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
#43화.
“큰일 났네.”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갑자기 커다란 진동과 함께 연무장 한곳이 폭발이 일어났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기사단들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경계를 맡고 있던 철십자 기사단인 것 같았다.
서우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연무장은 쑥대밭이 되었다.
검이 꽂힌 부분은 말 그대로 균열이 가 있었고, 주변 역시 그 여파에 모조리 뒤집어져 있었다.
단단한 돌이 깔려 있던 연무장이, 순식간에 동네 놀이터의 흙밭처럼 변해 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적인가?”
연무장에 도착한 철십자 기사단의 기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 적이 아니라 제가 그런 거거든요? 그냥 스킬 실험을 좀 해보다가.”
서우진이 슬쩍 손을 들며 자진신고를 했다.
현재 제국은 비상사태였다.
마왕의 추종자들이 나타나, 용사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갈 뻔한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했다.
당연히 아카데미는 특급 경계상태로 들어가 있었고, 그 주체인 철십자 기사단은 극도로 예민한 상황이었다.
그런 기사들이 괜한 오해를 하기 전에 나서는 것이 나았다.
“…서우진 님이시군요.”
의외로 기사들은 서우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D급 용사에 불과한 자신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기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킬을 사용하신 겁니까?”
“네? 네.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이 있어서.”
서우진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런 서우진을 의심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아직 레벨이 그리 높지 않다고 들었는데, 좋은 스킬을 얻으신 모양입니다.”
아카데미의 연무장들은 강력한 보호 마법이 걸려 있었다.
용사들이 사용할 곳이니, 웬만한 충격은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곽의 작은 연무장이었지만, 당연히 마법으로 보호되는 중이었다.
그 마법을 깨트리고, 연무장을 박살 낼 정도의 위력이라면?
아직 백시우조차도 연무장의 보호마법을 깨트릴 정도는 아니었으니, 기사들이 감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이 좀 좋았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서 어떡하죠?”
“그건 상관없습니다.”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기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오히려 더욱 강한 마법을 걸어두지 않은 걸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습격이 일어난 게 아니라 다행이군요.”
마왕의 추종자들이 다시 일을 벌인 게 아니라면, 서우진이 연무장을 부수든 태우든 상관없었다.
기사들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대로 인사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휴우.”
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최악의 상황엔 뭔가 추궁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하긴, 용사들 스킬이면 연무장 한두 개쯤 박살내는 건 일도 아니겠지.”
이지아와 김다혜만 봐도 그렇다.
서로 힘 조절을 해서 그렇지, 만약 전력으로 모든 스킬을 사용한다면?
이런 연무장 따위는 순식간에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라고 서우진은 생각했다.
보호마법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서우진은 그저 쉽게 넘어가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기사들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의아해진 것이다.
“내가 뭔가 주목을 끌 일을 했던가?”
생각해 보면 없지는 않았다.
파티에서 이진호의 얼굴을 뭉갰고, 고블린 토벌에서도 꽤나 활약했으니까.
게랄드와 있었던 일까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주목을 받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서우진의 등급은 D급이었으니…….
“그래서 더 잘 알려진 건가?”
만약 백시우가 이런 활약을 했다면, 다들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는 SSS급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다르다.
D등급 10레벨 따위가 활약한다면, 당연히 놀랄 것이다.
심지어 검공 다리엘이 직접 찾아가 검을 겨뤘다는 소문 때문에 더욱 그랬다.
서우진은 은연중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안 좋은데.”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냥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었던 서우진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누굴 탓하겠냐만…….”
그 모든 일을 한 건 자신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의 의지를 갖고 한 것이었으니 탓할 사람도 없었다.
이번 일도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다.
기사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기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용사들에게는 말이다.
“봤어?”
“커다란 검 말이지?”
“그게 ‘검병’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스킬인가?”
그들도 서우진의 스킬이 단순히 커다란 검을 소환하는 정도였다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쑥대밭이 된 연무장을 보면 파괴력 역시 엄청난 것 같았다.
서우진의 등급과 레벨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용사들이 쑥덕거리는 소리에 서우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용히 자숙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좀 사그라질 때까지 말이다.
* * *
“재밌는 놈이군.”
다리엘이 피식- 웃었다.
방금 그가 들은 보고는 바로 서우진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아그나는 그런 다리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울까?”
둘의 외모는 할아버지와 손녀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친구였다.
