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7)
437화.
검은 연기가 보였다.
서우진의 감각이 닿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색의 연기.
불길한 느낌으로 가득한 그것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뒤덮으며 넓게 퍼지고 있었다.
“저건 뭐죠?”
보상이 걸린 내기 따위는 잊어버릴 정도의 광경이었는지라, 계수지가 걸음을 멈춘 채 물었다.
그녀 역시 뭔가 심상찮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표정이 살짝 굳어져 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서우진이 아닌, 강병규에게서 나왔다.
“저 방향이면, 나단이라는 도시일 겁니다. 브로바이슨의 외곽에 있는 요새도시죠.”
녀석은 ‘모험가’답게 대륙의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서우진조차 처음 들어보는 도시에 대해서도 저렇게 척척 말을 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화전마을 같은 곳은 아니라는 거지?”
“마을은 무슨. 브로바이슨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도시일 거다. 요새도시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로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에 해당하고.”
그럼 더 이상했다.
밭을 일구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 아니라면, 대체 저 연기는 뭐란 말인가?
서우진은 불길함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가려면 나단이라는 도시를 거쳐야 해?”
“아니. 방향이 달라.”
강병규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과는 전혀 다른 쪽이었다.
“수도는 이쪽 길을 따라 쭉 달리면 돼. 나단에 가려면 산을 두어 개쯤 넘어야 할 텐데, 굳이 험한 길을 시간까지 들여서 들를 필요는 없지.”
그의 말대로였다.
시간도 뺏기고, 체력도 낭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래도 나단이라는 곳에 들러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한번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은데…….’
서우진의 표정을 본 강병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그래. 들르자, 들러.”
강병규는 눈을 감고 경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나단에 갔다가 수도로 향하는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수도와 대도시인 나단 사이에는 용이한 이동을 위해 대로가 잘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었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가로막고 있는 산이 꽤 험해.”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란 산맥과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이긴 했지만, 그냥 평범한 동네 뒷산도 아니었다.
저 정도면 대륙에서도 나름대로 이름난 산일 터.
“저기를 넘어가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물론, 어렵지는 않았다.
그들의 레벨이라면 타란 산맥의 등반도 쉬이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강병규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건, 방금 말한 것처럼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틀. 만약 산세가 예상보다 더 험하다면, 수도로 가는 게 사흘은 늦어질 게 분명해.”
그래도 나단으로 갈 거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자.”
하지만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그나가 보낸 웃기지도 않는 임무 따위보단, 자신의 직감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 연기와 새로운 임무 사이에 큰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들었고.
“이쪽이야.”
경로 계산을 끝낸 강병규가 한쪽을 가리켰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과는 조금 틀어진 쪽이었다.
“곧장 직선으로 움직이는 게 가장 빠르지 않냐?”
“이렇게 가는 게 더 빨라.”
서우진은 그냥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며 달릴 생각이었는데, 강병규는 그렇게 무식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직선이 가장 빠르다는 편견을 버려.”
“…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녀석이 알아서 잘 안내할 거라 믿었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차.”
그러곤 나단을 향해 이동하려던 서우진이 멈칫하더니 동료들을 쳐다봤다.
“잠깐 저곳에 들렀다가 가도 될까요?”
요즘 계속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서우진의 물음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리더가 정하면 따라야죠.”
“난 찬성! 찬성이요!”
“괜찮요.”
다행히 모두 서우진의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앞으론 조심해야겠군.’
비록 서우진이 저들을 이끌고 있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일은 피해야만 한다.
동료이니까.
아무리 별 것 아닌 일이라 해도, 서로 의논하고 의견을 교환해야만 했다.
서우진은 방금 전의 일을 반성하며 강병규를 쳐다봤다.
“안내해 줘. 어서 움직이자.”
“다들 날 따라와요.”
강병규가 먼저 ‘질주’를 사용해 내달리기 시작했고, 서우진과 동료들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불길한 연기가 하염없이 퍼져 나오는 나단을 향해.
얼굴이 굳어졌다.
서우진뿐만이 아닌, 다른 동료들의 표정 역시 심각했다.
처음 산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계수지가 오랜만에 산림욕을 할 수 있겠다 농담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느껴지는 기운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마기다.’
그것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당연하게도 서우진이었다.
조금씩 풍겨오던 마기의 잔향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앞의 광경이 드러났다
“대체 이게 뭘까요?”
마치 거대한 군단이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산 속에 길이 뚫려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나무를 베고, 땅을 다져서 만든 길이 아니었다.
마기로 인해 썩어버린 죽음의 길이었다.
