진은 혼돈기를 순환시키며 놈들을 향해 마주 돌진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알리타늄이라는 금속을 채산하던 광산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촉수가 잘리고, 팔과 다리가 조각나며, 머리가 땅을 나뒹굴었다.
놈들은 쉴 새 없이 달려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갱도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포위된 상태로 싸워도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판에, 고작해야 두어 마리씩 달려드니…….
‘마치 부나방같군.’
서우진은 ‘카 라니엘’에 의해 조각나는 변종 마수들을 보며, 제 몸을 스스로 불태우는 부나방을 떠올렸다.
물론 나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겹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몸에 튀는 피를 그대로 맞으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렇게 몇 놈이나 베었을까?
‘적어도 백여 마리는 죽인 것 같은데.’
서우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똑- 또옥-
‘카 라니엘’을 타고 흘러내린 핏방울의 소리를 제외하면,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흐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갱도 안에 가득차 있는 변종 마수의 시체들뿐이었다.
“입구 주변은 다 정리된 건가?”
감각을 끌어올려 봤지만, 딱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남은 놈들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더 들어가 볼…….”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려던 서우진이 멈칫했다.
그러곤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 광산 안으로 들어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도도도도도-!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고 있는 그의 정체는, 서우진도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큰일 났소오오오!”
가이로, 그 어린 드워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