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2)
432화.
‘한 달이나 남았나?’
아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이제 짧으면 2주에서 3주 내에 마왕이 강림할 것이다.
‘진짜 코앞이네.’
조금 걱정이 되었다.
과연 지금 용사들의 상태로, 제대로 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지.
그리고,
‘이길 수 있을까?’
마왕의 강림이 가까워져 올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도 이 불안은 가실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들을 믿는 수밖에.’
서우진은 충분히 노력했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야만 한다.
‘할 수 있어.’
마왕군이고, 마왕이고, 빌어먹을 이 세계고.
서우진은 모두 이겨내고, 승리할 것이라 믿었다.
“후우-”
“고민이 많나 보군.”
어느새 다가온 것일까?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자, 늙은 드워프가 말을 걸었다.
“아, 아닙니다.”
잠깐 고민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사이에 회의가 끝난 모양이었다.
고성이 오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들 다과를 먹으며 잡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늙은 드워프는 소리도 없이 다가와 서우진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상태였다.
“전쟁이 두려운가?”
역시 오래 살아온 존재들은 다른 모양이었다.
서우진의 생각을 단번에 꿰뚫어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죠, 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늙은 드워프는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조언치고는 너무 가벼운 말이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이 세계를 위해 너무 애를 쓰지 말게.”
“그게 무슨…….”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늙은 드워프의 음성에서, 묘한 회의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 드워프는 예로부터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것에 진심이었다네. 기술의 전수를 위해서 그런 것도 있고, 과거를 잊지 말자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
늙은 드워프는 서우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잊은 일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네.”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예상이 되었다.
“…이전에 소환된 용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계신 모양이군요.”
그 말에 늙은 드워프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서우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 고향에 쓸모를 다 한 사냥개는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마왕을 막기 위한 병기로써의 역할이 끝나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으음.”
늙은 드워프는 서우진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신음했다.
“미안하네.”
그러곤 고개를 숙였다.
“드워프들이 미안해할 일은 아니죠.”
그들은 용사 폐기 계획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세계에 속한 자로써, 나 역시 그 책임을 피해갈 순 없네. 우리 일족 모두 마찬가지지.”
정말 사과해야 할 이들은 사과하지 않고, 상관없는 이들만 고개를 숙인다.
서우진은 그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마공이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으니까요.”
“…마공이?”
늙은 드워프의 눈이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저희에게 걸려 있는 제약을 풀 순 없겠지만, 고향으로 돌려보낼 방법의 실마리는 찾은 것 같더군요.”
“아아,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물론 정말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희망이 조금 보이니, 끝까지 애를 써보긴 해야 할 것 같네요.”
늙은 드워프는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실언을 한 모양이네.”
“그것도 괜찮습니다. 저를 위해 해주신 말이니까요.”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그는, 서우진에게 경고해 줄 생각이었다.
입장 상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려 했던 것이다.
그것을 느낀 서우진은 늙은 드워프를 비난할 생각이 없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심각하게들 하고 있어?”
“이리들 와서 이것 좀 마시게. 숙취가 조금 풀릴 거야.”
그때, 잡담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둘을 불렀다.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조언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늙은 드워프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인 뒤, 걸음을 옮겼다.
체내의 술기운을 모두 날려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숙취 해소에 좋다는 걸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떠나는 거소?”
가이로의 말에 서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네가 왜 그 말투를 고집하는 건지는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까진 이상해도 별말을 하지 않은 거고.”
서우진의 말에 가이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이, 이상했소?”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지만, 서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상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 들어, 가이로.”
서우진은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른이라는 건, 그딴 말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야. 네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어 가족들을 책임지고 싶다면, 행동으로 보여줘라.”
“…행동?”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열심히 일을 하라고. 어른들 말씀 잘 듣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간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다.”
어른이 뭔지는 솔직히 서우진도 잘 모른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자신이 한 번도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가이로에게 이 정도의 조언을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 세계로 와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책임감이라는 것을 느껴본 덕분이었다.
“괜히 혼자 나다니다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마을에서 어른들 일이나 잘 도와. 안 그래도 일손이 많이 부족할 테니까.”
“아, 알겠소.”
가이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말투를 바꾸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우진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좋아.”
서우진이 다시 한번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곤 허리를 폈다.