“마수들이 이곳을 지나간 모양입니다.”
서우진이 발자국을 가리켰다.
짐승의 것처럼 생긴 발자국은, 누가 봐도 마수의 흔적이었다.
“이만한 길을 만들려면 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죠?”
일이백 마리로는 어림도 없었다.
적어도 천 단위.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병규야.”
서우진이 강병규를 불렀다.
“정확히 나단이 있는 쪽으로 길이 나 있다.”
녀석은 서우진이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는 대답해 주었다.
덕분에 서우진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연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 알겠군.”
그리고 왜 불길함을 느낀 것인지도.
“이 길을 따라가면 네가 생각하고 있는 길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까?”
“맞아. 우리가 굳이 길을 낼 필요가 없으니까.”
강병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이 동료들을 쳐다봤다.
“뒤따라가죠.”
이건 의논하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었다.
다들 서우진과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면, 마기로 물든 길이 아니라 오물로 뒤덮인 하수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빨리 가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늦었을 것이다.
연기의 양과 흐른 시간을 생각해 보면 나단은 이미 마수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늑장을 부릴 순 없었다.
자신들이 구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리해야 했으니까.
“갑시다.”
서우진이 먼저 움직였다.
널따란 길이 뚫려 있었으니, 더는 강병규의 안내가 필요하지 않았다.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리고 달리기 시작하자, 모두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여유를 부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그렇게 마기로 물든 길을 달렸다.
그러자 슬슬 저 멀리 나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우진이 ‘신룡안’을 발동시키며, 주변의 정보를 모조리 훑었다.
‘전투 중이다!’
놀랍게도 나단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완전히 함락된 건 아니었다.
성벽은 뚫리고, 마수들이 쉴 새 없이 안으로 진입해 학살을 저지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도시 안의 사람들은 결사적으로 놈들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진 않았다.
마수의 수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한 줌에 불과했다.
‘더 서둘러야겠군.’
서우진이 혼돈기를 폭발적으로 일으켰다.
“먼저 간다.”
강병규에게 말하곤, 대답도 듣지 않고 발을 굴렀다.
‘신속’까지 사용한 덕에, 서우진의 신형은 그야말로 빛살처럼 나단을 향해 쇄도했다.
그 뒤를 계수지, 구동환, 이지아, 진태성이 따랐다.
모두 A급 용사들이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속도를 내려 했지만, 계수지가 손을 들어 막았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적의 수가 많으니까.”
그녀의 말이 옳았다.
같은 100레벨이라 해도, 등급에 따라 그 수준의 차이는 존재했다.
괜히 A급 용사들과 함께 움직이려고 힘을 낭비했다간, 오히려 전투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모두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가세요. 저희는 뒤따라가겠습니다.”
강병규가 말하자, 계수지가 안심한 표정으로 속도를 높였다.
화아아아아악-!
그렇게 서우진과 네 명의 동료가 앞서 나단에 도착했다.
“지고화.”
가장 빨리 도착한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어느새 빼 든 ‘카 라니엘’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벤다.’
서우진의 살기가 마수들의 후방을 노렸다.
스가아아아아악-!
단 한 번의 단순한 참격.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벌어진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캬아아아아아아악-!
캬악- 캬아아아악-!
대체 몇 마리나 잘려 나간 것일까?
순식간에 마수 군단의 후방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지고화’가 놈들의 잘린 단면을 지져 버리며, 오히려 지혈을 해주었던 것이다.
반으로 쪼개진 마수들이 비명을 내지르자, 앞쪽에 있던 놈들이 고개를 돌렸다.
수백, 수천 개의 눈동자가 서우진을 향했다.
공기가 떨려올 정도로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서우진이 이를 드러냈다.
놈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섬뜩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이…….”
마수들의 입에 묻은 핏자국을 보니,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저 피는 나단을 지키던 병사들의 것이 분명했으니까.
서우진은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더는 애쓰지 않았다.
하지만 곧장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자신만큼 분노한 이들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징 레인.”
억누른 살기가 담긴 진태성의 음성과 함께, 날카롭게 얼어붙은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곽-!
웬만한 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한 얼음비가 마수들의 피부를 꿰뚫었다.
100레벨이 넘은 A급 용사가 작정하고 사용한 마법 스킬은, 놈들이 막아내기엔 너무도 강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범위의 스킬에, 마수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다 죽여.”
서우진이 나지막이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세 명의 용사가 놈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계수지, 구동환, 이지아.
그들은 더없이 잔혹한 표정으로 마수 군단 사이로 파고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