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4)
434화.
시간은 빨랐다.
서우진은 주둔지에서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며 때를 기다렸다.
물론, 그동안 훈련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요한을 만나 드워프들이 준 선물을 맡기며 용사들에게 나누어달라는 부탁도 했고, 엘프와 드워프들과 은밀한 선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마르테스가 귀환 마법을 완성하는 것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그녀의 말만 믿고 안심할 순 없었으니 만약의 일에 대비를 해두어야만 했다.
‘하늘탑, 엘프, 드워프. 거기에 대공까지.’
아직 세력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단은 구색은 갖추었다.
이 정도의 힘을 완전히 모은다면, 이 세계의 권력자들도 용사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다.
정말로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더욱더 큰 세력과 힘을 갖추어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서우진은 모두가 잠든 밤을 틈타 밖으로 나왔다.
“나왔어요?”
지붕 위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샨타였다.
그녀의 옆에는 바늘 옆의 실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디아로크가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서우진은 둘을 보곤 피식 웃곤 지붕 위로 올라갔다.
“레닌스탕에서의 일은 잘 풀렸나 보군요.”
“디아로크가 힘을 써준 덕분에 꽤 많은 인력을 보충할 수 있었어요.”
“다행이군요.”
안 그래도 정보 길드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안 그래도 지금 정보 길드는 한창 바쁠 때였다.
요한이 그녀에게 맡겼던 일도 모두 끝난 상태였으니, 굳이 지금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을 텐데…….
“요한이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때가 되었다고.”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팔로타인 라세’가 완벽하게 어둠에 물들었어요. 죽음의 기운과 함께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몬스터와 마수들의 모습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마왕의 강림.
정말로 그때가 된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제국에서 용사들을 소집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왕국들도 기사와 병사들에게 무장을 시킨 뒤, ‘팔로타인 라세’ 쪽을 향해 방어선을 구축 중이고요.”
“후우-”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면 이제 곧 마왕이 강림한단 뜻이었다.
“조만간 이곳에도 제국의 전령이 도착할 거예요.”
용사들을 소집한다고 했던가?
제국 전역에 퍼져 있는 용사들 중, 여기에 가장 많은 숫자가 모여 있었다.
심지어 서우진이 이곳에 있지 않은가?
당연히 제국에서도 소집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이제 움직여야겠군요.”
“듣기로는 여기에 계신 분들은 따로 부대를 조직할 것 같던데요?”
아그나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묻자, 아샨타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어디에나 있거든요.”
“하하.”
크루시엘의 요원이 정보 길드에 잠입해 있듯, 정보 길드의 요원 역시 크루시엘에 잠입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사실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떤 형태로 운용될지도 알고 있습니까?”
“음…….”
서우진의 질문에 아샨타가 미간을 찌푸렸다.
“일종의 별동대. 다른 용사들과는 달리, 전면전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인가 보던데요.”
아그나에게 들었던 것과 동일했다.
‘역시 권속들의 사냥에 쓰려는 것일까?’
서우진은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히 아그나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다.
‘이건 전쟁이니까.’
서우진은 전투는 알아도 전쟁은 모른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런 쪽은 아그나가 훨씬 더 전문적이었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편이 훨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요한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럴게요.”
아샨타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서우진.”
그때, 디아로크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진 아무런 말도 없이 대화에 관심도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진중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레닌스탕은 너희의 편이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레닌스탕은 너희의 옆에서 함께 싸울 거다.”
“…그게 가능하기는 하고?”
디아로크의 말은 이 세계 전체를 등지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레닌스탕은 디아로크의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공작에 불과했고, 왕국을 이끄는 것은 왕과 왕족이었다.
디아로크가 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
“가능하다.”
디아로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는 디아로크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이자, 왕위 승계 서열 5위에 있는 왕족이기도 하지.”
그건 몰랐다.
설마 녀석이 왕족일 줄이야…….
그냥 단순히 초극의 경지에 올랐기에, 공작이라는 작위를 얻은 줄 알았는데.
“내가 마음을 먹는다면, 레닌스탕을 얻는 건 일도 아니다.”
빈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디아로크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차 있었다.
디아로크는 정말로 일이 틀어진다면, 직접 왕위를 찬탈이라도 해서 용사들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고맙군.”
