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6)
436화.
“제가 알기로 브로바이슨은 강대국이 아니에요.”
김우람은 자신이 1년간 생활했던 왕국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국이나 아이에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나라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약소국인 것도 아니지만요.”
그가 기억하는 브로바이슨은 적당히 강하고, 적당히 부유하고, 적당히 평화로운 그런 왕국이었다.
“평범. 그게 브로바이슨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인 것 같아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특별한 건 없다는 뜻이지?”
“네. 수호자 급에 이른 강자도 없었고, 왕국 최고의 기사라는 사람도 고작해야 최상급 정도에 불과했거든요.”
“흐음…….”
서우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대체 왜 그런 곳으로 가라는 거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일단 자세한 건 도착해서 알아봐…….”
“아, 맞다!”
서우진이 이제 그만 이동하자는 말을 하려는데, 김우람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고 보니, 브로바이슨의 수도에 좀 특이한 게 있긴 했어요.”
“특이한 거? 그게 뭔데?”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이지아가 대화에 끼어들며 물었다.
“제단이야.”
“…제단?”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계에는 많은 신이 있었다.
아이에르가 섬기는 주신이나, 서우진이 들고 있는 성물을 만들어낸 ‘마테아’.
그 외에도 많은 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설마 그런 신들 중 하나를 섬기는 제단인 것일까?
“제단 자체는 특이할 게 없었어요, 그냥 엄청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것 말고는.”
“그럼 뭐가 특이한 건데?”
“그 제단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요.”
김우람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제가 당시에는 좀 이상하게 굴기는 했지만, 그래도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김우람은 용사였으니까.
C급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쨌든 강림 전쟁의 일익을 담당해야 할 귀한 용사였으니까.
웬만한 일로는 김우람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짓을 당한 용사는 나밖에 없지.’
서우진은 다른 용사들과는 달리, 온갖 개고생을 했던 지난 1년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 제단은 근처에 가려고만 해도, 곧장 제지를 당했어요. 절대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위협적인 분위기로?”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어요.”
위험한 곳에 다가가는 어린아이를 막아서듯, 브로바이슨은 김우람의 행동을 그렇게 제한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병사나 기사들도 그 근처에는 접근하지 않았거든요. 당시에는 화가 나서 왜 그런지 딱히 고민도 안 해봤는데…….”
김우람은 혀로 입술을 한번 적신 뒤 말을 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두려워하고 있던 것 같네요, 그 제단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과연 그 제단이라는 게, 서우진이 브로바이슨으로 가야 하는 이유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한번 확인해 봐야겠군.”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그게 수도 내긴 하지만, 꽤나 외진 곳에 있거든요.”
“그래, 고맙다.”
서우진은 김우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일어날까요?”
강병규의 말에 의하면 사흘 거리라고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사흘이나 걸릴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줄이는 게 좋지.’
속으로 악랄한 미소를 지은 서우진은 순식간에 정리를 끝내고 일어난 동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브로바이슨까지 뛰어서 갈 겁니다.”
“…네?”
“뛰어서요?”
다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빨리 도착하는 세 명은 저랑 일주일간 개인 대련 훈련을 하는 걸로 하죠.”
모두의 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이었다면 슬슬 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100레벨을 넘긴 상태.
지금부턴 레벨을 올리는 것이 극도로 힘들었으니, 개인의 기량을 성장시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서우진과의 대련은,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그러니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출발!”
서우진의 예상이 맞았다.
동료들은 서우진이 신호를 주는 것과 동시에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서우진이 피식- 하고 웃었다.
새삼 자신의 동료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거기에 100레벨에 도달했음에도 더욱 강해지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한다.
기특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서우진은 호선을 그린 눈으로 동료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정말로 마왕이 강림하긴 하려나 보네.”
“그러게나 말이다.”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 아이에르와 전쟁을 벌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장감이 브로바이스 전역을 휘감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물자들이 성문을 오갔고, 훈련하는 기사들의 기합성이 도시에 울려 퍼졌다.
서서히, 하지만 빠르게.
브로바이슨을 포함한 대륙 전체에 전운이 감돌았다.
일선에 있는 병사들은 그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직 한참 남았을 것 같았는데.”
“용사들이 소환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이제 슬슬 마왕이 강림할 때도 됐지.”
