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나, 나온다!”
광산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안쪽에서 서우진과 가이로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서우진이 처음 광산에 진입할 때보다, 몇 배는 늘어났다.
마치 장날이 선 시장판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 이 망할 놈아!”
둘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다에르의 거친 욕설과 주먹이었다.
콰아앙-!
“아, 아악!”
정수리에 주먹이 틀어박힌 가이로가 비명과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새끼! 이 망할 새끼! 감히 잠깐 한눈판 사이에 들어가?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다른 드워프들이 합류한다.
그러곤 처음 이 지하 도시에 들어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자비한 폭력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가이로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괜찮은가?”
그 소란을 뚫고 백발 드워프가 서우진을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나쁘지 않네.’
광산을 나온 서우진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됐냐? 가 아니라, 괜찮냐? 라니.
그만큼 서우진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서우진은 작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의 상황도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부턴 다시 알… 어쩌고 하는 광물을 캐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청소는 조금, 아니, 많이 해야겠지만 말이다.
“오오!”
그 말에 드워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가장 중요한 광산을 차지하고 있던 놈들이 모두 처리되었다니, 그보다 좋은 소식이 또 있을까?
“정말 고맙네. 자네 덕에 시일을 맞출 수 있게 되었어.”
강림 전쟁이 벌어지기 전, 모든 장비의 생산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세계는 엄청난 전력의 상승이 가능해진다.
그 말은 곧, 서우진의 도움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직 여섯 곳이나 남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네만, 알리타늄이 가장 중요하고 급한 물질이었으니까. 여기를 탈환한 것만으로도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진다네.”
“그렇습니까?”
다행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미안하네. 설마 저 녀석이 광산 안으로 들어갈 줄은 생각지도 못 했어서…….”
가이로를 가리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괜찮습니다. 딱히 방해가 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말동무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 말해주어 고맙네.”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그럼 다음 광산은 어디입니까?”
인사치레는 이 정도면 족하다.
아직 남아 있는 곳이 많았으니, 빨리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이렇게 바로 움직여도 괜찮겠나? 조금 쉬었다가 내일 해도 늦지 않다네. 급한 불은 껐으니 말일세.”
혹시라도 서우진이 무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놈들의 수에 조금 질리기는 했지만, 딱히 힘이 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얼른 일을 끝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상관없습니다. 웬만하면 오늘 안에 마무리를 짓고 싶으니까요.”
“허어, 대단하군.”
서우진의 말에 드워프가 감탄성을 터트렸다.
“용사가 강하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네만, 직접 눈으로 보니 참으로 놀라워.”
사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엿보이지 않는, 순수한 놀람이었다.
‘확실히 이종족들은 꽤 순박하군.’
엘프들도 그랬다.
용사들의 뒤통수를 칠 계획만 세우고 있는 인간과는 달리, 그들에게서는 티끌만큼의 사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다크 엘프 같은 놈들은 예외였지만 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광산은 브리아티늄 광산일세.”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났다.
“그건 무슨 금속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세. 물론 ‘카 라니엘’이나 ‘루덴 가르도’의 재료에 비하자면 부족하네만.”
애초에 그 두 물건은 상식을 벗어난 물질들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으니,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사도들의 공격도 한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내구력을 자랑하지.”
“그건 대단하네요.”
사도라면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다.
그런 이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단단하다는 뜻이었다.
비록 단발성에 그친다 하더라도, 그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쉽게도 극히 희소한 금속인지라, 매장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 덕분에 알리타늄과 소량을 혼합해 합금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네.”
“그렇습니까?”
드워프는 신이 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지만, 솔직히 서우진은 그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브리아티늄이 단단하고, 그 광산에 변종 마수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면 충분했다.
“그럼 이만 그쪽으로 갈까요?”
가만뒀다가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서우진은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끊었다.
“아, 그러세나. 늙은이가 주책맞게 시간을 빼앗았군.”
허허- 웃으며 멋쩍은 표정으로 수염을 쓸어내린다.
“가이로도 함께 가겠습니다.”
서우진이 문득 내뱉은 말에, 그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가이로의 이야기를 대충 들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으음.”
주변에 있던 드워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처음 변종 마수가 출몰했을 때, 가이로의 아버지는 다른 드워프들이 몸을 피할 때까지 놈들을 막아섰다.
