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5)
435화.
기차를 이용하지는 않았다.
한가롭게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이동할 정도의 여유도 없었고, 직접 달리는 게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이지아도 기차를 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둠이 가시고, 태양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 때쯤이었다.
‘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 강한 마력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하급 기사쯤 될까?
하지만 속도만큼은 웬만한 상급 기사에 달할 정도로 빨랐다.
‘크루시엘인가?’
서우진이 조금 걸음걸이를 늦췄다.
그것을 눈치챈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 있나요?”
“아,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거든요.”
서우진의 대답에 계수지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감각을 넓혔다.
“…누구죠? 우리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녀 역시 마력을 느꼈는지, 약간의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제국에서 보낸 전령일 겁니다. 용사 소집 명령을 내렸다고 하니, 그걸 전하러 오는 것이겠죠.”
아샨타에게 들어서 굳이 전령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출발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결국 위치를 찾아내서 다시 전령을 보낸 모양이었다.
“잠깐 기다릴까요?”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전령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절대로 자신들을 쫓아올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긴 했다.
“휴식 좀 취할 겸, 그게 낫겠네요.”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이 손을 들었다.
둘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동료들이 걸음걸이를 멈추었다.
“여기서 잠깐 쉽시다.”
고작 몇 시간을 달린 것만으로 지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휴식이 반기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어으, 벌써 해가 떴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이틀.”
다들 그냥 맨 바닥에 주저앉아 잡담하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전령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꽤 오래 걸리네요.”
거리가 거리였는지라, 전령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침식사나 하면서 기다릴까요?”
일단 물과 음식을 조금 챙겨오긴 했으니, 쉬는 동안 요기나 하면 될 듯했다.
서우진의 말에 다들 챙겨 온 것들을 꺼내 들고는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확하게 우리의 위치를 파악해서 올 정도면, 따로 할 얘기가 있나?’
서우진은 서서 전령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크루시엘은 자신들이 수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에서 마주칠 수 있도록, 전령을 보내왔다.
그 말은 곧, 단순히 소집 명령만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뭘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아저씨! 이것 좀 드세요!”
이지아가 육포 한 덩어리를 가져오며 내밀었다.
“아, 고마워.”
서우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무슨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밥부터 먹고 하면 안 돼요?”
“난 이거면 돼. 별로 배가 안 고프네.”
“그래요? 그럼 우리가 다 먹어요?”
“그래, 많이 먹어둬.”
전쟁이 시작되면, 지금처럼 평화롭게 밥을 먹을 시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전에 많이 먹어두는 게 좋았다.
서우진의 대답에 이지아가 실실 웃으며 돌아가 김다혜와 함께 육포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다 왔군.’
빠르게 달려오는 가벼운 옷차림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다급하게 움직였는지, 온몸이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따로 전할 말이 있었나 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다급하게, 쉬지도 않고 자신들을 찾아올 리가 없었다.
전령은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이내 서우진 앞에서 멈추었다.
“허억- 허억-! 서, 서우진 님이십니까?”
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로 물어왔다.
“맞습니다, 잠시만…….”
서우진이 물 한 통을 챙겨와 그에게 건넸다.
“일단 마시고 얘기하시죠.”
“가, 감사합니다.”
전령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물을 받아 들곤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곤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숨을 골랐다.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급하게 달려온 겁니까?”
“아, 여기에 명령서가…….”
전령은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황제와 아그나의 직인이 찍혀 있는 공식 문서였다.
“…브로바이슨으로 가라?”
명령서에는 서우진과 동료들에게 수도가 아닌, 브로바이슨 왕국으로 가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시면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브로바이슨이면 거기지?’
아이에르를 향해 전쟁을 일으켰던 세 왕국 중 하나.
서우진이 브로바이슨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위치와 이름 정도가 전부였다.
“거기서 뭘 하라는 겁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그것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도착하면 알 수 있을 거라는 말만 있었습니다.”
기밀 사항인 것 같았다.
“하아- 일단 알겠습니다.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죠.”
“감사합니다! 그럼 위에도 그렇게 보고를 하겠습니다.”
전령은 남은 물을 한 모금 더 마신 뒤, 다시 길을 떠났다.
꽤나 지쳤을 텐데도 상당히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브로바이슨? 왜 저희는 따로 움직이죠?”
육포를 뜯으며 대화를 듣고 있던 계수지가 물었다.
“얼마 전에 아그나라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그나?”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인 모양이었다.
“제국의 비밀 정보국을 맡고 있는 사람이죠.”
