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환호성은 길었다.
마을을 위협하던 변종 마수의 토벌이 끝났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 서우진!”
“와아, 역시 용사다!”
서우진의 이름을 연호하는 드워프도 있었고, 맥주를 마시며 대소하는 이도 있었다.
모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은 동일했다.
바로 감사와 환희.
그들은 광산을 빠져나오는 서우진을 향해 끊임없이 환호했다.
“…일이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일하지 못한 만큼, 밀린 것들을 해결하려면 눈코 뜰 새도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드워프란 드워프는 죄다 몰려든 것 같았다.
“끝났소! 정말 끝났소! 으하하하!”
뒤따르던 가이로가 신나서 손을 흔들어댔다.
‘누가 보면 네가 다 처리한 줄 알겠다.’
피를 모두 날려 버린 서우진과는 달리, 가이로는 온통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마치 백전을 치르고 돌아온 전사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현실은 고작해야 쓰러진 변종 마수에게 막타를 날린 게 전부였음에도 말이다.
서우진은 피식- 웃고는 대충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고생했네.”
늙은 드워프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것 참.’
그의 얼굴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실소를 했다.
그의 표정이 굳은 이유가 기분이 나빠서가 아닌, 눈물을 참기 위함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다들 생긴 것 답지 않게 감수성이 예민하다니까.’
가이로가 유독 특이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흘간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했다.
족히 수백 년을 살아온 드워프조차도 쉽게 표정관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뭐, 그래서 더 정감이 가긴 하지만.’
서우진은 저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인간과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별말씀을.”
서우진은 별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니까요. 결과적으론 저희를 위해 한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우진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 지하도시가 제대로 돌아가야, 기사와 병사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
용사들 역시도 질 좋은 장비들을 보급받을 수 있었고.
그러니 서로 윈-윈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드워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무슨 소리!”
옆에 있던 다에르가 소리쳤다.
“자네가 해준 일은 결코 가볍지 않네!”
“희망의 불꽃을 되살려 준 것이니 말이야.”
다른 드워프들이 그의 말을 이어 서우진의 선의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니 겸손의 말은 그만두게! 자네에겐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옳다! 그 말이 옳아!”
“으하하! 맥주를 가져와!”
서우진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들은 다시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잔치라도 벌인 것 같네.’
대체 언제 준비한 것인지, 맥주를 비롯한 온갖 술과 고기들을 챙겨와서 먹고 있었다.
서우진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늙은 드워프가 손을 붙잡았다.
“나를 따라오게.”
그러곤 어디론가 이끌었다.
가이로를 비롯한 드워프들 사이에서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우진은 짐작하는 바가 있었기에 순순히 따랐다.
‘장인 타워였었나?’
지하 도시에서 가장 높은 두 개의 빌딩 중 하나였다.
하나는 마을 회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인 타워라고 들은 기억이 났다.
“들어가세.”
그는 서우진을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오…….’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마을 회관의 로비가 예술품으로 가득차 있었다면, 장인 타워는 온갖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한가득이었다.
‘꽤 쓸 만하겠는데?’
동료들에게 주기엔 조금 부족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좋은 것들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용사들은 다르다.
물론, 그들도 각 국가에서 보물을 지원해 주고 있었지만, 여기에 있는 건 결코 그에 뒤처지지 않았다.
특히 등급이 낮은 용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번 부탁을 해볼까?’
전시까지 해둔 걸 보면, 드워프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장비들일 터였다.
당연히 쉽게 내줄 순 없겠지만, 자신이 부탁하면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서우진의 눈동자가 살짝 빛나는 것을 본 드워프가 허허- 웃었다.
“조급해하지 말게나. 여기에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니.”
“…네?”
서우진이 감탄할 정도로 대단한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래도 관심이 있다니 다행이군. 제대로 된 보답을 할 수 있겠어.”
보답이라는 말에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곳은 장인 타워일세. 우리 마을에서도 가장 뛰어난 기술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보관하는 일종의 창고이지.”
“그렇습니까?”
도저히 창고처럼은 보이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이곳에는 우리 일족이 수백 년간 만들어온 것들의 정수가 모여 있다네.”
서우진의 얼굴에 흥미가 더욱 짙어졌다.
“총 12층의 건물에 모든 장비를 등급별로 저장을 해놓았지. 그리고 여기 1층은 가장 질이 낮은 것들이야.”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장 질 낮은 것들이 저 정도면, 도대체 12층에 있는 물건은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사흘 전에 자네에게 입히려고 했던 갑주, ‘가론 테슬로’도 8층의 물건이라네. 그럼 상상이 되는가?”