그 덕에 알리타늄 광산에서 일을 하던 드워프들은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오직 한 명.
가이로의 아버지만 제외하고.
“녀석이 제 아비의 복수를 하기 위해 도끼날을 갈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네. 자네와 함께한다면 마음의 앙금이 조금은 풀 수 있겠지.”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걱정은 그것이었다.
서우진과 함께 광산으로 들어갔다가, 아버지와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을지.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드워프들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서우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에게 가이로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물론 가이로를 데리고 다니면, 그만큼 속도가 느려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함께 들어가고 싶었다.
변종 마수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던 가이로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맡기셔도 될 겁니다. 제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늙은 드워프가 잠시 입을 다물고는,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게나.”
“아니, 잠깐!”
“그걸 허락한단 말입니까?”
다른 드워프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우진을 향해 말을 이었다.
“안전하게만 데리고 와주게. 그러면 되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전히 반발은 있었지만, 서우진도 무시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저들의 생각이 아닌, 가이로의 의지였으니까.
서우진은 걸음을 옮겨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는 가이로에게 다가갔다.
툭툭-
뺨을 살짝 몇 대 치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시간이 됐으니, 이만 일어납시다.”
서우진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사, 살려……!”
“쉿.”
소리를 지르려는 가이로의 입을 막은 서우진이, 그의 몸을 일으켰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그, 그렇소!”
잠시 상황파악을 한 가이로가, 이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죠. 바이 어쩌고 하는 금속이 묻힌 광산으로.”
“브리아티늄이 맞소!”
“뭐, 어쨌든.”
서우진이 가이로의 어깨를 살짝 밀며 말했다.
“그쪽으로 안내 좀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소!”
얼굴에 묻은 흙들을 털어내던 가이로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 말은 곧, 브리아티늄 광산에도 함께 가겠다는 뜻이었으니까.
“내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하겠소!”
가이로는 방금 전에 당한 폭행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듯, 신이 난 얼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쉽게도 일곱 개의 광산을 모두 토벌하기에, 하루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놈들의 수가 너무도 많은데다, 광산 자체의 크기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가이로라는 작은 혹까지 달고 있었으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흘이나 걸렸네.’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시간.
서우진은 ‘카 라니엘’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드, 드디어 끝났소?”
뒤쪽에서 가이로가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끝났다. 오래도 걸렸네.”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지난 사흘간 꽤나 친해졌기에, 서우진은 거리낌 없이 가이로를 향해 말을 놓았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다.
가이로의 얼굴은 영락없는 삼촌뻘 쯤 되었으니까.
괜히 자신이 예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기에, 한결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으하하하!”
가이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법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 이 광산이 마지막이었다.
방금 서우진이 베어 넘긴 놈이 최후의 변종 마수였고.
결국 가이로는 아버지의 복수를 끝마친 것이다.
그러니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얼굴에 묻은 피나 닦고 웃어라, 이 녀석아.”
가이로는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씩 도끼를 휘두르며 변종 마수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일을 했다.
그 덕에 녀석 역시 꽤나 지저분해진 상태였고.
서우진의 말에 가이로는 씨익- 웃으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렸다.
“더 남은 놈들은 없소?”
가이로가 가슴 벅찬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없다. 이제 진짜 끝이야.”
정말이지 징글징글할 정도였다.
서우진이 사흘간 토벌한 변종 마수의 수는, 무려 3천 마리가 넘어갔다.
그마저도 대충 세서 그렇지, 정확히는 몇 마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고생하셨소! 정말 고생하셨소!”
가이로는 서우진이 그간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곁에서 지켜봐왔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고생은 무슨.”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조금 지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힘이 든 만큼, 얻은 것도 컸다.
‘레벨이 올랐어.’
변종 마수 따위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레벨이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자를 죽이고 얻은 경험치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모양이었다.
바로 조금 전, 레벨이 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보상을 얻은 기분이네.’
서우진의 현재 레벨은 133.
이쯤 되면 레벨을 하나 올리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았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을 잡아야만 오를까 말까였으니까.
그런데 별다른 힘을 들이지도 않고 레벨 업을 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서우진이 관산의 입구 쪽을 바라봤다.
밖에서 바글거리는 드워프들의 마력이 느껴졌다.
‘과연 무엇을 줄까?’
서우진은 기대가 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