아그나 역시 반 슬레인처럼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담할 기분 아니야. 이놈 진짜 좀 이상하다고.”
아그나는 서우진에 대한 보고가 적혀 있는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 그놈에게서 마기는 느껴지지 않아.”
“그렇긴 하지만…….”
다리엘이 직접 검까지 겨누며 확인한 사실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다리엘까지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가장 잘 아는 아그나로선, 괜한 말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좀 특이하긴 하군.”
거대한 검을 소환하는 스킬이라…….
검공 다리엘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긴 했다.
“위력도 심상찮아.”
아카데미는 제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기관이다.
벽돌 한 장, 기둥 하나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연무장은 특히나 공을 들였다.
제국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가 직접 손을 써서 부여한 마법이었으니까.
“오러에도 흠집 하나 가지 않는 마법을 깨트렸어. 심상찮다는 말로는 부족해.”
“진짜 오러 말이지.”
다리엘은 아그나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그래. 스킬이 아닌 진짜 오러.”
용사들이 사용하는 ‘오러’도 강력한 힘이긴 했다.
하지만 다리엘이 보기에 그것은 깨달음이 결여된, 그저 단순히 마력만 쏟아부어 만들어진 인위적인 기술이었다.
수십 년의 고련 끝에 완성되는 진짜 오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한.
“그런데 그놈은 스킬 한 방으로 그걸 모조리 망가뜨렸단 말이지.”
아그나가 보기에 서우진은 뭔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육감이라고 해도 좋고, 정보의 취합으로 인한 결과라고 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서우진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게 뭔지 몰라서 문제지.”
아그나는 버릇처럼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우리에게 해가 될 게 있나? 어차피 그놈은 용사다. 강하게 성장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어.”
오히려 강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럼 마왕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마왕과 관련이 없는 놈인 건 확실하지?”
아그나가 노파심에 한 번 더 물었다.
그러자 다리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더는 같은 질문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네 걱정 때문에 시온으로 사람을 보냈고, 내가 직접 확인까지 했다. 그런데도 못 믿는다는 건가?”
“못 믿는다는 건 아니야.”
아그나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그것은 단연 다리엘이었다.
제국의 황제보다도 믿는 존재였으니까.
다리엘은 괴팍하고 싸가지가 없을지언정, 빈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불안한 거야. 아무래도 사람을 좀 붙여야겠어.”
다리엘은 그런 아그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아그나의 사서 걱정하는 성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그 머저리들은 어떻게 됐지?”
“누구? 아, 그 용사들?”
아그나는 다리엘이 말한 머저리가 누구인지 단박에 눈치챘다.
“내일이면 회복될 거야. 레벨 업만 하면 잘린 팔다리도 싹 다 낫는다니……. 참으로 부조리한 존재들이지.”
“그중 하나가 백시우라고?”
“그래, 맞아. 너도 한번 본 적 있지?”
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가서 검을 한 번 봐준 적이 있었다.
“꽤 재능이 있긴 하더군.”
SSS급 직업이라 그런가?
백시우의 검에 대한 재능은 다리엘이 놀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금의 백시우는 너무도 약했다.
앞으로 수십 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서야 너무 늦지.”
지금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다리엘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강림 전쟁까지만 써먹을 수 있으면 돼.”
용사들을 소환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아그나가 생각하는 용사들은, 무기였다.
효과적이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그 외에 다른 가치는 없었다.
“황제는? 뭐라 하던가?”
“더욱 채찍질을 하라시네. 이번에 용사들이 게랄드에게 당한 것에 좀 충격받으셨나 봐. 특히 백시우.”
제국에서 온갖 지원을 쏟아부으며 키우던 백시우가, 마왕도 아니고 일개 추종자에게 죽을 뻔했다.
아직 미완성 상태의 용사라고는 하지만, 황제는 그것이 불만인 듯했다.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란 말인가?”
“맞아. 그래서 아카데미의 교육 커리큘럼도 싹 다 뜯어고치는 중이지.”
외부에는 휴식을 위해 아카데미의 일정을 미룬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른 이유였다.
“어떻게 바뀌지?”
다리엘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교육과정에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바뀌긴 하겠지만……. 요약하자면 시온 식으로?”
지나치게 축약된 설명이었다.
하지만 다리엘은 단번에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시온이라… 그거 재미있겠군.”
그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왠지 모르게 잔혹해 보일 정도로 싸늘한 미소였다.
오