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핏물이 치솟는다.
계수지의 팔꿈치에 스친 마수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찢어진 살점과 박살난 두개골이 허공에 비산했다.
“천둥 지르기!”
쿠르르르르릉-!
진각과 함께 뻗은 주먹에서 우레가 울렸다.
100레벨에 도달한 이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의 스킬이 전방을 휩쓸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마치 길이라도 뚫린 것처럼, 마수들이 분쇄되며 쓰러졌다.
“머신건 블로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치르던 이지아 역시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스킬이 발동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주먹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졌다.
흡사 소낙비라도 내리는 것처럼, 권영(拳影) 사방을 뒤덮었다.
퍼버버벅-!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살점이 후드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피스트 마스터’라는 직업답게, 일격, 일격에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계수지와 이지아.
두 여인의 활약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수백 마리의 마수가 둘의 손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가장 많은 마수들을 처리하고 있는 건, 다른 녀석이었다.
“파이어 스톰.”
후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화염의 폭풍이 몰아쳤다.
전투의 시작을 알렸던 얼음비와는 정반대 속성의 스킬이, 눈에 보이는 모든 마수를 불태웠다.
순식간에 재로 화한 놈들의 사체가, 눈처럼 흩날렸다.
“쪼개져라!”
구동환 역시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서우진이 선물한 거대 전투 도끼 ‘진혼’을 들고 마수들의 정수리를 모조리 쪼개고 있던 것이다.
네 명의 용사는 일말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았다.
도시 하나를 통째로 점령하고, 수많은 이를 학살한 놈들이다.
손속에 자비를 둘 이유가 없었다.
‘흐음.’
서우진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가만히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나쁘지 않아.’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감탄스러웠다.
저 넷은 이전에도 강했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모든 용사를 통틀어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100레벨에 도달하며 벽을 하나 뛰어넘은 뒤로는, 상상 이상의 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 90레벨 대였다면, 저 마수들을 상대로 저만한 활약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놈들은 강했으니까.
지금껏 상대해 왔던 마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사자가 만들어낸 변종 마수와도 비벼볼 수 있을 수준이었다.
그런 놈들의 수가 물경 수천에 달했다.
이전이었다면 아무리 잘 싸워도 버티는 게 고작이었을 텐데…….
‘지금은 압도적이군.’
시간만 충분하다면, 저 네 명만으로 나단에 몰려든 마수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장이 아닌 진화라 불려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확실히 초극의 경지에 오르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군.’
수련한 시간이 짧아 움직임에 깊이가 부족하긴 하다.
정석대로 저 경지에 오르려면, 최소한 수십 년의 고련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마저도 확실히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그러니 다른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럼 어떤가?
‘모자란 깊이는 채우면 되고, 부족한 경험은 겪으면 된다.’
전쟁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저들은 끝없이 강해질 것이다.
언젠간 지금의 서우진 경지에 도달할 정도로.
서우진은 마수들을 일방적으로 찢어발기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맡겨둬도 되겠군.’
조금만 더 있으면 뒤쳐진 동료들도 도착할 것이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전투를 이어갈 수 있을 터.
안심한 서우진은 이제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저곳인가?’
‘신룡안’을 통해 느껴지는 생존자들의 기운.
가까워지니 확연하게 느껴진다.
수는 고작해야 백여 명.
이 난리 속에도 용케 살아남았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나단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최소한 십만 단위의 인구가 머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남은 게 고작 백여 명이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일까?
서우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잠재우며 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만이라도 챙겨야 했으니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신속’이 발동된 탓일까?
서우진은 마수들이 인지할 수도 없는 속도로 전장을 가로질러, 나단 안으로 진입했다.
‘많군.’
도시 안에도 마수들이 득실거렸다.
도무지 발을 디딜 틈조차 없어 보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체감이 됐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우진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놈들을 한번 훑어본 뒤, 성벽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긴가?’
생존자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은 한 커다란 건물 내부였다.
성처럼 생긴 것으로 봐서는, 나단을 통치하던 영주가 기거하던 곳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딱히 눈에 띄는 마력을 지닌 이가 없었다.
고작해야 중급 기사 셋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다.
‘이만한 요새 도시를 유지하려면, 꽤 강한 이들도 많았을 텐데.’
아무래도 마수들을 막다가 모두 전사한 모양이었다.
남은 이들은 처음부터 몸을 피한 것이거나, 아니면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도주할 곳을 찾다 영주성으로 들어간 듯했다.