“왜 하필이면 지금 강림해서.”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원망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병사는 성벽 밖으로 내려앉은 어둠을 가만히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꺼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현재, 이 대륙에 사는 모든 지성체가 갖고 있는 의문일 것이다.
과연 마왕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일곱 차례나 되는 마왕의 강림을 막았다.
그것도 소수의 용사들을 소환하는 것으로 말이다.
지금은 무려 100명이나 되는 용사가 함께 있었다.
물론 그중 몇 명은 죽긴 했지만, 확실한 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곱 번을 이겼다고 해서 이번에도 이기리란 법은 없지.”
옆에 있던 병사가 냉소적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덕분에 불안감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승리한다고 해도…….”
뒷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알아들었다.
“그래. 승리와 우리의 생존은 별개지.”
역사 속에 기록된 수많은 전쟁.
거기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계층은 어디일까?
귀족? 기사? 평민?
아니다.
바로 자신들과 같은 병사들이었다.
특히 7차 강림 전쟁에서는,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의 80%가 전사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였다.
“우리가 남은 20% 안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더 크다.
그것도 몇 배나.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창과 칼을 든 병사라고 해서 죽음이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적을 앞에 두고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건, 영웅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삶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고, 온전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대범함을 갖춘 자들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은 그런 위인이 되지 못한다.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인데, 죽기 일보 직전이라면…….”
“오줌을 안 지리면 다행이지.”
둘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자신들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저 날붙이를 조금 더 잘 휘두르도록 훈련받았을 뿐인, 그저 평범한 사람.
“그래도 도망을 가면 안 되겠지?”
“당연하지.”
도망이라니, 안 될 소리다.
고작해야 병사들 손에 이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진 않는다.
제국의 수호자나, 시온의 검귀, 그리고 용사들이 결판을 내겠지.
그때까지 자신들과 같은 병사는 자잘한 몬스터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실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임무.
하지만 그렇다고 내팽개칠 순 없다.
그들처럼 평범한 이들이 하나둘씩 모인 뒤에야, 비로소 거대한 힘을 완성시킬 수 있으니까.
개개인의 힘이 부족하다고 포기해서는, 결코 이 세계를 구해낼 수가 없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싸우는 수밖에.”
병사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막간의 잡담이 도움을 준 것일까?
엄습해 오던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가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몇 시나 됐지? 이제 슬슬 교대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지만, 밤이 되면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다.
얼른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따뜻한 침구 속에 눕고 싶었다.
“글쎄? 조금 있으면 오지 않……?”
대답을 하던 병사가 말끝을 흐렸다.
“왜? 벌써 교대자들이 오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후번 근무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넋을 잃은 표정으로 성벽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동료가 보였다.
“…저게 뭐지?”
그는 떨려오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왠지 심상찮은 모습에 병사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돌렸다.
어둠이 보였다.
아침이 밝아오려면 멀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뭐가 있다는 건데? 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자신의 동료가 왜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붉은 빛?”
어둠 속에서 붉은색의 불빛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은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인 것만은 확실했다.
둘의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붉은 빛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것.
“경보 울려.”
붉은 빛은 빠른 속도로 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정체를 확인한 뒤에 움직이면 늦을 게 분명했다.
‘나중에 징계를 받더라도.’
일단은 먼저 움직여야했다.
그래야만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빨리!”
병사가 소리치자, 여전히 밖을 보고 굳어 있던 동료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땡땡땡땡땡땡-!
밤의 침묵을 뚫고, 날카로운 종소리가 성을 깨우기 시작한다.
화아악-!
동시에 잠들었던 도시가 깨어났다.
밝은 불빛이 사방을 비추었고, 숙면을 취하던 동료 병사들이 다급히 숙소를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기사 한 명이 빠르게 계단을 뛰어오르더니, 병사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을 하는 대신, 손을 들어 성벽 밖을 가리켰다.
기사는 얼굴을 굳히며, 손가락 끝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젠장.”
욕설을 내뱉더니, 검을 뽑아 들었다.
“전원 전투 준비!”
마력이 담긴 외침이 터져 나오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병사는 깜짝 놀랐다.
전투 준비라니?
설마 했는데…….
“마수들이 몰려온다! 전원 전투 준비 해!”
붉은 피부와 여덟 개의 눈을 지닌 기괴한 모습의 마수.
대지를 가득 매운 채, 달려드는 놈들의 수는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병사는 자신도 모르게 창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