드워프들의 능력은 서우진의 생각을 가볍게 넘어서는 듯했다.
‘가론 테슬로’라면 S급 용사가 입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장비였다.
그런데 그게 고작 8층의 물건이다.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장인 타워 내에 있는 모든 물건을 자네에게 맡김세.”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서우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서우진이 잘못 들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사용될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들이네. 자네에게 맡긴다면, 녀석들에게 어울리는 주인을 찾아줄 것이라 믿네.”
늙은 드워프는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서우진이 변종 마수들을 처리해 주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의 대가를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드워프들도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았을 테니까.
제국이든, 성국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하도시의 정수나 다름없는 것들을 몽땅 넘겨주겠다니?
과해도 너무 과했다.
“알고 있는진 모르겠네만, 우리 일족은 운이 매우 좋다네.”
가이로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실제로 녀석이 서우진을 찾아낸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내 감이 말하는군. 자네에게 이것들을 맡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야.”
운이랑 감은 좀 다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서우진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을 따르면, 꼭 좋은 일이 생기곤 하거든.”
허허- 웃으며 말하는 드워프의 모습에, 서우진도 실소를 흘렸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받게. 이것이 우리 일족이 자네에게 주는 보답일세.”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었다.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결국 서우진은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좋아. 내가 안내를 해주지.”
드워프는 밝은 표정으로 서우진에게 장인 타워 내부를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별것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하층에서도 쓸 만한 물건이 가득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서우진은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미친…….’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장비의 질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어떤 건 한 국가의 보물로 지정이 되어도 전혀 손색 없을 정도였고, 또 어떤 건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차지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게 10층까지.
서우진은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올랐다.
“11층과 12층에는 단 하나의 물건들만 보관되어 있다네.”
위로 오를수록 장비의 수가 적어기지긴 했지만, 10층에서도 십여 개의 장비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오직 하나씩밖에 없다니?
아쉬움과 동시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대체 뭐가 있을까?’
‘카 라니엘’이나 ‘루덴 가르도’ 급의 물건은 아닐 것이다.
그 둘은 그야말로 신화적인 영역에서나 등장할 법한 것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비빌 만한 수준만 되어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터.
서우진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11층에 올랐다.
‘오…….’
푸른색의 마력이 층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늘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이었지만, 그래도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밀도였다.
‘뭘까?’
무슨 물건이 있기에, 이만한 마력을 풍길 수 있는 것일까?
서우진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권총?”
놀랍게도, 11층에 놓여 있는 물건은 권총과 흡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남달랐다.
평범한 사람은 혼자서 들지도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무거워 보였던 것이다.
“7차 강림 전쟁이 끝난 뒤 만들어진 물건이네. 당시의 용사가 준 아이디어로, 우리 나름의 연구를 걸쳐 탄생했지.”
마법과 현대 기술의 만남.
그야말로 마도공학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기였다.
“뭐, 그렇다 해도 지금까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야. 다루기가 너무 까다롭거든.”
저걸 다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극의 경지를 넘볼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만한 경지에 이른 존재가, 굳이 익숙하지도 않은 총을 다룰 이유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평생을 갈고닦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저 물건은 그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한 채 이곳에 보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도 있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드워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 구니엘’. 고대어로 사냥하는 자라는 뜻이네.”
이름을 들은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마치 ‘카 라니엘’과 쌍둥이 형제처럼 느껴지는 이름 아닌가?
“이름 참 좋네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서우진은 ‘카 구니엘’을 직접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는 검 형태의 무기가 훨씬 더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카 구니엘’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용사가 한 명 있었다.
‘다혜.’
총을 ‘소환’해서 싸우는 것이 주된 스타일이고, 스케치북과 펜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녀석.
그녀에게 ‘카 구니엘’을 쥐여준다면?
‘좋아하겠지?’
서우진은 김다혜가 신나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
‘음, 모르겠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김다혜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얼굴이 그려지질 않았다.
그저 멍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일 것 같았다.
‘뭐, 상관없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서우진은 ‘카 구니엘’을 김다혜에게 선물할 날이 기대되었다.
‘전투력도 상승하겠지.’
매번 ‘소환’하는 것보단, 이렇게 실재하는 무기를 하나쯤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11층에 보관될 정도로 뛰어난 물건이었으니, 더욱 좋을 테고.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하나 남은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여기는 12층. 장인 타워의 꼭대기일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