‘얼마 못 버티겠군.’
지금은 지리적 이점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듯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
조금씩 마수들이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이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십이천검.”
‘카 라니엘’이 휘둘러지자, 작은 빛 무리가 뻗어나가며 아래쪽에 있는 마수들을 향했다.
순식간에 위치를 잡은 빛은 놈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회전을 시작하더니, 이내 주변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카가가가가가각-!
마치 거대한 믹서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마수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갈려 버렸다.
깜짝 놀란 놈들은 감히 더는 접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찰박-
그 사이로 서우진이 내려섰다.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된 땅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고여 있는 핏물을 밟자, 동심원과 함께 서우진의 존재감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수들은 심상찮은 그 모습에 눈치만 살필 뿐 덤벼들지 않았다.
두려움이 파괴적인 본능을 이긴 것이다.
‘400마리 정도인가?’
눈앞에 있는 마수의 수.
만약 서우진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영주성 안에 있는 생존자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었을 것이다.
“죽어라.”
놈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서우진이 마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죽음을 선고하는 것뿐.
막대한 양의 혼돈기를 머금은 ‘카 라니엘’이 공간을 베었다.
쩌어어어어어어억-!
세상이 갈라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사백여 마리의 마수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서우진은 놈들을 더는 쳐다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이미 죽어버린 놈들을 계속 바라보는 취미는 없었으니까.
찰박거리는 핏물 소리와 함께, 서우진이 영주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양단된 마수들의 시체가 허물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살아남은 놈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단 일 검에 400마리가 넘는 마수들이 모조리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다른 동료들이 봤다면 헛웃음을 지었을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서우진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작게 말했지만, 그 음성은 넓게 퍼졌다.
마수들의 괴성과 포효를 뚫고, 성 안까지 도달하기엔 충분했다.
서우진의 음성을 들은 것인지, 안쪽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하지만 바로 문을 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말 한마디를 믿고,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던 마지막 방패를 치우기엔 두려웠던 것이다.
서우진은 이해한다는 듯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
쿵쿵쿵-
“서우진입니다. 다른 용사들과 함께 나단을 도우러 왔으니, 문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무겁지만 정중한 음성.
용사라는 말에 더욱 분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이오?”
안쪽에서 누군가 물어왔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대답하자,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다 이내 뭔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 장치가 돌아가며 문이 살짝 열렸다.
아주 작은 틈.
하지만 서우진의 모습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 사이로 생존자의 눈동자가 보였다.
“아, 아아-!”
‘카 라니엘’을 들고 있는 서우진의 뒤로, 시체가 되어 있는 수백 마리의 마수를 본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살았다! 살았어!”
두 손을 번쩍- 들며 소리친 그는, 곧장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광경을 말해주었다.
‘으음.’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살짝 열려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문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모양이군.’
무거웠다.
서우진조차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정도였으니, 평범한 사람은 절대 강제로 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기계장치를 이용해 문을 조작했던 것일 테고.
서우진은 문을 활짝 열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신룡안’으로 확인한 것처럼, 안에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바탕 전투를 치렀었는지, 남아 있는 이들은 모두 피투성이였다.
‘마수의 피는 아닌 것 같고.’
저들의 실력으로는 단 한 마리의 마수조차 처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놈들은 강했고, 생존자들은 약했으니까.
“살았어요! 우리 이제 살았어요!”
“용사님이라니…….”
“아아-!”
그들은 서우진의 모습을 발견하곤 눈물을 흘렸다.
이제 살 수 있다는 안도감.
그간 느꼈던 공포심.
이미 죽은 가족과 동료, 친구들을 향한 슬픔.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는 눈물이었다.
서우진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곳의 책임자는 누구십니까?”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저들을 한데로 묶은 리더는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당연히 그게 중급 기사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생존자들 중 가장 강한 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답이 나온 것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저, 저예요.”
여리디 여린 소녀.
고작해야 열다섯이나 되었을까?
생존자들을 이끄는 리더라고 보기엔, 너무도 약하고 어렸다.
서우진이 정말이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소녀는 입술을 잘게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아인델 레난도르. 나단을 이끄는 영주이자, 브로바이슨 왕실이 인정한 백작이에요.”
귀족, 그것도 백작이라니.
서우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인델은 몸가짐을 바로 하고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와 제 백성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작해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는 여백작 아인델 레난도르.
그녀는 당당한 태도로 서우진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