마중을 나온 드워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는 존재들이, 모두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자 기분이 좀 묘했다.
“이거 받게.”
늙은 드워프가 작은 가방 하나를 건넸다.
“이건……?”
“어제 보여준 물건들이 담긴 가방일세. 보기에는 작아도, 내부는 꽤 클 거야.”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감사인사를 하며 가방을 받아 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무게였다.
“웬만하면 몸에서 떨어뜨리지 말게. 보기보단 꽤 귀해서, 노리는 녀석들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군요.”
“고마웠네.”
“별말씀을.”
드워프들의 작별 인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또다시 정신없는 시장통의 모습이 재현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손만 흔들며 조용히 인사만 건넬 뿐이었다.
서우진은 그들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어준 뒤, 몸을 돌렸다.
우우우웅-!
들어올 때는 움직이지 않았던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안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위로 올라갈 걸세.”
뒤따라온 늙은 드워프가 설명을 해주었다.
서우진은 신기한 표정으로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세공된 내부가 서우진을 반겼다.
“조만간 다시 보세나.”
“그렇게 하죠.”
전쟁이 시작되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조만간.
서우진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자, 승강기의 문이 닫히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해 치솟아 오른 승강기는, 순식간에 서우진을 지상으로 옮겨주었다.
띠잉-!
맑은 종소리와 함께 다시 문이 열렸다.
‘으음.’
커다란 바위가 구멍을 막고 있는 게 보였다.
서우진은 손을 들어 그것을 들어올린 뒤, 밖으로 나왔다.
널따란 대지와 산의 모습이 보인다.
“…왠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고작해야 나흘이다.
서우진이 지하 도시에서 보낸 시간은.
그런데도 마치 몇 달은 저 안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야겠군.”
가방을 고쳐 맨 서우진이 현재 위치를 가늠해 보곤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있는 주둔지를 향해서.
* * *
“올 때 되지 않았어요?”
“그렇긴 하지.”
이지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계수지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예상했던 시간은 진즉에 지났다.
본래대로라면 지난주쯤에는 돌아왔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왜 안 올까요?”
“새삼스럽게 뭘 그래? 평소의 서우진 씨구만.”
구동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서우진이 언제 예상에 맞춰 돌아온 적이 있긴 하던가?
항상 한두 달 정도는 늦는 게 기본이었다.
“그냥 생각을 하지 마. 언젠간 오겠지, 하고 있다 보면 올 테니까. 그게 마음에 편하다?”
이번에도 구동환의 말이 맞다.
그저 바쁘게 살다보면, 돌아오긴 했으니 말이다.
“애 좀 그만 놀려요. 주변 순찰은 다 돌고 온 거예요?”
계수지가 그런 구동환을 향해 핀잔을 주었다.
괜히 이지아의 심기를 건드리면, 가장 피곤해지는 건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흠흠, 순찰은 이미 끝냈죠. 이제 주변에 남은 변종 마수는 없는 것 같더군요. 아예 그림자도 안 보여요.”
서우진이 떠나 있는 동안, 그들은 쉴 새 없이 변종 마수들을 사냥했다.
덕분에 구동환의 말처럼, 이 주둔지 주변에는 변종 마수의 씨가 말라 버렸다.
“우진 씨가 와야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을 텐데…….”
이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없었다.
그저 순찰과 대련의 반복뿐.
물론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강림 전쟁이 머잖은 지금은 레벨을 좀 더 올리고 싶었다.
“오겠죠. 이제 진짜 올 때가 됐어요.”
구동환이 말했다.
얼마 전에 정보 길드를 통해 서우진이 이동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곧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까 대체 그게 언제…….”
“음?”
말하던 이지아와 구동환, 계수지의 고개가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엄청난 기운이 주둔지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건?”
이지아가 미소를 지었고, 계수지와 구동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아는 한, 저만한 기운을 풍길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저씨가 오고 있어요!”
확실했다.
마력과는 다른, 조금 이질적인 기운의 주인.
셋은 주둔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른 동료들 역시 같은 것을 느꼈는지, 하나둘씩 마중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
이지아가 신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지아가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서우진이 먼저 도착해 버린 것이다.
실로 가공스러울 정도의 속도였다.
“그동안 다들 잘 지냈습니까?”
마침내 돌아온 서우진이 웃으며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