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8)
428화.
‘저 녀석이 여긴 어떻게?’
다른 드워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이로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어린아이였다.
물론 겉모습은 옆집 사는 백수 아저씨의 뺨을 후려칠 정도였지만, 어쨌든 많은 나이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변종 마수가 득실거리는 광산 안으로 대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밖에서 안 막았나?’
광산 입구 쪽에는 수많은 드워프가 진을 치고 있었다.
다에로는 물론이고, 회의장에서 깽판을 치던 늙은 드워프에, 구경을 나온 이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가이로가 안으로 들어가는 걸 허락해 준 것 같지는 않았다.
“큰일 났소! 그리고 내가 왔소!”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비장한 표정으로 도끼를 든 채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아-”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고는 일단 걸음을 멈춰 세웠다.
“괜찮으소? 내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소!”
점점 말투가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았지만, 굳이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가이로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봤다.
“왜,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소……?”
이내 코앞까지 도착한 녀석은 서우진의 표정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슬며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딴에는 서우진을 돕기 위해 들어온 모양인데, 고작 어린 드워프 한 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솔직히 가이로가 광산 안에서 위험에 처할 일은 없었다.
광산의 갱도는 좁아서 변종 마수들에게 포위를 당할 가능성이 적었고, 서우진도 최대한 보호를 해줄 테니까.
하지만 토벌 속도가 느려지는 것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다.
가이로의 걸음이 느리기도 했고, 아무래도 신경을 쓰다 보면 전진하는 속도가 느려질 게 분명했으니까.
서우진은 조금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긴 왜 온 겁니까?”
근본적인 질문.
대체 여기엔 왜 온 것일까?
설마 정말로 자신이 서우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당연히 돕기 위해 왔소!”
확실히 녀석은 어린 드워프가 맞는 듯했다.
저토록 치기 어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시죠.”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가이로의 모습에, 서우진은 차마 모질게 말을 하지 못했다.
마을을 구하겠다며 홀로 도움 요청을 하러 나온 것도 기특했고, 이렇게 서우진의 뒤를 따라 위험한 곳에 따라 들어온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가이로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여기는 위험합니다. 당신의 실력으로는 방해만 될…….”
“길잡이를 하겠소! 여기는 매우 복잡하니,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소!”
밖에서 다에로가 했던 말과 같았다.
하지만 서우진은 길잡이 따위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신룡안’이 있었으니까.
갱도는 복잡했지만, 서우진은 마치 미니 맵을 보는 것처럼 모든 길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에르나 가이로의 길 안내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나를 두고 가지 마소! 나는 반드시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만 하니, 버리지 마소!”
아버지의 복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다 깨달았다.
‘변종 마수들에게 당한 모양이군.’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서우진은 어느새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가이로를 바라보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데려가자.’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저 어린아이가 도끼를 집어 들었는데, 냉정하게 돌아가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딱히 위험하진 않을 테니.’
결국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가이로가 감격한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좋질 않았다.
“그럼 이동하죠.”
서우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겠소!”
가이로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꽤 깊은데.’
‘신룡안’으로도 알리타늄 광산의 전체 모습이 확인되질 않는다.
당연히 그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변종 마수들의 수도 완벽히 파악할 수 없었고.
‘결국 발품을 팔아야 된다는 얘기구만.’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문득 뒤따라오는 가이로를 향해 물었다.
“광산의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크기? 아, 엄청 크… 소?”
헛웃음이 나온다.
대체 왜 저 말투를 고집하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엔 딱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어리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지금처럼 우습게 사용할 때도 있었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서우진의 말에, 가이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물어보소!”
“그 말투는 왜 쓰는 겁니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묻자, 가이로가 움찔했다.
“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소.”
“그 억지로 ‘소, 소’ 거리는 거 말입니다. 좀 이상해서요.”
“으으…….”
가이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을 지금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 그렇게 이상하오, 아니 소? …시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말투까지 꼬였다.
가이로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시무룩해졌다.
그러곤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
“이제는 내가 가장이니까.”
꽉 쥔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상, 이제는 내가 우리 집을 책임져야 할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억지로라도 어른의 말투를 흉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다른 드워프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딱히 지적을 하지 않았나 보군.’
어른인 척.
의연한 척.
가이로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한 사람의 몫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습니까?”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이상합니까?”