진심으로 고마웠다.
레닌스탕이라면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국가다.
특히 기사의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기사들이 존재하는 강대국이었다.
그런 레닌스탕이 용사들의 편에 선다면, 그 누구보다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라. 지금 눈앞에 닥친 건 강림 전쟁이니까. 일단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지부터 고민해.”
강림 전쟁은 이 세계의 존망이 걸려 있는 거대한 싸움이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든 일이 될 게 뻔했다.
“내 걱정은 말고, 너나 죽지 마라.”
디아로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샨타를 바라봤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조만간 수도에 올라가서 다시 보죠.”
“그래요. 그때 다시 만나요.”
아샨타는 서우진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아로크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일어나며 마법을 사용했다.
함께 이동할 때 썼던 부유 마법이었다.
두둥실- 하며 아샨타의 몸이 허공에 떴다.
“그럼 간다.”
디아로크는 대충 손을 흔들곤 그대로 아샨타와 함께 날아갔다.
화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서우진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지켜보다 고개를 들었다.
어둑어둑한 밤하늘이 눈동자에 박혀왔다.
‘결국엔 왔구나.’
강림 전쟁의 때가.
조만간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때가 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멍하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그날이 왔고, 이제는 생존을 건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당연히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
‘됐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무엇 할까?
아쉬움이 가득 남아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서우진은 고민을 털어내고는 주둔지 안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은 세상모르고 잠든 상태였다.
오늘 하루도 서우진이 빡세게 굴린 덕분이었다.
100레벨에 도달한 존재들을 저렇게 뻗게 만들 정도였으니, 훈련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코까지 고는 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집중하지 않으면 절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양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울려 퍼지던 코골이 소리가 멈추고, 날카로운 마력이 서우진을 향해 쏟아졌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밧-!
서우진이 한 걸음 옆으로 이동하자,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이 박살났다.
“죽여!”
“젠장, 잘 때도 공격을 한다고?”
“악덕 용사를 처단해라!”
꿀과 같은 수면 시간을 방해받은 용사들이, 살기까지 뿜어대며 서우진을 공격했다.
서우진이 씨익- 웃었다.
이전의 그들이었다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끊임없이 시달린 끝에, 지금은 달라졌다.
혼돈기를 느낀 것도 모자라, 반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서우진은 만족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짜악-!
혼돈기가 가득 담긴 탓에, 달려들려던 이들이 멈칫하며 몸이 굳어졌다.
“모두 정신들 차렸습니까?”
서우진이 묻자, 다들 의심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쉬는 것도 훈련이라면서, 이런 한밤중에 왜 이러는 건데요?”
계수지와 이지아가 투덜거렸다.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서우진이 그녀들의 살벌한 시선을 회피며 입을 열었다.
“뭡니까? 그 할 말 이라는 게.”
구동환 역시 삐딱한 태도로 서우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으음, 다들 잘 컸군.’
이 정도면 적의 살기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짐을 싸서 제국의 수도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한밤중에요?”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훈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갑자기 이동을 한다니?
“때가 되었습니다.”
서우진은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고는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덩달아 동료들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서우진이 말한 그 때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늘만을 대비하며 살아왔으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다.
“…시작됐나요?”
계수지가 물었다.
“아마도요. 정확한 건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만, 강림 자체는 이미 시작한 것 같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입술을 짓씹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도 충분합니다. 모두 할 만큼 했으니까요.”
노력했다.
정말이지 끊임없이 노력했다.
특히 서우진과 함께한 이 몇 주 동안은 피를 토할 정도로 훈련에 열중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으니,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니까 짐 싸세요. 곧장 수도로 갈 테니까.”
서우진은 그 말을 끝으로 주둔지를 빠져나갔다.
안에 남은 동료들은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결에 듣기엔 너무도 큰 소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계수지가 동료들을 재촉했다.
“얘기 들었죠? 다들 무기부터 챙겨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이 챙길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옷가지 몇 개와 무기, 그리고 방어구가 전부였으니까.
순식간에 움직일 준비를 끝낸 이들이 주둔지를 빠져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우진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갑시다.”
걸음을 뗐다.
방향은 제국의 수도.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할 전장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