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
#42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떠오르는 것은 오직 전신이 뭉개지는 듯한 고통뿐.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백시우는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마력을 쥐어짜 냈다.
그럼에도 그 괴물 같은 다크 엘프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무리였다.
결국 팔다리를 잃었고,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그때 난 봤어.’
정확히 무엇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엔 백시우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정신을 잃기 바로 전.
서우진이 뭔가를 했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자신들이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도.
“그건 대체 뭐였습니까?”
나중에 백은기사단의 단장인 로나인에게 듣기론, 정체불명의 검은 구멍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들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사이 검공 다리엘이 도착해 자신들을 구했다고.
백시우가 생각하기에, 그 검은 구멍이라는 걸 만든 존재가 바로 서우진인 것 같았다.
확신하긴 어렵지만,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의심이었다.
그래서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직접 나왔다.
서우진의 얼굴을 보고 묻기 위해서 말이다.
“…뭐가요?”
하지만 서우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제 질문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텐데요?”
“아니,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진짜로.”
계속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표정과는 달리, 눈빛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숨기는 게 있긴 하구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백시우는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서우진은 자신과 친구들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아닌가?
본래의 성격대로 궁금하다고 무조건 해결하기 위해 추궁하는 짓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모르신다면 어쩔 수 없죠.”
백시우는 서우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로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의 수발을 들어주던 이가 휠체어를 돌렸다.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과는 달리,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었다.
대체 서우진이 그날 무슨 짓을 했기에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백시우는 그것이 너무도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 * *
‘아씨, 깜짝이야.’
백시우가 돌아가자, 서우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질문에 정말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든 것이다.
‘본 줄 알았네.’
하지만 직접 모든 것을 본 건 아닌 듯했다.
서우진이 ‘나락’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면, 이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 노망난 늙은이도 그 정도로 끝내진 않았겠지.’
서우진은 뺨에 난 상처를 만지며 다리엘을 떠올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불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저게? 뭘 한 거냐니? 아저씨, 뭐 했어요?”
“음…….”
이지아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녀는 백시우가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의 폭포를 쏟아냈다.
“글쎄, 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컴공 할아버지도 그렇고, 뺀질이도 그렇고. 왜 다들 아저씨한테 궁금한 것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
이지아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건 제 촉인데요.”
턱을 쓰다듬으며 탐정 흉내를 내던 이지아는 손가락을 척-! 하고 뻗으며 말했다.
“아저씨, 뭐 숨기는 거 있죠!”
숨기는 건 많다.
직업도 그렇고, 등급도 그렇고.
지금껏 그가 얻은 스킬들도 그렇다.
하나같이 들통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는 것들.
당연히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들이었다.
가장 가까운 아일린에게조차 말이다.
“그래서 그게 뭔데? 숨긴다는 사실보단,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밝히는 게 탐정 아니냐?”
서우진이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어차피 이지아의 말은 그냥 심심해서 해본 것일 게 분명했으니까.
“그건 제가 지금부터 밝혀낼 거예요! 제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할아버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데?”
서우진이 혹시나 하며 물었고.
“…아귀찜 식당이요.”
혹시는 역시였다.
* * *
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은 한동안 미뤄졌다.
부상을 당한 용사들의 수가 너무 많았던 탓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고블린에게 당한 경상에 불과했지만, 엘리트 친구들처럼 치명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제국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휴식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건 뭐, 제대로 돌아가질 않네. 이럴 거면 그냥 매시브 가디언에 남아 있는 게 성장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서우진은 살짝 불만이었다.
꽤나 기대하고 제국까지 왔건만,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레벨이야 좀 오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반 슬레인 덕분에 레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 서우진으로선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일린하고의 대련은…….”
솔직히 이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련을 한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의 실력을 너무도 잘 알게 된 탓이었다.
아일린의 실력이 월등하게 높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으니…….
그녀와의 대련은 서우진이 성장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지아와 김다혜는 조금 달랐다.
처음 겪는 스타일이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공격에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서우진의 실력을 늘리기엔, 그것들 역시 부족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단순히 레벨을 올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짜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대련 상대를 좀 찾아볼까?”
이곳은 제국이다.