가이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이 지금껏 애써 가장해 왔던 것이 이상했다니, 부끄러운 것 같았다.
“아니요. 한 번씩 말이 꼬일 때가 있긴 하지만, 퍽 잘 어울립니다.”
서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가이로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소?”
푸하하하- 하며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저씨다.
서우진은 더욱 짙어진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마을에는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물론 무자비하게 쥐어 패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애정과 걱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들이 있다면, 가이로는 한 명의 어른이 될 때까지 충분한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고맙소!”
가이로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그럼 이제 하던 걸 마저 하죠. 저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야 합니다.”
아무래도 방금 전 가이로가 외친 소리가, 갱도를 따라 넓게 퍼진 모양이었다.
덕분에 변종 마수들이 움직이는 것이 감지되었다.
‘이제 다시 사냥을 시작해야겠군.’
가이로의 사정을 듣는 것도 여기까지다.
서우진은 풀어졌던 표정을 다시 굳히고는, ‘카 라니엘’을 고쳐 잡았다.
“후우-”
서우진이 숨을 골랐다.
‘빌어먹을.’
절로 욕이 나온다.
놈들은 너무 많았다.
베어 넘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몰려드는 변종 마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지구에서 유행했던 게임의 한 종족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결국은 그 모두를 잡아 죽였다.
‘카 라니엘’로 베고, 주먹으로 터트리고, 발로 밟아 죽였다.
덕분에 서우진의 모습은 흉신악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가이로는?’
들끓어 오르는 짜증을 가라앉힌 서우진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멍한 표정의 어린 드워프가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건가?’
씁쓸하게 웃었다.
확실히 가이로가 보기엔 너무도 잔혹하고, 잔인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피와 살이 난무하는 광경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경험을 쉽게 할 순 없었을 테니까.
서우진은 살짝 미안함을 느끼며, 가이로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서우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혹시 트라우마라도 남는 건 아닌…….
“우, 우와!”
응?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가이로는 엄청나게 감격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올려다보았다.
“대단하지 않소!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소!”
말투와는 달리, 표정은 흥분한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으, 음. 그렇습니까?”
서우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극이 너무 강했나?’
혹시 생각보다 더 큰 충격에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가이로는 해맑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변종 마수들이 속절없이 쓸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한 아버지의 복수를, 서우진이 속 시원하게 이뤄주었으니까.
잔인한 광경이긴 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더욱 고통스럽게 죽길 바랐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가이로는 피범벅이 된 서우진의 손을 거리낌 없이 붙잡았다.
손바닥에 가득한 굳은살이 느껴졌다.
‘훈련을 한 손이야.’
변종 마수들과 싸울 생각이었던 것일까?
가이로의 손에 박인 굳은살은, 끊임없이 도끼를 휘두르며 생긴 것이 분명했다.
‘고생했겠네.’
변종 마수가 출연한 것은 고작해야 두어 달쯤 전이다.
그사이에 이만큼의 굳은살이 생기려면, 잠을 자는 시간도 아껴서 도끼를 휘둘렀을 것이다.
훈련의 강도만 다를 뿐, 양으로만 따지자면 매시브 가디언에서 동료들이 했던 것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서우진은 가이로의 손바닥을 한번 쓸어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딱히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저 순수한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엘프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도움을 약속받은 것처럼,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가이로의 사정을 들은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냥 도와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어린 드워프와 같은 이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물론 보답을 해준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순수한 마음이었다.
게다가,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적지 않으니, 감사인사는 조금 이르지 않겠습니까?”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자, 가이로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산더미처럼 있소!”
변종 마수들이 점령한 광산은 총 일곱 개.
이제 막 하나를 탈환했을 뿐이다.
“고맙다는 인사는 그때 다시 듣도록 하죠. 지금은 일단 놈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합시다.”
서우진의 말에 가이로는 크게 감격한 얼굴로, 다시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드워프였다.
‘생긴 것 답지 않게 말이야.’
서우진은 속으로 피식- 웃고는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파악-!
전신에 가득했던 변종 마수의 혈액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가이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모습을 쳐다봤다.
“나가죠. 길 안내를 부탁합니다.”
서우진이 말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가이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맡겨만 주소! 내가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하겠소!”
서우진의 부탁을 들은 가이로가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