애초에 동료들은 크루시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 곳도 있었군요.”
다들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영화 속의 스파이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뭐, 비슷하긴 하지.’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녀가 말하길, 저와 여러분은 다른 용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었습니다.”
“다른 방식이라면?”
“특임대를 말하는 겁니까?”
서우진의 말을 알아들은 건 강병규와 구동환이었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구동환이 머리를 긁적였다.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질 모르겠네요.”
특임대가 된다는 건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도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도 사실이었다.
보통 특임대들이 맡는 임무는, 난이도가 높았으니까.
“수도가 아니라 브로바이슨으로 가는 건, 벌써 임무가 내려졌다는 뜻이냐?”
이번엔 강병규가 물었다.
그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군필자들은 특임대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마도? 아직은 뭘 해야 되는 진 모르겠다만.”
그때, 계수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브로바이슨까지는 얼마나 걸리죠?”
그건 서우진도 모른다.
지리를 배우기는 했지만, 솔직히 딱히 열심히 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대답은 강병규의 입에서 나왔다.
“북동쪽으로 사흘이면 될 겁니다. 중간에 별다른 일이 없다는 가정하에요.”
“사흘?”
생각보단 가까웠다.
그보단 훨씬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제국과 아이에르 사이에 있는 왕국이거든. 물론 중간에 소국들이 있긴 하지만, 거리 자체는 가까워.”
확실히 ‘모험가’라 그런지, 이런 쪽 계산은 믿음직스러웠다.
“그럼 아침식사가 끝나면 바로 움직이자. 네가 길잡이를 맡아.”
“그래, 맡겨둬.”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서우진도 자리에 앉았다.
“이것도 드세요!”
조금 전에 받은 육포를 씹으려 하자, 이지아가 다른 음식들도 내민다.
“난 이거면 돼.”
여전히 입맛은 없다.
그래도 서우진은 애써 딱딱한 육포를 씹어 넘겼다.
지금 먹어두어야 빨리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저씨.”
이지아가 슬쩍 옆으로 붙으며 불렀다.
“응?”
“브로바이슨 말이에요. 거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누구? 거기에 지원을 받는 용사야?”
“맞아요.”
이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누군데?”
서우진이 묻자,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음?”
모두의 눈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그 끝에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육포를 씹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김우람?”
서우진이 헛웃음과 함께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음, 네.”
김우람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던 육포를 내려놓았다.
“정말 브로바이슨의 지원을 받고 있어?”
“…네.”
녀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얘길 안 했어?”
서우진이 몇 번이나 브로바이슨이란 이름을 입에 담았다.
당연히 동료들 중에 그것을 듣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런데도 김우람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 그게.”
녀석은 잠시 눈을 굴리다,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거기서 저를 거의 포기했거든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김우람이 예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떠올려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
서우진조차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래도 1년간 있었으니까 우리보단 많이 알고 있을 텐데?”
“그렇긴 하죠.”
김우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이 알고 있는 브로바이슨에 대해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 * *
‘팔로타인 라세’는 완벽한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단 한 점의 빛도 감히 비추지 못했으며, 오직 죽음만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파스슥-
나뭇가지가 부서졌다.
속이 썩어버려,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가루처럼 흩날렸다.
그르르르르-
마기에 물든 몬스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숲을 배회하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점차 그 수가 늘어나더니, 이내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그아아아아아아-!
살기 가득한 포효가 숲을 뒤흔들었다.
3미터에 달하는 크기에, 온몸이 근육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피부는 피처럼 붉었고, 여덟 개의 눈동자에는 사각이 존재하지 않을 듯했다.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형의 몬스터.
도대체 몇 마리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놈들이, 한쪽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죽여라. 살을 찢고, 그 피를 마셔라. 그리하여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을 말살해라.]몬스터의 뒤에서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 흘러나왔다.
사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마기가 담겨 있는 음성이었다.
몬스터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명령에 따라 살기를 흩뿌리며 움직였다.
[그분께서 오신다. 강림을 준비하라. 피의 축제를 준비하라. 종말의 때가 왔나니, 앙망하고 숭앙하라. 그것이 그분의 뜻이니라.]마기의 주인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대부분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를 향한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몬스터가 ‘팔로타인 라세’를 벗어나자, 마침내 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향은 동쪽.
신성 왕국 아이에르가 있는 곳이었다.
[그분께서 오신다, 그분께서 오신다.]끈적끈적하고 거친 음성은 마기와 함께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것은 곧 마왕 강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