이 드넓은 대륙에서도 가장 강하고 넓은 국가.
그만큼 강자도 많을 터였다.
시온 역시 강력한 기사들이 많기는 했지만, 제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서우진보다 강한 사람도 즐비할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한 명도 모른다는 거지.”
서우진의 인간관계는 좁쌀만 하다.
이지아와 김다혜를 제외하면 용사들과도 교류가 별로 없었고, 기사들은 더욱 그랬다.
“없네, 없어.”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서우진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새로 얻은 스킬들이나 좀 익숙해지자.”
스킬 : ??? [패시브], [흑염], [강격], [폭주], [가속], [오러], [나락], [징벌], [낙인], [광기], [황혼], [무스펠하임], [우라노스의 검].
기존에 갖고 있던 스킬들을 제외하면, 무려 여섯 개나 되는 새 스킬을 얻었다.
“다 써볼 수는 없겠고…….”
‘징벌’, ‘낙인’, ‘광기’, ‘무스펠하임’은 스킬 설명만 봐도 마왕 직업과 관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몰래 써본다고 해도, 들통날 확률이 컸다.
‘나락’을 사용했을 때 느껴졌던 기운을 생각해 보면, 더욱 쓸 수 없었다.
“제국 수도 한복판에서 사용했다간 기사단들이 출몰하겠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럼 사용할 수 있는 건 두 개뿐인데.”
‘황혼’과 ‘우라노스의 검’.
이 두 개는 다행히 검을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물론 ‘검병’이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강력했지만…….
“우기면 되지, 뭐.”
어차피 ‘검병’은 서우진 혼자뿐이다.
배짱을 부리면, 저들이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좋아, 일단 써보자.”
서우진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노을이 졌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서우진의 스킬인 ‘황혼’이 발동된 덕분이었다.
스킬을 사용하자 검의 반경 안이 어스름해졌다.
“……여기에 닿으면 죽는다는 거지?”
그냥 죽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썩어간다.
마치 시간을 빨리 돌린 것처럼, 상처가 악화되고 썩어 들어가며, 결국엔 먼지가 되어 부서진다.
“난 그냥 저녁노을 정도만 생각했는데 말이지.”
황혼이 아마 그 황혼을 뜻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좋아. 이건 사용할 수 있겠어.”
검술이라고 보기엔 좀 이질적인 효과였지만, 어쨌든 검을 사용하는 것은 맞았으니까.
게다가 다른 직업들 중에선, ‘황혼’보다 이상한 스킬들이 많았다.
검에 베인 곳이 빠르게 썩어 없어지는 것 정도는 이상한 축에도 못 들었다.
물론 다른 스킬들은 조금 다르다.
그것들은 이상함을 넘어 기괴하거나, ‘나락’처럼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생명이 경각에 달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함부로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다른 용사나 기사들이 있을 땐 더욱더.
스킬 한 번 잘못 사용했다간, 그대로 척살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이제 이걸 써볼까?”
사용하지 못하는 스킬을 제외하면, 남은 건 하나였다.
‘우라노스의 검’.
우라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이다.
하늘의 신과 검.
이름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는 스킬이었다.
“‘허공에 검을 소환해 떨어뜨린다’. 스킬 설명도 심플하네.”
레벨에 비례해 소환되는 검의 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서우진은 아직 16레벨의 쪼렙이었으니 말이다.
“‘우라노스의 검’.”
서우진은 스킬을 발동했다.
쑤욱- 하며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마력이 소모됐는지, 가벼운 마력탈진 증상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무슨 마력이 이렇게 많이 들어?”
서우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마력이 바닥난 탓에 손가락 하나 까딱이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어…….”
머리 위로 검 한 자루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저 검 한 자루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마력이 모조리 뽑혀 나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무 큰데?”
검이 너무도 컸다.
무슨 검 한 자루가 드레이카스랑 비슷한 크기란 말인가?
무려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
거검이 땅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이만큼 커다란 검이 만들어질 줄 알았더라면, 절대 이런 연무장에선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에 띄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 X발!”
연무장이 너무도 좁아 검이 꽂히는 반경 안에 서우진도 걸쳐 있던 것이다.
서우진은 욕설을 내뱉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쿠구구궁-!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